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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72화 (272/1,826)

§ 나는 될놈이다 272화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악마를 속여 넘길 때 보너스를 받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케인이 쫓겨나고, 태현은 상황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케인이 희생했다고 해도, 고급 화술 스킬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수습이었다.

“킁!”

악마 상인은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앉았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그걸 보고 감탄했다. 보통 저렇게 상인이 화를 내면 수습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태현, 이다비, 케인 저 셋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희생양을 만들고 화술 스킬로 설득을 해서 상황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놀라운 팀워크!

‘게다가 저 케인도 대단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기가 희생을 하다니. 원래 저런 놈이었나?’

‘레드존 길마라고 해서 양아치 같은 놈인 줄 알았는데…….’

정작 케인은 상점 밖에서 욕을 하고 있었다.

-XXX XXX XXX!

케인의 희생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아이템들을 둘러보고 살 수 있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영혼석을 받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도 아이템을 찾아서 구매했다.

-야, 이 아이템 봐. 악명 가진 사람한테 추가 데미지 옵션 달려 있어.

-이 아이템은 악명 소모해서 특수 스킬 쓸 수 있는데요? 장난 아니에요. 마계 쩌는데?

-영혼석으로밖에 아이템을 못 사는 게 아쉽네. 있는 골드 다 털어서라도 사고 싶을 정도야.

-그 정도예요?

-부럽다. 저 쓸 만한 장비 있으면 하나만요!

길드원 전용 채팅을 듣던 다른 길드원들은 그들을 부러워했다.

어쩌다가 태현 때문에 마계에 강제로 끌려갔을 때에는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의외로 잘 적응한 것 같았다.

이제는 악마들의 마을에 들어가 퀘스트를 깨고 있었으니까.

-근데 김태현은 어떻게 악마들의 마을로 들어간 거래요?

-나도 모르겠어. 가서 말 몇 마디 하니까 막 다 들어오라고 하더라고.

-혹시 종족이 악마거나…….

시작할 때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종족들. 그중에서 악마는 없었다.

그러나 뱀파이어 같은 종족처럼, 특정 퀘스트를 하는 것으로 종족을 바꿀 수 있었다.

-에이, 그래도 아키서스 교단 교황인데…….

-솔직히 교황이라기보다는 약탈ㅈ…….

-어쨌든 여기서 더 퀘스트 깰 거 같은데, 최대한 아이템 구해서 가져가 볼게. 너희들 것도 구할 수 있으면 사보고.

-감사합니다!

* * *

화기애애한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과 달리, 케인 주변에는 냉기가 풀풀 흘렀다.

제대로 삐진 케인!

태현한테 구박을 받은 건 평소에도 겪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다비까지 합심해서 그를 구박하다니!

‘내가 진짜 서러워서 진짜!’

“야, 야, 기분 풀어. 네가 쓸 수 있는 아이템도 사 왔어.”

“맞아요! 여기 방패 위에 끼는 톱날 보세요! 물리 데미지를 되돌려주는 옵션도 있어요!”

“흥!”

“너 삐졌냐?”

“안 삐졌거든?!”

“삐진 거 같은데?”

“안 삐졌다고!”

“자자, 여기 아이템 사 왔어. 보기나 해봐.”

“흥, 흥. 내가 이런 아이템 하나 받으려고 이러는 줄…….”

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현이 내민 아이템을 받아서 확인했다.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던 것이다.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

“…….”

파팍!

내동댕이!

케인은 울컥해서 아이템을 집어 던졌다.

“이게 뭐야, 이 자식아!”

“아깝게 왜 던져? 기껏 구해왔더니만…… 됐어. 그럼 너 말고 다른 놈 줄래.”

태현이 아이템을 줍자 케인은 움찔했다.

아이템은 언제나 많을수록 좋았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남 준다고 하니 아까운 게 사람 마음!

게다가 케인은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를 확인도 못 해봤다. 이름만 보고 내동댕이쳤을 뿐.

“잠, 잠깐만. 뭔 아이템인데?”

“아이템 성능도 안 보고 집어 던진 거냐? 와, 나 기분 상했어.”

순식간에 역전된 둘의 관계!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둘이 날 내쫓으니까 서러워서…….”

“그러면 거기서 다 같이 쫓겨나야겠냐. 너 한 명 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다 살 수 있는데. 그래서 이렇게 아이템도 살 수 있고!”

“그게…… 나 말고 쟤가 나가도 됐으니까…….”

케인은 이다비를 가리키며 우물쭈물했다.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쟤는 상인이잖아. 상점에서 아이템 살 때 상인을 빼놓는 놈이 어디 있어?”

“……그러게…….”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궁지에 몰리는 케인이었다. 케인은 조용히 아이템을 챙기더니 착용했다.

안 그러면 뺏길 거 같은 불안함!

“야, 야, 잠깐! 착용하기 전에 보고 착용해야지!”

“??”

[아이템에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저주를 풀기 전에는 마음대로 장착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야?!?!”

“성능은 좋은데 저주가 걸려 있으니까 읽고 착용하라고!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읽어?”

태현의 타박에 케인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

내구력 50/50, 마법 방어력 50. 속성 방어력 50.

패시브 스킬 ‘악마의 복수’ 사용 가능.

아무리 성능이 좋다지만 이런 장비를 꼭 써야 할까요?

-장착 해제 불가의 저주 걸려 있음.

<악마의 복수>

물리 데미지를 입을 때마다 피해량의 일부를 적에게 돌려줍니다.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었다. 목걸이나 반지와 겹치지 않고, 마법, 속성 방어력이 있는 데다가, 갖고 있는 패시브 스킬인 <악마의 복수>도 강력한 패시브 스킬!

한 가지 문제만 빼면.

매우…… 우스꽝스럽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지금 케인의 코는 아무리 봐도 삐에로의 거대한 코였다.

“저, 저건…… 푸흐흡!”

“웃지 마. 이다비. 케인이 얼마나 속상…… 크흐흡!”

“…….”

‘이 자식들이…….’

케인은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분명 좋은 아이템인데, 좋은 아이템인데……!

이건 너무 추하지 않은가!

왜 ‘장착 해제 불가의 저주’가 걸려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아이템은 싸우기 직전에 착용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지 말고 평소에도 쓰고 다녀라!

‘X발…….’

* * *

“태현 님. 저희 길드에서 진지하게 제안할 게 있습니…… 푸흐흡!”

“…….”

“죄, 죄송합니다.”

구성욱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구성욱은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다니.

‘안 본 사이에 뭔 짓을 한 거야?’

‘취향인가? 케인은 저런 얼굴이 취향인가?’

길드원들은 수군거렸다. 꼭 모든 플레이어가 얼굴을 예쁘고 잘생기게 만들려는 건 아니었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웃기고 괴상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 케인은…….

“무슨 제안인데?”

“저, 여기 마을에서 평판을 더 높게 찍고 우호 관계를 맺으면, 나중에 저희 길드도 여기를 쓸 수 있을까 싶어서요. 태현 님 퀘스트니 그에 맞는 대가는 내겠습니다.”

다른 길드였다면 냉큼 이런 마을을 뺏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은 바위단>은 그런 양아치들도 아니었고, 나름 성격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태현의 퀘스트 도중 발견된 곳이었으니 이용을 하더라도 태현의 허락을 받는다!

“여기를? 다시 올 자신이 있어?”

“언젠가는 다시 오지 않겠습니까?”

마계에 오는 방법은 아직 찾아지지 않은 상태. 그러나 영원히 감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발견되기 마련!

판온 플레이어들의 발견 속도는 무서웠다. 아직 미개척지인 대륙들에도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들이 건너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은…….

‘난 다시 올 생각 없는데…….’

<검은 바위단>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태현이라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김태현이라면 이렇게 마계의 땅을 처음 밟았는데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오해.

그렇지만 태현은 차원문만 찾아서 대륙으로 돌아가고 나면 한동안 마계 쪽으로는 눈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에다오르가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었으니까!

지금은 운이 좋아서 안 만나고 있었지, 솔직히 언제 어떻게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태현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걸 따지고 그래. 골드만 좀 줘. 마을 같이 이용하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나중에 마계 들어가서 무사하면 그거 보고 다시 들어가야겠다.’

상대방을 방패로 쓰려는 생각!

“감, 감사합니다!”

태현의 허락에 길드원들은 기뻐했다. 성격이 까칠하고 더러울 때가 있지만, 역시 태현은 기본적으로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

‘저것들 뭔가 착각하고 있군.’

그리고 케인은 착잡한 표정으로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케인은 이 자리에서 나름 ‘태현학’ 전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현을 상대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때는?

태현이 친절하게 굴 때였다.

그다음으로 조심해야 할 때는?

태현이 까칠하게 굴 때였다.

그다음 다음으로 조심해야 할 때는?

태현이 가만히 있을 때!

‘……뭔가 슬퍼지려고 하는데…….’

어쨌든 지금 태현이 저렇게 허락한다고 해서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하하, 그러면 우리 모두 다 같이 퀘스트를 깨러 갈까? 마을 내 평판을 올려야 하니까.”

“그러죠!”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태현의 뒤를 쫓았다. 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야, 그거 봤냐? 대장장이들이 필드에서 습격한 거.

-당연히 봤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투 직업 들고 대장장이들한테 당한 놈들은 캐삭하고 접어라. 그게 뭔 창피냐.

-아냐. 영상 보니까 쩔더라. 기계공학 폭탄이랑 덫 여러 개 나오니까 데미지가 장난이 아냐.

-그래 봤자 대장장이 아냐?

-대장장이 세거든? 판온 1에서 김태현 망치에 뚝배기 깨져본 적 없는 놈들은 입 다물어라.

-뭐래, 판온 1 너만 했냐?

-그건 김태현이 이상한 거고. 대장장이가 강한 게 아니라 김태현이 강한 거였지.

-김태현, 김태현 하니까 판온 2랑 헷갈리잖아.

-그런데 기계공학 폭탄이랑 덫 내가 사서 쓰려고 할 때는 고장 나거나, 멋대로 작동하거나 하던데.

-아무래도 제작한 사람이 다룰 때는 좀 더 잘 다뤄지지. 대단하긴 한데…… 솔직히 기습했으니까 이긴 거지, 다 알고 싸우면 대장장이는 힘들지.

-그렇지.

가브리엘과 함께 길드원들을 습격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사이트의 한구석에서 화제가 되었다.

다들 놀라기는 했지만, 그들이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덫이라면 도적 계열 플레이어들을 불러서 해제하고, 폭탄도 단단한 탱커들이 준비하고 들어가면 견딜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상대 길드도 잔뜩 준비하고 찾아갈 테니, 현실적으로 대장장이들이 이기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가브리엘, 너라도 먼저 튀어!”

“같, 같이 가야 합니다.”

“멍청하긴! 같이 가다가는 같이 죽어! 어차피 난 사망 페널티 받아봤자 별거 없어. 폭탄 내놔!”

“?!”

“간다! 도시에서 보자고!”

대장장이 중 한 명이 다른 사람들의 폭탄을 모으더니, 재빨리 달려갔다.

길드의 추격대가 있는 곳을 향해!

“항복! 항복!”

“뭐야?”

“항복은 무슨…… 그냥 죽이죠?”

“어차피 죽여 봤자 경험치도 안 나오는데,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다른 놈들 다 어디 숨었냐?”

“어디 숨었냐면…… 여기에!”

“??!?!”

콰콰콰콰콰쾅!

“미, 미친놈?!”

멀리서 들리는 폭발 소리. 가브리엘과 대장장이들은 눈물을 삼키며 도망쳤다.

가브리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더 강한 폭탄이 필요하다고.

더 크고 강력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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