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54화
“자. 다 됐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높은 행운으로 현재 제작 가능한 아이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태현은 깔끔하게 <차가운 울음의 검>을 만들었다.
<장비 위조>나 <불안정한 장비 제작>스킬로 더 뜯어먹을 수도 있었지만,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태현도 양심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여기서 더 뜯어먹으려고 하면 구성욱이 접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차가운 울음의 검>이 제작되었습니다. 신의 축복을 받습니다.]
“응?”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뜬 메시지창.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축복?
[<차가운 울음의 검>을 제작한 사람은 김태현입니다. 제작자와 가장 가까운 신의 축복을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습니다.]
“???????”
구성욱은 몇 번이고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절규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 * *
“야, 너무 그러지 마. 내가 알고 그런 것도 아니잖아.”
“으흑흑흑흑…….”
태현은 구성욱을 달래고 있었다. 세상 무너진 얼굴로 엎드려 있는 구성욱!
“이딴 게임 안 할 거야…… 안 할 거라고……!”
“긍정적으로 보라고! 아키서스의 축복이 다른 신의 축복보다 좋을 수도 있잖아!”
“그런 이유가 아니야…….”
“그럼 왜 이러는데?”
“그쪽이랑 엮이기 싫었다고…… 흑흑…….”
“…….”
이쯤 되자 태현도 반성하는 기분이 들었다.
“야, 앞으로 안 괴롭힐게. 내가 설마 이거 축복받은 거로 널 뜯어먹고 그러겠어?”
“흑흑…… 진짜?”
“진짜. 자. 여기 검 있어. 받으라고.”
“…….”
구성욱은 말없이 <차가운 울음의 검>을 받았다. 그러자 제정신이 돌아왔다.
뒤에서 소곤거리는 길드원들!
“성욱이가 많이 힘들었나 봐.”
“앞으로는 잘 대해주자.”
소곤소곤 말했지만 다 들리는 목소리!
“그, 그런 게 아니라……!”
구성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아키서스가 메시지창에 뜬 충격 때문에 너무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미…… 미안하게 됐다.”
“필 씨까지 왜 그래요!”
“아니, 그냥 내가 제작했으면 평범하게 내가 믿고 있는 신 축복 받았을 텐데.”
“괜찮습니다. 아키서스도 꽤 좋은 신이니까…….”
구성욱은 정신을 차리고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키서스와 태현 때문에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차가운 울음의 검을 손에 넣는다!
‘드디어……!’
차가운 울음의 검:
내구력 ?/?, 공격력 ?, 마법 공격력 ?, 속성 공격력 ?
스킬 ‘이도류’ 사용 가능, 스킬 ‘울음의 증폭’ 사용 가능.
직업 제한-차가운 울음의 쌍검술사만 착용 가능.
이제는 잊혀진, 옛 차가운 울음의 쌍검술사가 사용했던 검이다. 착용자의 능력에 따라 검의 능력이 달라진다.
[차가운 울음의 검은 직업 스킬의 영향을 받습니다.]
[<질풍의 걸음>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공격 속도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화려한 연격>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공격력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계속해서 뜨는 메시지창들!
구성욱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고생을 해왔던 것에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울음의 검>은 구성욱의 직업 그 자체였다. 직업마다 다양한 특색이 있었지만, 구성욱의 직업은 특정 장비 하나와 같이 성장하는 콘셉트였다.
이것을 얻기 전과 얻은 후의 전투력은 천지 차이!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현재 신성 스탯이 100 미만입니다.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을 믿지 않습니다.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아키서스의 축복>
차가운 울음의 검에 내려진 아키서스의 축복. 사용자의 스탯에 따라 치명타율에 보너스를 준다.
“……!”
이미 충분히 좋은 아이템에 추가된 믿지 못할 효과!
치명타율이라니.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아이템 효과였다.
구성욱처럼 스피드하게 연속 공격을 퍼붓는 직업은 치명타처럼 폭딜을 넣을 수 있는 수단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그런데 왜 하필! 왜 하필!’
그게 아키서스 관련이란 말인가!
물론 저 치명타율을 올려주는 버프가 아키서스의 축복이었으니, 다른 신의 축복을 받았다면 저런 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크으으으윽……!”
구성욱이 웃었다 울었다 표정이 휙휙 바뀌자, 태현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쟤 원래 저렇게 이상한 놈이었어?”
‘너 때문이잖아!’
진정이 되고 나서, 구성욱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필에게 물었다.
“그래서 필 씨, 김태현이 쓰는 스킬 같은 거 찾으셨어요?”
“아니…….”
“?!”
필은 미안한 표정이었다. 구성욱에게 저런 고생을 시켰는데, 정작 알아낸 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얻어낸 게 있어.”
“그게…… 뭔데요?”
“김태현은 나름 잘 숨겼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놓쳤어. 이렇게 아예 아무것도 안 나온다면, 오히려 그게 단서가 된다는 걸!”
‘그러고 보니 필 씨, 추리소설 마니아라고 했는데 너무 빠지신 거 아냐?’
구성욱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필이 너무 신이 난 것 같아서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김태현이 스킬을 숨기는 패시브 스킬 같은 걸 갖고 있는 것 같아.”
“예?”
“생각해 봐. 내가 보고 있는데 스킬이 아무것도 안 떴어. 그게 왜겠어?”
“확실히…….”
“김태현 직업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잖아. 그게 다 그런 식의 스킬이 있어서겠지.”
필은 자신만만하게 스스로의 추리를 늘어놓았다.
“김태현이 아키서스 교단을 부활시켜서 다들 신성 관련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아니야. 대장장이 관련 직업인데 퀘스트를 깨다 보니 아키서스 교단과 연이 닿아서 부활을 시켰던 거지!”
날카로운 필의 추리!
물론 방향은 완전히 반대였지만…….
“왜 이제까지 김태현 직업을 아무도 제대로 추측하지 못했겠어? 이런 식으로 직업과 전혀 상관없는 교단이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챈 거지.”
“그냥 잡캐일 수도 있잖아요?”
“야. 잡캐로 어떻게 저렇게까지 만들어? 게다가 김태현은 기계공학 스킬까지 있는데.”
“그렇긴 하네요.”
“내 말이 맞다니까. 다른 놈들은 사고방식이 막혀서 못 알아챈 거야. 나처럼 이렇게 창의적으로 생각을 해야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정말 나만 알고 있는 거야. 원래는 추측이었는데,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었어. 아마 99% 정도?”
“……?”
“김태현의 직업은 <라제단 대장장이>가 분명해.”
“라제단…… 대장장이요?”
대장장이 직업이 아닌 구성욱은 처음 듣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필은 <라제단 대장장이>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단순히 자기 직업만 키우는 게 아니라, 대장장이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다른 대장장이 직업에 대해서 폭넓게 공부한 필이었다.
“라제단 대장장이는 대장장이 중에서도 꽤 독특한 직업이야. <장비 위조>나 <불안정한 장비 제작> 같은 스킬이 있거든.”
“……그거 정말 대장장이 맞아요?”
“약간 좀 비열하고 변칙적인 스타일의 대장장이 직업이지. 기계공학 스킬도 꽤 들어가는 대장장이 직업이고. 어때. 누구 생각나지 않아?”
“……김태현!”
“그래! 게다가 라제단 대장장이는 아이템 감정을 막는 스킬도 있거든.”
아무리 들어도 대장장이보다는 사기꾼에 가까운 직업 스킬들!
그렇지만 분명히 김태현을 떠올리는 직업이기는 했다.
게다가 필은 한 가지 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거 봐. 여기 사이트에 올라온 글.”
-김태현 개XX가 판 아이템 사기당했어! 김태현이 장비 위조했다니까!
영지에서 일어난 경매에서 태현은 악독하게 대형 길드 몇몇만 골라서 위조 장비를 팔았다.
나중에 속았다는 걸 깨달아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도록!
실제로 반응도 태현이 예상한 대로였다.
-구라치고 있네. 그런 스킬이 어디 있어?
-김태현 이미지 깎아 먹으라고 네 길마가 시켰지?
-암살자 보냈다가 잡혀놓고 이러면 안 창피하냐, ㅉㅉ.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필은 여기서 <장비 위조> 스킬의 단서를 눈치챘다.
저건 분명 라제단 대장장이의 스킬!
필의 설명을 들은 구성욱은 흥분했다. 아무도 몰랐던 태현의 직업을 필이 혼자 알아낸 것이다.
정말로 대단한 추리!
“필 씨, 대단해요!”
“하하. 운이 좋았지.”
“운이라뇨! 실력입니다!”
“앞으로 김태현이 너 너무 부려먹으려고 할 때, 이걸 딱 들이대면서 협상을 하는 거야. 알려지기 싫으면 물러설 수밖에 없을걸?”
“필 씨……!”
자기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구성욱은 감동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얼싸안는 둘!
태현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이상한 놈이 두 명으로 늘었군.’
* * *
“이다비, 내가 영지에 없는 동안 할 일이 있다.”
“골드 관리면 맡겨 주세요!”
“…….”
“……제가 너무 앞서나갔죠?”
“응.”
이다비는 내밀었던 손을 얌전히 뒤로 뺐다.
“저놈이 폭주하지 않도록 말리는 건 당연하고…….”
태현은 펠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현이 없는 동안 펠마스가 무슨 사악한 생각을 떠올릴지 알 수가 없었다.
‘잠깐, 지금 고양이한테 생선 가게 맡기는 거 아닌가?’
이다비도 골드 좋아하는 거로 따지면 펠마스 못지않은 사람!
“열심히 할게요!”
“음…… 그래…….”
이미 내린 결정이었다. 태현은 불안함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교단에서 나온 퀘스트, 같이 안 가도 되나요? 난이도가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
“보통이 아니긴 하지.”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희 길드원들은 별로 도움이 안 되잖아.”
“……죄송합니다…….”
이다비는 시선을 피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는 그 커다란 규모 치고는 강한 길드원들이 정말로 없었다.
“상관없어. 너희들한테 그런 걸 기대한 적도 없고. 영지 보면서 건물 지어지는 거 보고,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 관리도 좀 하고, 펠마스 적당히 말리고 정도만 하면 돼.”
“어, 좀 많아지지 않았어요?”
“뭘 원하는데?”
“나중에 저희 길드 방송에 몇 번만 더 나와주시면…… 헤헤…….”
이다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걸어 다니는 골드로 보이는 태현이었다.
태현이 한 번 나왔다고 펄쩍 뛰어오른 길드 방송 구독자 숫자!
“뭐, 알겠어. 그 정도야 해주지. 나머지 남는 시간에는 너희들도 알아서 레벨업 좀 하고……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뭔가요?”
“지금 들어보니까 나 싫다고 연합하는 길드 놈들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
“…….”
이다비는 ‘그러게 작작 좀 하시지 그랬어요’ 하는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태현은 당당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
대형 길드원들이 ‘너무하잖아!’라고 외친다면 ‘그러게 왜 내가 얻으려는 보상 옆에 서 있었냐’라고 대답할 태현!
어쨌거나 쉽게 넘길 사실은 아니었다. 태현한테 당한 대형 길드들을 주축으로, 길드 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
이세연한테 얼핏 들었지만 태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세연이 그런 거 갖고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지. 그리고 처음 있었던 일들도 아니고.’
판타지 온라인 1에서도 그랬다. 사람들이 하도 당하고 당하다 보면 나중에는 당한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태현을 쫓아다녔다.
은근히 무서운 패배자 연합!
역시 가장 좋은 건 제대로 뭉쳐지기 전에 흔드는 것이었다. 태현은 미리미리 대비를 해놓으려고 했다.
“너희 길드원들을 사용해서 거기 연합에 들어갈 생각이야.”
“어, 저희 길드는 대형 길드들이 이미지 안 좋다고 싫어해서 안 받아줄걸요…….”
“…….”
대형 길드로서의 권위라고는 조금도 없는 <파워 워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