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50화
“나? 나는 프리카 대륙인데.”
최상윤은 태현이 말을 돌리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프리카 대륙에 랭커들 많더라. 아직 발견 안 된 도시들도 많아서 발견 보너스도 있고, 몬스터들도 세고 희귀한 놈들 많아서…….”
“프리카 대륙이라…….”
태현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계속 중앙 대륙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다른 대륙에도 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굳이 갈 필요는 없겠지?’
교단을 관리하고 권능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굳이 다른 대륙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프리카 대륙으로 오면 말해. 내가 도와주러 갈 테니까.”
“그래주면 고마운데 한동안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 그래서 수혁아. 네 상황은 어떠냐?”
“아. 예! 저는 일단 우르크 지역으로 돌아와서…….”
* * *
우르크 지역으로 오크 주술사들과 함께 돌아온 정수혁.
원래 오크 군세와 적이 된 사이니 긴장이 됐지만,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퇴한 오크 군세들은 각자 부락으로 돌아가 굳게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대족장의 부상 때문!
대족장이 회복할 때까지는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고 기다릴 생각 같았다.
“취익, 겁쟁이 같은 놈들입니다!”
“췩! 저놈들 마을에 불을 지릅시다!”
더 과격한 오크 주술사들! 정수혁은 가끔 그를 따라다니는 오크 주술사들이 두려울 때가 있었다.
“돌아왔군!”
[바마어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 내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의 친밀도가 최대에 달합니다.]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이 아키서스 교단을 믿기 시작합니다.]
‘됐다!’
“생각보다 대단해! 저 오크 우두머리 놈을 다치게 만들다니!”
“그건 제가 한 게 아닌데…….”
“뭐 결과만 좋으면 됐지. 어쨌든 고생했네!”
“감, 감사합니다?”
“우리 부족원들은 앞으로 아키서스 교단을 믿겠어! 뭐 행운의 신이니 다른 고리타분한 신보다는 마음에 드는군.”
정수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한 부족은 완벽하게 설득을 해낸 것이다.
원시 인간 부족의 마을에서 내려온 정수혁은 그의 뒤를 졸졸 쫓아오는 오크 주술사들을 쳐다보았다.
‘계속 데리고 다녀야 하나?’
앞으로 다른 부족들도 만나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크들은 계속 데리고 다니기 힘들었다.
“흠, 흠. 너희들. 혹시 적당한 곳에 머무를 생각은 없…… 어?”
“???”
“취익?”
오크 주술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수혁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서 자리를 잡으라고! 여기 주변에 다른 오크들도 많잖아!”
“췩! 주술사님이 우리를 버리려고 한다!”
“안 된다! 취익!”
발목을 잡고 늘어지려는 오크들! 정수혁은 지팡이로 오크들을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아니, 버리려는 게 아니라!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면 내가 데리러 올게! 진짜로!”
“췩! 정말인가?”
“……그래!”
정수혁은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꽤 거짓말이 늘었다.
꼭 데리러 온다고 오크들을 달래고 나서야, 정수혁은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헉, 헉헉…… 오크들 진짜…….”
어쩌다 저렇게 오크들이 붙었는지…….
정수혁은 전술 스킬이 거의 없었다. 그런 수준에서 저런 오크들을 데리고 다녀봤자 제대로 활용도 할 수 없다.
게다가 다른 퀘스트를 깰 때 오크들을 싫어하는 NPC가 있다면…….
100% 방해만 될 게 분명!
‘일단 떨어뜨려 놓자.’
혼자 우르크 지역을 걸어 나오던 정수혁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여기 올 때 같이 왔던 데메르 교단의 NPC들과 최하영, 최하준 플레이어.
그들은 과연 뭘 하고 있을까?
‘오크들 대공세 때 빠져나갔을 것 같은데…….’
우르크 지역이 뒤집어졌으니 그때 도망쳤거나, 아니면 숨어 있거나 했어야 했다.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어!”
“마법사님 아니십니까?”
저번에 헤어졌던 자리에 데메르 성기사 몇 명이 남아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수혁은 반갑게 달려갔다.
‘하영 씨는 간 걸까?’
NPC들만 보이고 플레이어들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계셨군요!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했었는데.”
데메르 성기사들의 다정한 말을 듣자, 정수혁은 양심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여기 와서 한 거라고는 데메르 교단을 방해한 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우, 운이 좋아서……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습격이라도 당한 겁니까?”
오크들이 한바탕 날뛰었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예? 아닙니다. 교단에서 연락이 와서 돌아가려는 겁니다. 다른 분들은 먼저 출발하셨고, 저희는 마무리를 짓느라 지금 출발하는 겁니다.”
“신전은요? 신전을 설치하신다고 들었는데…….”
“이 주변은 만만치 않더군요. 저야 더 해보고 싶었지만 교단에서 급한 일이 생겼는지 돌아오라고 해서 말입니다.”
“……?”
교단에서 급한 일이라니. 태현이 들었다면 바로 느꼈을 것이다.
퀘스트의 예감!
멀리 나간 성기사들까지 불러 모을 정도라면 꽤나 큰 퀘스트가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오크들을 붙잡고 심문했는데, 여기 주변에 아키서스 교단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신기합니다.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아키서스 교단이 어떻게…….”
‘크으윽!’
더욱더 아파져 오는 양심!
* * *
“잘했어. 잘했어.”
“흑흑…… 저는 나쁜 놈입니다…….”
혼자 땅을 파기 시작한 정수혁을 내버려 두고, 태현은 최상윤과 주현영을 보며 물었다.
“데메르 교단에서 퀘스트 나왔나 본데? 뭐지?”
“글쎄…… 나도 못 들어봤는데. 어쨌든 데메르 교단에서 나온 퀘스트면 다들 눈독 좀 들이겠네.”
사디크 교단처럼 이상하고 배척받는 교단이 아닌, 대륙에서 잘나가는 교단들과는 친해지는 게 무조건 이익이었다.
그런 교단에서 쌓은 공적치 포인트는 골드만큼, 아니, 골드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었다.
“아, 더 들은 게 있습니다.”
땅을 파던 정수혁이 고개를 들었다.
“뭔데?”
“대륙에 새롭게 나타난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기사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데메르 교단의 적? 누구지? 사디크…… 는 아니겠고. 사디크 교단을 공격하려고 갑자기 이렇게 모으지는 않을 거야. 화염도 꺼졌는데.”
“너 아니야?”
“……?”
최상윤은 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하고 네 아키서스 교단. 요즘 급격하게 성장한 상태잖아. 다른 교단한테 슬슬 시비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설마…… 아무리 그래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말을 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아무 짓도 안 한 건 아니었다.
오스턴 왕국에서 왕자들의 이름을 등에 업고 깽판!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교단들을 전부 축출!
태현은 갑자기 등이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
“아니…… 아니겠지. 설마 그러겠어.”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라.”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무슨 징조 같은 게 있다 싶으면 바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오크들하고 싸운 지 얼마나 됐다고 데메르 교단과 척을 지게 될 줄이야.
‘아니, 확정은 아니니까!’
태현은 불안해지는 마음을 달랬다.
“아, 그러고 보니까 지수는 요즘 뭐하냐?”
“……!”
최상윤은 놀랐다. 태현이 지수의 근황을 먼저 묻다니!
‘지수야! 네가 해냈다! 네가 해냈어!’
“너 괜찮냐?”
물었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혼자 주먹을 불끈 쥐는 최상윤을 보고 태현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크, 크흠. 괜찮지. 물론 괜찮고말고!”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지수 말이지? 걔는 파이드 길드에서 잘 지내고 있지! 이번에 오크들 침공 때문에 타이럼에서 방어전 퀘스트 하고 있을 거야.”
유지수의 직업은 <타이럼 레인저>. 직업 특성상 타이럼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타이럼 시와 관련된 퀘스트가 나오면 거부할 수 없는 직업!
“오크들 다 빠진 거 아니었어?”
“잘츠 왕국으로 간 오크들은 안 빠졌어. 거기서 산맥 끼고 끈질기게 버티고 있잖아.”
타이럼 시가 있는 잘츠 왕국. 그쪽으로 간 오크들은 뛰어난 궁수인 오크 부족장 라솨자그가 이끄는 오크들이었다.
대족장이 크게 다치고 후퇴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잘츠 왕국의 산악 지형을 이용해 버티고 있었다.
덕분에 고생하는 건 잘츠 왕국의 플레이어들!
오크 토벌 관련 퀘스트가 계속해서 나와서 플레이어들을 정신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랬나? 몰랐는데. 아탈리 왕국 쪽으로만 안 내려오면 좋겠군.”
“내려오지는 못할 거야. 거기서 버티고 있으니까.”
“지수는 레벨을 얼마쯤 올렸으려나?”
* * *
뚝딱뚝딱-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건설 퀘스트로 한창 열기가 달아오른 상태였다.
“저, 건축 스킬 없는 사람도 퀘스트 참가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저, 그리고…… 보상으로 아키서스의 축복이 담긴 성수가 나온다는데 그게 진짜인가요?”
“물론이죠!”
골드보다 행운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길을 가다 보면 길가에는 강화를 시도하는 대장장이들이 있었다. 대장장이들을 지나쳐서 옆으로 돌아가면 보물 상자를 멀리서 대량으로 사 와서 파는 상인들이 있었다.
또 그 상인들을 지나쳐서 가면 행운 관련 버프를 받고 평소보다 더 뛰어난 아이템을 만들려는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이런 곳에 있다 보면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행운! 압도적 행운이 필요해!
현재 행운 버프를 받는 방법은 의외로 숫자가 적었다. 장비나 요리도 있었지만 그런 건 거의 구하기 힘들었다.
역시 가장 안정적인 건 아키서스 교단 관련 버프!
쿨타임이 찰 때마다 아키서스 신전에 가서 기도를 하면 기본적인 버프가 나왔다. 그렇지만 그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기도를 올리고 버프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람들로 줄이 길게 서 있어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기본!
게다가 행운에 눈이 먼 사람들이 거기서 만족할 리 없었다.
아키서스 사제라도 있으면 퀘스트를 깨고 사제한테 따로 축복을 받겠지만, 현재 영지에는 아키서스 사제가 따로 없었다.
괜히 펠마스가 파는 행운 티켓 같은 아이템이 팔리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행운에 목이 말라 있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태현이 직접 와서 만들기 시작한다는 아키서스의 성수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성수를 제작합니다.]
[신성 스탯의 영향을 받습니다.]
[중급 요리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성수가 요리 스킬 관련 보너스를 받나?’
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일단 보너스를 주니 좋았다.
[아키서스의 하급 성수를 만들었습니다.]
[아키서스의 하급 성수를 만들었습니다.]
[아키서스의 중급 성수를 만들었습니다. 성수 제작 스킬이 상승합니다.]
아키서스의 하급 성수: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만든 성수다. 복용하면 왠지 모르게 행운이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복용 시 일시적으로 행운 상승.
아키서스의 중급 성수: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공들여서 만든 성수다. 하급 성수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복용 시 영구적으로 신성 5 상승. 일시적으로 행운 상승, 버프 <행운의 파도> 부여.
[뛰어난 성수를 만들었습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신성 요리>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성수를 만들면서, 태현은 무언가 깨달았다.
‘이거…… 완벽하게 남는 장사다!’
성수는 다른 요리와 달리 복잡한 재료가 필요 없었다. 그냥 물하고 태현의 힘만 있으면 끝!
그런데도 관련된 스킬이 많아서 오르는 게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