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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53화 (253/1,826)

§ 나는 될놈이다 253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뭔데. 아키서스 교단 직업으로 전직하고 싶다고? 그런 거 없으니까 그냥 가라.”

“그런 것도 아니라…….”

뭔가 자신감 없고 우물쭈물하는 말투!

마치 태현한테 죄라도 지은 것 같은 말투였다. 태현은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했다. 누구길래 이러지?

“…….”

구성욱은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시선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태현은 구성욱이 누군지 바로 못 떠올렸기 때문!

“누구지?”

“……구성욱입니다.”

“구성욱이 누구더라…….”

“그, 차가운 울음의 검…….”

“아아! 그 구성욱!”

태현은 반갑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걸 보고 구성욱은 살짝 놀랐다. 설마 태현이 반겨주나?

생각해 보니 잘츠 왕국에서부터 만났고, 마르덴 후작을 상대하면서도 함께 했었다.

스미스와 함께 태현에게 맞서기는 했지만 직접 공격은 안 했으니 그 정도는 넘어가 줄 수도…….

“스미스하고 손잡고 나 공격한 구성욱! 맞지?”

“…….”

없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아니, 왜 그래. 뭐 공격할 수도 있지! 판타지 온라인에서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데. 안 그래? 물론 난 비가 내리면 스미스한테 맞은 상처가 아직도 쑤시지만 말이야.”

물론 그런 것도 없었다.

태현한테 맞은 상처가(판타지 온라인 1에서) 쑤시는 건 오히려 스미스!

애초에 스미스한테 별로 데미지를 입지도 않았던 태현이었다.

‘널 때린 건 오크 대족장하고 그 밑의 주술사들이잖아……!’

물론 구성욱은 그 말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흑흑, 스미스 님…… 스미스 님 생각은 틀렸어요…….’

구성욱은 스미스를 떠올렸다.

* * *

“결정했습니다. 김태현을 찾아가서 부탁해 볼 생각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스미스는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그러나 구성욱은 같이 기뻐할 수가 없었다.

태현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

‘분명 그냥 주지는 않을 텐데…….’

구성욱이 걱정하는 걸 눈치챘는지, 스미스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김태현 씨는 그런 것으로 원한을 품으실 분이 아닙니다.”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스미스!

“정 불안하시면 제가 같이 가서 사과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이 움직인 것밖에 없으니…….”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구성욱은 사색이 되어 스미스를 말렸다. 안 그래도 많은 도움을 준 스미스를 여기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같이 가봤자 더블로 고생할 뿐!

이 일은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이고! 상처가 쑤신다!”

“…….”

“상처가 쑤시는데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와, 피도 눈물도 없는 거 봐.”

“그, 그게 아니라…….”

“케인, 이 사람 좀 봐. 패놓고 저렇게 무표정해!”

케인마저 고개를 돌릴 정도의 뻔뻔함!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 태현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자. 농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농담이었냐?!’

구성욱은 속으로 외쳤다. 태현만 만나면 속으로 삼키는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스미스랑 같이 나를 레이드하려고 해놓고…….”

“…….”

끝까지 그냥 넘어가 주지는 않는 태현이었다.

“……이렇게 찾아온 건 당연히 원하는 게 있어서겠지. 그냥 사과하러 온 건 아닐 거잖아. 설마 그냥 사과하러 온 거야?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이? 그런 거면 내가 마음 넓게 용서를 해줄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닌데요…….”

“역시! 바라고 온 게 있어서야. 케인, 봐라. 이 사람이 이렇게 나쁜 사람이라니까.”

‘네가 악당 같아 이 자식아…….’

“뭘 원하는데?”

구성욱은 한숨을 푹푹 쉬며 필요한 것을 털어놓았다. 사연을 다 듣자 태현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 검은 뭔 검이길래 그렇게 만드는 게 힘드냐?”

구성욱도 100% 공감!

“펠마스, 저 <교황의 축복을 받은 강철>을 내가 만들 수 있나?”

“교황으로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있을 겁니다.”

태현은 상태 창을 확인해 보았다. 교단의 교황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워낙 많았기에 제대로 찾기도 힘들었다.

“아. 여기 있군. 아이템에 축복 내리기. 성수랑 상급 마법석이랑 뭐 이것저것 잡다하게 들어가네. 그런데 못 구할 정도는 아니고.”

확인을 끝낸 태현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구성욱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구성욱 씨는 이걸 위해 뭘 해주실 수 있으신지?”

* * *

“이야, 검은 바위단! 역시 대단한 우정! 감동이야 감동!”

“…….”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썩어가는 얼굴로 태현 옆에 서 있었다.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태현의 말!

-김태현이 저런 놈이었냐?

-제가 몇 번이고 말했잖습니까!

-솔직히 성욱이가 오버한 줄 알았는데…….

-…….

직접 보니 확실하게 느껴지는 태현의 인성!

태현은 옳다구나 하고 이번 교단 퀘스트에 검은 바위단의 지원을 요청했다.

구성욱 한 명이 아닌, 최소한 파티는 되는 지원!

구성욱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아는 길드원들은 한숨을 쉬며 지원해주러 나온 것이다.

사실 태현의 말이 비웃는 것처럼 들려서 그렇지,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길드원 한 명이 고생한다고 다른 길드원들이 이렇게 다 나와서 도와주려는 길드는 흔하지 않았다.

소규모로 돌아가는, 끈끈한 우정을 가진 검은 바위단이기에 가능한 모습!

“뭐 다 모였으니까 지금 만들어서 줄까?”

“?!?!!”

구성욱은 깜짝 놀랐다. 태현이 보상을 선불로 준다니. 그리고 구성욱이 깜짝 놀란 걸 눈치챈 태현이 말했다.

“뭐야. 지금 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거야? 나 기분 상했어.”

“아,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그냥 기뻐서 그런 겁니다!”

“정말?”

“정말입니다!”

구성욱과 태현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길드원들은 점점 환상이 깨져가는 표정을 지었다.

그 김태현이 저런 사람이었나!

이제까지 구성욱이 태현의 욕을 해도 ‘에이, 설마 방송에서 그렇게 멋지게 나온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던 길드원들은 드디어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교황의 축복을 받은 강철을 제작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이제 중급 7인가?’

대장장이가 아닌 직업으로 중급 대장장이 스킬을 레벨 7까지 찍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지만, 태현은 만족하지 못했다.

주력 스킬인 대장장이 스킬, 기계공학 스킬, 검술 스킬은 고급까지 찍고 싶다!

남들이 들었다면 미친 생각이라고 했겠지만, 태현의 근성과 끈기, 거기에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특성만 있다면 불가능은 아니었다.

땅, 땅, 땅-

태현이 망치를 두드리는 걸 보고, 검은 바위단 길드의 대장장이 필은 정말 놀랐다.

‘정말 대장장이가 아니라고?’

아무리 봐도 대장장이 직업만 계속 플레이해야 나오는 안정된 자세!

저런 자세를 갖고서도 대장장이 직업이 아니라니,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본다면 질투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사실 필은 딱히 검은 바위단 지원군 파티에 낄 필요가 없었다. 대장장이가 파티에 있으면 좋기는 했지만, 검은 바위단 길드도 길드의 메인 대장장이를 이런 퀘스트 지원 파티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필이 따라온 이유는 하나. 태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냐. 김태현은 대장장이가 분명해!’

필은 태현의 직업에 대한 한 가지 추측이 있었다. 나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추측!

그걸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확인이 필요했다.

“너무 가까운 거 아냐?”

“……!”

그제야 필은 정신을 차렸다. 구경을 하는 사이에 너무 앞으로 나와서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본다고 뭐 뺏기는 것도 없으니까 상관없긴 한데…….”

“정말로 직업이 대장장이가 아니라고?”

“아저씨, 남 직업을 그렇게 쉽게 알려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아저씨한테 말해 줄 거면 방송에서 이미 공개하지 않았겠어?”

태현은 필의 질문을 가볍게 넘겼다. 필은 다시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 그렇긴 해.”

“보니까 대장장이 같은데 파티는 왜 따라온 거?”

“대장장이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대장장이도 나 정도 되는 대장장이는 스킬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걸 알 텐데.”

“그거야 당연히 아는데.”

태현의 반응에서 필은 태현이 대장장이 직업에 대해 꽤 잘 안다는 걸 느꼈다.

어디서 보거나 들은 게 아닌, 직접 체험해서 얻은 것 같은 느낌!

“원래 길드에서 메인 대장장이 정도 되면 이런 파티에 일일이 껴서 움직일 필요 없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온 거면 파티 껴서 필드에 나가는 걸 좋아하거나, 아니면…….”

태현은 망치를 두드리는 걸 끝내며 말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

“다, 다른 이유라니.”

“내가 망치질하는 걸 엄청 유심히 보던데. 뭐, 호기심 생기는 건 알겠는데 봐서 나올 거 없어.”

태현은 진심으로 말해준 것이었다. 이미 태현을 오해하고 따라다니던 대장장이가 몇 명 있었다.

물론 그들은 엄청나게 이득을 봤지만, 그게 엄밀히 따지면 태현이 무슨 대장장이 직업의 비밀을 갖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필에게는 다른 의미로 들렸다.

-얼마나 대단한 걸 숨기고 있으면 저렇게 말하는 걸까!?

워낙 태현이 꼬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 저런 말도 반대로 보이는 것!

‘확실해. 뭔가 숨기고 있어.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뭔가 단서가 될지도 몰라.’

태현은 별생각 없이 배려해 줬는데도 스스로 꼬아서 생각해 버리는 필이었다.

“여기 강철 있다. 차가운 울음의 검을 만들어 보라고. 나도 어떤 아이템인지 궁금하네.”

“크…… 크흑……!”

“?!”

구성욱이 강철을 받아들고 울먹거리자, 태현이 당황했다. 얘 왜 이래?

“드디어…… 진짜 드디어……!”

“…….”

태현도 살짝 미안해지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으면…….

“빨리 만들라고.”

‘그래야 퀘스트 때 내가 마음 놓고 부려먹지.’

태현이 먼저 강철을 만들어 준 이유는 간단했다.

앞으로 깨야 할 퀘스트가 그만큼 난이도가 높아 보였기 때문!

<차가운 울음의 검>이 어떤 아이템이든 간에, 저렇게 사람을 굴려 먹었는데 보통 성능의 검일 리는 없다.

“필 씨! 여기 재료를 다 모아왔습니다!”

“음…… 김태현한테 부탁해 보는 건 어때?”

“예?!”

구성욱은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태현한테 당한 걸 보고서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니, 아니.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내가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울먹이는 구성욱을 달래며, 필은 이유를 설명했다.

-태현이 <차가운 울음의 검> 같은 아이템을 제작하는 걸 직접 본다면, 필의 대장장이 관련 스킬로 뭔가 숨겨진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었고, 관련 스킬도 꽤 풍부했다.

그중에는 아이템의 성능을 파악하거나, 대장장이 스킬을 파악하는 스킬도 몇 개 있었다.

태현이 제작하는 동안 잘 관찰한다면 뭔가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속셈!

‘김태현도 내가 이런 스킬이 있는지는 모를 테니까!’

필의 말에 구성욱은 몇 번이고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태현에게 부탁하러 갔다.

“뭐, 그 정도야 해주지.”

“?!”

태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재료도 다 제공해 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런 아이템을 만들면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올랐다.

필이야 태현의 비밀이 너무 궁금해서 그걸 포기하고서라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었지만, 태현은 정말로 숨기고 있는 게 없었다.

그냥 대장장이 기술 스킬+높은 행운+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스킬 보정이 전부!

옆에서 본다고 해서 숨겨진 스킬이 뜨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본다! 뭔가 있을 거다! 내 두 눈으로 확인해 주겠어!’

물론 그런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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