§ 나는 될놈이다 313화
어쩌다 보니 무협의 개방으로 대화의 주제가 흘러간 상황!
태현은 간신히 이다비에게 ‘개방은 멋지고 강한 조직이야!’라는 걸 설득할 수 있었다.
“……납득은 안 되지만 칭찬인 거 맞죠?”
“그래. 칭찬이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지들 모임이라는 게 칭찬 같지가 않은데…….”
“아, 네가 무협지를 안 읽어서 그래! 읽어봐! 멋있게 나온다고!”
태현은 말하면서 왜 스스로가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알겠어요.”
“그래. 개방의 멋짐을 알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게요. 왜냐하면…….”
“그게 서로한테 이익이니까. 그렇지?”
“그렇죠!”
이다비는 진심으로 웃으며 태현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최근 있었던 일 중 가장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서로가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하는 파트너라니.
“태현 씨도 도움 필요하면 말해요. 도움이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냐. 나도 도움 많이 필요해.”
“……?”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현이 도움이 필요하다니. 잘 상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다비의 주변 사람 중 알아서 잘 먹고 잘살 것 같은 사람 1위!
오늘 실제로 만나보니 그런 확신이 더욱 커졌다.
모는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입고 있는 옷,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부티가 넘쳤다.
돈 많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
‘분명 라면 끓여 먹을 때도 안X탕면이 아니라 무X마에다가 계란하고 치즈까지 넣어서 끓여 먹겠지!’
이다비가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지만, 태현이 그걸 알 방법은 없었다.
“무슨 도움이요?”
“음, 이건 좀 부끄러운데…….”
“??”
태현이 머뭇거리자 이다비는 더욱 궁금해졌다.
태현이 저렇게 머뭇거릴 이유가 있나? 대체 어떤 부탁이길래?
“길드원들 시켜서 이세연 악플 좀 달아주면 안 돼?”
“……당연히 안 되죠!”
* * *
“역병 저주 푸는 국! 받아가라! 이제 한 시간 후면 접을 거니까. 잠깐. 여기서 바로 먹으라고.”
다시 접속한 태현.
태현은 영지에서 역병 저주를 해결하는 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물론 모두 다 괴식 요리 스킬을 응용한 요리들!
덕분에 먹는 사람들은 구웨엑 구웨에에엑 거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스킬에만 집중하며 요리법을 다양하게 바꾸고 있었다.
탁-!
“!!”
태현은 플레이어의 손목을 붙잡았다. 방금 태현에게 국을 받은 요리사 플레이어는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뭐 하려는 거지?”
“네? 어, 이 요리에 향신료 좀 넣어서 먹으려고…….”
요리 스킬이 없는 플레이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먹어야 했지만, 요리사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얼마든지 다시 요리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그러나 그럴 경우 태현에게 들어가는 요리 스킬 경험치가 확 줄어들었다.
“내 요리가 맛이 없다는 건가?”
“그런 건 아니라…….”
차마 ‘네 요리 X 같아! 맛 없어!’라고는 말 못 하는 요리사 플레이어!
“그러면 먹어! 먹으라고! 원샷해!”
“컥, 커헉, 커허억…….”
괴로워하는 플레이어를 보면서, 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초심을 잃지 않는 태현!
자기가 저 정도 위치까지 오르면 어느 정도 쉬어가면서,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게임을 할 것 같았다.
그런데 태현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자나 깨나 한결같은 모습!
“안녕하세요!”
“어, 너 왜 안 왔냐?”
“왔거든요? 자전거 타고 가느라 좀 늦었던 거거든요?”
“왜 자전거를 타고 와?”
“교통비 아끼려고요!”
“……그, 그래…….”
케인은 이다비의 기색에 압도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비 아끼려고 그랬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보다 출전 결정되었다면서요?”
“김태현한테 들었냐? 응.”
“그리고 본명이 김덕수라고…….”
“…….”
별로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사소한 부분까지 잘 말해주는 태현!
그래도 케인은 참았다.
태현 덕분에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웃으면서 참아줄 수 있었다.
“또 현실에서 보니까 동안에 동생처럼 생겼…….”
“아니, 이 자식은 대체 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거야?!”
결국 폭발한 케인!
마침 태현도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게 보였다.
케인은 태현을 일단 불렀다.
“야!”
“……?”
“너…….”
따지려고 하는 순간, 케인의 이성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따지기에는 이번에 받은 게 너무 많은 상황!
“고, 고맙다고.”
“그래.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
이다비는 옆에서 둘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쳐다보았다.
“대충 팔 만큼 다 팔았으니까 빠르게 이동하자. 에랑스 왕국 가서 악마 놈한테 퀘스트 보상 받아야 해.”
“야, 근데 우리 투기장 연습 안 해?”
케인의 당연한 질문에, 태현은 ‘이 놈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뻘쭘해지는 건 케인!
“왜, 왜 그렇게 쳐다봐?”
“뭘 대단한 걸 한다고 연습까지 해?”
“대단한 거야! 대단한 거라고 인마!”
태현에게 PVP나 투기장 같은 건 그저 숨 쉬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이제 와서 새로 연습을 하거나 뭘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케인은 태현처럼 괴물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런 대회를 앞두고서는 연습이 필수였다.
게다가 이 대회가 대단하지 않다니.
‘이 대회가 얼마나 대단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이 대회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해외 사람들까지.
자칫 잘못하면 전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
케인이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실수라도 해서 망신당하면 어쩌려고!”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나는 실수해도 인기 많아서 욕 안 먹을 거야.”
“…….”
“그에 비해 너는 실수하면 욕 좀 많이 먹겠다.”
얄미울 정도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태현!
그랬다. 케인과 태현은 인기로 비교했을 때 그 급이 차이가 났다.
이세연이나 태현이 대회에서 실수를 한다면 ‘둘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지’란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케인이 실수한다면?
‘저 XX 왜 여기 껴가지고 난리냐!’ 같은 반응부터 시작해서 ‘저거 방송국에 뇌물 준 거 아니냐!’라는 반응까지 아주 다양하게 나올 게 분명!
“연, 연습하자! 연습하자고! 호흡 좀 맞춰봐!”
“나랑 같이 다니면 알아서 연습이 될 거다. 연습하고 싶어? 내가 곧 싸울 일 많이 만들어줄게.”
어떻게 들으면 소름 돋는 말이었지만, 궁지에 몰린 케인의 귀에는 태현의 말뜻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거 말고! 제대로 팀으로!”
“그렇게 말해도 그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잖아.”
“……?”
“지금 초대 팀 구성을 보라고. 나하고 이세연, 너 있지? 남은 건 세 자리네.”
이다비가 손가락을 꼽더니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두 자리잖아요?”
“아. 실수. 무의식적으로 날 빼버렸네.”
“…….”
이세연과 정말 같은 팀이 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이 튀어나와 버렸다.
“어쨌든 두 자리 남았지? 지금 배장욱 PD한테 들어보니까 이 두 자리에 들어가려고 다들 살벌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무리 실력자라고 해도, 프리카 투기장에서는 예선을 뚫는다는 확신이 없었다.
모두 다 비슷한 레벨로 조정되어서 싸우다 보니,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는 것!
그러다 보니 모두가 방송국 초대 팀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본선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지만, 어찌 보면 자기의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덕분에 MBS가 아닌 다른 방송사에서는 안달이 난 상태였다.
자기들과 계약한 플레이어들도 MBS 쪽을 힐끗거리며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아예 새로 팀을 더 초대할 수는 없나요?”
“해외 팀들도 초대해야 해서 국내 팀을 그렇게 많이 부를 수는 없지. 상징성도 떨어지고. 어쨌든 케인. 중요한 건 뭐냐면, 연습은 거의 기대하지 말라고. 그 두 자리는 지금 당장 결정 안 날 거고, 결정 난다고 하더라도 팀으로 연습하기는 힘들 거 같으니까.”
누가 들어오든 간에 분명 유명한 플레이어일 테니, 서로 판온에서 바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호흡을 맞춰가면서 연습하기는 힘들 게 분명!
태현은 판온 1 때의 경험으로 정확하게 상황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말하다 보니 은근히 상황이 안 좋잖아?’
태현은 살짝 고민했다.
이세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출전하게 되기는 했지만, 출전한 이상 무조건 이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은근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오는 팀들은 다 각자 호흡을 맞춰보고, 오랫동안 연습을 한 단단한 팀들이었다.
그에 비해 태현이 들어간 초대 팀은 아직 구성도 되지 않은, 오로지 인기와 흥행만 보고 인원을 모은 팀이었다.
물론 각자의 실력이야 확실하지만, 5:5로 팀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팀워크도 실력 못지않게 중요했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팀이 모인다고 해도 연습을 하기 힘들 것 같았다.
‘나하고 케인은 손발 잘 맞으니까 상관없고, 이세연이야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남은 둘이 좀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언제나 세상일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 * *
“크큭…… 대단하구나.”
“보상 내놔.”
“내가 하라고 했지만, 정말로 이 저주를 찾아서 가지고 올 줄이야…….”
“아, 보상 내놓으라고!”
“훌륭하다. 너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자!”
사루온은 태현의 눈빛이 살기로 번쩍이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만약 쓸데없는 비전 스킬이라면 옆의 신전 거리로 가서 공적치 포인트를 모두 사용한 다음 널 레이드 해버리겠다!
살기가 줄줄!
그러나 사루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검은빛이 번쩍하더니, 태현 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기계공학의 비전 스킬,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을 얻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손에 닿은 생물이나 생물의 일부를 폭탄으로 바꿉니다. 대상의 강함에 따라 폭탄의 강함이 달라집니다.
“!!!!!!”
태현의 눈이 순간 커졌다.
기계공학 스킬은 은근히 꽝이 많았다. 그리고 멀쩡해 보이는 스킬도 정작 써보면 부작용이 많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공학을 파고 파는 이유는…….
이렇게 다른 스킬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력하고 특이한 대박 스킬을 볼 수 있기 때문!
“케인. 잠시 이리 와볼래?”
“무슨 일로…… 잠깐. 너 뭔가 눈빛이 이상한데.”
이제 케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도 많이 당한 덕분에, 태현의 눈빛만 보고서 눈치를 채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리로 오라고. 지금 대회도 같이 나가는데 날 의심하는 거냐? 너무 섭섭한데?”
“그, 그런…….”
태현의 치사한 말에 케인은 우물쭈물하며 다가갔다.
‘이 자식이 왜 이러지?’
-살아 움직이는 폭탄!
“?!”
‘1, 2, 3, 4……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는데? 하긴, 시전 시간이 짧으면 사기 스킬이겠지.’
닿는 순간 바로 즉시 시전이 가능하다면, 적을 폭탄으로 바꿔버린 다음에 자폭시켜버리는 사기적인 콤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시전 시간이 길어서 그런 건 불가능했다.
도중에 방해가 들어오면 바로 취소가 되어버리는 스킬!
[당신의 왼쪽 팔이 폭탄으로 변했습니다.]
[폭발할 경우 매우 위험합니다.]
“넌 뭘 하는 거야 이 자식아?!?!?”
“아. 이런 거였군!”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사루온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악마 대장장이 사루온의 평가가 올라갑니다.]
[악명이 크게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