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00화 (300/1,826)

§ 나는 될놈이다 300화

“미쳤습니까?!”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 파티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당장 칼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참은 수준!

그러나 케인은 뻔뻔했다.

레드존 길마였을 때부터 원래 남 괴롭히는 데에는 어느 정도 소질이 있는 케인이었다.

그런 소질이 태현을 따라 다니면서 갈고 닦여진 상황!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케인을 본 파티장은 더욱 기가 막혔다.

“지금 PK 해보자 이거죠?”

“PK? 좋지. 해봐.”

케인은 히죽거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 미소를 본 파티장은 움찔했다.

지금 그는 혼자서 적 파티원들 앞에 끌려온 상황이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집중공격을 당할 상황!

파티장이 당황한 걸 알자 케인은 더 히죽거렸다. 그 미소가 기분 나빠 파티장은 속으로 울컥했다.

‘이 자식이 감히…….’

최근 그한테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

레벨 100을 넘긴 이상, 현재 판온에서는 나름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녀도 되는 수준!

-야, 동시에 덤벼들어! 얼음 장벽 내 앞에 깔고, 뒤에 눈보라 갈겨! 어차피 HP 얼마 없는 놈들이라 금방 죽는다!

파티장은 이를 갈며 파티원들에게 명령했다. 그걸 눈치챈 태현은 웃으며 파티장을 끌어안았다.

“?!”

“우리 친구,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 판온은 사이좋게 해야지. 사이좋게 몰라?”

“이, 이거 놔라!”

“너 존댓말 하던 놈 아니었냐? 존댓말 어디 갔어?”

당황해서 그런지 예의 바른 척하던 파티장의 본심이 나왔다.

태현은 파티장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애들아! 광역기 쓸 거면 여기로 쏴라! 너희 파티장도 같이 죽을 테니까! 지금 HP 쭉쭉 깎이고 있을걸?”

“……!”

그 말을 듣고 당황한 파티장은 자기 HP를 확인했다. 말하고 있는 사이 이미 절반 넘게 떨어진 체력!

“그리고 공격 시작하면 여기 이 친구가 아까 썼던 스킬을 다시 쓸 거야! 그 스킬 회피 안 되거든? 그러니까 무조건 한 명은 역병 저주 걸리고 시작하겠지?”

케인이 갖고 있는 스킬, <노예의 쇠사슬>은 평소라면 그렇게까지 사기 스킬이 아니었다.

그저 상대에게 쇠사슬을 던져 바로 앞으로 끌어오는 스킬.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또다시 싸워야 했다.

그러나 케인이 역병 저주에 걸리고, 걸어 다니는 생체 병기가 되자 전혀 다른 스킬이 됐다.

무조건 걸리는 사람 한 명은 역병 저주로 끌고 들어가는 무시무시한 스킬!

“거기 마법사 같아 보이는데, 네가 광역기 쓸 거지?”

“어? 나?”

“그래, 너!”

태현한테 지목당한 마법사 플레이어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마법 안 쓴다고?”

“쓸 생각 안 했어!”

“정말? 그러면 다른 놈한테 써야겠는데?”

태현의 말과 동시에 케인이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상대 파티원들은 모두 시선을 피했다.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끌려간다!

“왜 시선을 피해? 응?”

“…….”

“애들아! 싸우면 너희 중 한 명은 무조건 역병 저주 같이 맞는 거야. 이런 놈을 위해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 있을까?”

-너희들, 이 XX 말 듣는 거 아니지?!

태현이 말하는 동안, 파티장은 황급히 파티원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러나 대답 없는 파티원들!

심지어 파티장의 애타는 시선마저 피하는 그들이었다.

-야 이 의리도 없는 치사한 XX들아! 이러기냐!

서로 이익을 위해 즉석에서 모인 파티였다. 의리고 뭐고 있을 리 없었다.

태현은 씩 웃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

이 파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 너희 파티장 돌려줄 테니까 알아서 가라. 혹시 습격이라도 하면 가장 먼저 선빵 때린 놈은 무조건 역병 저주행이라는 걸 잊지 말고. 참고로 얘, 역병 저주 걸렸다? 조심하라고.”

태현은 붙잡고 있던 파티장을 놓고 돌려보냈다. 파티장은 얼떨결에 파티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

파티장은 파티원들을 노려보았고, 파티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파티장의 시선을 피했다.

“우리는 들어가죠?”

“네, 네?”

뭐에 홀린 것처럼 태현과 케인의 협박 쇼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쟤네는 한동안 저러고 있을 테니까 내버려 두고 들어가자고요.”

“……네!”

분명 파티장은 따로 있었는데도, 파티원들은 자연스럽게 태현의 뒤를 쫓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

던전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말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비겁한 XX들! 나를 버려?!”

“먼저 끌려가 놓고 뭐라는 거야? 어? 어?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공격한다?”

“이 XX들이 퀘스트만 받으면 다냐!”

“다야! 어쩔 건데!”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추하게 싸운다. 그치?”

“그러게요?”

스킬 하나로 파티를 분열시켜놓고 뻔뻔한 태현과 이다비였다. 그걸 본 태현 파티가 속한 파티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쇠사슬 스킬,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 *

철컥, 철컥-

“몬스터다! 모두 전투 준비!”

원시 드워프 전사가 지하 동굴 안쪽에서 달려 나오자 플레이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맞섰다.

원래라면 그렇게 긴장할 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역병 저주에 걸린 상태!

회복을 해도, 버프를 걸어도, 방심하면 HP가 알아서 쭉쭉 깎였다.

재수 없으면 한 방에 갈 수 있는 상황!

“탱커분들, 스킬 좀 써주세요!”

그나마 가능한 보호막 스킬이나 회복 스킬은 탱커들에게 전부 집중됐다.

-모욕적인 손짓!

-방패 강타!

-방패 휘두르기!

-전투의 고함!

탱커들이 앞으로 달려 들어가 스킬을 사용하자, 원시 드워프 전사들의 공격이 탱커들에게 집중됐다.

타타탕-!

방패 위로 꽂히는 묵직한 공격들.

에스파 왕국 지하에서 종종 보이는 원시 드워프 종족은 일단 무조건적으로 선공부터 하는 호전적인 몬스터였다.

문제는 그런 주제에 머스킷을 사용한다는 것!

머스킷. 판온에서는 꽤 보기 힘든 무기였다.

강력한 한 발 데미지와 쓸데없이 멋있는 겉모습까지. 분명히 인기 있을 법한 무기였지만…….

활용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

대장장이 기술 스킬, 기계공학 스킬은 기본이고, 드워프 종족을 골라야 하는데, 명중률도 나쁜 편에다가 공격 속도도 느렸다.

즉 이런 무기를 쓰는 플레이어는 필수적으로 공격 스킬이 적은 대장장이가 되는데, 그런 대장장이가 명중률도 나쁘고 공격 속도도 느린 머스킷을 든다면 죽기 딱 좋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 보이는 드워프 몬스터는 머스킷을 쓴다는 것!

“아니, 왜 원시 종족이면서 머스킷을 쓰는 거야? 저 자식들 기계공학도 안 배웠을 것 같은데.”

태현은 투덜거리며 은신 스킬을 사용했다.

-행운의 은신!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우기기, 행운의 일격, 강격, 연타, 급소 공격, 격분!

숨 쉴 틈도 없이 폭발적으로 때려 넣는 딜 사이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태현의 공격에 원시 드워프 전사들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다른 딜러들이 공격을 하기도 전에 녹여버리는 공격력!

“????!”

“뭐임????”

뒤에서 공격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눈을 깜박거렸다.

뭔가 착각했거나, 버그가 일어난 거 아닌가 의심할 정도의 폭딜!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래도 다들 레벨 100을 넘긴 고렙이었다.

랭커 중 상위권이 150을 넘어가고, 최상위 랭커들은 곧 200을 찍는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만, 판온에서 레벨 100은 결코 낮은 레벨이 아니었다.

역병 저주에 걸려도 던전에 들어오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당연히 여기 나오는 몬스터들도 그 레벨 안팎이었다.

아무리 탱커가 아닌 딜러 계열의 직업이라도, 저런 식으로 폭딜을 넣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게다가 레벨 100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중 가장 놀란 건 파티장이었다.

분명 레벨 100이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런 식의 딜량이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재빨리 드워프들에게서 아이템을 챙겼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무슨 스킬인가 했더니…….’

태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계까지 가는 고생을 하고서 간신히 얻어온 보상 스킬.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

난해한 스킬 설명 때문에 처음에는 무슨 스킬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무슨 스킬인지 알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할 때 추가로 손이 나와서 도와주는 스킬!

아까도 <강격>과 <연타> 스킬을 때려 넣을 때 허공에서 갑자기 투명한 손이 튀어나와 스킬을 추가로 시전했다.

아무리 간이 큰 태현이라도 섬뜩하게 느껴지는 모습!

어쨌든 덕분에 편하게 정리하기는 했다. 안 그래도 폭딜을 뽑아내는 태현의 스킬 세트에, 이런 식으로 추가타를 넣는 패시브 스킬은 궁합이 잘 맞았다.

“아이템은…… 음.”

원시 드워프의 망가진 머스킷:

내구력 80/220, 공격력 80

스킬 ‘드워프식 사격’ 사용 가능, 공격 시 일정 확률로 폭발.

레벨 제한 100, 종족 제한 드워프, 중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 보유해야 함, 중급 기계공학 스킬 보유해야 함.

원시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머스킷이다. 오래된 물건이라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뭐…… 그대로 쓰기는 좀 애매한데?’

태현이 아이템을 확인하는 동안, 다른 파티원들도 각자 자기 할 일을 했다.

스킬로 일시적으로 HP를 올렸던 플레이어들은 스킬의 쿨타임을 채우며 휴식을 취했다.

역병 저주 때문에 느려진 공략 속도!

덕분에 태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불안정한 장비 제작 스킬을 사용합니다.]

[추가 개조 스킬을 사용합니다.]

[중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중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매우 불안정한 원시 드워프의 머스킷>을 만들었습니다.]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간신히 8이군.’

다른 대장장이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소리를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폭탄을 사용한 온갖 깽판과 레벨 높은 NPC들의 장비를 뺏어서 여기까지 올린 스킬!

매우 불안정한 원시 드워프의 머스킷:

내구력 120/120, 공격력 160

스킬 ‘완전 랜덤 사격’ 사용 가능, 공격 시 매우 높은 확률로 폭발, 낮은 명중률.

레벨 제한 80, 종족 제한 드워프, 중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 보유해야 함, 중급 기계공학 스킬 보유해야 함.

미치광이 기계공학 대장장이가 개조를 마친 머스킷이다. 제작한 사람만큼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쓰지 않을 것이다.

-행운 부여.

[<매우 불안정한 원시 드워프의 머스킷>에 무작위로 버프가 걸립니다.]

‘괜찮네.’

태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머스킷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이딴 무기를 누가 써! 미쳤냐!’라고 하겠지만, 태현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압도적인 행운 스탯으로 대부분의 폭발 확률과 낮은 명중률을 커버할 수 있었으니까.

<불안정한 장비 제작> 스킬로 내구도가 쉽게 떨어지고 파괴가 되는 게 아쉬웠지만, 어차피 태현은 일회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어디까지나 공격 보조용으로!

‘여기 파티원들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니 공격 수단 좀 더 만들어놔야지.’

좁고 구불구불한 공간에, 파티원들이 HP가 낮다 보니 폭탄 공격은 위험했다.

잘못했다가는 팀킬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태현 님, 태현 님.”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