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62화
“뭐? 혼자 잡았냐? 성질도 급해가지고.”
“내가 도와달라고 했잖아!!!!!”
케인은 가슴을 치며 외쳤다. 그 순간 태현한테 메시지창이 떴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어?”
뜬금없이 올라버리는 레벨. 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갑자기?
‘방금 한 건…… 케인이 상대하던 놈을 한 대 때린 것밖에 없는데? 그걸로 레벨이 올랐다고?’
태현은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일단 케인은 레벨이 100이 넘었다. 그렇다면 그를 복사한 적도 레벨이 100이 넘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좀 이상했다. 태현이 온갖 난리를 쳐도 안 오르던 레벨이었다. 레벨 200을 넘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도 짜게 오르던 레벨.
게다가 방금 케인이 쓰러뜨린 적은 대부분 케인이 공격하지 않았는가. 태현은 한 대 친 게 전부였다.
“아!”
태현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신의 품격>!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행운에 비례해서 올려버리는 미친 페널티 스킬!
이것도 신성 관련 패시브 스킬이었다.
그런데 이게 봉인이 된 상태라면?
태현의 레벨은 60대. 100 넘는 적이 상대라면 몇 대만 때려도 경험치가 폭풍처럼 오를 것이다.
“젠장……!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그냥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줬으면 됐을 텐데 말이야.”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스탯을 확인했다. <아키서스의 변덕>이 사라진 덕분에 추가 스탯 보너스도 없었지만, 랜덤 배분도 사라진 상태였다.
‘아니, 이건 올리지 말고 기다리는 게 낫겠군.’
레벨 업으로 HP/MP가 오른 것에 만족했다. 태현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남은 스탯은 던전에 나가면 다시 스킬이 돌아올 테니, 랜덤으로 배분되더라도 추가 보너스를 받는 게 나았다.
“야, 저거 그냥 내버려 둘 거냐?”
퍽, 퍽, 퍽퍽퍽-
태현의 뒤에서 <아키서스의 화신>이 태현을 향해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뭔가 웃기면서도 무서운 모습!
계속 회피가 떠서 실제로는 데미지를 입지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둘 수는 없었다.
“에잇!”
케인은 아키서스의 화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 공격!
[공격이 빗나갔습니다.]
“아오, 이 김태현 같은 자식이…….”
“나 옆에 있다니까.”
“하하, 강하다는 뜻이었습니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쓰러뜨릴 수 있을까?
“음, 쓰러뜨리지는 못해도…… 다른 건 할 수 있겠지.”
“……?”
“일단 못 해봤던 연습을 해볼까. 어둠의 화살!”
“…….”
케인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필살기를 때려 넣어도 데미지가 들어갈까 말까인데, 기초 흑마법으로 뭐하자는 플레이?
그러나 태현은 묵묵하게 공격을 꽂아 넣었다.
“야, MP 포션 좀 내놔봐.”
MP가 떨어지면 포션까지 빨아가면서 어둠의 화살을 날리는 태현!
[공격이 빗나갔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공격이 빗나갔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역시…….”
태현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그와 똑같은 성능을 갖고 있다면, 그건 다시 말해서……
엄청나게 좋은 스킬 연습 상대란 뜻!
어쩌다가 제대로 된 공격이 들어가면 스킬 경험치를 몇 배로 받을 수 있었다.
“뭐하냐?!”
“뭐하냐니. 스킬 경험치 올리잖아. 너도 와서 검 휘둘러.”
“……너무 멍청해 보이는데…….”
“네가 그러니까 케인인 거지.”
“케인인 게 뭔데 이 자식아!”
케인은 투덜거리면서도 검을 들고 태현 옆에 섰다.
“근데 너는 왜 검 안 휘두르냐?”
“검술 스킬은 중급 후반이라 얘 상대로 휘둘러도 지금 당장 효과 보기 힘들어.”
‘이런 미친놈…….’
케인은 속으로 경악했다. 검술 스킬이 중급 후반이라니.
기계공학에, 요리에, 화술에, 마법에…….
아무리 봐도 태현은 정통 전사 계열이 아닌 직업이었다. 그런데도 검술 스킬이 중급 후반!
‘나는 이제까지 뭘 한 거지?’
“흑마법 스킬이 중급이니까, 이번 기회에 마법 스킬까지 중급으로 올려놓을 생각이다.”
고급 마법 스킬을 달성하면, 마르덴 후작이 갖고 있던 <화신 봉인 저주 비전서>를 배울 수 있었다.
만약 그걸 배울 수 있었다면 이런 화신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법 스킬을 중급으로 찍겠다고?! 마검사라도 할 생각이냐?!”
“마검사 좋지.”
“좋긴 뭐가 좋아! 하이브리드 직업은 다 구리다고!”
하이브리드. 여러 직업의 특성을 가진 직업.
이렇게만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판타지 온라인에서 하이브리드 직업은 별로 대우가 안 좋았다.
원래 어중간한 건 키우기 힘든 법!
하이브리드 직업의 장점을 살리려면 여러 스킬을 다 같이 올려야 했는데,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하나만 올려도 힘든 상황에서 몇 개를 같이 키우는 것이니까.
케인 입장에서 태현처럼 다양하게 스킬을 올리는 건 정말 잡캐, 망캐의 지름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못 써먹는 놈들이나 구린 거지. 너도 그만 떠들고 칼질이나 계속해.”
“이게 뭔 재미가 있다고…….”
“너 수혁이 알지?”
“알지.”
케인도 정수혁은 알았다. 태현을 졸래졸래 쫓아다니는, 뭔가 어수룩해 보이고 둔해 보이는 친구.
딱 봐도 게임을 잘할 것 같지는 않았다.
“걔는 이 짓만 해서 마법 스킬을 고급까지 찍었다.”
“?!?!?!?!?!?!”
“그러니까 불평 그만하고 빨리 검이나 휘둘러. 이 케인 같은 놈아.”
“알겠다고……!”
* * *
[당신은 <마이다스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아니, 저는 왜요!”
그렇게 항의하며 이다비는 다른 곳으로 이동됐다.
황금의 신 마이다스, <죽음의 황금 상인>과 관련된 신이었다.
앞에 나타난 적도 뚱뚱해 보이는 상인! 상인은 뒤에 커다란 금화 자루를 들고 다가왔다.
촤르륵!
“포, 폭발하는 골드?!”
바닥에 반짝이는 골드들을 본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저 스킬은 분명 그녀도 갖고 있는 스킬이었다.
바닥에 골드를 뿌려서 폭발시키는 마법!
그녀는 돈 아까워서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마법이었다.
“안 돼! 뭐 하는 거야!”
이다비는 급히 골드를 주워서 챙겼다. 그러자 폭발하는 골드들!
퍼퍼퍼펑!
“으읏…….”
이다비는 울먹이면서 사라지는 골드들을 쳐다보았다. 저걸 현금으로 바꾸면 얼마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상인은 계속해서 다음 스킬을 쓰려고 했다. 이번에 꺼낸 건 보석들!
“아, 안 돼! 제발! 그건 쓰면 안 돼!”
-보석 흡수!
보석을 소비해서 순간적으로 스탯을 올리는 강력한 버프 스킬!
슬슬 강해지자, 상인은 자루를 휘두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이다비는 울먹이면서 도망쳤다. 그리고 외쳤다.
“그냥 싸워도 되는데 왜 그런 걸 쓰는 거야! 잡았을 때 전리품이 줄잖아! 으아앙!”
* * *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고…….
“야,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케인은 하품을 하며 물었다. 태현은 지치지도 않고 아키서스의 화신을 향해 어둠의 화살을 쏘아내고 있었다.
“쓰러지기 전까지는 계속 쏴야지.”
“아니, 안 쓰러지잖아. 데미지 주고 있는 거 맞아?”
“가끔 한 대씩 들어가고 있는 거 같으니까 맞는 거 같은데.”
다행히 상대는 회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때려서 대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다른 놈들은 벌써 다 끝내지 않았을까?”
“몰라. 기다리라 그래.”
-어둠의 화살!
-어둠의 화살!
[어둠의 화살 스킬 레벨이 10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어둠의 화살 스킬을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둠의 화살 스킬을 싸우면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도 많이 사용했기에 뜨는 스킬 완료 메시지창!
중급 어둠의 화살 스킬이었지만 보통 이렇게까지 스킬 레벨 한계까지 올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보통 다양하게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는 게 정상!
그러나 마법 스킬이 별로 없는 태현은 주야장천 어둠의 화살만 써댔다.
‘어차피 싸우면서 같이 써야 하는 마법인데, 차라리 MAX로 올려서 제한 없이 쓰는 게 편하지.’
스킬 레벨을 한계까지 올리면 시전 속도 시간이 주는 등 여러 보너스가 생겼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싸우는 태현한테는 안성맞춤!
* * *
“김태현은 왜 안 나오는 거지?”
“글쎄요…….”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지루해하며 기다렸다.
갑자기 각 교단의 NPC들이 사라지고 나니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던전을 좀 더 찾아보겠다고 돌아다녔지만, 특이하게도 던전에는 몬스터가 없었다.
통로를 돌며 찾아봤지만 그냥 빙빙 돌 뿐!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를 만난 거 아닐까요?”
“확실히, 카이스 말 들어보니까 엄청 강한 거 같더라.”
카이스는 검은 바위단 길드원 중 사제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였다. 아까 다들 각자의 방으로 끌려갈 때, 카이스도 끌려갔었다.
그러나 카이스는 돌아온 상태!
적을 쓰러뜨리고 돌아온 것이다. 카이스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교단의 NPC들도 꽤 많이 돌아와 있었다.
“김태현이라면 정말 강한 적을 만났을 확률이 높아.”
“와, 상상도 안 되네요.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지…….”
-어둠의 화살! 어둠의 화살! 어둠의 화살!
* * *
파아아앗-
물로 된 벽이 갈리더니, 안에서 케인과 태현이 뛰쳐나왔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둘!
케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 그걸 본 사람들은 생각했다.
‘역시 제일 강한 몬스터가 나왔나 보다.’
‘저렇게 피곤해하는 걸 보면…….’
그러나 케인은 몬스터와 싸워서 피곤해하는 게 아니었다. 태현이 어둠의 화살을 쏘는 걸 계속 지켜만 봐서 그런 것이었다.
‘환청이 들리는 거 같아. 저 미친놈…….’
가만히 있으면 귓가에서 ‘어둠의 화살’이라고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결국 이번 기회에 마법 스킬을 중급까지 찍은 태현!
정말 어마어마한 집념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쌩쌩했다.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뭐야, 우리가 가장 마지막이었나? 다들 빨리도 나왔네. 몬스터라도 잡고 있지.”
“이 주변에 몬스터가 없던데요.”
구성욱의 대답에 태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기껏 패시브 스킬을 봉인당해서 레벨 업 좀 하려고 했더니…….
‘저놈들이 갑자기 미쳐서 나한테 덤벼주면 참 좋을 텐데.’
태현은 흉흉한 생각을 하며 다른 교단의 NPC들을 쳐다보았다.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태현!
이다비는 태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눈빛은 뭔가 견적을 내는 눈빛 같은데…… 착각이겠지……?’
견적을 내고 있는 게 맞았다.
모두 모이자 데메르 교단의 사제, 하론이 입을 열었다.
“다행히 모든 분이 시험을 통과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면 모두 열쇠를 꺼내 주십시오.”
“열쇠?”
“각 교단이 예전에 괴물을 봉인했을 때 사용했던 열쇠입니다. 그것들을 모아야 던전 내부의 길이 열립니다.”
“그런 건 좀 진작에 말하지?”
“……죄송합니다…….”
하론 사제는 풀이 죽어서 열쇠를 찾아 꺼냈다. 다른 교단의 일행들도 열쇠를 꺼냈다.
[교단의 신성한 열쇠가 모였습니다.]
[잊혀진 괴물이 봉인된 해저던전의 내부 통로가 열립니다.]
[잊혀진 괴물의 봉인지의 문이 열립니다.]
눈 부신 빛과 함께 열리는 수중 통로!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모두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의 페널티도 그렇고,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방금 겪은 시험으로 그걸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여전히 아쉬운 얼굴이었다.
‘여기서 뽕을 뽑고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