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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97화 (297/1,826)

§ 나는 될놈이다 297화

‘내가 얼마나 선량하게 살아왔는데 말이야…… 판온 1의 놈들이 이상한 거였다니까.’

판온 1에서 태현의 피해자들이 듣는다면 피눈물을 흘릴 생각!

사람은 때때로 원한이 일정 정도를 넘으면 이익이든 뭐든 상관없게 되는 경지가 있었다.

판온 1의 태현이 바로 그런 경지!

-내 캐릭 망가져도 좋다! 저놈 한 번만 죽여보자!

-너 때문에 8개나 깨온 연계 퀘스트가 망가졌다! 죽인다, 김태현!

태현이 괜히 정체를 숨기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현재 판온 2에서 태현의 위치는 한국의 유명 플레이어였다.

국내 유력 방송사의 간판 플레이어 중 하나라 한국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알지만, 해외 플레이어들은 또 달랐다.

태현한테 직접적으로 당한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다른 나라 플레이어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적었다.

한국이 그나마 게임으로 유명한 나라였기에 태현을 아는 플레이어가 나름 있었지, 아니었다면 덜 유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판온 1에서라면 태현은 전 세계적인 플레이어였다.

게임의 최전성기에서 1위와 2위를 다퉜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즉 원한도 전 세계적으로 쌓은 수준이라는 것!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안심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별로 방해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 * *

“오늘 있었던 일은 다 입 다무는 거다.”

차오는 으르렁거리며 길드원들에게 협박했다.

협박에 굴복해서 태현에게 길드 연합의 정보를 알려준 사실!

어찌 보면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배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괜히 알려졌다가는 다른 길드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저희 아까 김태현이 협박할 때 방송도 껐어요!”

길드원들도 양손을 들고 호응했다. 그들도 연합에서 쫓겨나면 불이익이 많았던 것이다.

요리사 직업인만큼 다른 길드의 지원이 필수적!

그러는 동안 태현은 움직이면서 이다비에게 말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시켜서 저기 레스토랑 길드 애들이 배신 때렸다고 광고 좀 날려라. 특히 중국 웹 사이트 쪽에 더더욱.”

“네!”

해맑게 대답하는 이다비.

이런 부분에서는 특히 죽이 잘 맞는 둘이었다.

차오는 설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중국 쪽 판온 관련 사이트에 ‘차오가 정보를 풀었다! 차오가 배신자다!’ 이런 도배글이 올라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 * *

“근데 다른 교단 쪽 플레이어들은 역병 관련 퀘스트도 나오고 그랬다는데, 왜 내 교단은 아무 퀘스트도 없냐?”

“…….”

태현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다른 교단은 다 대륙의 위기다, 뭐다 하면서 퀘스트가 떴다. 그래서 에스파 왕국으로 가는 파티도 꽤 있었고.

그런데 왜 아키서스 교단만?

‘근본이 없어서 그런가?’

교단의 다른 NPC들이 들으면 눈물을 흘릴 생각!

그러나 태현은 냉정했다.

아무리 봐도 아키서스 교단은 뭔가 근본이 없는 사기꾼들의 집합 같은 느낌이었다.

대륙의 위기가 오든 말든 알 게 뭐냐!

설마 그래서 퀘스트도 안 뜨는 게 아닐까? 대륙의 위기가 오든 말든 상관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좀 슬퍼지는데.’

마계에서 들은 아키서스에 관한 진실. 그걸 생각해본다면 은근히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까 에스파 왕국 남쪽에서 파티원들 모으는 파티가 꽤 많은데요? 퀘스트 깨려고 준비하는 파티 같아요. 거기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다비는 게시판을 확인하고서 말했다.

현재 역병 저주를 해결하려고 에스파 왕국 남쪽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두 종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자기들끼리 깨고 자기들끼리 모든 보상을 먹겠다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보통 이런 플레이어들은 랭커가 껴있는 파티였다.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파티, 소규모로 깰 자신이 있는 파티였다.

두 번째는 자기들끼리 깰 자신이 없으니, 차라리 인원을 더 모아 대형 파티로 깨보겠다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랭커들이 없을 뿐 대부분이 고렙이었다. 고렙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이런 대륙 퀘스트에 도전하지도 않았다.

“그것도 괜찮겠네. 일단 남의 퀘스트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되니까.”

역병 저주를 해결만 하면 대장장이 비전 스킬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면 각 교단 전투원들을 전부 모아서 사루온을 레이드 해버리던가!

태현은 진심으로 비전 스킬이 구릴 경우 사루온을 레이드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가죠!”

“잠깐, 다 변장 좀 하자.”

에스파 왕국에서 셋 다 사고를 친 적이 있었기에, NPC들한테 잘못 걸리면 골치 아파졌다.

“전 예쁘게 변장해 주세요!”

“그게 의미가 있나?”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이제 일행은 변장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변장!

[변장 스킬이 오릅니다.]

* * *

“역병 저주 퀘스트 깰 플레이어 구합니다! 역병 저주 걸린 사람은 못 들어와요! 그만 물어보세요!”

“야타 교단 중급 성기사로 역병 저주 해결 퀘스트 받은 사람입니다! 믿고 들어오세요! 다섯 명 선착순! 레벨 제한 있습니다!”

“화염 마법 전문으로 익힌 마법사 구합니다. 최소 중급! 고급이면 무조건 환영입니다!”

“탱커 세 명 구합니다. 대형 방패 다루는 분 우대! 꼭 대형 방패 아니어도 됩니다!”

에스파 왕국의 남쪽 도시, 쿠드바 시에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보였다.

원래 오크 종족을 고른 플레이어들이 많이 시작하는 왕국이다 보니 오크들도 꽤 있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서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접촉하지 않으려는 것!

서로 좀 가까이 다가서면 날카롭게 반응했다.

“왜 다가와! 왜 다가오냐고! 너 저주 걸렸냐?!”

“저주는 무슨! 이 정도에서는 닿지도 않아!”

서로 조금만 거리가 좁혀져도 성질을 부리는 플레이어들!

한 번만 잘못해도 저주에 걸려 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저주에 걸리는 순간 대부분의 파티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저주 걸리면 안 받아주나 본데요?”

“어쩌지?”

케인과 이다비는 당황했다. 둘은 저주에 걸린 상태였던 것이다. 그걸 본 태현은 쯧쯧거렸다.

“어쩔 수 없네. 일단 내가 들어가서 잘 말해볼게.”

“그게 잘 말한다고 되나요?”

“들어가서 실력을 보여주면 되지.”

태현은 자신만만하게 사람을 구하고 있는 파티 하나에 다가갔다.

태현을 본 파티장이 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직업 물어봐도 됩니까?”

“도적 계열입니다.”

판온에서는 파티에 들어가더라도 정확한 직업은 말 안 해도 됐다.

하도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직업의 정체도 가치 있는 정보였던 것이다.

보통 이럴 때 말하는 게 어떤 계열의 직업이었다.

“도적 계열이면 딜 좀 많이 넣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태현의 대답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폭딜 하면 태현, 태현 하면 폭딜!

<아키서스의 화신>은 강력한 행운과 스탯 버프로 데미지를 폭발시키는 직업이었다.

태현은 거기에 특유의 잡캐 정신을 섞어서 더 독특하게 키워가고 있었지만…….

“오, 그래요? 지금 딜러 좀 더 구하고 있었는데.”

태현의 대답에서 자신감을 느낀 파티장은 기뻐했다. 이런 플레이어의 실력은 보통 진짜였기 때문이었다.

“저주는 안 걸리셨고요?”

“네.”

“흠, 또 뭐 있지…… 아. 레벨은 당연히 100 넘으시죠?”

“……네?”

“네?”보통 이런 퀘스트를 깨려는 플레이어들은 레벨 100 정도는 넘기는 고렙 플레이어들!

너무 당연한 조건이라서 굳이 말할 필요 있나 싶었던 조건이었지만, 태현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레벨이 100은커녕…….

80도 안 되는 태현!

“…….”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혹시 안 되시나요?”

“예…….”

“죄송합니다…….”

퇴짜를 맞는 태현!

파티장은 설마 지금 그에게 말을 건, 레벨 100도 안 되는 플레이어가 태현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만약 태현이라는 걸 알았다면 두 손 들고 환영을 했을 파티장!

태현은 쓸쓸하게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어깨에서 낙엽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거절했어요?”

“저분 레벨 100이 안 된다고 하셔서…….”

“아니, 여기 레벨 100도 안 되는데 오신 거예요? 무슨 자신감이래?”

“…….”

태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생각했다.

던전에서 만날 경우 제발 먼저 덤벼와다오!

“빨리 파티원 모으고 던전 들어가야 해요. 지금 이 주변에 파티들이 너무 많다니까.”

“관련 정보들이 많아서 헷갈릴 정도야. 그러고 보니 김태현은 저주 안 걸린다는 말 있던데, 이거 진짠가?”

“그 도적 랭커도 걸렸는데 김태현은 어떻게 안 걸린 거지? 그냥 헛소문 아니에요? 피했다던가?”

“김태현 직업이야 워낙 말 많으니까, 숨겨진 스킬로 막았을 수도 있겠지.”

“이번에 사건 터뜨린 가브리엘이 김태현 제자라는 썰이 있던데. 그거 진짜일까요?”

“내가 나름 김태현 방송은 다 챙겨보는데, 김태현 방송에서 가브리엘 나오는 걸 못 봤거든? 차라리 케인이면 모를까.”

이제 하다못해 태현의 제자 취급을 받는 케인이었다.

“그러면 역시 가브리엘과 상관이 없는 건가?”

“그래도 난 김태현이 여기 올 거 같긴 해.”

“어, 진짜요? 왜요?”

파티장의 말에 파티원이 화색을 보였다.

“자기 이름이 나왔잖아. 김태현이라면 나타나서 해결하려고 할 거 같단 말이지.”

“와, 저 김태현 한번 직접 보고 싶었어요!”

그러는 동안 태현은 뒤에서 쓸쓸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상황!

“김태현이라면 충분히 올 법해.”

“그렇죠?! 저 진짜 기대되는데.”

“야, 우리가 깰 생각을 해야지.”

“헤헤, 그렇긴 해요.”

“이거 깨기만 하면 교단 공적치는 무조건 보장된다. 이거 깨고 성기사들 데리고 다닐 거야.”

* * *

“왜 돌아왔냐?”

케인은 놀라서 물었다. 태현 정도의 실력이라면 파티에 못 들어가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제한에 걸려서.”

“뭔 제한?”

“가만히 있어 봐. 다른 데 갔다 올 테니까.”

“뭔 제한에 걸린 건데?!”

태현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파티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레벨 100 이상은 되시죠?”

“저희는 레벨 110 이상만 받습니다.”

“아니, 레벨 90도 안 되는데 왜 여기 왔어?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이 사람이 아주 날로 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날카롭게 돌아오는 반응들!

태현은 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놈을 잡고 이 파티원들한테 확 던져버려?’

역병 저주를 퍼뜨려 버리고 싶은 충동!

태현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런 태현에게 이다비는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그럴 수도 있지요.”

“……더 괴로우니까 그만둬……!”

비난보다 더 괴로운 동정!

그러는 와중, 태현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차려입은 장비만 봤을 때에는 꽤 고렙이었다.

“저, 파티 구하세요?”

“?”

“저희 파티 들어오실래요?”

“레벨 100 제한 같은 건?”

“하하, 저희는 괜찮아요.”

“!”

“대신 저희는 지금 파티원 중에 역병 저주 걸린 플레이어들이 좀 있어서…… 싸울 때 좀 힘드시긴 할 거예요.”

그랬다.

사실 지금 역병 저주를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걸린 플레이어들이었다.

해결 못 하면 플레이 자체가 힘든 상황!

“저희는 지금 다들 저주 걸린 상태라, 숫자가 좀 많아야 할 거 같아서 많이 모으고 있어요. 대신 회복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안 되고, 알아서 싸우셔야 해요.”

질보다 양!

역병 저주에 걸린 플레이어들이 선택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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