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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04화 (304/1,826)

§ 나는 될놈이다 304화

지금 빠르게 따라가도 모자랄 시간에 부서진 기계골렘을 다시 조립한다니.

다른 사람이라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소리가 나왔겠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태현이었다.

아무도 감히 그런 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

[부서진 기계골렘을 다시 수리하려고 합니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제작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기계골렘을 잘못 제조할 경우 폭발할 수 있습니다.]

“…….”

시작하자마자 뜨는 불길한 메시지창들! 태현은 움찔했다.

“저걸 지금 다시 만드는 건가요?”

그래도 태현을 따라온 파티원들은 뒤에서 궁금하다는 듯이 이다비와 케인에게 물었다.

방송에서만 봤지, 실제로 태현이 스킬을 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저 자식은 다른 건 몰라도 기계공학 스킬은 대단하니까 믿어도 될 거야. 현재 플레이어 중에서 저 자식만큼 기계공학을 잘 쓰는 사람은…….”

퍼퍼퍼펑!

“?!”

말하던 케인은 뒤에서 들리는 폭발음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태현이 수리하던 기계골렘 하나가 폭발한 것!

“……많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지금 저 자식밖에 없으니까!”

“…….”

왠지 모르게 자리의 분위기가 좀 차가워진 것 같았다.

* * *

[기계골렘을 수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확인.

태현은 스킬창을 확인했다. 태현의 스킬 트리가 거의 잡캐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주력으로 올리고 있는 스킬을 골라본다면 검술, 마법, 은신, 화술,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 스킬이 있었다.

그중 화술은 서버 최초로 고급을 찍었지만, 다른 스킬들은 이미 고급을 찍은 플레이어들이 몇몇 있었다.

최초 특전은 받지 못하더라도 빨리 고급의 경지에 발을 디뎌야 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믿을 성장은 그것뿐!

‘그나저나 검술은 정말 더럽게 안 오르는군.’

태현이 검사 계열의 직업이 아니긴 했어도, 이제까지 휘두른 검과 잡은 몬스터들을 생각해 보면 가장 많이 쓴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중급 8을 찍고 있는 상황!

중급 대장장이 기술 8 (62%)

중급 기계공학 7 (47%)

‘많이도 따라잡았다…….’

기계공학 스킬이 중급 7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

태현이 얼마나 많은 곳을 폭탄으로 날려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

끼이잉- 끼이잉-

“……?”

스킬을 확인하던 태현은 앞에서 들리는 거슬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기계골렘!

[파손된 기계골렘이 완전히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동, 중.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갑자기 불안해졌지만 태현은 일단 명령을 내렸다.

“던전의 최중심부로 나를 안내해라!”

-알겠, 습니다.

삐걱거리고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계골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저거 믿어도 되는 거 맞아?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잘 움직이는데.”

“소리가 끊기잖아!”

“원래 저렇게 만들어진 거야.”

“너 아까 수리할 때도 폭발했잖아! 저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HP가 1로 떨어지는 저주에 걸린 케인은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폭발이라도 한다면 여기서 태현 빼고는 전원 강제 로그아웃!

* * *

“제카스, 여기야! 우리가 해냈어!”

“아직 다 안 끝났으니까 방심하지 말라고.”

제카스와 친구들은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며 고대 드워프들이 만든 통로 위를 걸어갔다.

지금 던전 입구에 막 들어온 태현 파티와는 정반대의 분위기!

“에이, 너무 빡빡하게 그러지 마.”

제카스의 파티원들은 제카스와 판온 1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친구들이었다.

다른 탐험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팀워크!

그게 제카스의 비결이었다.

언제나 판온 2의 미해결 퀘스트에는 제카스가 나섰고, 이제까지 해결 못 한 퀘스트는 거의 없었다.

“저번에 사디크 화염 퀘스트 실패한 거 기억 안 나냐?”

“그, 그건…….”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

친구들의 말에 제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디크의 화염 퀘스트는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퀘스트였다.

반지가 기록된 문헌을 닥치는 대로 뒤져서 기껏 장소를 향해 찾아갔더니, 성물 반지는 엉뚱한 놈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상대는 하필 한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은 다 짜증 난다니까. 밥 먹고 게임만 하나? 응?”

제카스가 날카롭게 투덜거리자,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제카스 또 시작했다.”

“그러니까 쟤 앞에서 괜히 얘기 꺼내지 말자니까.”

“내가 이렇게 말이 흘러갈 줄 알았냐?”

제카스가 한국인을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판온 1의 랭커였던 제카스가 1:1에서 굴욕적으로 패배했던 상대가 바로…….

한국인 플레이어였던 것!

“게다가 이름도 똑같아! 김태현이라니.”

“알아보니까 한국에서 김태현이란 이름은 흔한 이름이래. 그 김태현도 판온 1의 김태현이랑 이름만 같은 거고.”

“그래도 재수 없다고! 짜증 난다고!”

제카스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야, 곧 방송 켜야 하는데 화 좀 가라앉혀.”

“맞아, 맞아.”

“후, 후, 후…….”

친구들의 말에 제카스는 심호흡을 하며 숨을 되찾았다.

곧 방송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성질이 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개인 방송에서 그는 언제나 매너 있고 친절한 플레이어!

“여기서부터는 방송 들어간다. 3, 2, 1…….”

-지금 제카스 님 들어간 던전에 파티 하나 들어갔어요!

-서둘러! 그러다 뺏긴다!

-김태현이 들어갔음ㅋㅋㅋㅋ 조심해라 ㅋㅋㅋㅋ.

-두유 노 김태현? 두유 노 이세연?

-사디크 화염처럼 또 허탕 칠래? 빨리 하라고! 방송하지 말고!

“?!”

갑작스러운 리플들에 제카스 파티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곧 벌어지는 입!

“어떤 놈들이?!”

“아니, 또 김태현이? 그 자식 우리랑 뭐 원수졌나?”

“제카스! 어차피 역병 저주 걸린 파티라는데? 나눠서 움직이자. 우리가 막을 테니까 네가 들어가서 퀘스트 완료해!”

호흡을 맞춰온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그들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제카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가서 그 기분 나쁜 이름을 가진 한국인 플레이어를 잡아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퀘스트 완료!

“좋아. 그렇게 하자고!”

* * *

“이야, 기계골렘 봐라. 든든하지 않냐?”

“든든하긴…… 한데…….”

“왜 불안한 걸까요?”

아까보다 더 많아진 기계골렘들.

태현은 던전에 들어와서 제카스 파티가 부순 기계골렘을 볼 때마다 자리에 앉아서 수리에 들어갔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태현은 꿋꿋하게 나아갔다.

덕분에 앞에 선 기계골렘들은 늘어나 있었다.

모두 다 삐걱거리며 불길한 소리를 내고는 있었지만…….

-주인이여! 누군가 뒤에서 오고 있다!

“?!”

-신의 예지, 괴물의 천리안!

용용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태현은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태현은 이미 지나온, 파티원들이 있는 통로 쪽이 매우 위험한 상태!

콰쾅!

벽이 뒤집히더니 그 안에서 세 명의 플레이어가 튀어나왔다.

태현의 스킬이 놓치고 지나친 던전의 비밀통로였다.

-분노한 야수의 맹격!

-들끓는 화염 채찍!

반응할 사이도 없이, 나타난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역병 저주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구나!’

태현은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초반부터 저렇게 다 쏟아내듯이 폭딜을 퍼부을 이유가 없었다.

회복하기 전에 폭딜을 퍼부어서 인원을 줄이려는 속셈!

그리고 그 속셈은 정확하게 성공했다.

“안, 안 돼!”

“이건 말도…….”

“왜 갑자기 공격을?!”

별생각 없이 따라오던 파티원들은 기습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쓸려나갔다.

피하는 데 성공한 건 태현과 태현 주변에 있던 케인과 이다비뿐!

각지고 좁은 통로에 스킬과 함께 화염이 몰아쳤다.

“크하하! 맛이 어떠냐!”

“이게 남의 퀘스트를 뺏으려고 하는 놈한테 맞는 벌이지!”

습격자들은 통쾌하게 웃으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남은 파티원들이라도 지키려면 당장 앞으로 달려들어 통로에 퍼진 스킬들을 막아서야 했다.

오기 전에 확인한 걸로 따지면, 저기 있는 태현과 케인이 여기 파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 중 하나!

“……?”

그러나 태현의 표정에는 변화 하나 없었다. 옆에 있던 케인과 이다비도 마찬가지!

“……너희 뭐냐? 왜 안 움직이냐?”

“쫄아서 얼어붙기라도 했나?”

그들은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셋은 자기 앞에서 다른 파티원들이 쓸려 나가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을 사람들!

얼굴에 철판 까는 걸로 승부한다면 언제나 손가락에 드는 사람들이었다.

“야, 대답 좀 해봐!”

대답이 없자 초조해진 습격자 중 한 명이 화염 채찍을 들어 태현을 향해 휘둘렀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튀어 오르며 태현을 향해 덤벼들었다.

-반격의 원!

파지직!

“?!”

가만히 있던 태현은 번개같이 스킬을 사용해 카운터를 날린 후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아!”

-그림자 분신, 그림자 잠수, 그림자 도약!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반격의 원은 자기가 했던 공격을 그대로 돌려보내는 스킬.

화염 채찍이 다시 돌아오자 습격자는 피하느라 태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가장 앞의 습격자와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은 태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 상대하려는 놈들은 다 나 잡으려고 잔뜩 준비해서 오는데, 너희들은 무슨 배짱으로 그냥 왔냐?”

“잠…….”

대답하기도 전에 들어가는 폭딜!

치명타가 연속으로 터지고, 동시에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추가 데미지를 넣었다.

“일단 한 명 잘랐고.”

태현이 가장 앞에서 덤벼드는 사이, 케인은 포션과 스킬로 HP를 회복시키고 달려들었다.

-노예의 쇠사슬!

이제는 안 쓰면 섭섭한 스킬 콤보!

거리를 벌리려던 도적 플레이어 하나가 그대로 케인 앞으로 따라 들어왔다.

“이, 이 자식들…… 파티원들이 죽는 건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거냐!”

도적 플레이어는 발악하듯이 단검 투척 스킬을 사용해 쓰러진 파티원을 향해 던졌다.

막아주지 않는다면 곧바로 로그아웃 당할 공격!

그러나 케인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도적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쾅!

“파티원들에게 공격을 하는 건 참아줄 수 있다! 그렇지만 나한테 공격을 하는 건 참아줄 수 없지!”

“뭐라는 거야?!”

언제나 팀워크를 맞춰 활동해 온 플레이어에게 케인의 뻔뻔함은 이해가 불가능했다.

* * *

“아오, 김태현 그 치사한 자식!”

“그렇게 알려줬는데도 뜯어가다니. 두고 보자!”

“야, 근데 우리가 말한 게 들키지는 않겠지?”

“그걸 누가 알아? 걱정하지 마.”

태현 일행이 던전에 들어온 게 알려진 이유는 하나, 김병국과 최은철이 복수를 위해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투덜거리면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려 들었다.

안 들킬 것 같았지만, 그래도 들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진짜 멀리 떠버려야지…….”

“지금 김태현이라고 했어?”

“……?”

지나가던 플레이어가 둘에게 말을 걸어왔다.

“김태현이라고 한 거 같은데?”

“뭐 어쩌라고?”

“김태현이라고 하면 안 돼? 응? 하면 안 되냐고! 네가 보태줬냐!”

태현한테 뺨 맞고 지나가던 플레이어한테 화풀이하는 둘!

그러나 지나가던 플레이어는 화풀이해도 될 만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쿠르릉-

“?!?!?!?”

갑자기 주변 땅에서 데스 나이트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초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포위되어버린 둘!

“방금 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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