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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79화 (279/1,826)

§ 나는 될놈이다 279화

안 그래도 적이 많은데 판온 1의 적들까지 굳이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태현이 거기 못 나가면 죽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나갈 생각은 없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명성을 얻고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팀을 만든 다음 합동 훈련을 하고 있었지만…….

태현에게는 그냥 길가의 돌멩이 같은 것일 뿐!

때마침 배장욱에게 귓속말이 들어왔다.

-태현 씨, 잘 지내셨습니까? 전화를 안 받고 게임 중이셔서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시죠? 마계 퀘스트 관련해서 문제라도?

배장욱은 멈칫했다. 마계 관련해서 말하려고 귓속말을 보낸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쓸데없는 컨셉 같은 건 안 잡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해도 될까?’

이제까지 그냥 녹화된 영상을 줬던 것과 달리, 이번 영상은 오히려 편집하는데 더 고생이었다.

그러나 배장욱은 참았다. 괜히 태현의 기분이라도 상하면 어쩌겠는가!

-아뇨. 문제는 전혀 없고요. 이건 다른 건으로 연락 드렸습니다. 혹시 이번 판온 2 프리카 투기장 리그 이야기 들으셨나요?

방금 케인과 이야기하던 그 대회를 말하는 것 같았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말은 들었죠.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사실 이번 투기장 리그를 주관하는 방송사가 바로 저희 MBS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도 제 후배고요. 그래서…… 이번에 태현 씨가 가능하다면 대회에 참가시키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네? 그거 예선 통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방송국 재량으로 몇 팀 초청이 가능합니다. 만약 태현 씨가 되신다면 당연히 태현 씨를 초청하겠죠.

* * *

태현한테 말하지는 않았지만, 배장욱은 태현이 들었다면 기겁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태현이 수락하고 나면 이세연한테 연락해서 이세연한테도 초대를 할 생각!

‘꿈의 팀이 완성되는 거지.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이번 프리카 투기장 리그는 엄밀히 따지면 국내용 리그였다.

판온 2가 전 세계적인 게임이기는 했지만 주관하는 방송사가 MBS고, 해외 참가자들도 꽤 있긴 했지만 역시 한국 플레이어들이 다수!

사실 한국 플레이어들이 판온 2에서도 많은 편이긴 했다.

국민 숫자에 비하면 이상하게 높은 플레이어 숫자!

그렇지만 배장욱의 후배, 차수한은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만약 이번 투기장 리그가 판온 1처럼 실패하지 않고 성공한다면, 좀 더 커질 수가 있다.’

전 세계적인 규모로 굴러가는 투기장 프로 리그!

한국 기업들이 스폰서로 붙고 한국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인 리그가 아닌, 전 세계의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가하고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는 프로 리그.

다른 게임에서도 이미 몇 번 전례가 있었다.

차수한은 그런 그림을 꿈꾸고 있었고, 배장욱은 그 생각에 감탄하고 동의했다.

‘확실히 가능성 있어. 지금 다들 그렇게 판온 2를 좋아하면서, 의외로 판온 2 내에서 프로 리그가 없잖아.’

MMORPG 게임인 판온 2의 특성 때문이었지만, 이번 투기장은 그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국내 리그여도 해외 사람들의 관심을 대거 끌 수 있는 플레이어들!

* * *

물론 배장욱과 차수한의 원대한 꿈과 태현의 생각은 별개였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바빠서요.

-……네…….

예상은 했지만 반응이 나오니 뭔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반응!

배장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다시 말했다.

-그러면 혹시, 나중에라도 시간 괜찮으시면 이벤트전이라도 참가하실 수 있으십니까?

-예? 그러면야 뭐…….

태현은 별생각 없이 수긍했다.

이벤트전이면 한 번 참가해서 하는 것일 테고, 그 정도면 크게 관심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여차할 경우에는 시간 핑계로 피할 수 있었으니까.

“뭔 이야기 하고 있었냐?”

케인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방금 말한 투기장 프로 리그에 초대 팀으로 참가할 생각 있냐는데.”

“뭐?! 어디서?!”

“MBS가 주관하잖아. 그럴 능력이야 있겠지.”

“가자! 하자!”

“싫어, 인마. 지금 퀘스트 깨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지금 퀘스트가 문제냐! 판온 랭킹도 좋지만 그건 솔직히 하기 힘들잖아!”

나름 레벨 높다는 랭커들이 수두룩하고, 대형 길드까지 끼어서 치고 받는 상황.

솔직히 판온 랭킹 순위권에 드는 건 까마득하고 가능 없어 보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도 있고, 업고 있는 길드들 능력 차이도 크고…….

그에 비해 이번 투기장 프로 리그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가 가능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케인 옆에는 태현이 있지 않은가!

“랭킹보다 이번에 생길 투기장 프로 리그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케인의 눈동자는 이글거렸다.

“제대로 잡으면?”

“제, 제대로 잡으면 스폰서도 붙을 거고, 정식 프로게이머로 생활할 수 있을 거 아니야.”

“너 왜 말을 더듬냐?”

“내, 내가 언제?”

“그보다 스폰서가 필요해? 난 딱히 프로게이머 안 해도 상관없는데.”

둘의 대화를 듣던 이다비가 끼어들었다.

“태현님 정도면 이미 프로게이머 아닌가요?”

“내가 프로게이머였나?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생각해 보니 방송인에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네요.”

느긋한 둘의 대화를 듣던 케인이 애가 타서 발을 굴렀다.

“야! 이런 기회가 어딨냐! 지금 이거 참가하려고 온갖 놈들이 다 몰려드는데! 그놈들은 예선에서 구르고 굴러서 통과하는데 우리는 그냥 프리패스잖아!”

“저거 완전 날로 먹으려는 놈이네. 다른 사람들은 노력하는데 혼자 치사하게 그러고 싶냐?”

“내, 내가 제안한 것도 아니고 방송국에서 제안한 거잖아……!”

태현은 케인을 무시하고 이다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쟤는 왜 저런대? 투기장을 원래 좋아했나?”

“아까 말한 이유 때문 아닐까요?”

“무슨 이유?”

“정식 프로게이머로 생활할 수 있는 거요. 태현님이야 지금 방송국하고 계약해서 게임 방송 나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입이 되겠지만…….”

사실 태현은 그 수입 없어도 상관없기는 했다.

태현 명의로 되어 있는 건물들!

그 건물들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수입들!

이걸 알았다면 이다비와 케인은 ‘이런 금수저 XX!’라면서 비난을 퍼부었을 것!

“케인 님은 그런 것도 없잖아요.”

“개인 방송은 안 해?”

“그건 아무나 하나요. 그것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그리고 케인 님은 그…… 레드존 망하고 나서…… 방송을 접으셨…….”

“…….”

갑자기 케인을 향해 날아오는 동정 어린 시선들!

“뭘, 뭘 그렇게 봐!”

“음……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 날 동정하지 마!”

방방 뛰는 케인. 태현은 이다비에게 물었다.

“잠깐. 너도 돈 좋아하지 않나?”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왜 투기장 참가하자는 소리를 안 해?”

“그야…… 자신이 없으니까요?”

이다비는 냉정한 현실주의자였다.

이번 프리카 투기장 프로 리그는 ‘모두에게 평등한 투기장’, ‘레벨은 잊어라! 실력만 있으면 된다!’ ‘지금까지의 투기장은 잊어라! 완벽한 투기장이 온다!’ 같은 광고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지만…….

이다비가 보기에 그건 허위광고였다.

밸런스가 맞춰진다고 해서 실력 없는 사람이 갑자기 강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판온 2의 랭커들은 대부분 다 실력이 좋은 플레이어들.

결국 여기 투기장 프로 리그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건, 현재 판온 2의 랭커들일 가능성이 컸다.

“제가 참가해 봤자 이길 것 같지 않은데요.”

“네가 케인보다 낫다.”

태현의 말을 들은 케인이 발끈했다.

“내가 뭘! 그리고 이다비 말은 예선부터 다 이기고 올라와야 하는 사람들 기준이고, 우리들은 초대잖아! 바로 본선에서 싸울 수 있는 거라고!”

“그래도 없는 실력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돼! 나는 이번에 실적이 필요하다고! 집에서 얼마나 눈치보이는 줄 알아?!”

“응?”

케인은 아차 싶었다. 쪽팔리게 이런 본심을 말하다니!

케인을 쳐다보는 둘의 눈빛이 더욱 더 동정심 짙게 변했다.

“그런 사정이…….”

“죄송했어요. 제가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 아냐! 그냥…… 그냥 한 소리였어! 우리 집 별로 나한테 눈치 안 줘!”

“케인. 그냥 솔직하게 말해라.”

“……언제까지 게임만 할 거냐고…… 뭐라도 좀 해보라고…… 크흑…… 개인 방송 다시 시작해야 하나…….”

“개인 방송이라도 해봐. 얼마나 모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태현은 케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처절한 이유!

“방송만 하면 자꾸 리플에서 비웃는 놈부터 시작해서 너랑 엮는 놈들이 많단 말이야…….”

케인은 징징거렸다.

그가 태현한테 얼마나 시달렸는지도 모르는 놈들이 리플에서 ‘김태현이랑 노니까 좋냐!’, ‘자존심 어디 갔냐!’ 이런 말들을 해대니 정말 억울했던 것이다.

숨겨졌던 케인의 뒷사정!

그러나 이번에는 이다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걸로 흔들리면 안 돼요!”

“?!”

“그런 리플 몇 개 받았다고 흔들리시면 방송할 자격 없어요. 꿋꿋하게! 당당하게! 스스로를 믿고 계속해야죠!”

“그, 그런…….”

평소에는 침착하던 이다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자 케인은 당황했다.

그걸 본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파워 워리어 길마가 저런 소리 해도 되나?’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꽤나 감동적인 이야기다’ 싶었겠지만, 온갖 곳에 광고를 달고 다니는 파워 워리어 길마인 이다비가 저런 소리를 하니까 뭔가 좀 의아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모든지 열심히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내가 너무 나약했…….”

반성하려던 케인은 멈칫했다.

“아니, 잠깐만. 이 모든 게 그냥 투기장 프로 리그 나가면 해결되는 거잖아! 이건 심지어 어려운 것도 아니야! 초대만 받으면 돼!”

“아, 싫다니까.”

“왜!! 왜!!!!”

“그냥 싫어.”

“빼애애액!”

케인은 바닥에 누워서 버둥거렸다. 다 큰 남자가 저러는 모습을 보는 건 상당히 괴로운 일이었다. 태현과 이다비는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그냥 두고 가자.”

“그러죠! 그런데 방송국에서 혼자만 초대했나요?”

“응? 무슨 소리야?”

“이번 투기장 프로 리그는 5인 투기장이잖아요. 5명이서 팀.”

“어라? 그러게? 나만 초대했는데. 내가 5명 구해서 오라는 뜻이었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장욱 성격에 태현한테 5명 팀을 맞춰서 오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MBS면 계약한 플레이어들 많으니까, 5명 못 구해오면 거기서 인원 맞춰주려는 거 아니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다.”

태현은 별 생각 없이 넘겼다. 배장욱이 누구랑 맞춰주려고 했는지 안다면 뒤집어졌을 태현!

그러나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 * *

“투기장 프로 리그요? 재밌긴 한데…… 솔직히 시간을 너무 잡아먹을 거 같아서 걱정이네요.”

“이세연 씨는 참가하게 되면 초대 팀으로 참가하게 될 겁니다. 예선을 통과할 필요 없이, 경기할 때만 투기장으로 오셔서 하고 가시면 됩니다! 공간이동 주문서나 그런 이동 수단은 저희가 다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배장욱은 열렬하게 말했다. 이세연이라도 참가한다면……!

“아뇨…… 그런 건 저도 있어요. 음, 일단 고민해 볼게요. 5명 팀은 제가 알아서 구성하면 되겠죠?”

“물론입니다.”

“잠깐만요.”

이세연은 무언가 떠올랐다. 이렇게 그녀한테 초대가 왔다는 건……?

MBS가 김태현한테도 초대했을 가능성이 컸다.

“혹시 김태현도 초대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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