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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96화 (296/1,826)

§ 나는 될놈이다 296화

칼이 겨눠진 플레이어는 머뭇거리며 차오에게 다가갔다.

“뭐하는 짓이야, 이 자식아! 돈 받았잖아!”

“어, 어차피 나한테 안 옮아도 저기 다른 놈들한테 옮을 거 아냐!”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둘이 투닥거리며 말싸움을 하자, 태현이 친절하게 중재에 나섰다.

“거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껴안고 화해해.”

“…….”

“자, 빨리!”

차오와 플레이어는 진짜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 껴안았다.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내뱉던 둘의 극적인 화해!

……는 물론 아니었다.

-죽고 싶냐? 응? 미쳤냐?

-이렇게 된 게 너 때문이잖아! 김태현이 역병 저주 걸렸으니까 한 방이라고 한 게 누군데!

차오와 플레이어는 험악하게 으르렁거렸다.

서로에게 억울한 게 많은 그들!

차오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가 저주만 걸리고 가게 된 플레이어는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짝짝짝-

태현은 손뼉을 쳤다.

“이렇게 화해하니 얼마나 보기 좋아. 너희들도 좋지?”

“…….”

“…….”

둘 다 대답이 없었다. 서로를 뚱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

“안 좋냐? 좋게 해줘?”

스르릉-

“좋아! 좋다고!”

“그래. 이렇게 훈훈하니 참 좋잖아. 내가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

아무도 믿지 않는 거짓말을 하며 태현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

“이리로 오라고.”

“저, 저희는 왜요?”

“뭘 왜야. 이 자식들아. 같이 와놓고. 맞고 올래? 아, 맞으면 못 오겠구나? 지금 HP 1까지 내려갔을 테니까.”

“…….”

“그냥 올래? 죽을래?”

우르르-

습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일렬로 늘어섰다.

태현에 의해 완전히 쥐락펴락 당하는 그들!

여기 온 플레이어들은 그래도 나름 한가락 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고렙 플레이어와 랭커 플레이어의 사이에 있는 강자들!

그런데 제대로 된 싸움 한번 하지 못하고 이렇게 제압당한 것이다.

차오 입장에서는 기막혔지만, 사실 그들도 할 말은 있었다.

태현이 저주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몰랐던 데다가, 태현이 <아키서스의 축복>을 걸어버린 다음 역병 저주에 걸린 동료들을 던져 버리는 무식한 방법을 쓸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태현은 판온 1에서부터 이런 부류의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나는 어떻게 싸가지 없는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나? 싸가지 없는 플레이어들을 다루는 101가지 방법>같은 책을 써서 내도 될 정도로 풍부한 경험!

‘몰아붙인 다음 말 잘 들으면 봐줄 거 같은 분위기만 만들면 끝이지.’

이런 플레이어들은 자기 캐릭을 엄청나게 신경 썼다. 한 번 죽기라도 해서 페널티를 받으면 그대로 망하는 거였으니까.

그 점만 노려주면 갖고 놀기 쉬웠다.

“자, 다들 서로 껴안아.”

“잠, 잠깐…….”

“너 지금 내 화해의 시도를 무시하는 거냐?”

아직 저주에 안 걸린 요리사 길드원 중 한 명이 질색을 했지만, 태현은 냉정했다.

여기 온 놈들은 모두 저주에 걸려야 한다!

물론 태현 빼고!

* * *

사이좋게 습격자 전원이 저주에 걸리자,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비해 습격자 플레이어들은 모두 다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가도 됩니까?”

그들은 매우 초라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만큼 했으면 가도 되겠지?

“응? 아니.”

“예? 다 걸렸는데요?”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저주 걸리라고 했어? 내가 한 건 그냥 너희들끼리 화해시킨 거잖아.”

“…….”

“설마 내 선의를 오해한 건가?”

“아, 아니요.”

태현이 또 트집을 잡아서 괴롭힐까 봐 플레이어는 입을 다물었다.

“에이, 난 또 너희들이 오해한 줄 알고 화날 뻔했네. 어쨌든 이제 내 볼일 봐야지.”

“네?”

-어둠의 화살!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회색으로 변해서 사라지는 플레이어의 몸!

“?!?!?!?!?”

모두 깜짝 놀라서 태현을 쳐다봤지만, 태현은 혼자 고민할 뿐이었다.

“검술 스킬을 올릴까…… 이제 좀 있으면 고급이긴 한데. 아냐. 마법을 좀 더 올릴까? 아니면 투척? 앞으로 폭탄 쓸 일이 더 많을 거 같긴 한데…….”

앞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무시하고 무슨 스킬을 올릴지 고민하는 모습!

“아니, 시키는 대로 다 했잖아!”

“잘했어.”

“고마워…… 가 아니라! 시키는 대로 했으면 그쪽도 뭔가 좀 해줘야지!”

“알겠어. 방송 내보내 줄게.”

“그딴 거 말ㄱ…… 크아악!”

태현은 돌멩이를 던져서 플레이어 하나를 새로 때려잡았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습격자 플레이어들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먼저 선공을 한 놈들이었다.

경험치와 아이템이 공짜!

귀찮게 서로 저주를 다 걸게 한 이유는 하나였다.

물론 난이도도 엄청나게 내려가기는 했지만, HP를 1로 만들면…….

‘스킬 경험치를 쌓기가 엄청 쉬워져!’

검술로 즉사, 마법으로 즉사, 투척으로 즉사…….

이제까지 부족했던 스킬 경험치를 쭉쭉 얻을 기회였다.

거의 스킬 경험치의 뷔페 수준!

“방송 내보내 주는 게 싫나? 케인은 못 나가서 안달이던데.”

“내가 언제!!”

케인이 뒤에서 방방 뛰었지만 태현은 가볍게 무시했다.

“흠, 더 창의적으로 스킬을 올릴 방법이…… 아, 요리 스킬도 올릴 수 있겠군.”

“뭔 요리 스킬을 PK로 올려?”

“그런 게 있다.”

태현은 말과 함께 플레이어 한 명을 붙잡고 입에 괴식 요리로 만들었던 요리 하나를 집어넣었다.

[요리로 사람을 쓰러뜨렸습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악명 관리를 하려고 하는데도 이게 잘 안 되네.”

설득력이 없는 말을 하며, 태현은 플레이어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려 나갔다.

그중 덤비려고 하거나 도망치려는 플레이어들은 물론 있었지만…….

가볍게 제압!

정상적인 상태였어도 태현에게는 이길 수 없는 놈들이었다. 저주를 맞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아이템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다 들고 다닐 수가 없네. 이다비, 좀 들어라.”

“네!!!!”

“너 내가 아이템 다 기억하고 있는 거 알지?”

“네…….”

태현에게 속마음을 들킨 이다비는 시무룩해졌다.

사라진 일확천금의 꿈!

여기 온 플레이어들은 딱 봐도 PK 용으로 장비를 맞춰 입고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당연히 현금으로도 가격이 꽤 나가는 장비들!

게다가 태현은 PK시 상대방의 가장 좋은 아이템들만 쏙쏙 빼내는 재주가 있었다.

“우리 친구들은 이제 다 끝났고, 남은 건 너희들이네?”

“!”

“히익!”

태현이 고개를 돌리자 차오의 길드원들은 기겁해서 시선을 피했다.

방금 로그아웃 당한 플레이어들과 달리, PK와 거리가 먼 요리사 플레이어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방금 죽였…….”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현은 친근하게 다가가 차오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누가 보면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을 모습!

차오는 정말 싫다는 표정이었지만 차마 태현의 팔을 치우지는 못했다.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에 걸린 사람과 접촉했습니다.]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을 회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 맞다. 얘 저주 걸려 있었지. 어휴, 몸 관리 좀 하고 다녀라. 왜 저주 같은 걸 달고 다니냐?”

태현은 뻔뻔한 표정으로 차오를 밀어냈다. 차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은 왜 저주에 안 걸리는 거야?’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날고 기는 플레이어들도 다 걸렸다. 재수 없게 자리에 있던 랭커 플레이어도 걸렸다.

그런데 왜 태현만 멀쩡한 거지?

그리고 그런 의문을 품는 사람이 차오만은 아니었다.

-저거 뭐임???

-왜 저주 안 걸리냐??

-걸린 거 아냐?

차오의 길드원 중 방송을 켜놓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레스토랑 길드를 욕하는 사람 반, 정보를 얻으려고 보는 사람 반 정도인 방송!

그래도 중국 쪽 방송인만큼 시청자 숫자가 꽤 많았다.

그리고 그들 눈에 들어온 이해 불가능한 상황!

태현을 공격하려다가 역으로 당한 것까지야 그냥 ‘저 한심한 놈들ㅋㅋㅋ’ 하고 끝냈겠지만, 지금 저 저주가 걸리지 않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저거 뭐하는 놈임?

-김태현이라고 유명한 한국 플레이어임.

-쟤 게임 엄청 재밌게 함. 나 쟤 방송 챙겨서 보잖아.

-뭐하러 한국 놈 방송을 보냐?

-뭐래. 재밌으면 그만이지.

-왜 게임 잘하는 놈들은 다 한국 놈들이지?

-아, 시끄럽고. 그래서 저놈은 왜 저주 안 걸리는 건데? 물어보라고 좀 해.

-넌 저 분위기에서 물어볼 수 있을 거 같냐? 저거 완전 깡패네 깡패!

-김태현 인성 좋다고 하던데?

-뭐? 저게 인성이 좋다고?

태현을 알고 있던 중국인들과, 모르고 있던 중국인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그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상상도 못 한 채, 차오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죽일 거면 빨리 죽여라!”

“뭐? 진짜?”

“내가 겁을 먹을 줄 알았냐? 죽여! 사망 페널티 정도는 얼마든지 회복해주겠다!”

“흠, 네 퀘스트 동선 보면 부활 포인트가 아마 에랑스 수도일 텐데, 그러면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활할 때마다 죽여도 되나?”

“!?!?!”

협박에는 언제나 더 위의 협박이 있었다.

차오가 생각한 것보다 언제나 더 앞서나가는 태현!

“지금 저주 퀘스트 때문에 너 도와줄 놈들도 별로 없을 텐데? 네 친구들한테 여기 와달라고 하면 와줄 거 같냐? 나 같아도 안 오겠다. 오면 저주 걸리는데.”

“…….”

차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진짜 죽인다? 죽여도 되지?”

“아, 아니…… 그건 좀…….”

“뭐? 잘 안 들리는데?”

“안…… 죽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꼬리를 내리는 차오!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말해.”

“응? 뭘?”

“너희들 뭉쳤다면서? 대형 길드끼리. 어떤 놈들이 뭉쳤고 어디에서 뭘 하는지 다 말하라고.”

“그, 그건 좀…….”

“죽을래?”

“…….”

* * *

“그래, 이렇게 말해주니 얼마나 좋아?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필요 없어! 꺼져!”

“응? 뭐라고?”

“필, 필요 없다고…….”

차오에게서 대형 길드 연합의 정보를 얻어낸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별로 위협이 될 거 같지는 않은데?’

태현을 싫어하는 길드 연합이라고 김태산한테 들은 것 때문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보니…….

거의 오합지졸 수준!

대형 길드 연합은 중국 쪽 대형 길드 몇 개와 유럽 쪽 길드, 미국 쪽 길드와 한국 쪽 길드가 연합한 형태였다.

그중 태현에게 원한을 가진 차오나 쑤닝 같은 놈들이 있었고.

문제는 여기에서 태현에게 원한을 가진 길드보다 가지지 않은 길드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태현을 공격하려고 해도 의견이 통일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각자 이기적으로 굴 때가 많았다.

지금도 말을 들어보니 태현을 공격하는 것보다 이번 투기장 프로 리그를 준비하려는 길드들이 더 많았다.

솔직히 이해가 갔다.

태현을 한 번 죽여 봤자 얻는 건 속 시원한 것밖에 없지만, 투기장 프로 리그에 참가해서 이름을 알린다면 비교도 안 되는 이익이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 그래. 역시 사람이라면 그래야지. 판온 1 때 놈들이 이상한 거라니까?’

태현은 안심했다.

판온 1 때는 태현 하나 잡겠다고 모든 걸 걸고 달려드는 놈들이 정말 많았다.

어지간한 PVP는 자신 있는 태현도 질릴 정도로!

역시 그게 이상한 거였고, 판온 2가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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