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242화 (242/1,826)

§ 나는 될놈이다 242화

“이, 이게 무슨 짓이오! 아무리 왕자님의 명이 있다지만……!”

[카나안 성의 불만도가 올라갑니다.]

[1왕자의 악명이 높아집니다.]

“하하, 1왕자님이 시키신 거니까 1왕자님 탓을 하라고!”

태현은 항의는 무시하고 빨리 뒤지라고 손짓했다. 케인은 찜찜한 표정으로 NPC를 붙잡았다.

‘이렇게 막살아도 되는 걸까?’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조각상:

내구력 1/1

평범해 보이는 조각상입니다. 대륙에 많은 신 중 한 명을 새겨놓은 것 같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수장으로서 다른 종교의 조각상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창과 함께 바뀌는 아이템 설명 창!

사디크 신을 교묘하게 숨긴 조각상:

내구력 1/1

사디크 교단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몰래 조각한 조각상. 일반인들은 이 조각상이 사디크의 모습인지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

태현은 조각상을 보고 놀랐다. 용용이가 사디크의 기운을 느꼈다기에 설마 했는데, 이게 뭔?

“이걸 어디서 받았지?”

“그, 그건…….”

NPC는 머뭇거렸다. 딱 봐도 태현이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었으니,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눈치챈 태현이 말했다.

“말 안 하면 너부터 시작해서 네 가족, 친구, 가족의 친구, 친구의 가족, 가족의 친구의 가족……. 아, 귀찮아. 대충 닥치는 대로 엮어서 1왕자님한테 데려간다.”

“히익!”

[중급 화술 스킬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협박 스킬이 상승합니다.]

[초급 협박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초급 협박 스킬이 중급 협박 스킬로 바뀝니다.]

중급 화술 스킬에, 관련 스킬인 협박, 사기 스킬 둘 다 중급을 찍은 태현!

화술 스킬을 많이 쓰는 직업도 어지간하면 달성하지 못하는 삼관왕!

[칭호: 악마의 혓바닥을 얻습니다.]

칭호: 악마의 혓바닥

악마의 혓바닥: 당신은 실제로 악마도 협박한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악마보다 더한 협박의 달인이 바로 당신입니다.

화술 관련 행동 시 추가 보너스. 스킬 <혼신의 협박> 사용 가능.

<혼신의 협박>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협박을 할 수 있습니다. 화술, 협박 스킬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제 슬슬 <아키서스의 화신>인지, 아니면 <아키서스의 깡패>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질 정도였다.

“말, 말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그래. 이렇게 말해주면 서로 편하고 얼마나 좋아.”

“흑흑……. 우리한테 잘해준 사람들입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디크 교단이 원래 그런 교단이었나?

“뭐 어떻게 행동했는데?”

“1왕자님의 높은 세금을 대신 내주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저 빌어먹을 아키서스 신전의 건설 비용으로 낸 골드도 메꿔주고…….”

“……저기 내 신전인데.”

“허억!”

“됐다. 빨리 가자. 어디 있는데?”

* * *

[카나안 성 내에서 사디크 교단의 영향력이 오릅니다.]

“이제 남은 골드가 별로 없는데.”

“얼마 남았는데?”

“420골드 남았다.”

“교단에 지원 요청을 하면…….”

“교단도 골드 없어서 지원 안 해 줄걸. 지금 당장 안토니오 님이 쓰는 골드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말이야.”

사디크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홀쭉해진 골드 주머니를 보며 투덜거렸다.

교단의 상황이 안 좋은데도, 아탈리 국왕 다미아노 2세의 삼촌인 안토니오는 여전히 사치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인간을 잘 대해줄 필요가 있나? 아탈리 국왕도 못 잡은 상황에서. 가치 없지 않아?”

“쉿. 조용히 해라.”

버포드는 흥미진진하게 사디크 교단 NPC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탈리 국왕을 암살하고 새로 왕위에 올리려고 사디크 교단이 포섭한 안토니오와 그의 세력.

그리고 안토니오를 곱게 보지 않는 기존 사디크 교단 세력.

두 세력이 점점 사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디크 교단 내에서 한바탕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

이런 방면에 눈치가 빨라야 퀘스트를 잘 잡을 수 있었다.

‘후후. 그래도 내가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았어. 이렇게 알아채기도 하고…….’

콰콰쾅!

“?!”

그들이 숨어 있는 건물의 문이 날아가더니,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났다.

물론 태현이었다.

“이런 사악한 사디크 교단 놈들! 사악한 마음을 품고 골드를 뿌리는 사악한 짓을 하다니!”

“……?? 그게 사악한 짓인가?”

“사악한 마음으로 뿌렸으니 사악한 짓이지. 그에 비해 나는 선량한 마음으로 골드를 뜯었으니 이 얼마나 선량하냐?”

“김, 김태현이다!”

태현과 케인의 헛소리를 듣던 사디크 교단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에게 태현은 ‘교단의 주적 TOP 10’안에 언제나 당당하게 위치하는 인물!

태현은 건물 안으로 발을 디뎠다. 평범한 복장으로 위장하고 있던 사디크 교단 인원들이 긴장하며 태현을 노려보았다.

“어, 잠깐. 너는…….”

태현은 버포드를 알아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버포드는 지금 상황도 잊어버리고 살짝 뿌듯함을 느꼈다.

그 김태현이 그래도 그를 알아보지 않는가!

그동안 대륙 한구석에서 안토니오가 주는 자잘한 찌꺼기 같은 퀘스트만 해왔던 시간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내 반지 가져간 놈이잖아.”

“…….”

“이름이 뭐였지?”

“버포드! 이 새끼야! 버포드!”

“흠. 게임 이름을 ‘버포드 이 새끼야’로 짓다니. 버포드를 많이 싫어하나 보군.”

“……그게 아니라 그냥 버포드 커헉!”

버포드가 열이 받아서 말하는 사이 태현은 재빠르게 도약해서 버포드의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었다.

정정당당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치사함!

그러나 공격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막혔다.

카카캉!

“김태현! 전의 원수를 갚겠다!”

“김태현! 내 동료의 원수!”

사디크 성기사들의 눈빛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어찌나 원한이 깊은지 알 수 있었다.

날로 먹으려던 태현은 검이 막히자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에이. 저놈이 뭐라고 지켜주냐.”

“이 치사한 자식!”

“그런데 도망을 안 치네? 날 이길 자신은 있고?”

“김태현, 너무 오만한 거 아니냐? 우리가 아무리 패배해서 쫓겨났다지만 우리는 사디크 교단이라고!”

성기사들을 앞에 세워둔 채, 뒤에서 버포드가 시끄럽게 외쳤다.

“계곡에서 우리가 후퇴한 게 우리가 플레이어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냐? 왕국군하고 다른 교단의 병력만 없었으면 너희들은 다 박살 났어!”

“뭐 맞는 말이긴 하지.”

사디크 교단의 핵심 인물들은 골짜기에서 있었던 전투에서 도망쳤다.

그건 플레이어들의 전력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뒤에 있는 왕국군과 교단 병력이 두려워서였다.

사디크 교단 정도면 랭커 하나 상대할 전력 정도는 충분히 갖고 있었다.

“오늘 아주 잘 걸렸다! 여기 있는 성기사들이 일반 성기사들이라고 생각한 게 네 실수였다고! 사디크의 화염이 일어났는데 일반 성기사들이 왔을 것 같냐?”

“응? 뭔 사디크의 화염?”

“저 오스턴 왕국에 나타난 사디크의 화염! 몰랐냐! 저건 사디크가 교단에 내려준 계시가 분명해! 분명 오스턴 왕국에 사디크 관련 퀘스트가 추가로 더 뜰 거라고! 사디크 붐은 온다!”

“……그거 내가 지른 불인데.”

“……뭐? 뭐라고?”

“하하. 어쨌든 네 알 바는 아니고. 잘 들었다.”

태현은 손을 들었다. 버포드는 태현의 손에서 뭔가 마법이라도 나오나 싶어 긴장했다.

그러나 태현은 손을 들어서 버포드를 가리킬 뿐이었다.

“저놈들이다. 잡아!”

우르르-

그 순간 태현의 뒤에서 몰려나오는 병사들!

“!!!!”

“내가 혼자 왔겠냐? 저것들 싹 잡아라.”

“예, 김태현 백작님!”

1왕자의 병사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고, 중무장한 상태였다. 버포드는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쳐다보았다.

우글우글-

완전히 포위된 상태! 여기에 병사들을 몇 명이나 데리고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미, 미친……. 군대를 데리고 왔냐?!”

“아니, 1왕자한테 네가 왕궁 창고를 털었다고 하니까 알아서 군대를 보내주더라고. 많이 화가 났나 봐.”

화술 스킬의 극한!

귀족들의 퀘스트도 깨주고, 덤으로 태현이 저지른 범죄의 흔적도 없애주고, 마지막으로 사디크 교단도 같이 처리!

“뭔 창고?! 턴 적 없는데!?”

“털었을 거야. 잘 생각해 봐.”

“그런 적 없어, 이 자식아!”

“이런. 오해가 있었나 보네. 병사들하고 잘 풀어봐.”

“크, 크윽!”

사디크 성기사들은 병사들이 파도처럼 밀려오자 상황이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후퇴! 후퇴한다!”

-사디크의 힘이 서린 안개!

사디크 사제 중 한 명이 마법을 펼치자 좁은 건물 안에 자욱한 연기가 퍼져나갔다.

-중급 마법 해제!

-중급 마법 해제!

1왕자의 군대에 있는 마법사들이 풀려고 했지만 바로 풀어지지 않았다.

확실히 버포드가 잘난 척을 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사디크 사제였다.

“크윽! 앞이 보이지 않아!”

“멍청한 놈! 나를 공격하면 어떡하냐!”

병사들이 혼란에 빠지자, 태현은 뒤에서 지시를 내렸다.

[중급 전술 스킬로 지휘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냉정한 지휘>스킬로 혼란 상태에 빠진 병사들이 깨어납니다.]

[<뛰어난 지휘관에 대한 믿음>스킬로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거기에 추가로, 태현은 한 가지 스킬을 더 사용했다.

“머뭇거리다 놓치면 1왕자님에게 너희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겠다!”

-가혹한 채찍질!

<가혹한 채찍질 스킬> 사용으로 병사들의 HP와 MP가 일시적으로 깎이며, 다른 능력치들이 상승했다.

머뭇거리던 병사들도 태현의 말에 돌격!

쾅! 와당탕! 콰쾅!

“밑으로 도망쳤습니다!”

“쫓아. 잡을 수 있으면 최대한 잡고!”

사디크 교단은 건물의 바닥에 탈출로를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역시 경험 많은 교단답게 용의주도한 모습이었다.

‘내 신전에도 저런 탈출로 하나 만들어놓을까? 쓸 만한데?’

* * *

버포드는 용케 도망쳤지만, 사디크 성기사들과 사제 중 몇 명은 붙잡혔다.

당연히 그들은 1왕자 앞으로 끌려왔다.

“크윽! 죽여라!”

“사디크 만세!”

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1왕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외쳤다.

“이놈들! 시치미를 뗄 셈이냐! 당장 내 창고에서 훔쳐간 골드를 내놓아라!”

“???”

사디크 성기사와 사제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소리?

“그런 건 모른다!”

“이놈들이 내가 자비를 베풀어도 감히! 이놈들이 골드를 숨긴 위치를 불 때까지 고문해라!”

“예!”

“모른다! 모른다니까! 크아악! 1왕자 이놈! 사디크가 보고 계신다!”

“사디크고 뭐고, 신을 믿는 놈이 도둑질이냐! 네놈들은 신을 믿는다고 말할 자격도 없다!”

1왕자의 말에 살짝 찔리는 태현!

“김태현 백작, 정말 고맙소.”

골드를 털린 분노로 펄펄 뛰는 1왕자 뒤에서, 1왕자파 귀족들이 태현에게 손을 내밀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1왕자파 귀족들이 당신에게 매우 감사해합니다.]

[골드를 얻었습니다.]

“하하, 뭘 이런 걸 다…….”

번개 같은 속도로 골드 주머니를 품속에 찔러 넣는 태현이었다.

다행히 오크 대군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향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골드는 아직도 많이 필요했다.

‘1왕자나 2왕자 창고에서 골드를 더 못 긁어내는 게 아쉬운데. 방법이 없나?’

태현이 그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도 모르고, 1왕자는 사디크 성기사들에게 고함을 질러댔다.

“내 골드를 내놓으라고 말했다!”

“크윽! 모른다!”

“정말로 질긴 놈들이구나! 어디 한번 끝을 보자!”

“크아아아악!”

아무리 갈궈도 나올 리 없는 골드의 행방!

태현은 슬슬 뒷걸음질로 1왕자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