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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92화 (292/1,826)

§ 나는 될놈이다 292화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케인도 태현을 이상한 놈 보듯이 보고 있었다.

갑자기 상점 안에 들어가서 한다는 소리가 저거라니!

그러나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핫핫. 내 정체를 눈치채다니. 훌륭하다! 너는 시험을 통과했다!”

펑!

상인의 몸이 연기로 뒤덮이더니, 근육질의 악마의 모습으로 변했다.

[악마 대장장이, 사루온을 찾았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악마들만이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의 제한이 풀립니다.]

[계속해서 악마들과 상대할 경우, 안 좋은 소문이 퍼질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인간치고는 대단하군!”

‘…….’

태현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아무나 붙잡고 ‘너 마족 개XX 해봐!’라고 하려고 했다고는!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내 정체를 알아챘으니 그런 대담한 말을 한 거겠지?”

“물론! 그 이유 외에는 상상할 수도 없지!”

‘아, 이 사람 아무나 붙잡고 나올 때까지 마족 개XX 해봐 라고 하려고 했구나…….’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서는 이다비만이 진실을 알아차렸다.

[칭호:위대한 파괴자를 갖고 있습니다.]

[칭호:자폭하는 기계공학자를 갖고 있습니다.]

[칭호:악마의 혓바닥을 갖고 있습니다.]

[칭호:악마를 속인 자를 갖고 있습니다.]

[사루온의 친밀도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기계공학 비전 스킬 퀘스트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이제까지 해오면서 쌓아왔던 칭호들!

그 칭호들은 사루온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성을 날리고 악마를 속이고 자폭을 하는 짓들이야말로 악마 대장장이의 취향!

“너는 너무 대단하군. 언젠가 제자가 되고 싶은 놈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래서야 뭘 시킬 게 없는데.”

“안 시키고 그냥 비전 스킬을 주면…….”

“그건 안 되고.”

[설득에 실패합니다.]

‘쯧.’

태현은 혀를 찼다. 메시지창을 보고 날로 먹을 수 없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전에 깨야 하는 퀘스트들은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까지 저지른 온갖 사건들 덕분!

‘폭탄을 많이 터뜨려서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는 더 많이 터뜨려야겠군.’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하는 태현이었다.

“으음. 고민이 되는데. 너 정도 되는 인간은 워낙 드물어서,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줄…….”

“……수는 없고, 너 정도 되는 인간에게 어울리는 퀘스트는 뭐가 있을까…….”

사루온이 뭔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 퀘스트를 시키려고 하자, 태현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꼭 어려운 걸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끄럽고.”

“그보다 무슨 비전 스킬인데? 보상은 알려줘야지!”

“퀘스트, 퀘스트…….”

사루온도 태현 못지않게 성격이 꼬여 있는 악마!

둘이 자기 할 이야기만 하는 사이, 밖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렸다.

콰콰콰콰콰콰콰쾅!

“?!?!”

사루온은 고개를 들고 외쳤다.

“이 소리는…… 폭탄의 소리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폭탄!”

“그쪽이 터뜨린 건가?”

“무슨 소리야? 내가 한 게 아니다! 그보다 궁금해지는군. 이 도시에서 나 말고 이 정도 되는 폭탄을 터뜨릴 존재가 있다니!”

* * *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판온의 주인이 된다!”

“가브리엘 만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소리가 에랑스 왕국 거리에 울려 퍼졌다.

확성 아이템을 사용해 크게 키운 목소리!

“저거 뭐하는 미친놈이야?!”

“컨셉질은 너네 집 안방해서 해!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요리 쏟았잖아, 이 자식아!”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데도 플레이어들은 당황하거나 겁을 먹지 않았다.

당연했다.

여기는 에랑스 왕궁 앞 거리!

기사단부터 시작해서 강력한 NPC들이 우글거리는 마굴이었다.

여기서 무슨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바로 달려와서 제압될 수밖에 없었다.

가끔가다가 저렇게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이 소란을 피웠지만, 언제나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어? 저거 가브리엘 아니야?”

“가브리엘이 누군데?”

“예전에 대장장이들끼리 손잡고 길드 하나 쓰러뜨린 놈들 있어.”

눈썰미 좋은 플레이어 한 명이 가브리엘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유명한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가브리엘은 듣보잡 그 자체!

하루에 판온 유명 인사들이 수십 명이 넘게 나오고, 판온 게시판에는 온갖 사건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이름 없는 길드 하나 잡은 가브리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야! 그만하고 꺼지라고!”

“자꾸 방해할래?”

순식간에 쏟아지는 야유!

보통 사람들이라면 당황할 법도 했지만, 가브리엘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

“들어라! 이제까지 우리를 구박하고 업신여긴 놈들아! 기계공학 스킬을 배웠다고 푸대접한 놈들아!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말 한마디 했는데 순식간에 야유의 세례가 쏟아져 들어왔다.

“저놈 언제까지 저러는 거야?”

“뭐하려고 올라간 거냐? 폭탄이라도 던지게? 여기 사제들 많아서 폭탄 터뜨려 봤자 데미지도 안 들어가!”

“네가 김태현인 줄 아냐?”

가브리엘은 그 말을 듣고 홱 고개를 돌렸다. ‘네가 김태현인 줄 아냐’라고 말했던 플레이어는 그 기세에 움찔했다.

“그래, 말 잘 했다! 나는 김태현이 아니지! 하지만 김태현에게서 배웠다!”

태현이 듣는다면 ‘내가 언제 가르쳤어, 미친놈아!’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오늘 기계공학이 얼마나 강력한 스킬인지, 우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겠다! 봐라!”

“???”

“진짜 폭탄이네?”

“터뜨려 봤자 얼마나 크겠어.”

“혹시 모르니까 방어막 좀 걸어놓을까?”

타타탁-

저 멀리서 병사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가브리엘이 만든 폭탄은 그런 수준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것이 기계공학의 정수!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폭탄이다!”

콰콰콰쾅!

“……!”

“……?”

폭탄이 터지자, 녹색 연기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

그러나 그뿐!

아무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가브리엘의 말에 움찔했던 플레이어들도 두리번거리더니 상황을 깨닫고 비웃기 시작했다.

“터뜨리는 거 실패한 거냐! 푸하하!”

“그러니까 기계공학이 욕을 먹지! 그것도 못 터뜨리냐!”

야유에도 가브리엘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외쳤다.

“멍청한 놈들. 폭발만이 기계공학이 아니다!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병에 걸리게 됐다는 걸!”

“???”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에 걸렸습니다.]

[HP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뭘 이딴 걸 갖고 난리야?”

“맞아.”

플레이어들은 코웃음을 쳤다. 이런 식의 디버프나 저주는 수십 개도 넘는 종류가 있었다.

이제 와서 딱히 가브리엘의 폭탄에 겁을 먹을 이유는 없는 것!

“저주 걸린 분들 여기 오세요! 제가 해제해드리겠습니다.”

“HP는 제가 힐해드릴게요!”

광장에 모인 사람 중에서 사제 직업들도 꽤 있었다. 저주 해제에 자신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손을 들고 사람들을 불렀다.

-하급 체력 회복.

-데메르의 저주 해제!

그러나…….

[해제할 수 없는 저주입니다.]

[해제할 수 없는 저주입니다.]

“???”

“뭐, 뭐야?”

“왜 저주 해제를 못 해?”

“안 되는데? 해제가 안 돼!”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네 레벨이 낮아서 그렇겠지. 여기 고렙 사제 있으니까 이분한테…….”

“저, 저도 안 되는데요?”

처음에는 사제가 실패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사제 문제가 아니었다.

저주의 문제!

“으하하하하! 기계공학 대장장이를 무시한 놈들! 자기 렙 좀 높다고 게임 내에서 횡포를 부리고 다니던 놈들! 앞으로도 그러고 다닐 수 있나 보겠다!”

“야 이 미친 자식아! 이 저주 풀어!”

“저주를 푸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알아서 잘 해봐라!”

가브리엘은 다짜고짜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여기서 다시 재접속을 할 경우 바로 감옥에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지금 병사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나가면 페널티를 크게 받는 상황.

그러나 가브리엘은 상관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레벨이나 경험치, 스탯이나 스킬 같은 건 이미 포기한 가브리엘이었다.

원하는 건 단 하나.

판온에 제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의지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자리에 있던 전원에게 퀘스트창이 떴다.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을 막아라–대륙 퀘스트>

대륙의 가장 사악한 저주 중 하나인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누군가가 그 저주를 찾아 대륙에 퍼뜨렸다.

저주를 해결하라.

보상:?, ?????, ?????????

대륙 퀘스트!

대륙 규모 퀘스트인 주제에 짧고 간단한 설명.

그러나 경험 많은 플레이어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거 어려운 퀘스트다!’

‘일단 이 저주를 피해야 해. 걸리면 위험하다!’

대륙의 가장 사악한 저주라니. 뭔지 몰라도 일단 걸리면 위험해 보였다.

폭탄이 터진 광장에 있지 않던 플레이어들은 소식을 듣고 재빨리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에 걸린 사람과 접촉했습니다.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에 걸렸습니다.]

“뭐?!?!?”

걸린 사람과 접촉만 해도 저주가 옮겨붙는 강력함!

단순하지만 무시무시한 효과였다.

기겁을 한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가는 100% 저주 감염!

몇몇 재빠른 플레이어들은 스스로에게 버프를 걸었다. 저주를 막아낼 수 있는 각종 버프!

그렇지만 의미가 없었다.

[저주 방어의 축복이 무시됩니다.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에 걸렸습니다.]

“뭐 이런 미친?!?!”

대륙의 가장 사악한 저주 중 하나라는 게 괜히 붙은 이름이 아니었다.

방어 불가능에, 걸린 사람과 접촉하면 바로 전염되는 강력함!

“가브리엘인가 가부리살인가 하는 그 XX 어디 갔어?!”

“찾아! 죽여 버린다!”

“이거 풀고 가라 그래!”

패닉하는 사람들!

방금까지 요리 축제로 흥겨웠던 광장은 고함과 욕설로 가득 찬 장소로 변해버렸다.

그나마 저주에 걸린 플레이어 중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저주인지 확인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거 대체 어떤 저주지?’

HP가 쭉쭉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거 말고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거라면 죽으면 풀리는 저주 아닐까?

“안 돼! 나 지금 사망 페널티 받으면 안 된다고!”

“물약 어딨어?!”

잃을 게 많은 플레이어는 절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여기 광장에는 잃을 게 별로 없는 저렙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그들은 저주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죽으면 풀리는 거 아냐?”

“한 번 죽지 뭐.”

그러나 그들은 죽지 않았다.

정확히 HP가 1에서 멈췄기 때문이었다.

딱 1!

지나가는 쥐한테 한 대 맞으면 죽는 HP!

“???”

“더 안 내려가는데?”

HP가 1로 고정되자, 몇몇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공격해서 피를 깎았다.

어차피 사망 페널티는 별로 없으니 그냥 죽어서 해결하자!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왕국 광장 곳곳에 자해하는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지는 플레이어들!

저렙 플레이어들이야 저런 선택이 가능했지만, 고렙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이, 일단 밖으로 나가자! 여기 있으면 저주를 풀어도 다시 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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