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68화
콰직!
순간 태현이 공중에서 날아왔다. 덩치를 중간 사이즈로 키운 용용이가 태현을 발톱으로 잡고 날아오른 것이다.
공중에서 내려찍는 콤보 공격!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적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행운의 일격으로 버프된 공격력은 거대한 악마 사냥개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그사이 케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헉, 헉헉…….”
“모두 따라 들어와!”
태현의 지시가 내리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과 교단의 사제, 성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중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는 태현이었기에 이 정도 인원을 다루는 건 충분했다.
콰쾅! 콰콰쾅!
-야타의 내리찍는 검!
-타이란의 분노 섞인 외침!
사방에서 번쩍이는 신성 마법이 작렬하자, 아무리 거대한 악마 사냥개라도 버티지 못했다.
게다가 악마, 언데드에게 신성 속성 공격은 언제나 효과적인 상대법!
“우리가 왜 당신 명령을…….”
“죽고 싶냐?”
-가혹한 채찍질!
-냉정한 지휘!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협박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중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가혹한 채찍질>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불만을 갖고 있는 다른 교단의 사람들도 입을 다물게 하는 태현의 스킬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행동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다 너희 교단이 책임진다는 거냐? 응?”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꼭 우리가 김태현 백작 명령을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소리를…….”
“네가 나보다 명성이 높냐? 작위가 높냐? 교단 내에서 자리가 높냐?”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온갖 걸 다 갖고 올 수 있는 태현이었다.
명성, 작위, 교단 내 자리를 갖고 오자 반박할 수 없는 NPC들!
* * *
마계의 황야에는 임시 요새가 만들어져 있었다.
같이 날아온 각 교단의 함선을 사용한 요새!
워낙 튼튼한 함선들이다 보니, 그 위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됐다.
한 차례 몰려온 몬스터들을 쓰러뜨리자, 각 교단은 방금 협력한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갈라져서 자기네 함선에 틀어박혔다.
가까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서로 같이 지내기는 싫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거 참. 신 믿는 놈들이 저렇게 속이 좁아서야.”
‘너 때문이잖아!’
이렇게 교단의 NPC들이 서로 반목하게 된 건 다 태현 때문!
어떻게 이 마계의 악마들보다 더 이간질을 잘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태현과 일행,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데메르 교단의 함선 위에 있었다.
“그래서 하론 사제.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은 있나?”
태현의 말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그들도 여기, 마계에 대해서는 매우 궁금한 상태였다.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답지 중 하나!
어떻게 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장소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태현한테 물귀신 작전으로 끌려왔을 때에는 ‘뭐 이딴 자식이 다 있냐’ 싶었지만, 솔직히 이쯤 되자 호기심이 더 강했다.
과연 마계에는 뭐가 있을까?
과연 마계에는 어떤 몬스터, 어떤 퀘스트, 어떤 아이템이 있을까?
판타지 온라인에서는 악마하고도 거래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었다. 공적치 포인트나 친밀도는 어떤 존재냐 상관없이 쌓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도 나름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 이런 상황에 빠진 이상 기회를 잘 활용하고 싶어 했다.
“음…… 마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마계 어딘가에 있는 차원문을 찾아야 합니다. 그곳을 통해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 차원문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
하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모르나?”
“죄, 죄송합니다. 마계에 대해서는 저희 교단에서도 나와 있는 책이 별로 없어서…….”
“아니, 뭐 모를 수도 있지. 차원문이야 찾으면 될 거고…… 알고 있는 다른 건 없어?”
“으음…… 아! 마계는 층이 중요합니다.”
“층? 1층, 2층할 때 그 층?”
“예. 그렇지만 순서대로 층이 나 있는 건 아니고, 숫자는 마음대로입니다. 10층 마계에서 78층 마계로 갈 수도 있고, 34층 마계에서 666층 마계로 갈 수도 있고…….”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어.”
“한 층은 하나의 세계라고 보셔야 합니다. 층마다 주인인 악마가 있고 그 악마에 따라 층의 속성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주인인 악마라…….”
한마디로 마계는 대륙의 왕국처럼 강력한 악마들이 자기 층(왕국)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태현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에다오르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진홍빛 대검:
내구력 550/550, 마법 공격력 275
스킬 ‘하급 악마 소환’ 사용 가능, 스킬 ‘악마들의 진격’ 사용 가능, 스킬 ‘악마 강화’ 사용 가능, 스킬 ‘승급’ 사용 가능, 스킬 ‘끓어오르는 지옥’ 사용 가능, 착용 시 악마들의 공격에 저항력, 신성력에 취약해짐,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마력 흡수.
레벨 제한 225. 힘 제한 600. 지혜 제한 600.
마계의 악마 에다오르가 사용하는 주무기다. 에다오르의 기술을 담고 있는 이 무기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다.
만약 손에 넣었다면 에다오르가 되찾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반드시!
‘어, 음…….’
처음 얻었을 때는 에다오르를 대륙에서 쫓아냈을 때였기에 안심하고 쓰고 있었다. ‘쫓겨난 놈이 어떻게 돌아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태현이 마계로 온 상황!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설마,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그렇지, 많고 많은 악마들의 층 중에서 에다오르가 있는 층으로 오지는 않았겠지?
“태현 님. 다 같이 움직여보죠. 차원문도 찾아야 하고, 저희도 마계를 좀 둘러보고 싶습니다.”
태현의 속마음도 모르고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입을 열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다오르가 겁난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겁나면 겁날수록 빠르게 차원문을 찾고 튀어야 했다.
“그래. 정비만 끝내고 바로 움직이자고. 그쪽도 정비해야 하지?”
“예.”
구성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 필이 일행에 끼어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
덕분에 마계의 몬스터들과 치고받아도 수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태현의 일행에게는 대장장이가 필요 없었다. 태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데메르 교단에게도 적용이 됐다.
“대장장이님. 잘 부탁드립니다.”
데메르 교단은 교단 대장장이 NPC도 데리고 왔다. 성기사들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장비를 맡기려 했…….
탁!
“?”
“지금 이 대장장이께서 피곤한 게 안 보이나? 자네들은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야박한가? 힘든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고 싶어?”
“……네?”
갑자기 태현이 와서 말을 걸자 성기사들은 당황했다.
“그, 그래도 싸우기 전에 무구를 다듬고 정비를 해야…….”
“내가 해주지.”
그렇다. 태현의 속셈은 간단했다.
내 장비도 내가, 네 장비도 내가!
만질 기회가 없는 성기사들의 장비를 만져서 대장장이 기술 좀 올리겠다는 속셈!
검은 바위단의 대장장이 필은 태현이 하는 짓을 보고 기가 막혀 했다.
대장장이들이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 장비 욕심을 많이 내기는 하지만, 태현처럼 저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까놓고 말해서 저게 부탁인가, 협박이지!
‘뭐, 데메르 교단 놈들이 멍청이도 아니니까 거절하겠지. 자기 교단 대장장이가 최고인데…….’
교단이 왜 강하겠는가. 자체적으로 무력부터 시작해서 대장장이,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 NPC들을 다 갖고 있어서였다.
데메르 교단이 선별해서 보낼 대장장이 정도라면 그 실력은 충분할 것! 데메르 교단의 장비에 특화된 대장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 기 있습니다.”
“?!?!?!”
필의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
‘아니, 미쳤나?! 아무리 김태현 명성이 높아도 대장장이로 명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텐데?!’
필이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태현의 화술 스킬과 작위!
어지간한 NPC는 붙잡고 삥을 뜯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 *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데메르 교단의 갑옷을 직접 만져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성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하급 갑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나은 갑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도를 얻거나,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현재 <아키서스 교단의 하급 갑옷>은 데메르 교단 갑옷과 비슷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빙빙 돌려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한마디로…….
‘짝퉁이잖아?!’
즉 현재 <아키서스 교단의 하급 갑옷>은 데메르 교단의 갑옷을 보고 은근슬쩍 베꼈다는 뜻!
교단의 체면이고 뭐고 따위는 없는 정말 펠마스 같은 교단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모르고 있었다. 태현의 특성 때문에 이런 식의 갑옷이 나왔다는 것을.
태현이 정식 대장장이였다면 조금 더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그걸 모르고 괜히 아키서스 교단을 욕했다. 근본 없는 교단!
‘음, 성기사들 양성되면 갑옷 제작해서 입히려고 했는데 그냥 사서 입힐까?’
태현은 찜찜한 마음을 추스르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장비 수리부터 버프까지 끝냈으니, 이제 아이템을 확인할 시간!
명색이 <신 잡아먹는 괴물>인데 쓸모없는 아이템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신 잡아먹는 괴물의 촉수 꼬리:
신 잡아먹는 괴물의 몸통 끝에서 나온 촉수 꼬리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요리를 만들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무조건적으로 기절 상태에 빠짐.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점액질:
신 잡아먹는 괴물의 몸통에서 나온 점액질이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요리를 만들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무조건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짐.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태현은 침착을 되찾으려고 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식재료가 또 나오고.
식재료가 나오고.
식재료가…….
‘이 자식은 이제까지 잡아먹은 NPC는 다 어따 치우고 웬 이상한 재료만 갖고 있냐?!’
예전 전설에서 토벌대를 닥치는 대로 죽였다면 토벌대 장비 정도는 갖고 있어도 되지 않은가!
그런데 나오는 건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는 식재료들뿐. 게다가 양도 더럽게 많았다.
신 잡아먹는 괴물의 눈:
통찰력을 가진 괴물의 눈이다. 먹는다면 괴물의 힘의 일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일주일 동안 스탯 20% 저하. 스킬 <괴물의 천리안> 획득.
‘와, 이건 좀 센데?’
스탯 20% 저하라는 막대한 페널티를 받아야 얻을 수 있는 스킬이라니.
물론 태현은 이런 것에 망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태현은 이런 스탯 페널티가 잘 안 먹히는 캐릭터였다.
‘행운만 무사하면 일단 공격 회피는 대충 다 가능하니…….’
-복용.
[신 잡아먹는 괴물의 눈을 복용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스탯이 20% 내려갑니다.]
[<괴물의 천리안>을 획득했습니다.]
<괴물의 천리안>
먼 거리의 시야를 볼 수 있습니다. 방해 마법의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궁수 직업이 얻었다면 감동의 눈물을 흘렸겠군.’
효과는 심플했지만 ‘방해 마법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는 게 강력했다.
고렙 궁수를 상대할 때는 가장 먼저 하는 게 시야를 가리는 것 아닌가.
페널티를 받고서 얻을 만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템은…….’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정수:
신 잡아먹는 괴물의 힘이 담겨진 정수다. 먹으면 죽는다.
복용 시 사망.
스킬 <권능 포식> 획득.
‘응?’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뭔가 잘못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