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73화
‘궁극의 폭탄을 만들겠어!’
가브리엘은 그렇게 각오를 하며 동료들과 함께 도망쳤다.
* * *
-대장장이들 또 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봤냐? 자폭 공격! 봄버맨!
-와, 쟤네들 진짜 게임 접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대장장이들을 못 잡지?
-자폭 공격이니까 그렇지.
-완전 갓브리엘임. 나 갓브리엘 팬한다.
-가브리엘 개인 방송 같은 거 안 하나?
-없더라. 갑자기 튀어나왔음.
게시판에 있는 사람 중에서 눈썰미 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제노마 시에서 태현한테 달려든 가브리엘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이거 가브리엘 아냐?
-어? 가브리엘 맞는 거 같은데.
-김태현하고 관계있나?
-기계공학 플레이어인데 당연히 관계있겠지. 기계공학 대장장이 메타의 아버지잖아.
-헉! 가브리엘이 글 올렸다!
-뭐?! 어디에?!
-링크 좀!
태현과 가브리엘의 관계로 떠들던 사람들은 즉시 가브리엘이 올린 글로 향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여 일어나라!>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들이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뭉쳐서 우리를 억누르는 사악한 놈들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레벨, 스킬, 아이템, 다 상관없습니다. 기계공학 스킬만 있으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전포고잖아ㅋㅋㅋㅋㅋㅋ.
-기계공학 혁명가 아니냐 거의?
-지금 도망쳐도 모자랄 상황에서 저렇게 사람 모으면 어쩌겠다고. 더 위험하지 않냐?
-한 달 안에 잡힌다에 건다.
-난 일주일!
사람들은 모두 가브리엘이 곧 잡힐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예상을 뒤집어엎었다. 그는 길드원들의 추적을 피해 완전히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가브리엘과 대장장이들이 어디로, 어떻게 도망쳤는지 한동안 사람들이 떠들었지만 그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당한 길드도 그렇게 잘나가는 길드는 아니었기에 그 사건은 꽤 빠르게 잊혀져 버렸다.
* * *
[<약한 악마들을 위한 아주 쉬운 초급 던전>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이름이…….”
“오히려 불길한데…….”
마계에서 몇 번 싸워본 플레이어들은 메시지창을 보고 오히려 불안해했다.
마계의 기준과 대륙의 기준은 많이 달랐던 것!
-산 자여, 목숨을 두고 가라!
“앗, 스켈레톤이다.”
“저건 약해 보이는데? 입구라서 그런…… 커헉!”
말하던 길드원 하나가 날아갔다. 스켈레톤이 휘두른 공격에 맞고 날아간 것이다.
방패 위로 맞았는데도!
[강력한 충격으로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삐쩍 마른 해골에, 낡아 빠진 강철 대검을 들고 있는 스켈레톤. 아무리 봐도 고렙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방금 들어온 공격은 진짜!
“에드가 날아갔잖아?!”
“스켈레톤이 아니라 데스 나이트 아냐?!”
길드원들은 경악하면서 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강하기는 했지만 물러설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마계의 던전이라니, 난이도가 높은 것만 빼면 정말 잡기 힘든 기회!
게다가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데메르 교단과 태현 파티가 같이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아아!
허공에서 금빛 번개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더니 스켈레톤을 향해 날아갔다.
그 강력하던 스켈레톤 전사도 울부짖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
-크아아악! 아프다! 아파!
바로 용용이가 넣은 공격이었다.
나름 신수인 용용이. 신성 속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마계에서 싸우는 데에 최적화가 되어 있었다.
그런 용용이를 이제까지 꺼내지 않다가 던전에 들어와서 꺼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뭐? 아키서스? 그 개 같은 이름은 왜 꺼내는 거야!
-아키서스의 ‘아’ 자만 꺼내도 네놈의 혓바닥을 뽑아 먹겠다!
아키서스의 이름만 들어도 발작하는 악마들!
대체 왜 아키서스의 이름만 들어도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알 수 없었다.
<고급 화술 스킬>로도 캐묻기 힘든 증오였다.
덕분에 태현은 아키서스의 관련자라는 걸 최대한 숨겨야했다.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건 신수!”
“아키서스 교단의 신수인가 봅니다! 저 아름다운 자태를 보십시오!”
으쓱!
용용이는 던전을 날아다니며 날개를 으쓱거렸다. 순간 태현은 용용이의 덩치가 뭔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응?’
[아키서스를 적대하는 악마를 쓰러뜨린 것으로 신수가 성장합니다.]
-……그걸 왜 네가 먹냐?
-일, 일부러 먹은 게 아니다!
이제까지 태현은 몬스터를 잡았을 때 나오는 경험치를 거의 독식했다.
용용이와 같이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경험치를 용용이한테 몰아주면 용용이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 용용이가 나타났을 때 드래곤 브레스로 섬을 날려버렸던 걸 생각해본다면 매우 그럴듯했다.
그러나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용용이는 적당한 선까지만 회복시키고, 나머지는 자기 성장에 전념했다.
용용이가 회복하려면 얼마나 경험치가 필요한지 모르니까!
게다가 용용이의 본 모습은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었다.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강하고 레벨 높은 몬스터. 거기까지 필요한 경험치는 막대할 것이다.
안 그래도 <아키서스의 화신>처럼 레벨업 하기 힘든 페널티를 갖고 있는 직업인데, 용용이와 경험치까지 나눴으면 태현은 아직도 저 밑 레벨에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용용이가 경험치를 먹고 성장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태현이 먹어야 할 경험치를!
-놈의 힘이 알아서 들어오고 있다, 주인이여!
-왜 그런 거지?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까지는 태현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여기 있는 몬스터들과 아키서스 교단.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태현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이, 쓰러진 스켈레톤이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이 공격…… 설마, 아키서스냐!
마계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는 이름, 아키서스!
‘대체 아키서스가 이 마계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구석 던전에 있는 몬스터까지도 이름을 알고 있냐?’
스켈레톤은 음산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크크큭…… 아키서스를 믿는 놈이 이 마계에 오다니. 지금 당장 자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악마들이 널 안다면 절대로 그냥 죽이지 않을 커허허헉!
“이 자식은 다 죽어가는 놈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죽어. 죽으라고.”
퍽, 퍼퍽!
혹시 남은 경험치라도 조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태현은 스켈레톤을 후려갈겼다.
그러나 아무 메시지창도 뜨지 않았다.
그 사실이 태현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영혼석이라도 내놔. 내놓고 죽어!”
“…….”
뒤에서 태현에게 버프를 걸던 하론 사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영웅이라기보다는 깡패에 가까운 모습!
* * *
-용용아, 너는 잠깐 물러서 있어!
-치사하다, 주인이여!
-네 레벨이 나보다 높잖아!
힘을 회복한 용용이의 레벨은 레벨 100을 넘긴 지 오래였다. 그에 비해 태현은 아직도 레벨 70대!
태현은 용용이에게 몬스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거의 다 죽인 스켈레톤 전사! 그 전사를 향해 용용이가 뿜어낸 번개가 살짝 튀었다.
그러자…….
[아키서스를 적대하는 악마를 쓰러뜨린 것으로 신수가 성장합니다.]
-꺼어억.
-…….
-헛! 주인이여. 방금 소리는 실수다!
-그거 말고 맞춘 게 실수겠지!
태현이 다 잡았는데, 막타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용용이가 경험치를 먹었다.
즉, 용용이가 경험치 관련해서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것!
태현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계 때문에 그런 거겠지? 마계 밖에 나가서 잡아도 용용이가 오르는 건 아니지? 그러면 진짜 위험한데…….’
용용이가 성장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태현이 성장할 것까지 뺏어서 성장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 직업이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라 <드래곤 테이머> 같은 걸로 바꿔야지!’
용용이가 한 대만 쳐도 경험치를 먹어버리면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콰드득!
그 순간 던전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튀어나왔다.
“죽음의 손이 너희를 덮치리라!”
해골 지팡이가 빛나더니 저주가 날아왔다. 회피 불가능한 저주!
[망자의 차가운 손길에 걸렸습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
[HP가 감소합니다.]
태현의 약점, 회피 불가의 저주 공격들.
이런 저주들은 보통 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무조건 명중하는 대신 데미지와 효과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커다란 마법 사이에 끼워 넣는 자잘 자잘한 공격 같은 것!
그렇지만 마계의 던전쯤 되자 스켈레톤 마법사가 쓰는 저주도 어마어마했다.
콰지직!
태현의 발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걸 본 하론 사제가 당황해서 주문을 외웠다.
-무조건적인 저주의 해제!
“캬하하핫! 사제여, 그런 짓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
-현혹되는 마계의 구덩이!
허공에 검은색 구체가 생겨나더니, 하론 사제가 건 버프 주문이 무효화됐다.
“저놈을 공격해라! 저놈이 우두머리다!”
“움직이지 못하는 놈이다!”
스켈레톤 마법사들은 사납게 웃으며 태현을 조준했다. 마법사 몬스터답게 지능이 높았다.
다른 몬스터들과 싸우는 걸 보고 학습해서 태현을 먼저 노리는 것!
방심한 상황에서 기습을 하고, 거기에다가 태현에게 효과적인 저주까지. 아주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게다가 사제들의 버프와 치료까지 막기 위해 치밀하게 수를 썼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사제가 없고 회복 방법이 없어도 회복 가능한 수단!
-노예의 헌신!
바로 케인!
태현에게 걸린 디버프 스킬을 전부 다 자기에게 갖고 오는 스킬.
케인의 발이 꽁꽁 얼어붙고, 태현은 재빨리 풀려나 스켈레톤 마법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고렙 몬스터라고 해도 마법사의 약점은 근접전!
퍼퍼퍼퍼퍽!
태현은 신명 나게 그들을 두들겨 팼다.
“크아아악!”
“이 아키서스의 하수인이 감히! 네 이름을 악마에게 말할 것이다”
크고 강력한 마법을 쓰려면 하면 재빠르게 공격을 퍼부어서 시전을 끊고, 그렇다고 바로 쓸 수 있는 저주를 쓰면 <반격의 원>으로 읽고 돌려보낸다.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지만 손이 더 바쁘고 모자란 건 스켈레톤 마법사 측!
태현은 빠르게 끝내고 경험치를 먹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행운의 일격은 물론이고 치명타 폭발, 각종 폭딜 관련 스킬은 전부 사용했다.
콰콰콰콰콰콰쾅!
혼자서 다 끝내겠다는 각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에게는 감탄만 나오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 혼자서 이길 수 있다는 건가?”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태현의 속마음은 그런 자신감과 오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용용이 이 자식이 경험치 먹튀하기 전에 다 끝내야 해!’
-주인이여…… 그렇게 안 해도 가만히 있는다…….
-무, 무슨 소리야?
태현의 속마음을 눈치챈 용용이가 중얼거렸다. 태현은 진땀을 닦았다.
* * *
태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용용이의 성장은 눈부셨다.
태현이 1을 얻는다면 용용이가 얻는 경험치는 10!
던전에서 몬스터가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며 하나만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법!
그런 상황이다 보니 용용이도 안 싸울 수가 없었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나 데메르 교단 쪽에서 싸워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공격이 전체 범위 공격이 많다보니 스플래시 데미지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
“…….”
-주, 주인이여. 화난 건 아니겠지?
-화 안 났다.
-그런데 왜 이쪽을 안 보는 건가! 주인이여! 내 잘못이 아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용이의 금빛 털은 더욱 윤기가 자르르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