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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43화 (243/1,826)

§ 나는 될놈이다 243화

[카나안 성 내에서 사디크 교단의 세력이 사라집니다.]

[카나안 성 내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평가가 올라갑니다.]

[사디크 교단을 막았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추가로 뜨는 메시지창들. 거의 날로 먹었다고 봐야 했지만, 태현은 당당했다.

‘이번 기회에 안 좋은 건 다 사디크 탓으로 몰면 되겠군!’

쾅쾅-

결국 골드를 찾아내지 못한 1왕자가 잔뜩 화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김태현 백작! 저놈이 아주 독하더군. 절대로 위치를 불지 않아!”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는 놈입니다. 저는 아탈리 왕국에서 사디크 교단과 맞붙은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죠.”

그리고 그런 1왕자를 부추기는 태현!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다 떠넘길 생각이었다.

“역시 그랬어! 최근에 일어난 도난 사건도, 성의 분위기가 흉흉해진 것도 저놈들 때문인 게 분명해!”

“…….”

사실 둘 다 태현 때문!

“들어보니 평원에 일어난 화염도 저놈들이 한 짓이라고 하더군.”

“어떻게 그럴 수가! 사악하기가 정말 상상치도 못할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런데, 김태현 백작이 저 화염을 해결해 줬으면 하네.”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저 말입니까?”

“그래. 김태현 백작 말고 이런 일을 누가 해결하겠는가?”

“아니,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그보다 왕자님을 따르는 능력 좋은 귀족분들도 많잖습니까.”

“그놈들은 모두 허수아비 같은 놈들이야! 이번에 사디크 놈들이 숨어서 그런 짓을 하고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1왕자가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말을 들은 귀족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놈들을 믿을 수 없지. 김태현 백작은 한 번 사디크 교단과 싸워서 승리한 적도 있는 영웅! 게다가 아키서스 교단을 이끄는 교황 아닌가.”

<사디크의 화염을 잠재워라–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

당신은 1왕자의 밑에서 지나치게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사디크 교단에 대해 매우 분노한 1왕자는 평원에 일어난 화염을 치우려고 한다. 사디크 교단이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의 목적!

당신은 1왕자의 명을 받들어 화염을 잠재워야 한다. 물론 성공적으로 해낸다고 해서 1왕자가 크게 보상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실패할 경우 1왕자가 실망하겠지만.

보상: ?, ??, 카나안 성의 불만도 하락, 카나안 성 내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평가 상승.

[퀘스트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수락되었습니다.]

‘아오…….’

좋던 기분이 사라졌다.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호구로 보고 있던 1왕자한테 제대로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태현이 저지른 일들은 다 사디크 교단에게 떠넘기고, 태현 본인은 1왕자에게 제대로 환심을 샀으며, 심지어 1왕자 밑의 귀족들까지 끌어들이는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었는데…….

‘화염 그거 끌 방법도 안 보이던데. 그냥 1왕자를 슥삭해 버리는 게 더 편하려나?’

태현은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고민했다.

1왕자야 이제 태현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이었고, 1왕자파 귀족들도 태현을 꽤나 신뢰했으니, 지금 1왕자를 제거하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그렇지만 제거하려면 2왕자하고 한 번에 제거해야 하는데. 음, 뭐 방법 없나……. 화염 저거 끄는 시늉이라도 해볼까? 시간을 벌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을 같이 제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태현은 일단 화염과 관련된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다.

불은 태현이 질렀지만 피해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는 상황. 분명 아쉬운 사람들이 화염을 끄기 위한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사디크 화염 퀘스트 관련 정보.]

[유명 탐험가 플레이어 제카스가 참가.]

[<사디크의 성물 반지>를 찾기 위해 사디크 교단의 비밀 신전 세 곳에 잠입해 퀘스트 중! 방송 링크 클릭!]

‘응?’

사이트에서 사람들의 글을 보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디크의 성물 반지>라니. 그건 분명…….

태현이 갖고 있는 아이템!

태현은 마저 정보를 확인했다.

사디크의 화염을 끄기 위해서는 <사디크의 성물 반지>가 필요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사디크 교단을 뒤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여기가 사디크 교단의 2 성소 비밀 통로입니다. 저는 여기를 알아내기 위해 세 군데의 장소를 뒤졌고, 다섯 종류의 책을 찾았습니다. 네?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탐험가 플레이어한테는 보통의 일이죠. 끈기 있게 탐구하고 찾아내려는 마음이 없으면 탐험가는 할 수 없어요.

방송에서 탐험가 플레이어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태현은 성물 반지를 꺼내서 확인했다.

갑자기 드는 죄책감!

그러거나 말거나 탐험가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말했다.

-탐험가로 전직하기 위해 뭐가 필요하냐고요? 글쎄요. 무엇보다 인내심 아닐까요. 지루한 퀘스트들을 깨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인내심이요. 한 땀 한 땀 퀘스트를 깨나가고, 마지막에 목표했던 것을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 그게 바로 탐험가의 매력…….

태현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차마 못 보겠군. 내 잘못 아니니까 버포드를 욕하라고.’

* * *

“그렇게 잘해준 사람들이? 어머, 정말로?”

“그렇다니까! 사실은 그놈들이 사디크 교단 놈들이었다네! 이번에 저 평원에 불을 지른 것도, 1왕자님의 왕궁 창고를 턴 것도 다 그놈들이 한 짓이라고 하네.”

“아주 나쁜 놈들이네!”

웅성거리는 성안 NPC들의 목소리. 태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는 승자가 써 내려가는 것!

나쁜 짓을 모두 사디크 교단에게 떠넘긴 태현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그렇게 크게 지어 올린 것도 사디크 교단 놈들을 찾아내려는 비책이었다네!”

“뭐? 정말로? 확실히 너무 많이 뜯어가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그게 왜 그랬겠어. 그런 짓을 하면 사디크 교단 놈들이 몰래 나올 테니까 한 짓이지!”

“그런 것치고는 그, 김태현 백작이 너무 즐거워하며 골드를 뜯어갔는데…….”

아직 못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왕자가 대대적으로 발표를 하자 성안의 사람들도 일단 믿어준 모양이었다.

그 사이 태현은 일행을 데리고 평원으로 향했다.

사디크의 성물 반지:

내구력 1/1

신성 제한 5000, 사디크를 믿지 않을 경우 저주를 받을 수 있음.

사디크 교단의 성물, 봉인된 사디크의 힘이 담겨 있는 반지다. 조건을 갖춘다면 사디크를 불러낼 수 있다.

‘신성 제한 5000이라…….’

태현은 현재 신성 스탯을 확인했다.

신성: 2933

그렇게 오스턴 왕국의 도시를 돌면서 강제로 신전을 건설하고, 1왕자와 2왕자의 골드를 털어가면서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고용해서 뿌렸다.

당연히 그런 식으로 교단의 세력을 키울 때마다 신성 스탯이 추가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아직 3천이 안 되는 신성 스탯!

5천이라는 제한이 새삼스럽게 크게 느껴졌다.

다행히 <장비 강제 착용> 스킬이 있기에 착용 자체는 가능했지만…….

“야, 꼭 평원으로 가야 해?”

케인이 옆에서 불안하다는 듯이 작게 말했다.

“확인할 게 있어서 간다.”

“넌 겁나지도 않냐?”

“뭐가 겁나. 화염 그거 속도도 느린데. 그냥 피하면 되지.”

“그거 말고 이 자식아! 우리가 지른 불이잖아, 그거!”

“아. 그거? 괜찮아. 아무도 모르잖아. 아직까지 안 퍼진 거 보니 앞으로도 안 퍼진다.”

“넌 추리 소설도 안 봤냐! 꼭 범인들이 현장에 다시 돌아갔다가 붙잡힌다고.”

“하하. 케인. 다 생각해 놓은 게 있지.”

“오. 뭔데?”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네가 했다고 하려고.”

“…….”

“농담이야.”

태현은 농담이라고 했지만 케인은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이 자식……. 약점 잡힌 것만 없으면……. 아니지, 약점 잡힌 거하고, 직업 하고, 아키서스 교단하고, 유명한 거만 아니면…….’

일일이 따지고 보니 더 우울해지는 케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태현한테서 벗어나는 게 쉬워 보이지가 않았다.

-착용.

[신성 스탯이 부족합니다. <장비 강제 착용>으로 착용할 수 있습니다.]

[사디크를 믿지 않습니다. 사디크의 저주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사디크의 저주를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의 특권으로 저주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조건이 되지 않아 사디크를 불러낼 수 없습니다.]

[사디크의 화염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화염을 조종할 때마다 신성 스탯이 소모됩니다.]

“……!”

태현은 평원 전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화염을 쳐다보았다.

손에 낀 사디크의 성물 반지가 전체에 퍼진 화염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옆으로…….’

[신성 스탯이 소모됩니다.]

‘윽.’

확인해 보니 신성 스탯이 10 감소 되어 있었다. 태현은 질색하며 조종을 멈췄다.

생각한 대로 화염이 움직이기는 했다. 마치 말 잘 듣는 동물처럼 화염이 바로 움직였던 것이다.

‘괜히 신성 스탯 낭비하지 말고 바로 꺼버려야지.’

“뭐에요, 방금?!”

“아, 깜짝이야.”

이다비의 목소리에 놀란 태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다비는 깜짝 놀라서 화염을 가리켰다.

“방금 저 화염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야 내가 움직였으니까 그렇지. 이제 끌 거니까 조용히 해.”

“끌 수도 있다고요?!”

“그래. 이제 꺼도 되냐?”

“잠, 잠깐만요. 만약 이 화염을 끌 수 있으면 좀 더 극적으로 연출을…….”

“뭘 더 극적으로 연출해. 필요 없는데.”

지금 이 화염을 끄는 퀘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몇 명인데, 태현은 그냥 동네 골목에 난 잡불 끄듯이 치우려고 하고 있었다.

“누가 껐는지 알아야 더 좋을 거예요!”

“귀찮은데……. 어차피 방송에 나오잖아.”

“이번 퀘스트는 방송으로 공개 안 했잖아요.”

“아. 그랬지.”

지하 던전에서부터 시작해서 별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 많았기에, 태현은 방송국에 미리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거기에 이세연도 이번 퀘스트는 방송으로 안 내보낸다고 말한 상태.

덕분에 MBS의 배장욱은 울상이었다. 황금이나 다름없는 소재를 이렇게 날려 버려야 하다니!

“인기는 힘이에요, 힘! 저희 파워 워리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모으듯이…….”

“너희는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잖아.”

이다비는 안 들리는 척을 했다.

“지금 오스턴 왕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다 이 화염 때문에 겁을 먹고 있잖아요. 이 화염을 꺼주는데 그걸 공개 안 하면 손해예요. 태현 님이 했다는 걸 공개하면 모두들 고마워할걸요?”

“내가 지른 불이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어쨌든, 해서 손해 볼 거 없는데 뭐하러 안 하죠?”

“맞는 말이야. 그럼 뭐 이 부분만 공개하던가.”

“네? 누가요?”

“너희들이. 뭐야, 너희 길드 개인 방송도 안 해?”

“아뇨, 아뇨! 해요! 하게 해주세요!”

설마 태현이 이런 중요한 장면을 자기네 길드의 방송으로 공개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다비는 팔짝팔짝 뛰며 외쳤다.

“저희 길드가 이런 거 전문이에요!”

“너희가 전문이라고 하면 더 신뢰가 안 가는 거 아냐?”

태현의 말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시선을 피했다.

“아, 그런데……. 방송국은 괜찮나요?”

“어차피 독점도 아닌데. 내 방송은 다 특집 잡고 길게 하는 방송이라 이렇게 화염 끄는 장면 하나만 내보내기도 뭐하잖아. 그냥 너희 걸로 하자.”

“네!”

배장욱이 들었다면 ‘아닌데! 우리 그걸로도 충분히 재밌게 분량 만들 수 있는데!!’라고 외쳤을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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