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252화 (252/1,826)

§ 나는 될놈이다 252화

순간 당황했지만 정수혁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리 태현이 아싸라고 하지만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선배 있잖아. 우리 윗 학번에, 과 수석 했는데 과 생활은 안 하시는…….”

“아, 그 사람?”

“그 사람 이름도 김태현이었지?”

“게임 잘하고…….”

“동환이 선배가 그 사람한테 맞았다고 하지 않았나?”

“쉿. 동환이 선배 아직도 그거 말하면 화내잖아. 여태 기억에 남았나 봐.”

“술만 마시면 욕하던 김태현이 그 김태현이었구나?”

아싸라고는 하지만 태현이 하고 간 게 워낙 대단했기에, 정수혁의 친구들은 바로 태현을 떠올렸다.

“어떻게 친해졌는데?”

“그러니까…….”

무릎을 꿇고 ‘인기 있고 싶어요! 게임 잘하게 도와주세요!’라고 빌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정수혁이라도 체면이 있지!

“그, 그냥 게임 하시는 거 알고 같이 하자고 말했는데…….”

“뭐? 정말 그걸로 친해졌다고?”

“의외로 성격 좋으신 거 아니야?”

“성격 더러운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동환이 선배가 말한 거잖아. 동환이 선배는 김태현 선배 싫어하시니까…….”

정수혁의 친구들은 떠들면서 ‘우리도 같이하자고 하면 의외로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냐?’의 꿈을 키웠다.

김칫국을 연속으로 드링킹 중!

태현의 성격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정수혁도 ‘게임을 못하고’, ‘절박하게 무릎을 꿇고 매달리는’ 것 때문에 태현이 약해져서 받아준 것!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같이 게임하죠!’ 이러는 플레이어에게는 ‘네가 뭔데 나랑 같이 게임하자 그러냐, 나 아냐, 미쳤냐, 깃발 꽂고 붙을까?’ 소리가 바로 나오는 태현이었다.

판타지 온라인 2를 시작하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그렇지, 원래 판타지 온라인 1 할 때 태현은 더럽게 성격 더러운 놈이었다.

오죽하면 판타지 온라인 1 때 플레이어들이 아직까지 원한의 칼을 갈고 있겠는가!

친구들의 대화에서 뭔가 불안함을 느낀 정수혁은 화제를 돌렸다.

“그, 그래서 너희들은 요즘 뭐하고 있는데?”

“우리는 파티를 짜서 같이 움직이고 있어. 혹시 <파이브 스타즈>라는 이름 들어봤어?”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어보는 친구들. ‘들어봤어’라는 대답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이름!

“처…… 음 듣는데.”

“그래? 아쉽네. 우리 파티 이름이거든. 5명이서 같이 투기장을 돌고 있어. 요즘 투기장이 뜨거운 거 알고 있지?”

“알고야 있지.”

투기장은 어느 도시에서나 인기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정수혁은 투기장을 마음 편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태현이 투기장에서 친 깽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기 때문!

싸우기 전에 사람들이 음식에 독을 타고 몰래 손을 잡고 배신을 하고 동료한테 폭탄 갑옷을 입히고 돌진시키고 마지막에는 악마가 나오는…….

‘아냐, 투기장은 원래 그런 곳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투기장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들어가서 비교적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승자가 나오는 곳이 투기장!

“우리가 보니까, 투기장에서 유명 플레이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

“그래?”

플레이어들끼리 부딪히고, 그 과정을 생생하게 중계할 수 있는 투기장은 언제나 인기 콘텐츠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유명 플레이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

“그래서 생각했지. 투기장을 집중적으로 돌면서, 투기장의 유명인이 되자고!”

“음…….”

“너도 곧 우리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몰라!”

“어…… 음…….”

“다음에 선배님 만나게 될 때 연락해! 우리도 같이 만나게!”

“우와, 진짜 김태현 만날 수 있는 건가?”

“나 만나면 물어볼 거 많은데. 뭐부터 물어보지?”

정수혁이 말리기도 전에, 친구들은 신이 나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아,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 * *

“으음…….”

“……?”

“으으으음…….”

“??”

태현이 혼자 땅바닥에 앉아서 히죽거리자, 케인은 이상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니, 저놈 저러는 게 한두 번이냐.’

태현은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갖고 온 전리품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왕자들을 레이드하고+왕자들의 부하들도 레이드하고+거기에 에드안이 떠나기 직전 왕궁 창고를 털어서 갖고 나온 것까지!

오스턴 왕가의 풍요를 상징하는 깃발:

오스턴 왕가가 대대로 사용했던, 왕국의 풍요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이걸 다른 곳에서 써도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영지에 장착 시 영지 세금에 보너스, 주민 NPC들의 불만도 하락.

스킬 ‘깃발의 이름으로’ 사용 가능.

오스턴 왕가의 흑철로 만들어진 장식용 검:

내구력 50/50, 공격력 5.

오스턴 왕궁 벽에 걸려 있던 장식용 검이다. 공격력이 높지는 않지만 뛰어난 장식과 예술성을 갖고 있다.

이게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오스턴 왕가에서도 놀랄 것이다.

영지에 장착 시 영지 병사의 전투력, 소집 속도에 보너스.

특수 직업-‘흑철 검을 든 병사’ 모집 가능.

오스턴 왕가의 칠색 보석:

오스턴 왕가의 왕관에 박혀 있는 보석이다. 이걸 빼가는 놈이 있으리라고는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스킬이 부족합니다. 오스턴 왕가의 칠색 보석의 추가 옵션을 볼 수 없습니다.]

‘에드안 이 자식……! 너무 잘 훔쳤잖아!’

얼마 시간도 안 줬는데, 온갖 것들을 훔치다 못해 심지어 오스턴 왕국의 왕관 보석을 빼 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대담하지 않은가!

태현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사이트에 들어갔다. 검색한 것은 <오스턴 국왕 즉위식> 영상!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많았으니 당연히 촬영 영상도 있었다.

‘…….’

태현은 분명히 확인했다. 3왕자가 쓰고 있는 왕관의 보석이 하나 빠져 있는 것을!

사람들은 그냥 ‘원래 없나 보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태현에게는 명확하게 보였다.

‘일단 다른 건 다 영지에 설치해야지.’

에드안은 영지에 쓸 수 있는 것 위주로 골라서 빼 온 것 같았다. 실제로 이런 깃발이나 조각상, 장식 같은 건 비싸기도 했고…….

‘그런데 내 영지에 주민 NPC들이 있기나 한가?’

지금 있는 거라고는 행운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과 곧 생길 아키서스 사제들과 성기사들 정도?

거기에 교단이 부활하기 전부터 태현을 따라다니던 아키서스 관련 NPC들이 전부였다.

[주변 영지에서 주민들이 이주해 옵니다.]

[주변 영지의 귀족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 이런 식이군.’

영지 자체의 질을 올리니, 주변에서 알아서 주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귀족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도 같이 떴지만, 태현에게는 이제 이 정도 원한은 웃으면서 무시할 수준!

원한을 쌓는 것에 대해서는 스페셜리스트!

<어떻게 원한을 잘 적립할 수 있을까>로 방송한다면 3부작 정도는 너끈히 찍을 수 있는 태현이었다.

‘쳐들어올 거면 쳐들어오라 그래.’

지금 갖고 있는 인맥과 공적치 포인트, 아이템들을 사용하면 영지전 한두 번 정도는 충분히 치를 자신이 있었다.

‘에드안 아이템은 확인했고…… 왕자들하고 호위대장들은 뭘 갖고 있었을까?’

전리품을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나 두근거렸다.

오스턴 왕가의 비전 갑옷:

내구력 780/780, 방어력 320, 방어력 320.

스킬 ‘왕가의 가호’ 사용 가능, 스킬 ‘왕가의 축복’ 사용 가능, 스킬 ‘왕가의 눈’ 사용 가능, 착용 시 체력 18% 상승, HP 회복력 18% 상승, 마법 저항력 18% 상승.

레벨 제한 180.

오스턴 왕가의 국왕이 대대로 사용하던 갑옷이다. 왕가 전속 대장장이가 다듬고, 왕가 전속 마법사가 마법을 걸었다.

왕가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쓸 경우 오스턴 왕가에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점점 오스턴 왕국 가기가 힘들어지는데…….’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태현이 만든 <철벽>도 엄청나게 좋은 갑옷이었지만, <오스턴 왕가의 비전 갑옷>은 그걸 능가했다.

단순히 스탯뿐만 아닌, 갖고 있는 스킬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왕가의 가호>는 방어력과 HP를 몇 배로 순간 뻥튀기시켜주고, <왕가의 축복>은 걸린 디버프 대부분을 해제시켜주는 사기 스킬이었다.

착용하는 순간 말 그대로 바퀴벌레 수준의 생존력을 자랑!

1왕자나 2왕자가 레벨이 되어서 이걸 착용하고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다가 오스턴 왕국 아이템 세트 착용하는 거 아냐?’

누가 보면 오스턴 왕국 근위기사로 전직했나? 싶을 정도의 아이템들!

왕자의 목걸이:

내구력 50/50, 마법 방어력 75.

스킬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스킬에 소모된 MP의 50%를 회복. 스킬 ‘저주 반사’ 사용 가능. 스킬 ‘반복’ 사용 가능.

오스턴 왕국의 왕자가 사용했던 목걸이다. 왕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면 그 반응은 상상에 맡기겠다.

‘이것도 착용하고.’

이제 아이템에서 느껴지는 경고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태현이었다.

저주 반사는 태현처럼 저주가 약점인 플레이어에게 매력적인 스킬이었다.

반복은 더 어마어마한 스킬이다.

일정 확률로 방금 사용했던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태현의 행운과 함께한다면 거의 확정으로 2번 반복이나 다름없었다.

오스턴 왕가의 오리하르콘 석궁:

내구력 ∞/∞, 공격력 ?

오로지 왕가의 오리하르콘 화살만 사용 가능함.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오리하르콘으로 석궁을 만들었을까요?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뭔 X같은 아이템?

‘녹여서 오리하르콘을 추출하라는 뜻인가?’

오스턴 왕가가 잘나갈 때 이런 식으로 골드 낭비를 했다는 건가?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이게 어떻게 쓰라고 있는 아이템이지?

게다가 왜 공격력은 ?인지 알 수 없었다.

[오스턴 왕가의 오리하르콘 석궁은 스탯의 영향을 받습니다.]

[영향받는 스탯: 행운]

“……!!!!!!!!”

태현은 황급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방금 뭐라고?

[영향받는 스탯: 행운]

드디어 떴다.

행운 스탯 버프를 받는 공격 아이템이!!!

판온에서 한 번에 폭딜을 넣을 수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은 죽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위험하고 불안정하지만, 뭐든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강력함!

이건 그냥 죽창이 아니었다. 강력한 오리하르콘 죽창!

석궁을 들고 환호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오로지 왕가의 오리하르콘 화살만 사용 가능함.

‘화살 몇 개 있냐?!’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획득한 아이템 중 왕가의 오리하르콘 화살은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석궁에 끼워져 있던 한 개!

단 하나!

‘제, 제작법…… 제작법을…….’

고민하던 태현은 좌절했다.

제작법을 찾으려면?

오스턴 왕국에 가야 했다.

오스턴 왕국에 가면?

‘지금은 자살행위지!’

오스턴 왕국에 가더라도 나중에 가야 했다. 교단 세력이 완전히 퍼져서, 걸려도 잃을 게 없을 때!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물론 한 개라도 있다는 게 어딘가 싶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제작법이란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은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차가운 울음의 검> 제작법 때문에 고생한 놈이 있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저…….”

“그래, 내가 김태현인데, 행운 버프는 안 걸어주니까 저리 가라.”

누군가 말을 걸어오자, 태현은 얼굴도 보지 않고 손을 휘휘 저었다.

영지에 있으면 이게 귀찮았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제발 제 상자를 대신 열어주세요!

-제 강화를 대신 해주세요! 제발!

태현이 초보자의 상자를 대신 깠더니 안에서 대박이 나왔다는 소문은 벌써 퍼질 대로 퍼진 상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