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85화
갑자기 어색해지는 분위기!
하긴, 대륙의 위기를 막기 위해 보낸 교단의 원정대는 싹 사라지고 태현 혼자만 돌아왔으니 이상하게 보일 법도 했다.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게 당당함!
“크흑,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 * *
“그런 일이!”
[데메르 교단의 성기사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데메르 교단의 사제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갑니다. 아키서스 교단 관련 퀘스트의 난이도가 내려갑니다.]
태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약간 살을 더 붙여서 이야기했을 뿐!
이야기 속에서 태현은 다른 교단의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희생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흑흑…… 감동적이에요…….”
“왜 네가 감동을 받냐?!”
눈시울이 붉어진 이다비를 보며 케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바로 손을 내밀었다.
“……?”
“보상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속여 넘기느라 실컷 떠들었으니, 이제 보상을 받을 때!
태현이 신전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몇몇 플레이어들이 깜짝 놀랐다.
“저거 김태현 아니야?”
“맞네. 옆에 케인…… 어? 케인 맞나? 장비는 맞는 거 같은데.”
“이번에 마계 관련 퀘스트 깼다는데, 벌써 돌아온 건가?”
MBS는 준비가 끝나자마자 대대적으로 예고편을 광고하고 있었다.
프리카 투기장 리그와 함께 MBS가 전력을 다해 밀고 있는 투탑 중 하나!
마계에 관해 밝혀진 게 거의 없었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현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케인 얼굴에 달고 있는 건 뭐지? 일부러 저러는 건가?”
“뭐지? 자기과시?”
“마계에 갔다가 저주 걸린 아이템 쓴 거 아니야?”
“하긴, 마계에서는 별것이 다 있을 테니까. NPC한테 잘못 속으면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케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속긴 속았는데, 악마 NPC가 아니라 태현한테 속았기 때문!
태현이 왔다는 말이 퍼지자 신전의 다른 곳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빠르게 달려왔다.
“우와와! 김태현! 여기 좀 봐줘!”
“태현이 형! 여기 좀 봐주세요!”
시끄럽게 떠드는 플레이어들을 본 케인은 작게 말했다.
“왜 다 남자들밖에 없냐?”
“……시끄러.”
태현은 갑자기 판온 1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의 팬들은 대부분 다 남자들밖에 없었던 것!
‘게다가 내 팬이었던 놈들은 뭔가 좀 이상한 놈들이 많았어……’
“태현이 형이 이쪽을 봤어! 우와악! 죽어도 좋아!”
“그러면 죽던가.”
“끄아악! 나한테 말을 걸어주셨어!”
“…….”
매몰차게 말을 했는데도 오히려 좋아하는 소년 팬을 본 태현은 멈칫했다.
이건 거의 광기 수준!
‘왜 내 주변에 있는 놈들은 다 이런 놈들이지?’
자기 인성은 생각 안 하고 뻔뻔하게 고민하는 태현!
그렇게 기다리는 도중 데메르 사제들이 붉은 융단 위에 올려진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김태현 백작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장착.
[아키서스의 권능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귀걸이가 부서집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직업 스킬들의 레벨이 오릅니다.]
[스킬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
스킬을 사용할 때 일정 확률로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도와줍니다.
*현재 스킬 레벨 1
‘???’
태현은 메시지창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난해한 스킬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서 도와준다는 게 무슨 소리야?’
태현은 일단 넘겼다. 패시브 스킬인 만큼 다른 스킬을 쓸 때 알게 되리라.
그보다 지금 고민해야 할 건 다른 것!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정수:
신 잡아먹는 괴물의 힘이 담겨진 정수다. 먹으면 죽는다.
복용 시 사망.
스킬 <권능 포식> 획득.
‘지금 쓰는 게 낫겠지?’
태현은 한 번 사망할 수 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 스킬 중 <부활>이 있었던 것이다.
쿨타임이 더럽게 길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 번은 사망 페널티 없이 부활이 가능!
쿨타임이 긴 만큼 일찍 쓰는 게 좋았다.
게다가 여기는 데메르 신전 안. 여기만큼 안전한 곳도 드물었다.
-복용.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스킬 <권능 포식>을 얻었습니다.]
[스킬 <부활>을 사용합니다.]
[부활합니다.]
[체력이 오릅니다.]
[칭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얻었습니다.]
“커헉!”
“……너 뭐하냐??”
케인은 갑자기 태현이 뒤로 쓰러졌다가 앞으로 벌떡 일어서자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몸개그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
“살짝 죽었다 살아났다.”
“????”
옆에서 떠드는 케인은 무시하고, 태현은 새로 얻은 스킬 확인에 몰두했다.
<권능 포식>
다른 교단의 권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권능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현재 조건의 일부를 충족시키고 있는 교단은 사디크 교단, 데메르 교단입니다.]
[사디크 교단의 권능을 얻습니다.]
[사디크 교단의 권능을 얻습니다.]
[데메르 교단의 권능을 얻기에는 달성한 조건이 부족합니다.
‘……?’
태현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멈칫했다.
일단 <권능 포식> 스킬은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스킬이었다.
한마디로 제한을 없애주는 패시브 스킬!
데메르 교단의 권능 같은 건 그 교단에 들어간 성기사나 사제가 아주 오랫동안 퀘스트를 깨고 공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비장의 스킬이었다.
물론 다른 교단을 믿거나, 데메르를 믿지 않는 플레이어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스킬.
일종의 직업 제한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런데 이 <권능 포식> 스킬은 그런 제한을 아예 무시하는 스킬!
단순하고 별거 없어 보였지만 매우 강력한 스킬이었다.
‘바로 쓸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잠재 능력이 어마어마해.’
태현이 멈칫한 이유는 <권능 포식> 스킬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왜 사디크 교단?
데메르 교단은 이해가 갔다. 일단 태현이 나름 많이 도와준 교단이었으니까.
이번 신 잡아먹는 괴물 토벌 퀘스트를 주도한 것도 데메르 교단이었고, 태현은 그 부탁을 받아서 퀘스트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퀘스트의 난이도를 생각해 본다면, 데메르 교단의 공헌도가 꽤 쌓였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걸로 데메르 교단의 권능을 얻기 위한 조건을 일부 충족시켰다면 말이 됐다.
‘그런데…… 사디크 교단은 왜 뜬 거지?’
고민하던 태현은 깨달았다.
조건이 꼭, 그 교단을 도와서 퀘스트를 깨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약탈도 가능한 거구나!’
교단과 친해져서 교단의 퀘스트를 깨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예 그 교단과 척을 지고 싸워서 약탈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디크 교단이 있다는 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
-사디크 교단 조건 확인.
[현재 충족시키고 있는 사디크 교단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디크의 계시 방해.
-사디크의 성기사단 제거.
-사디크의 사제단 제거.
-사디크의 신전 파괴.
-사디크의 신수 처치.
-사디크의 성물 반지 확보.
-사디크의 꺼지지 않는 화염 제거.]
태현은 새삼스럽게 느꼈다.
아, 정말 사디크 교단을 많이 괴롭혔구나!
괴롭힘에도 고객이 있다면 사디크 교단은 VIP!
<권능을 약탈하라-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
교단의 권능 스킬을 얻기 위해 꼭 그 교단의 신을 믿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정수를 먹고 그의 권능을 훔쳤다.
현재 대륙에서 여러 신의 권능을 가질 수 있는 건 오직 당신!
그리고 지금 당신이 확보하고 있는 권능은 사디크의 권능이다.
지난번 전투 이후 그림자로 숨어들어 간 사디크 교단을 찾아 고위 NPC들을 처치하라.
-아탈리 국왕의 삼촌, 안토니오.
-사디크 교단의 기사단장.
-사디크 교단의 대사제.
보상:사디크의 권능.
확인 후 뜨는 퀘스트창.
태현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서스의 권능을 하나 얻기 위해 퀘스트를 깬 것과 똑같았다.
사디크의 권능도 마찬가지로 얻기 위해서는 관련 퀘스트를 하나씩 깨야 했다.
‘전부 다 얻는 건 무리더라도 좀 쓸만한 거 몇 개는 확보해 두고 싶은데……’
지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행운을 0으로 만드는 저주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에반젤린은 사디크 교단 쫓아다니나?’
행운 0 되겠다고 사디크 교단을 쫓아다니던 뱀파이어. 태현은 에반젤린이 뭐하나 궁금했다.
‘일단 스킬부터 확인하자.’
현재 태현이 얻은 사디크의 권능 스킬은 2개.
그중 행운을 0으로 만드는 저주가 있다면 솔직히 엄청난 행운이었다.
‘레벨 업 대박이다……!’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경험치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
그러나 세상은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사디크의 화염>
사용하는 화염 관련 스킬에 사디크의 화염 속성을 추가합니다.
<마수 소환>
악명 스탯과 명성 스탯의 차이만큼을 사용해 사디크의 마수를 소환합니다. 마수는 한 번 소환하면 되돌려 보내기 전까지는 다시 소환할 수 없습니다.
-악명이 명성보다 더 높을 경우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경우 사용한 만큼 명성 스탯이 줄어들고 악명 스탯이 올라갑니다.
“……!”
아쉽게 저주는 못 받았지만, 나름 괜찮은 스킬들이었다.
<사디크의 화염>은 사디크 교단의 밥줄 같은 기본 권능이었다.
언제나 화염에다가 신성 속성에 온갖 걸 다 붙여서 스킬로 응용하는 게 사디크 교단의 전술!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화염 관련 스킬이 너무 없다는 건데.’
하다못해 그 흔한 <화염구>나 <화염 화살> 같은 마법 스킬도 없는 태현이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건 대장장이 쪽!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쓸 때 사디크의 불꽃을 쓸 수 있었다.
아키서스의 행운과 사디크의 불꽃을 동시에 사용해서 아이템을 만든다면?
기존 대장장이들은 절대 만들 수 없는 유니크한 아이템도 제작 가능!
‘게다가 기계공학에도 쏠쏠하겠어.’
스킬 생기자마자 벌써 폭탄으로 누군가를 날려버릴 생각을 하는 태현!
사실 태현에게 영향을 받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지금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엄청난 테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걸 전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태현!
‘그에 비해 마수 소환 스킬은 좀…… 당황스러운데.’
한마디로 현재 명성이 악명보다 높았을 때, 명성 스탯을 내리고 악명 스탯을 올려서 마수를 소환하는 스킬이었다.
사디크 교단에 들어간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악명 스탯이 명성 스탯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사디크 교단은 악 성향 교단이었으니까.
그런 교단의 퀘스트를 깨다 보면 악명이 높아지기 마련!
사디크 교단에 들어간 플레이어라면 악명을 내리고 명성을 높이기 힘들 테니 이 스킬을 사용하려면 고생을 꽤 해야 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있는 건 명성!(물론 악명도 만만치 않게 높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착하게 살 거 그랬나?’
이제 와서 씨알도 안 먹히는 후회를 하는 태현이었다.
-스탯 확인.
명성 : 8,960
악명 : 6,920
어마어마한 악명 스탯이었지만, 그보다 명성 스탯이 더 어마어마했다.
무려 2천 가까이 되는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