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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05화 (305/1,826)

§ 나는 될놈이다 305화

“이, 이, 이, 이…….”

‘이세연이잖아!!’

그제야 둘은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 비싸고 화려한 장비를 전부 다 숨기고 있어서 처음에는 바로 누군지 못 알아봤지만, 얼굴을 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언데드들을 손가락 하나로 부리는, 일인군단 그 자체!

“하면 안 됩니다!”

“……?”

“김태현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

보통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이 둘의 변화에 당황했겠지만, 이세연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잘 알면 됐네.”

“…….”

태연한 이세연의 반응에 오히려 두 명이 어이가 없어졌다.

“그래서 김태현이라고 했는데.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

“예, 예!”

“김태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다 말해줄래?”

이세연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여기 온 이유는 하나였다. 태현을 보기 위해서!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정보를 듣고 태현이 이 주변에 있다는 건 확인한 상태였다.

‘프리카 대륙으로 가서 투기장도 확인하고, 김태현도 확인하고.’

일거양득 그 자체!

이세연이 미소를 짓자 두 플레이어는 서로 눈치를 봤다.

‘이거 기회 아닌가?’

‘그렇지? 기회지?’

태현이나 다른 랭커들과 달리, 뭔가 친절해 보이고 상냥해 보이는 이세연!

이세연.

한국인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플레이어.

판온 1의 명성 때문에 어지간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플레이어.

해외 플레이어들의 인터넷 방송에 가면 꼭 보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두유 노 이세연?’일 정도로, 이세연의 명성은 대단했다.

실력 있지, 얼굴 되지, 성격도 괜찮으니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한 것.

그 명성과 인기 때문에 두 플레이어는 살짝 착각을 했다.

성격 더러운 태현과 달리, 이세연은 대화가 좀 통할지도 모른다고!

“말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

“대신 저희도 보상을 좀…….”

두 명은 손을 앞으로 모으며 간절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한테 골드와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뜯긴 덕분에, 어떻게든 벌어야 했다.

-골드 내놔.

-이, 이제 없는데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만들어서 내놔라. 더 있는 거 알아. 없다고? 한 번 죽일 테니까 있나 없나 확인해 볼까?

주머니 가장 깊숙한 골드마저 털어버린 태현의 솜씨!

밀고 당기고, 조이고 푸는 솜씨가 어떻게 전문 PVP 플레이어인 둘보다 더 뛰어났다.

결국 둘은 눈물을 흘리며 재산을 다 털릴 수밖에 없었다.

“보상?”

“네!”

‘이세연이라면 분명 보상도 괜찮겠지?’

‘당연한 말을 하고 있냐! 이세연이 쓰는 잡템이 우리 장비보다 더 좋을 수도 있어!’

“보상? 으응. 뭐가 좋을까?”

“골드 주세요!”

“곤란한데. 골드를 주기는 싫은데.”

“골드 주세요!!”

“그래. 목숨은 살려줄게!”

“……네?”

“목숨은 살려준다고. 왜? 싫어?”

기분 탓인지, 이세연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스르릉-

소리와 함께 옆에 서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칼을 겨눴다.

두 플레이어는 바로 깨달았다.

이세연은 태현과 같은 부류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좋아요! 좋아요!”

“그래. 그러면 보상도 받았으니까 김태현이 어디서 뭘 하는지 말해볼래?”

둘은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

‘김태현이라도 공격하자!’

‘그래! 이세연한테 말하면 이세연이 김태현을 공격할지도 몰라!’

* * *

“그새 죽었냐?! 뭐하는 거야!”

“순식간에 죽었다고! 어쩔 수 없었어!”

뒤의 통로에서 추가로 플레이어들이 도착했다.

“저거 진짜 보통이 아냐! 시간을 끌어!”

제카스 파티원들은 태현의 실력을 보고 곧바로 전략을 바꿨다.

대단하다, 대단하다 말만 들었지 눈앞에서 한 명이 그대로 순식간에 삭제되는 걸 보자 생각이 바뀌었던 것!

-눈먼 자의 저주, 환혹의 저주, 저주 중첩!

-화려한 빛의 시야!

[저주에 걸렸습니다. 은신 확률이 내려갑니다.]

[저주에 걸렸습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

[화려한 빛의 시야가 통로에 펼쳐집니다. 은신할 수 없습니다.]

‘쯧. 준비를 하기는 했군.’

태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상대방을 보니 아예 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먼저 던전에 들어간 파티가 뒤에 돌아와서 기습한 것도 그렇고, 정보가 샌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까 그 두 놈은 나중에 만나면 꼭 죽여야지.’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원한은 챙긴다!

자동 적립되는 포인트 카드보다 더 정확하고 철저한 태현이었다.

“시간만 끌어! 정면 승부 할 필요 없으니까!”

다시 들리는 상대방 파티의 목소리. 태현은 그들이 퀘스트를 깨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쩐다…… 더 이상 방심해 주지는 않을 것 같고.’

처음에 나타났을 때는 태현의 다른 파티원들을 전멸시킨 덕분에 약간 방심하는 기색이 있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접근해서 폭딜을 넣을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상대방 파티는 명백하게 경계하면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동 속도와 은신을 묶는 저주를 연신 갈겨대는 게 그 증거!

그사이 꾸준히 마법이 날아왔다. 허공을 가르던 암석의 창이 터지더니 산산조각이 되어 퍼져 나갔다.

반격의 원을 쓰기 힘든 스킬!

“젠장.”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짜증 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좋은 파티였다.

한 번 싸운 것으로 태현의 상대법을 익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은신이나 이동 계열 스킬을 막아서 근접 폭딜을 견제한다.

-반격의 원 같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한 방 스킬 같은 건 사용하지 않는다.

케인이나 이다비는 깜짝 기습이면 모를까, 역병 저주에 걸린 상태라 안정적인 전력은 되지 못했다.

노예의 쇠사슬을 쓰려고 해도 사정거리에 들어와야 하는 상황. 어쩌다 보니 태현이 정면에 서서 탱커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그러나 적들의 상황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저 자식은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나?

-광역기 넣어! 못 피하도록!

-광역기 넣었는데도 피하는 거야! 저놈 진짜 뭐하는 놈이냐?

-판온 1 때 김태현도 징그러운 놈이었는데, 저놈도 만만치 않게 징그럽네. 한국인들은 다 저러냐?

태현의 정보를 미리 듣고 왔으니 망정이지, 정보를 미리 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들의 전략은 간단했다.

태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벌리면서 마법을 쓰고 있었는데, 이게 보통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좁은 통로에서 투사체 마법도 아니라 광역기를 써대는데 태현은 전부 다 피해내고 있었다.

단순히 행운 스탯을 믿은 회피만이 아니었다.

광역기가 깔릴 영역을 미리 보고 피해내는 천부적인 반사 신경!

지금 제대로 들어간 마법이라고는 즉시 들어가는 저주 계열 마법밖에 없었다.

-점점 거리를 좁히고 있어! 더 좁혀지면 위험해!

-미친, 시간 끄는 게 이렇게 힘드냐?

빠르게 대화하던 플레이어들은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

통로 옆에 쓰러져 있는 기계골렘!

-저거다!

-?!

-저 자식들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여기까지 왔나 싶었는데, 기계골렘을 이용해서 온 거야! 김태현 저놈은 기계공학 스킬이 높다고 들었어!

-……!

태현 파티가 복잡한 던전을 뚫고 어떻게 빠르게 길을 찾았는지에 대한 답!

-골렘들을 기계공학 스킬로 조종한 게 분명해. 공격해 버려!

-오케이!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타겟을 바꾸었다. 태현은 날아오던 마법이 멈추자 살짝 당황했다.

‘뭘 꾸미는 거지?’

그 순간 옆으로 날아가는 마법들! 그 끝에는…….

기계골렘들이 있었다.

“잠, 잠깐……!”

“하하! 당황하는군! 역시!”

콰콰콰콰쾅!

쓰러진 기계골렘 위로 마법 세례가 작렬하고, 태현은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광역 스킬에, 뒤에 있던 케인과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지금 이 스킬을?

그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치직, 치지직-

[기계골렘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불안정한 상태이기에 폭발합니다.]

“어……?”

공격한 플레이어들은 눈앞에 뜬 메시지창을 보고 눈을 깜박거렸다.

이제까지 쓰러뜨린 기계골렘 중 폭발한 놈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

“이게 뭔……??”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연쇄적인 폭발이 던전의 통로를 뒤덮었다.

* * *

“도착했다……!”

멀리서 파티원들이 박살이 나고 있는 동안, 제카스와 남은 친구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다. 열쇠 꺼내!”

제카스는 드워프들의 성지에서 힘들게 구한, <고대 미궁의 황동 열쇠>를 꺼냈다.

구멍에 갖다 대자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던전 심층부의 문!

칙칙- 치치치칙-

문이 열리자 안에서 증기가 내뿜어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고대 드워프의 지하 미궁 심층부에 들어왔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드워프들을 만날 때 이번 일을 말할 경우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봉인된 악마, 에슬라를 마주했습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용기의 아뮬렛을 갖고 있습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악마?!’

제카스는 당황했다. 일단 뒤부터 확인할 정도로.

탐험가로 잔뼈가 굵은 제카스는 알고 있었다. 판온에서 악마와 만나는 건 보통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어지간하면 싸우기보다는 피하는 게 우선!

“진정해. 봉인되어 있다잖아.”

“그, 그래. 그러네.”

제카스는 침착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봉인되어 있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그 가브리엘이라는 플레이어도 여기까지 들어온 게 분명했다.

그런 플레이어가 살아서 나갔다면, 저 봉인된 악마는 피할 수 있는 상대가 분명했다.

‘대장장이가 피할 수 있었다면 나도 피할 수 있겠지.’

-모험가인가?

굵직한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심층부 가운데에 있는 건 거대한 증기기관!

온갖 기계 장치들과 태엽이 얽혀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 한가운데에 갇혀 있는 악마 하나!

-크크…… 너무 두려워할 거 없다.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두려워한 적 없다.”

[중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악마를 속이는 데 실패합니다.]

[에슬라가 당신을 경멸합니다.]

‘젠장!’

제카스는 후회했다. 괜히 허세를 부렸다가 악마한테 얕잡아 보이고 시작하게 생긴 것이다.

애초에 악마 상대로 화술 스킬을 시도한 게 어리석은 짓이었다.

-모험가여, 무엇을 얻기 위해 여기 왔나?

“혹시 여기 온 모험가가 있었나?”

-있었지.

“……!”

-힘을 원하는 대장장이가 왔었지…… 놈은 시험을 통과해서 원하는 걸 얻어갔다.

척하면 척이라고, 제카스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저 봉인된 악마는 시험을 통과하면 보상을 주는 게 분명했다. 가브리엘은 그 시험을 통과해서 보상을 얻어갔고.

-아주 강력한 저주 폭탄을…….

“나는 그 저주를 풀 방법을 원한다!”

-그렇다면 시험을 통과해라.

꿀꺽-

제카스는 침을 삼켰다. 이미 가브리엘 같은 플레이어가 통과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과연 어떤 시험이 나올 것인가?

‘설마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나 기계공학 스킬 관련된 시험이면…… 낭패다.’

이 심층부는 보아하니 기계공학과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크게 관련이 있어 보였다. 가브리엘이 통과를 했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아냐. 난 할 수 있다. 그런 스킬 없어도 이제까지 다 깨 왔으니까!’

그렇게 결심한 순간,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꽈르릉!

제카스가 몇 개의 퀘스트를 깨서 얻은 열쇠로 얻었던 심층부의 문이 박살 나는 소리였다.

나타난 건 망치를 든 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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