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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90화 (290/1,826)

§ 나는 될놈이다 290화

“뭐야?!”

차오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만큼 당황한 것이다.

이제까지 다른 플레이어들에 대해 태현이 혹평을 했을 때에도 차오는 놀라지 않았다.

‘내 계략이 통했구나’나 ‘역시 실력이 부족한 놈들이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리 까다로운 귀족이라도 그의 요리를 먹고 불평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심혈을 기울인 요리!

온갖 비열한 속임수를 쓰지만, 차오가 요리사 직업에 쏟은 노력과 시간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차오가 쏟아온 땀과 노력과는 상관없이, 태현은 바닥에서 미친 듯이 굴러댔다.

뒹구르르!

데굴데굴!

누가 봐도 맛이 없어서, 아니, 맛이 끔찍하게 괴로울 정도로 없어서 보여주는 리액션!

“쿠헉헉! 커헉! 컬헡헉!”

태현은 인간이 냈다고는 보기 힘든 괴성을 질러댔다.

“…….”

그 위로 날아오는 주현영의 따가운 시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 상황의 진실을 알고 있는 주현영의 눈빛은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시선 하나 때문에 멈췄다면 태현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

-뭐하시는…… 거예요……?

-맛이 없어서.

-그게 어떻게 맛이 없어서 보여주는 반응이에요?!

주현영이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상상을 벗어난 태현의 바닥 구르기 쇼!

-와, 나도 상상도 못 했지. 이렇게 맛이 없을 줄이야.

-…….

-사람이 맛이 없으면 이렇게 구르게 되더라고. 나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 되니까 귓속말 그만할게. 안녕!

-네? 잠깐만요, 잠깐만요!

주현영의 귓속말은 쿨하게 무시하고,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변은 정말 조용했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정적이었다.

태현의 구르기 쇼가 불러온 효과!

“흠. 흠.”

태현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먹어본 요리 중 최악의 요리군.”

“말도 안 돼!!”

차오는 발작하듯이 외쳤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내 요리가 어디가 잘못됐길래!”

“어허, 감히 어디서!”

태현은 엄격, 진지,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태현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진심에 호소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 그 태도를 보니 확실히 알 수 있군. 자네의 요리는 오만에 가득 차 있네! 먹는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 실력만 과신하는 오만함만이 느껴지는군! 진정한 요리는 그런 게 아닐세.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요리! 그게 진정한 요리야!”

“……그게 뭔 개소리??!?!”

차오는 기막혀서 외쳤다.

실력이 있으면 요리가 맛있는 거지 뭔 오만이 나온단 말인가!

그러나 태현은 차오를 설득하려고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그럴듯한 말을 한 이유는 하나!

분위기 조성!

[자리의 귀족들이 당신의 설득에 감동합니다.]

[차오의 요리 평가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차오를 아주 확실하게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태현!

계략을 꾸미는 데에서 태현은 차오와 차원이 달랐다.

괴식 요리 스킬을 활용해서 상대방의 요리 맛을 망치고, 거기에 혹시 모를 수습을 대비해 분위기까지 불리하게 만드는 철저함!

“다, 다른 귀족들…… 다른 귀족들이 먹으면 다를 거야!”

차오는 현실을 부정하듯이 외쳤다. 그러나 아니었다.

‘먹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먹으면 더 확실해지지.’

다른 귀족들이 먹어도, 태현과 같은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태현이 넣은 아이템은…….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점액질:

신 잡아먹는 괴물의 몸통에서 나온 점액질이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요리를 만들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무조건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짐.

넣는 것만으로도 요리를 완벽하게 망쳐버리는 식재료!

다른 귀족들이 차오의 요리를 입에 대는 순간 태현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여줄 게 분명했다.

“요리는 마음! 마음을 담아서 하는 요리를 배우게!”

남의 요리에 이물질을 넣어놓고 당당하게 연설을 하는 태현!

짝짝짝짝짝-

왕이 손뼉을 치기 시작하자, 귀족들도 따라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연출되는 감동적인 분위기!

진실을 아는 주현영만 입을 작게 벌리고 쳐다볼 뿐이었다.

* * *

-적당히 해주세요!

주현영의 귓속말을 무시하고, 태현은 주현영 앞에 섰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차오도 저렇게 망신을 당하고 그들도 망신을 당했는데, 주현영 같은 플레이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어헉!”

태현이 비명을 지르자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역시.”

“저럴 줄 알았어.”

“저 귀족 놈 대체 뭐하는 놈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바들바들 손을 떨며 말했다.

“이 맛은…… 물고기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맛이다!”

-그거 죽은 지 사흘 됐거든요? 숙성까지 다 끝낸 거거든요……?

그 착하던 주현영도 태현의 반응에 참을성을 잃고 항의했다.

물론 태현은 끝까지 무시!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의 활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은 이 맛은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

점점 더 따가워지는 주현영의 눈빛.

태현은 멈추지도 않고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그러자 다른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변했다.

나머지 전원이 혹평을 받았는데, 주현영의 요리만 찬양을 받는 믿을 수 없는 상황!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차라리 차오가 이겼다면 ‘저놈 무슨 개수작을 부렸구나!’ 싶었겠는데, 주현영은 아무리 봐도 음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걸 꾸밀 능력도 없어 보였고.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 *

우르르-

태현의 광기 넘치는 시식이 끝나고, 다른 귀족들이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저 또라이 같은 귀족은 몰라도, 다른 NPC는 좀 정상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런, 왜 이렇게 짜나!”

“이 요리는 재료가 좀 이상한 거 같군!”

“퀡툵퉭퉭!”

그러나 이미 요리의 맛은 틀어진 상황!

게다가 차오의 요리를 먹은 귀족은 아까 태현보다 더 격렬하게 마비 증상을 보였다.

물론 가짜로 연기를 한 태현과 달리, 진짜 마비 증상을 겪은 귀족 NPC는 분노해서 차오에게 달려들었다.

“이 건방진 요리사 놈! 무슨 요리를 만든 것이냐! 감히 폐하 앞에서!”

“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놈! 네가 먹어봐라!”

“???”

차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요리에 손을 뻗었다.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이놈을 당장 쫓아내라!”

[요리 평가를 최악으로 받습니다. 왕궁 내 당신의 평가가 매우 하락합니다.]

[명성이 떨어집니다.]

[에랑스 왕국의 요리사들이 당신의 이름을 듣고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잠깐만! 뭔가 잘못된 거야! 잠깐만!”

차오는 그렇게 외쳤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질질질-

결국 친위대 병사들에게 끌려나가는 차오!

귀족 NPC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왕까지 전부 시식을 마쳤지만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현영의 요리 외에는 전부 다 크고 작은 수작이 부려져 있는 상황!

그 결과, 국왕은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주현영의 요리를 골랐다.

“이 요리가 가장 훌륭하군.”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충성충성충성!”

“허허, 역시 테란드 남작이야. 요리란 무엇인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남자야.”

“감사합니다, 폐하!”

[에랑스 국왕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태현은 슬슬 테란드 남작의 이름으로 쌓아 올린 게 진짜로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죽 쒀서 남 주는 일 아닌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꼬리가 길면 잡힐 테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어야 했다.

“오늘 가장 뛰어난 요리사는 주현영, 그리고 가장 뛰어난 미식가는 테란드 남작으로 하겠네.”

국왕의 입에서 말이 나오는 순간, 태현의 앞에 메시지창들이 우르르 뜨기 시작했다.

[에랑스 왕궁 미식가 중 가장 뛰어난 미식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주현영이 에랑스 왕궁 요리사로 임명되었습니다. 사제 관계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스킬 <완벽한 미식>을 얻습니다.]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에랑스 왕국 내 요리사들과 미식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장한 상태라 받지 못합니다.]

[…….]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태현이 메시지창을 확인하며 싱글벙글하는 동안, 요리사 랭커 파즈는 굳은 표정으로 주현영에게 다가갔다.

“역시, 이번 퀘스트에서 경계해야 하는 플레이어는 그쪽이었군.”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변명은 하지 않겠다.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차오 때문이겠지. 이런 음모를 꾸밀 사람이라면 차오밖에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저런 비열한 놈이 아니라 네가 우승한 거겠지.”

주현영은 차마 파즈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지금 이 일의 원인은 저기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귀족(으로 변장한 태현)이었기 때문!

“차오의 음모를, 너는 실력으로 극복했고,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 차이였을 뿐이야. 훗. 나도 아직 멀었군.”

“아니, 그런 게 진짜 아니…….”

“현실에서 셰프라고 받들어주고 게임 안에서는 랭커라고 받들어주니 자만했던 모양이야. 처음부터 다시 수련하겠다.”

“…….”

주현영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제 뭐라고 말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너도 현실에서 요리사인가?”

“그렇긴 한데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네 이름을 기억하도록 하지. 다음에는 지지 않겠어!”

파즈는 멋지게 말하고서 빙글 돌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야. 매너 좋은 사람이네.”

“……!”

어느새 태현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주현영은 가늘어진 눈초리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아니~ 나도 나름 안 끼어들려고 했는데, 요리가 다 저 모양이잖아. 먹어봤어? 내가 오바한 게 아니라니까.”

주현영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었겠죠. 태현 씨도 퀘스트를 깨야 하니까요.”

역시 태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선량한 마음씨!

“이해해 주니까 고맙네.”

“게다가 저 혼자서 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 같고요. 차이가 좀 크다고 느꼈어요.”

“에이,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붙게 되면 또 훼방을 놓으면…….”

“…….”

“……안 되나?”

“다음에는 실력으로 이기게 해주세요. 그때까지 요리 스킬 올릴 테니까!”

주현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 그랬다가는 정말로 태현이 다음에도 나타나서 괴상한 음모를 꾸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는 지금 들어가서 국왕님 만나고 시험적으로 요리 몇 개 해야 해요. 퀘스트 메시지창이 떠서요.”

“나는…… 음…….”

“태현 씨는 괜찮으세요?”

“사실 안 괜찮지.”

태현의 직감은 언제나 잘 맞는 편이었다.

그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버티면 위험하다고!

‘소란은 다 일으키고, 묶어 놓은 귀족도 있으니까 슬슬 도망쳐야지.’

더 뽑아먹고 싶기는 했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 같았다.

‘그냥 정문으로 나가도 되려나?’

“테란드 남작, 우리와 같이 식사 좀 하겠나?”

“……!”

생각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까 같이 시식을 한 귀족 NPC들이 태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바로 튀려는 태현에게는 낭패인 상황!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필요하면 부탁할게.

태현은 자신만만하게 그들을 따돌리고 나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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