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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41화 (241/1,826)

§ 나는 될놈이다 241화

3왕자와 헤어지고 나서, 태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1왕자의 성으로 향했다.

물론 마음속은 시커먼 꿍꿍이로 가득!

‘어떻게 왕자들을 제거할까……. 같이 모아놓은 다음 폭탄으로? 아니면 공멸? 귀족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퀘스트였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충분히 할 만한 퀘스트였다.

1왕자와 2왕자, 양쪽 모두에게 엄청나게 쌓은 친밀도와 공적치 포인트!

덕분에 두 왕자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먹힐 수준이었다.

그리고 함정을 파는 건 태현의 특기!

“크핫핫핫핫핫!”

웃음을 터뜨리는 태현을 보며,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놈 또 사악한 계획을 꾸미는군!’

* * *

태현이야 신나게 웃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특히 오스턴 왕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초비상 상태!

처음에는 ‘에이, 곧 꺼지겠지’ 했던 사디크의 화염이 점점 커져서 평원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마을이나 요새 하나를 태워 먹어도 사람들은 ‘그래도 누군가 막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냈지만, 이제 슬슬 그런 생각도 하기 힘들 정도로 화염이 번진 상태였다.

-야, 저 불꽃 대체 왜 안 꺼져?!

-빙결 마법 전문으로 찍은 마법사들 모아서 얼음이랑 닥치는 대로 퍼부었는데 꿈쩍도 안 해! 무슨 좀비처럼 꾸역꾸역 기어온다니까!

-사디크의 성물 반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찾은 사람?

-찾은 놈 있어? 찾고서 숨긴 거 아냐?

몇몇 길드에서는 손을 잡고 따로 현상금을 걸 정도였다. 화염이 움직이는 길에 성이나 도시가 있다 보니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사디크의 화염을 꺼주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사례하겠습니다!

현상금이 커지니 몇몇 유명한 탐험가 플레이어도 눈독을 들였다.

광활한 판타지 온라인 2의 미개척지를 돌며 각종 새로운 정보를 얻어오는 직업!

미해결 퀘스트가 나오면 사람들은 언제나 탐험가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를 찾았다.

이번 일에 끼어든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사디크의 성물 반지는 사디크 교단의 핵심 인물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 그리고 사디크 교단은 저번 싸움에서 크게 타격을 입고 지하로 숨어 들어갔고.

-후후. 그래 봤자 내 손 안에 있다고. 이미 사디크 교단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세 곳의 정보를 얻었어. 여기로 각각 들어가서 성물 반지를 갖고 있는 놈을 찾으면 돼.

-역시. 제카스야. 만만치 않군.

-스니아, 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사디크 교단의 위치를 얻은 건 알고 있으니까.

-후후, 들켰어? 그러면 누가 먼저 교단 안으로 들어가 반지를 얻는지 승부가 되겠네.

-흥. 얕보지 말라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나는 3일 안에 끝낼 자신이 있으니까.

-3일이나? 나는 이틀이면 돼.

-……. 나는 하루면 된다!

유명한 탐험가 플레이어들이 서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태현은 1왕자의 성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이 반지는 어떻게 못 써먹나? 경매 사이트에 올려버려?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데.’

“이보게, 김태현 백작!”

“……?”

성문 앞에 도착한 태현을 부른 건 귀족 NPC들이었다. 1왕자를 따르는 귀족들.

“뭡니까?”

“잠깐, 잠깐 이야기 좀 하지.”

“……?”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설마 이 인간들이 뭐 나쁜 꿍꿍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태현은 1왕자의 세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1왕자의 총애를 얻었다.

당연히 원래부터 1왕자파였던 귀족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게다가 1왕자의 이름으로 닥치는 대로 골드를 뜯어내고 있었으니…….

‘함정은 아니겠지.’

하도 저지른 게 많아서 누군가 이야기하자고 해도 의심부터 하게 되는 태현이었다.

* * *

“크흠, 크흠…….”

“…….”

“크흠, 크흐흠…….”

“나 간다.”

“잠, 잠깐! 김태현 백작! 기다리게!”

약간 살이 찐 귀족이 태현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바쁜 사람을 불렀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뭐야? 싸울 거면 싸우고, 함정을 팠으면 ‘함정에 걸렸구나!’ 정도 소리는 해줘야지. 왜 자꾸 크흠 크흠 거려?”

“함정이라니! 우리가 김태현 백작에게 왜 함정을 파겠나!”

“나라면 팠을 것 같은데.”

“…….”

귀족들은 태현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크흠, 우리가 그대를 부른 건……. 부탁을 하기 위해서네.”

“……?”

“이번에 1왕자님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잖은가. 왕궁 창고가 털린 것 때문에.”

“아…….”

태현은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설마 이놈들?

“아무래도 왕자님께서 우리를 의심하는 것 같은데, 자네를 따로 부른 것도 그렇고. 맞나?”

부정할 필요가 없었다. 태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보고 범인을 찾으라던데. 여러분들 중에 범인이 있을 거라고.”

“그, 그런! 1왕자님께서는 왜 우리의 충성심을 믿지 못하시는가!”

늙은 귀족 한 명이 한탄하듯이 말했다. 그러나 다른 귀족이 작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우리 중 범인이 있다면 지르노 남작이 범인일 것 같은데…….”

“뭐, 뭐? 이 자식! 뚫린 입이면 다냐! 헤첼 남작 너는 떳떳하냐! 네가 병사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식량을 빼돌린 거 알고 있다!”

“그, 그건 실수였다니까! 네가 도박으로 크게 빚진 걸 누가 모를 줄 아냐! 다들 알고 있다!”

“이 자식이!”

급기야 서로 멱살을 잡는 귀족들!

와당탕 쿠당탕하는 소리를 내며 귀족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네가 범인이냐’ 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정작 범인은 따로 있는데!

‘이거 좀 미안해지는군.’

태현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전혀 미안한 태도가 아니었다.

‘크, 팝콘을 갖고 다녔어야 했는데.’

태현은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팝콘 조리법을 배워서 갖고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쓸 일이 많을 것 같았다.

“헉, 헉헉…….”

“이 자식, 놔! 못 놔?!”

저질스러운 싸움도 슬슬 끝이 나고 있었다. 체력이 떨어진 귀족들은 서로 누워서 머리채를 붙잡은 채로 헉헉댔다.

“이, 이게 무슨 꼴인가! 김태현 백작 앞에서! 빨리들 일어나게!”

“아냐. 괜찮아. 더 싸워도 되는데.”

“김태현 백작님께서 이렇게 아량 넘치게 말씀하시는데!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니, 진심으로 더 싸워도 된다는 소린데.”

“김태현 백작님, 그렇게 말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 친구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해요!”

귀족들은 어기적어기적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나마 여기서 정상인 귀족이 태현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게 됐네. 김태현 백작. 원래 이런 사람들이 아닌데…….”

“정말로?”

“……원래 조금 이러긴 하지만 어쨌든! 원래는 안 이러는 사람들인데, 1왕자님이 우리를 의심하는 바람에 다들 예민해져 있어.”

“뭐, 이해가 가네. 다들 그렇겠지.”

“그렇지?! 게다가 1왕자님께서는 자기 물건을 건드리는 것에는 매우 엄격하신 분이어서…….”

“그래. 그건 나도 알지.”

1왕자나 2왕자나 공통점이 있다면, 자기 재산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것!

보통 이 정도로 퀘스트를 깼는데 자기 창고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NPC는 정말로 드물었다.

1왕자나 2왕자 주변에서 퀘스트를 해본 플레이어가 아직까지 없어서 그렇지, 만약 있었다면 게시판에 ‘조심해야 할 NPC TOP 10’에 들어갈 두 왕자!

“그러니 김태현 백작, 이렇게 부탁하네. 1왕자님이 우리에 대한 의심을 풀도록 잘 말해주게나!”

<귀족들의 부탁-1왕자 세력 퀘스트>

1왕자의 창고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

그 사건 때문에 1왕자를 따르는 귀족들은 궁지에 몰렸다. 1왕자는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잔혹한 사람.

귀족들은 범인을 찾아야 하는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신이 1왕자에게 잘 말해서 귀족들이 혐의에서 벗어난다면, 그들은 크게 보상을 해줄 것이다.

-1왕자에게 발각될 경우 관계가 크게 악화될 수 있음.

보상: ?, ??, 1왕자파 귀족들과의 친밀도 증가.

태현은 굳은 얼굴로 귀족의 손을 붙잡았다.

“나야 물론 여러분들을 믿지!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어!”

“오오, 김태현 백작!”

“지르노 남작이 범인 같은데…….”

“닥치고 있게, 좀!”

태현이 믿는다고 말해도 귀족들은 서로 의심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 1왕자님께는 열심히 조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귀족 중에서는 범인이 안 나왔다고 말하도록 하지.”

“정, 정말 고맙네!”

“1왕자는 참,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이렇게 충성을 하는 사람들을 의심하고. 응?”

악마의 혓바닥!

중급 화술 스킬, 높은 명성, 세력 내 높은 평가에, 친밀도까지.

태현의 말은 귀족들 사이로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중급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높은 지위의 상대로 화술을 발휘했기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중급 화술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중급 화술 8 (4%)

‘……화술 스킬이 너무 잘 오르는 거 아냐?’

중급 화술 레벨 8.

이제 고급 화술 스킬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다. 10이 되면 고급으로 승급이었으니까.

태현이 엄청나게 많이 쓴 검술이나 기계공학 스킬도 아직 이 정도 레벨은 아니었다.

타고난 적성!

‘깊게 생각하지 말자.’

[1왕자파 귀족들이 당신의 말에 현혹됩니다.]

[1왕자파의 불만도가 올라갑니다. 불만도가 일정 수치 이상을 넘길 경우 특정 퀘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왕자님이 좀 사람을 험하게 다루긴 하지.”

“맞아, 게다가 너무 인색하다고! 자기 돈주머니는 꽉 움켜쥐고 우리한테만 골드를 내라고 하니…….”

태현은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알아서 신나게 날뛰는 귀족들!

평소에 얼마나 불만이 쌓였는지 알 수 있었다.

“차라리 1왕자 말고 다른 사람을 모셨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아?”

평소라면 절대 수긍할 수 없는 위험 발언!

그러나 태현의 높은 스탯이 귀족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맞는 말이야! 우리가 얼마나 헌신을 했는데!”

“우리를 믿지 못하다니. 정말 잘못된 것일세!”

“와, 너희 정말 쉽구나.”

“응? 무슨 소리지, 김태현 백작?”

“아무것도 아니야.”

정작 당사자인 태현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손쉬운 귀족들!

그냥 1왕자를 슥삭 담가버린 다음에 3왕자와 같이 눈부신 미래로 나아가자~ 하면 수락할 것 같았다.

‘뭐 그건 그거고, 일단 1왕자한테 뭐라고 말할 건 준비해 가야겠는데.’

범인을 찾았는데 못 찾았다고 말하면, 1왕자의 성격에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장 좋은 건 대신할 만한 걸 갖고 가는 것!

“혹시 범인 역할을 뒤집어 씌울만한 놈 없나?”

“으음……. 글쎄…….”

“지르노 남작이 범인……. 읍읍!”

“없냐? 없으면 뭐 내가 알아서 아무나 하나 만들지 뭐.”

“오오, 김태현 백작! 그대 같은 사람과 만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천운과 같은 일일세!”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건의 범인이 태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귀족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 * *

‘상인들 불러서 돈 적게 내는 놈은 범인이라고 해야지.’

악마 같은 발상!

마른걸레에서도 물 한 바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태현이었다.

‘그러면 상인들을 불러볼…….’

-주인이여.

-왜 그러냐?

-방금 옆을 지나간 놈에게서 사디크 교단의 기운이 풍겼다.

-뭐?

태현은 옆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NPC!

“어이, 거기!”

“?!”

“1왕자님의 명으로 잠시 검문이 있겠다!”

끝까지 1왕자의 이름을 빼놓지는 않는 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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