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238화 (238/1,826)

§ 나는 될놈이다 238화

“예, 예?”

처음 부딪혔을 때의 거만함은 어디로 갔는지, 가르고는 벌벌 떨며 태현을 올려다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골드가 좀 필요해.”

“예?!”

대낮에, 그것도 성 대로에서 삥을 뜯는 태현!

“대, 대체 무슨 일로 골드가 필요하신지요?”

“어허. 내가 설마 내 주머니에 골드를 채우려고 이러겠어? 2왕자님께 필요한 일이야.”

[2왕자의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골드를 얻어냅니다.]

[2왕자의 명성이 내려갑니다. 베알 성의 불만도가 올라갑니다. 계속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왕자의 악명이 올라갑니다.]

빠르게 뜨는 메시지창들.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한테 골드를 뜯어내는 일이니만큼, 여러 가지 페널티가 붙었다.

그러나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2왕자가 뒤집어쓸 테니까!

“크, 크윽…….”

“골드 고맙네. 아, 그리고 이 주변에 좋은 땅 있나?”

태현의 머리가 팍팍 돌아가기 시작했다.

2왕자에게서 골드를 뜯어낼 수 없다면?

2왕자의 이름을 빌려서 골드를 뜯어내면 됐다.

“이 땅 좋군. 여기에 신전을 좀 지었으면 하는데. 건축가 좀 불러와. 아, 물론 골드는 네가 내야지. 남는 골드가 없다고? 그러면 다른 상인들을 데리고 와.”

다단계식으로 뜯어내는 태현!

불러낸 상인들은 또 다른 상인들을 불러내고…….

그 결과!

[2왕자의 악명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2왕자의 명성이 빠르게 내려갑니다.]

메시지창은 무시하고, 태현은 건축가 NPC한테 말했다.

“여기 신전을 짓고 싶은데.”

“어떻게 짓고 싶으십니까?”

“최대한 화려하고 호화롭게.”

“…….”

“아예 황금으로 벽을 만들까?”

“황금이 없습니다만?”

“괜찮아. 여기 있는 놈 중에 황금 있는 놈들이 있을 거야.”

* * *

태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2왕자의 성을 떠났다.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거였어. 이렇게만 하면 굳이 왕자들한테서 돈을 뜯어낼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조용히 태현의 뒤를 따랐다.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오는, 약탈의 달인!

1왕자의 성으로 돌아오자, 에드안이 튀어나왔다.

“태현 님, 돌아오셨군요!”

“그래. 에드안, 일은 잘됐냐?”

대답 대신 뒤의 내성에서 병사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멍청한 놈들! 창고에 도둑이 들게 두다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근위대냐!”

에드안은 씩 웃으면서 품속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 흔들었다.

찰랑찰랑!

“하나 더 꺼내.”

“예? 무슨 소리십니까?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네 사정이고. 하나 더 만들어내라.”

태현과 에드안의 대화를 듣던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일을 잘해 낸 에드안을 저렇게 구박하는 걸까?

그러나 그 생각은 곧바로 바뀌었다.

“흑흑…….”

“…….”

슬픈 표정으로 주머니를 하나 더 꺼내는 에드안! 태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주머니를 받았다.

* * *

“1왕자님! 여기 지원금입니다!”

“오오! 김태현 백작! 정말 자네만 한 충신이 없어!”

1왕자는 태현이 내민 골드 주머니를 받고 헤벌쭉 웃었다.

자기 창고에서 나온 골드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1왕자에게 지원금을 바칩니다. 1왕자 세력 내에서 당신의 평가가 올라갑니다.]

태현은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1왕자님, 실은 제가…….”

태현은 2왕자와 있었던 일을 1왕자에게 말했다. 물론 태현에게 매우 유리하게!

-제가 2왕자를 찾아갔는데, 물론 수상한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다 그게 1왕자님을 위해서였습니다. 1왕자님을 위해 2왕자를 속이고 그쪽 세력에 잠입하려고 한 것이죠. 그랬는데 이 사악한 2왕자 놈이 병사를 바치라고 하지 뭡니까! 아주 못된 놈이에요!

태현의 말을 들은 1왕자는 얼굴에 물음표를 드리웠다.

“대단하긴 한데, 김태현 백작……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1왕자님, 이건 기회입니다! 1왕자님의 병사들을 속여서 2왕자 밑으로 보내는 겁니다!”

“?!”

1왕자가 바치라고 하는 골드는 1왕자의 창고에서 훔쳐서 바친다.

2왕자가 바치라고 하는 병사는 1왕자에게 빌려서 바친다.

손해는 조금도 보지 않는 묘책!

[1왕자에게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계획이 실패할 경우 1왕자의 세력 내에서 평가가 내려갑니다.]

[이 계획이 발각될 경우 2왕자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알 게 뭐냐!’

태현은 이미 마음을 단단하게 굳힌 상태였다. 여기서 뽑을 수 있는 대로 뽑은 다음 도망치기로!

“그거 정말 좋은 방법이군, 김태현 백작! 당장 그렇게 하지!”

“그리고 1왕자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

1왕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 골드를 달라거나 그런 부탁은 아니겠지. 그런 건 안 되네.”

“…….”

이 정도까지 친밀도를 올리고 세력 내 평가도 올렸는데, 이렇게 철벽을 치는 NPC도 정말 드문 NPC였다.

초심을 절대 잃지 않는 1왕자!

“그런 건 아니라, 제가 신전을 세우는 데 여기 카나안 성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런 거라면 상관없지. 김태현 백작, 자네가 원하는 대로 데리고 가서 쓰게!”

자기 골드가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자 1왕자는 손쉽게 허락했다.

그러나 1왕자는 알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허락해 준 것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 * *

[시민들에게서 골드를 징발합니다. 1왕자의 악명이 오릅니다.]

[시민들의 불만이 오릅니다. 성 내의 분위기가 흉흉해집니다.]

[몇몇 퀘스트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의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는 메시지창들. 그러나 태현은 꿋꿋하게 진행시켰다.

“신전을 최대로 지어, 인원이 없다고? 더 데리고 와. 못 데리고 온다고? 그러면 네가 두 명 치 일을 해야겠군. 빨리 데리고 와라!”

“으흑흑!”

가히 악덕계의 빛나는 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수준!

태현은 그 짧은 시간에 보이는 NPC들을 닥치는 대로 잡고 뽑아먹었다.

[카나안 성에 아키서스의 중급 신전이 완성됩니다.]

[현재 지어진 아키서스의 신전 중 가장 호화로운 신전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지나치게 호화로운 신전으로 인해 악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태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남의 돈을 쓸 수 있을 때는 최대로 쓰는 것이 예의!

-사제 고용! 성기사 고용!

교황으로서 할 수 있는 명령 실행!

[현재 카나안 성에서 아키서스의 하급 사제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사제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골드는…….]

-최대로!

어차피 내가 내는 거 아니니까!

태현은 1왕자의 이름으로 닥치는 대로 하급 사제와 하급 성기사들을 고용했다.

“태, 태현 님. 이거 유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처음에는 신이 나서 같이 NPC들을 괴롭히던 에드안도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키서스 하급 사제들을 보고 기가 질린 표정이었다.

[하급 사제들이 고용됐습니다. 교황으로서 추가 명령이 가능해집니다.]

-전원 다 이동! 오스턴 왕국을 돌면서 포교해라!

“?!”

하급 사제와 하급 성기사들을 잔뜩 뽑아내고, 그 인원을 전부 왕국의 다른 곳을 순례하게 한다.

“아니, 기껏 고용한 사제들을 어째서?! 태현 님, 신전에 사제들이 많이 있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오지 않습니까?”

“여기 계속 있게 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태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다른 교단들을 보면, 거대하고 으리으리한 신전에 중급, 상급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우글거렸다.

그런 웅장한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압도되곤 했다.

실제로 들어가면 각종 퀘스트가 다양하게 나오고, NPC들과 각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즉 신전을 크게 확장하고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교단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것인데…….

태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부도수표 잔뜩 내고 있는데 뭘 믿고 여기에 두냐.’

1왕자의 카나안 성도, 2왕자의 베알 성도 사제들을 믿고 맡길 곳이 아니었다.

만약 태현이 나중에 도망이라도 치게 되면?

‘신전은 부서지더라도 사제들하고 성기사들은 따로 빼놔야지.’

태현은 벌써부터 먹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하급 사제들이 오스턴 왕국을 돌아다니며 포교합니다. 사람들을 돕거나 퀘스트를 발행합니다.]

[아키서스의 하급 성기사들이 오스턴 왕국을 돌아다니며 수련합니다. 사람들을 돕거나 퀘스트를 발행합니다.]

[오스턴 왕국 내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영향력이 올라갑니다.]

[다른 교단에서 견제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태현은 짧은 시간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 NPC들을 쥐어짜서 신전을 건설해 올리고,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고용해서 오스턴 왕국 곳곳으로 보냈다.

[칭호:초인적인 중간관리자를 얻었습니다.]

칭호:초인적인 중간관리자

초인적인 중간관리자:당신은 죽은 사람도 언데드로 일으켜 세워서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비전투 시, 부하들을 다룰 때 모든 행동에 보너스. 부하들이 쉽게 지치지 않음.

‘흠, 생각해 보니까 언데드들을 부리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으려나? 어디서 언데드들 못 구하나?’

* * *

“여기 있네, 김태현 백작. 그 건방지고 더럽고 사악하고 치사한 2왕자 놈을…….”

“물론입니다, 1왕자님! 놈을 반드시 속여 넘기고 오겠습니다.”

1왕자는 고르고 고른 병사들을 태현한테 넘겼다. 2왕자에게 신분을 속이고 들어갈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김태현 백작, 믿을 사람이 자네밖에 없어서 그러는데…… 2왕자를 속이고 돌아온 다음 해줄 일이 또 있네.”

“?”

“내 왕궁 창고에 도둑이 들었어. 내 생각에는 내 주변에 범인이 있는 것 같아!”

“…….”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왕궁 창고에 대해 잘 아는 놈이 분명해. 범인을 찾아주게.”

“……물론입니다!”

태현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1왕자가 진실을 알게 되면 목덜미를 잡을 뻔뻔함!

“혹시 의심 가는 놈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마 내 밑에서 일하는 귀족 중 한 명일 것 같네. 그놈들을 조사해보게. 자네야 정직하지만 그놈들은 서로 친하니 물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거야.”

<범인을 찾아라-오스턴 왕국 퀘스트>

겁도 없는 도적이 1왕자의 왕궁 창고를 털어 골드를 훔쳐갔다. 어떤 놈이 했는지 정말 짐작도 가지 않지만, 당신은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결과에 따라 귀족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음.

보상:?

높은 친밀도+세력 내에서 고평가+외부에서 온 사람+교단의 교황+명성까지!

1왕자가 태현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교단의 교황이 도둑질을 시켰으리라고는 누가 생각했겠는가?

“알겠습니다. 왕자님! 제가 최선을 다해서 찾아보겠습니다!”

“오오, 김태현 백작! 내가 왜 자네 같은 충신을 이제야 만나게 됐을까!”

뜨겁게 손을 마주 잡는 두 사람이었다.

* * *

“아니, 우리가 뭘 했다고 왜 다 쫓는 거야?”

“쉿. 조용히 해라.”

버포드는 투덜거리며 성문을 들어섰다. 다른 성기사 중 한 명이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사디크의 위장으로 경비병들이 당신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간신히 성문을 통과한 사디크 교단 일행.

그들의 오스턴 왕국 퀘스트는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들어간 도시에서 별생각 없이 아무 NPC나 잡고, ‘혹시 사디크 신을 아십니까’ 소리를 했는데, 그 순간…….

-뭐? 사디크?

-어떤 놈이 사디크 소리를 내었지?

-쫓아! 절대 놓치지 마!

평원에 일어난 화염 때문에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 플레이어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