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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11화 (311/1,826)

§ 나는 될놈이다 311화

옆에서 듣던 케인도 말을 거들었다.

“얘가 판온 1의 김태현이라니. 말이 되냐? 헛소문이야, 그거. 판온 1의 김태현이 들으면 얼마나 짜증을 내겠어.”

“…….”

순도 100%의 진심!

케인은 정말로 태현이 판온 1의 김태현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케인은 판온 1 김태현의 팬이었다.

그런 김태현이 사실은 태현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런가요?”

“그렇다니까. 김태현한테 실례니까 그런 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고.”

케인은 잘해 주고 있는데, 옆에서 듣는 태현의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

옆에서 태현의 얼굴을 지켜보던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헛소문이 아닌 거 같아.’

케인이야 눈치 없어서 그렇다지만, 원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

이다비는 깜짝 놀라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여기까지만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제까지 이다비가 본 태현은, 근성과 끈기와 인내로 가득 뭉친 사람이었다.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라면 구덩이에서 3박 4일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 사람!

한몫 벌 기회를 잡았다면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라도 달리는 게 태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춘다니.

“혹, 혹시 어디 아프신 거예요?”

“……내가 게임 그만한다는 게 그렇게 충격적인 일이냐?”

“네. 아, 아니요.”

이다비의 ‘네’는 생각하지 않고 바로 나왔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이다비는 급히 말을 바꿨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시선을 회피하는 이다비!

태현은 빤히 이다비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보려고.”

“그래. 나도 나가야 해.”

“……?”

태현과 케인의 말에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동시에 약속이 잡혔다니?

“이번에 투기장 프로 리그 때문에. 케인 쟤 PD한테 소개시켜 주고 허락받으려고 하거든.”

“정말 하는 거예요?!”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가 나가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이다비는 살짝 감동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케인이 팀에 참가하지 않아도 태현에게는 아쉬운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직접 PD를 설득해서까지 케인을 팀에 넣으려고 하다니.

‘매번 괴롭히기는 하지만 사실 케인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

“너 뭔가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네? 아, 아니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태현이 날카롭게 물었지만, 이다비는 시치미를 뗐다.

“어쨌든 대회 출전하는데 그냥 말 한마디 하고 넘어갈 수는 없고…… 직접 만나봐야지. 나야 신분이 확실하지만 케인은 누군지도 모르잖아.”

“야. 나도 신분 확실하거든?”

“모르지. 실제로 봤는데 한 사십 넘은 아저씨가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와, 그러면 좀 충격받을 거 같다.”

“무, 무슨…… 너야말로 실제로 만났는데 그런 사람인 거 아니냐?”

“나는 외모 커스텀 거의 안 했어. 이대로라고 보면 돼.”

“…….”

“…….”

“왜 둘 다 입을 다물지?”

케인과 이다비는 태현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키에 저 얼굴을 가진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보면 상당히 무서울 거 같다고!

“저도! 저도 참석해도 되나요?”

“응? 너는 왜?”

“……동료잖아요.”

태현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너는 왜’라고 묻자, 이다비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너 와봤자 별로 재밌을 것도 없고 할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런 거지. 오고 싶으면 오던가. 어차피 케인하고 만나서 방송국 같이 갈 거니까.”

“사람은 꼭 필요한 일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래? 난 필요한 일 아니면 굳이 안 만나는데. 귀찮잖아.”

“…….”

진심이 가득 담긴 태현의 말이었다.

“뭐, 너도 오던가.”

“네! 갈래요!”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과 케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 자리에 그녀가 끼고 싶기도 했다.

‘이 사람들하고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처음 에스파 왕국 투기장에서 태현을 봤을 때에는 이득 때문에 손을 잡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판온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진 것!

이제까지 이다비에게 판온은 돈을 버는 수단이었다.

재미고 뭐고 길드를 굴리고 각종 방법으로 골드를 벌어 현금으로 환전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태현과 만나고, 같이 다니면서 온갖 퀘스트를 깨며 다양한 일을 겪게 되니,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물론 재미뿐만 아니라, 이득도 엄청나게 보고 있었다.

태현과 같이한다는 것만으로도 <파워 워리어> 길드 방송은 어마어마한 관심을 공짜로 얻게 되었으니까!

* * *

“이 자식은 왜 안 오는 거야?”

케인은 초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 케인은 A역 앞의 카페에서 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카페 앞에서 2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던 것!

약속한 대로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고 있는데, 태현이 보이지 않았다.

부아아아앙-

“……?”

뭔가 특이한 배기음이 들렸다.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다른 배기음.

끼이이익-

“????”

케인의 눈이 커졌다. 카페 앞 도로에 페라리 한 대가 멈춰선 것이다.

선명한 붉은색 스포츠카를 본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시선을 던지며 지나갔다.

페라리의 창이 내려갔다. 그러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날카로운 인상의 사람이 보였다.

“케인?”

“어, 네? 저, 음, 그러니까, 케인 맞는데…… 네가 김태현?”

케인은 태현을 만나면 나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었다.

판온에서는 맨날 쥐 잡히듯이 잡혀 살았지만, 현실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충격적인 등장!

“김태현 아닌데?”

“?!?!!?”

케인은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태현이 아니라니. 그러면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죄, 죄송…….”

“……내가 김태현 아니면 네가 케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겠냐?”

“……야!!”

“빨리 타기나 해.”

케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옆의 좌석에 앉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한 붉은색 시트!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잠깐만, 이다비는?”

태현이 끌고 온 페라리는 두 명밖에 타지 못했다. 당연히 한 사람은 타지 못했다.

“걔는 방송국으로 직접 온대. 아까 연락받았어. 너만 타면 돼.”

“그, 그래?”

케인은 두리번거리며 차 안을 둘러보았다.

‘이 자식 얼마나 잘 사는 거야?’

판온에서 엄청 잘나가는데 왜 개인 방송 같은 걸 안 하나 싶었는데, 이제 납득이 갔다.

이 정도로 잘살면 아쉬운 게 없겠지!

‘나는 취직하라고 오늘도 잔소리 듣고 왔는데……!’

뭔가 억울해지고 슬퍼지는 마음!

“이, 이거 네 차냐?”

“아니, 아버지 차. 원래 난 걸어 다니거나 택시 타.”

“……?”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런 차가 있는데 걸어 다니거나 택시를 타지?

그라면 매일 매일 꼬박꼬박 타고 다닐 것 같았다.

“왜인지 궁금해하는 거 같은데? 이유가 듣고 싶어?”

“어? 어…….”

“안 듣는 게 좋을 텐데.”

태현은 씩 웃었다. 그 웃음에서 불길함을 느낀 케인은 움찔했다.

뭔가 들으면 많이 후회할 것 같은 미소!

“그보다 케인 넌…… 생각했던 거랑 좀 많이 다른데?”

태현은 케인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 모습에 케인은 말을 더듬었다.

“왜, 왜?”

“외모 커스텀을 얼마나 한 거야? 한계 내에서 최대로 했나?”

태현이 이런 식으로 물을 만했다. 왜냐하면 케인의 실제 모습은…….

작은 몸집에 동안의 남자였던 것!

케인이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면, 태현은 케인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외모 좀 바꿀 수도 있지!”

“아니, 레드존 길마라면서 허세 부리고 다니고, 뻥뻥 시비 걸고 다닌 사람이 이러니까 뭔가 좀 김이 새는데…….”

게임과는 정반대의 이미지였던 것!

“…….”

케인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말해봤자 태현한테 놀림만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너 확실히 남자 맞지?”

“이 자식이 진짜…… 싸우자는 거냐! 어!”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 케인은 울컥해서 태현에게 외쳤다.

아무리 봐도 시비를 거는 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말!

“아니, 혹시 몰라서 묻는 거야.”

“그걸 왜 혹시 몰라서 묻는데! 네 눈깔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내가 최근에 착각을 한 적이 있어서…….”

“……?”

케인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못 본 적이 있다고?”

“그래.”

“눈깔을 폼으로 달고 다니는 게 맞았…… 억!”

갑자기 차가 출발하자, 케인의 몸이 뒤로 꺾였다.

“그보다 아까 내가 왜 걸어 다니거나 택시 타는지 궁금해했었지?”

“그, 그랬지?”

“정답은 내가 운전을 좀 못 해서야.”

“……!”

“내가 면허를 딴 다음에 면허를 장롱에 박아놓고 안 꺼낸 지가 몇 년이더라…… 에이, 뭐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게 안 중요하면 뭐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페라리 몰고 지나가면 대충 알아서 비켜주더라.”

“미친놈아!”

“괜찮아, 안 죽어.”

“운전을 못 하면 그냥 나올 것이지 왜 차를 끌고 나온 건데!”

“약속에 늦어서 어쩔 수 없었지. 약속을 어길 수는 없잖아?”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한 태현!

케인은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이미 차는 출발한 상태였다.

* * *

“헉, 허억…… 허어억…….”

“거 겁은 많아가지고.”

“네가 말만 안 했어도 겁 안 먹었어!!”

케인은 울컥해서 태현에게 따졌다.

사실 태현의 운전은 걱정한 것처럼 이상하지 않았다. 운전 안 한 사람이 운전한 것 치고는 매우 깔끔하고 완벽했다.

즉 태현이 출발하기 전에 한 말은…….

케인을 겁주기 위해서 한 말이 분명!

‘이 사악한 자식이 진짜…….’

“빨리 올라가자고. PD님 기다리겠다.”

“그, 그래.”

“그런데 너 본명이 뭐냐?”

태현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태현은 게임에서 닉네임을 본명으로 쓰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케인처럼 아예 다른 닉네임을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덕수.”

“뭐?”

“김덕수!!”

“뭐??”

“너 이 자식! 들었는데 일부러 이러는 거지?”

“처음에 알아차렸어야지. 좋아. 덕수. 앞으로는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본명을 부르자. 너도 태현이라고 불러. 나도 덕수라고 부를 테니까.”

“케인이라고 불러라…….”

케인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서 배장욱 PD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이분은…… 저번에 말하신 케ㅇ…….”

“김덕수입니다.”

“네?”

“게임 닉네임은 케인이고, 본명은 김덕수래요.”

부들부들!

태현이 배장욱에게 설명하는 동안, 케인은 옆에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PD 앞에서 화를 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아, 네. 김덕수 씨. 안녕하세요.”

“케, 케인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네. 케인 씨.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셋 다 자리에 앉자, 배장욱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태현 씨, 이번 투기장 프로 리그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한이도 듣고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별거 아닙니다.”

“이세연 씨한테 들었는데, 이세연 씨의 제안을 듣고 바로 수락하셨다고요? 이세연 씨는 태현 씨가 예전부터 같이 이세연 씨하고 팀을 이뤄서 싸워보는 게 꿈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걸 바라셨으면 저한테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됐을 텐데…….”

빠드득!

케인은 분명히 보았다.

책상 밑에 있던 태현이 들고 있던 볼펜이 그대로 박살 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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