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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74화 (274/1,826)

§ 나는 될놈이다 274화

태현은 반쯤 포기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원래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걸로 마음고생 하면 자기만 손해!

‘그래…… 이번 기회에 용용이나 성장시키자. 확실히 그렇게 행운 스탯을 써서 얻은 신수인데 좀 소홀하게 키우기는 했지.’

이제까지 태현이 얻은 경험치를 생각해봤다면, 용용이를 제대로 밀어줬을 경우 용용이의 레벨이 200 정도는 진작에 넘겼을 것이다.

* * *

“던전 출구네요.”

“들어서면 보스 몬스터 나오겠지? 모두 회복하고 버프 걸 수 있는 거 다 걸죠.”

“아, 잠깐만.”

주섬주섬 보스 레이드를 준비하는 길드원들을 향해 태현이 말을 걸었다.

“……?”

“사진 좀 찍자.”

“사진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인데…… 컨셉샷? 부탁을 받아서.”

“아, 방송인가요?”

구성욱은 태현이 뭘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태현은 MBS와 계약한 상태. 태현이 한 번 나올 때마다 MBS의 방송 시청률은 크게 치솟았다.

MBS가 데리고 있는 랭커들은 많았지만, 태현은 이세연과 함께 시청률의 투톱이었다.

검증된 보증수표, MBS의 쌍두마차!

물론 태현은 자기가 이세연과 같이 묶여서 생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면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원래 누구를 무서워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태현이었지만, 이세연은 조금 달랐다.

-그 여자 좀 이상해!

뭔가 상대하다 보면 드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태현은 MBS와 계약한 상태였고, MBS가 이런 대형 떡밥을 놓칠 리 없었다.

처음으로 방송에 공개되는 마계의 모습!

아무나 나와도 시청률 기본은 보장되었을 텐데, 당사자가 태현이었다.

‘나 같아도 궁금해서 보겠다.’

“어. 뭐 어떻게든 찍어도 상관없다면서, 이번에는 꼭 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부탁하니까 마음이 좀…….”

“하하, 과장도…….”

“아니, 진짜 울먹거리던데.”

“…….”

집 앞까지 찾아온 중년의 아저씨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울먹거리는 건, 그 뻔뻔한 태현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공을 들여서 편집된 동영상을 가져다줄 생각!

배장욱이 들었다면 기겁을 할 생각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주셔도 됩니다!!

원래 이런 동영상 편집,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초보자가 괜히 자기들끼리 연출해봤자 이상하고 어색한 모습만 나올 뿐!

태현이 아무리 뛰어난 플레이어라도 방송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태현은 그것도 모르고 자신만만했다.

“자, 자, 모두 모여 봐. 그럴듯하게 자세 좀 잡고 들어가자고.”

검은 바위단의 길드원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태현의 말에 따랐다.

그들도 손해 볼 건 없었던 것이다. <검은 바위단>이 엄청 유명한 길드는 아니었지만, 길드원 중에는 개인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플레이어 중에서 방송에 나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케인이었다.

“잠깐!”

“……?”

“야 이 자식아…… 방송 나간다면서 이딴 아이템을 줘?”

케인은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로 인한 부작용!

케인은 태현 밑에서 구르고 깨지고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위안을 얻고 있는 게 몇 가지 있었다.

태현 밑에서 꾸준히 레벨 업 하고 있다는 것, 레드존 길마 때는 해보지도 못했던 퀘스트들을 해보며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 돌아다니면 ‘우와, 케인이다!’ 같은 소리를 듣는 것(물론 그 뒤에 ‘김태현은 없나?’ 하는 소리가 따라오지만)…….

이런 것들이 케인을 충성충성충성하게 만들었다.

이제 케인은 은근히 이미지 욕심을 냈다.

태현의 오른팔 같은 별명으로 불려졌을 때는 살짝 울컥했지만, 이제는 싫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추한 모습이라니!

이런 코와 귀를 달고 방송에 나가야 한다니!

그건 절대 안 됐다. 케인은 미래를 예감했다.

-김태현 마계 편에서 케인 나온 것만 모아 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향후 10년간은 인터넷을 떠돌 부끄러운 흑역사 확정!

케인이 필사적으로 반대하려고 하자 태현은 하론 사제를 불렀다.

“저주 해제하면 되지 않나? 하론 사제. 데메르 교단인데 설마 장비에 걸린 저주 해제를 못 하겠어?”

“물론입니다. 해제를 원하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저주 감지>!”

하론 사제가 다가가자 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론 사제는 데메르 교단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렙 사제 NPC. 이 정도 저주는…….

“어…….”

“……?”

갑자기 불안해지는 느낌.

“김태현 백작님, 이 저주는 풀면…… 아이템이 파괴됩니다.”

“뭐라고?!”

케인은 하론 사제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역시 이름에 괜히 악마가 들어간 게 아니었군.”

“이 자식은 왜 혼자서 냉정하게 납득하고 있는 거야!”

“아, 어쩔 수 없잖아. 좋은 아이템 얻은 걸로 만족해, 인마. 욕심은 많아서. 세상의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 거야.”

욕심 많기로는 케인이 만나본 사람 중 1위인 태현!

그런 태현이 저런 소리를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 아이템 박살 내고 방송 나올래?”

“끄으응 끄으으으응…….”

그러기는 싫었다. 솔직히 말해서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는 좋은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계에서 구한 아이템 아닌가. 대륙으로 돌아가면 못 구할지도 몰랐다.

그런 걸 방송 하나 하자고 파괴시키기는…….

“아, 좋은 생각이 났다.”

“……?”

“얼굴만 안 나오면 되잖아.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거야.”

“그런 좋은 방법이!”

케인은 태현의 말에 반색했다.

생각해보니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하면 아무도 그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귀와 코를 꼈다는 걸 모르지 않겠는가!

“좋아! 그렇게 하자고!”

케인이 신나서 말하자,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끼어들려고 했다.

모자이크로 처리하면 뭔가 더 이상하게 될 것 같았던 것이다.

“어……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읍읍!”

“쉿. 귀찮으니까 그냥 내버려 두자고.”

태현은 이다비의 입을 막았다. 귀찮아서 대충 말한 제안이었는데, 설마 케인이 냉큼 좋다고 받아먹을 줄은 몰랐다.

* * *

“김태현 왔습니다!”

“좋아! 전체 화면에 다 영상 틀어. 오늘부터 편집 들어간다!”

배장욱은 손을 비비며 거대한 화면들에 시선을 돌렸다. 태현의 시점으로 녹화된 영상들을 다각도로 틀어주는 시스템!

숙련된 프로들이 이런 시스템을 사용해서 편집을 하니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요즘에야 MBS하고 계약한 워낙 뛰어난 플레이어들이 많아서 잊혀졌지만, 예전 MBS는 ‘악마의 편집’이란 별명이 붙었었다.

별로 재미없는 내용도 그럴듯하게 편집해서 예고편으로 사기 쳤던 전적 때문이었다.

“김태현이 따로 말 남겨 놓은 게 있는데요?”

“뭔데?”

“‘방송하기 좋으시라고 자세 좀 잡아봤습니다’라고…….”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그러나 배장욱은 경험 많은 프로였다. 그는 침착하게 다른 사람들을 다독였다.

“괜찮아. 우리가 편집하면 되잖아.”

“그, 그렇죠?”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요. ‘케인 얼굴에는 모자이크를 해줘라’라고…….”

“???”

배장욱을 포함한 전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뭐 그건 어렵지 않으니까…….”

왜 그런 걸 하는지 이해는 안 갔지만, 어려운 건 아니니 배장욱은 흔쾌히 수락했다.

* * *

태현 일행은 마계에서 던전을 깨며 마을 내 평판을 올리고, 배장욱과 MBS 직원들은 열심히 예고편을 만들고 있을 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어떡하지?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쑤닝 길드의 길마, 쑤닝 때문!

태현은 가기 전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부탁했다. 대형 길드 연합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파이 짓을 해달라고.

거기에 이다비는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가능하면 견제까지 해달라고.

그리고 지금, 쑤닝은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잘한다 싶은 플레이어는 무조건 섭외 시도!

-아주 대놓고 움직이던데.

-맞아. 나한테도 들리게 말하더라.

대부분의 대형 길드는 핵심 간부들만 따로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있었다.

일반 길드원들은 확실하게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언제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갈지 몰랐다.

현재 파워 워리어의 길드원 몇 명은 쑤닝 길드로 가입을 시도한 상황.

쑤닝은 그런 그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대놓고 움직이고 있었다.

-숨기고 있는 건 더 있을 거고, 이 정도 섭외하는 건 들켜도 상관없다 그거겠지. 막을 방법도 없을 테니까.

-뭐 준비하는지 알아내야지. 너 거기서 열심히 하고 있냐? 빨리 길드원 등급을 올리라고!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너 중국인인 척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내가 타이완 넘버 원 하려다가 참은 게 몇 번인데!

쑤닝 길드원들은 중국인들이 많았다. 특히 쑤닝과 친하게 지내는 길드 간부들은 전원 중국인!

당연히 거기에 잠입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일단은 중국인인 척을 하고 있었다.

-등급 올리는 건 올리는 거고, 견제는 어떻게 하지?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거 같은데.

-쑤닝 길드한테 섭외받는 플레이어들 습격이라도 할까?

-우리가?

-하하, 물론 농담이지.

-하하하! 웃겼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서로 웃어댔다. 서로의 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습격을 했다가는 역으로 당할 게 분명!

이다비가 이 꼴을 봤다면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더니’라고.

-그래도 견제는 해야 해. 머리를 굴려 봐. 꼭 실력으로만 견제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언제 게임 실력으로만 했어?

-맞아. 우리에게는 뛰어난 머리가 있잖아.

얼굴에 깐 두꺼운 철판과 뛰어난 두뇌. 그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믿고 있는 것이었다.

-음…… 좋은 방법이 하나 있어.

-뭔데, 켄?

켄은 파워 워리어의 간부 중 한 명이었다. 기발하고 뻔뻔한 발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파워 워리어 광고를 돌리는 데 기여를 한 사람!

-판온 1에서 썼던 방법인데, 아직 먹힐 거야.

-무슨 방법인데?

-플라잉 더치맨이란 방법이야. 한번 해보자고.

* * *

“언제 오는 거야?”

전사 플레이어, 최강짱짱맨은 하품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닉네임은 웃기지만 그는 나름 실력이 있는 전사 플레이어였다. 그런 그가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하나.

쑤닝에게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솔로로 플레이하던 그였지만, 쑤닝이 한 제안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길드 연합의 사냥터를 제공받고, 매달마다 일정 골드와 소모품을 지원받으며, 퀘스트와 스킬 관련해서 추가 지원까지.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쑤닝 길드의 악명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대형 길드들이 다 쑤닝 길드와 힘을 합친다는 게 최강짱짱맨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최강짱짱맨 님 맞으세요?”

“어. 나야. 쑤닝 길드에서 나왔나?”

“네. 맞아요. 길드 초대 보낼게요.”

“오케이.”

[판테 님이 당신을 <쑤닝> 길드로 초대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

최강짱짱맨은 별생각 없이 수락했다. 길드 이름이 <쑤닝>이었고, 약속한 시간이었기에 별생각 없이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 순간 이어서 뜨는 메시지창.

[판테 님이 <쑤닝> 길드에서 나갔습니다.]

[당신은 <쑤닝>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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