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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35화 (235/1,826)

§ 나는 될놈이다 235화

[현재 오크 부족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영향력이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믿고 있는 부족의 숫자를 늘릴 경우 우르크 지역에서 영향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아니…… 꼭 오크들한테 믿게 해야 하나?’

좋아해야 하는 메시지창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불길하게 느껴졌다.

좋다고 덥석덥석 받아먹었다가는 나중에 제대로 체할 것 같은 기분!

“뭐…… 열심히 해라.”

그렇다고 지금 잘 되어가는데 말릴 수는 없었다. 태현은 정수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네! 선배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르크 지역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이름이 널리 퍼지도록!”

“……그건 그거대로 좀 무서운데.”

솔직히 태현은 오크들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 * *

“수혁이는 갔고,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 하는데.”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 힐끗 옆을 쳐다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평원!

“저기 들어가서 아이템 챙기는 건 무리겠지?”

“그걸 누가 챙겨와요?”

태현은 대답 대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길드원들은 질겁했다.

“아, 아이템들도 다 파괴됐을 거예요!”

“맞습니다! 저 화염이 보통 화염도 아닌데! 게다가 오크들이 갖고 있던 장비들이라고 해봤자 별거 아니잖습니까!”

이대로 갔다가는 저 화염 속에 그대로 들어가야 한다!

그걸 느꼈는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필사적이었다.

“그래? 아쉽네. 아까운데.”

“그보다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죠!”

“맞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잖습니까! 오크를 쫓을까요? 지금 플레이어 중에서는 오크를 쫓는 플레이어들이 많잖습니까.”

“아니면 사디크 교단을 추적해서 평원에 난 화염을 끌 방법을 찾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다른 놈들 좋은 일 해주는 거잖아. 오스턴 왕국에 영지 가지러 온 놈들보고 해결하라고 해.”

“…….”

자기가 저지른 짓이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는 태현!

‘확실히 할 게 많기는 한데.’

태현은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았다.

도망치는 오크들을 쫓거나, 평원의 화염을 끄는 방법을 찾거나, 영지로 돌아가 개발에 집중하거나, 교단의 영향력을 올리거나, 권능을 찾거나…….

‘뭘 먼저 해야 하나? 일단 지금 놓치면 할 수 없는 걸 먼저 해야 하는데.’

고민하는 태현에게 이다비가 속삭였다.

“그런데 스미스하고 이세연은 어떻게 된 거예요?”

도망칠 때는 정신이 없어서 물어볼 생각도 안 들었지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왜 스미스와 이세연이 같이 김태현한테 덤벼들었을까?

“아, 내가 걔네들이 얻으려는 아이템을 갖고 나와서.”

“!!!!!”

이다비는 기겁을 했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왜! 왜 그랬어요!”

퍽! 퍼퍽!

태현의 등짝을 두들기는 이다비!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한 대만 더 치면 PK 하자는 걸로 받아들인다.”

멈칫!

패닉 상태에 빠져서 태현의 등짝을 두들기던 이다비는 손을 멈췄다. 곧바로 이성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랭커 두 명을 상대로 원한을 쌓으면……!”

“뭐, 원한 안 쌓으려고 한다고 안 쌓아지는 것도 아니고.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지.”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아이템,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확인했다.

과연 둘이 그렇게 난리를 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을까?

잊혀진 망자의 왕관:

내구력 ∞/∞, 마법 방어력 ?

스킬 ‘잊혀진 망자의 강림’ 사용 가능, 스킬 ‘잊혀진 망자의 복종’ 사용 가능. 착용 시 ‘잊혀진 망자의 저주’ 상태 이상에 걸림. MP 회복력 50% 상승, 마법 저항력 50% 상승.

고급 흑마법 스킬, 고급 마법 스킬 필요.

이제는 이름이 사라진, 잊혀진 망자가 사용했던 왕관이다. 자격이 되지 않는 흑마법사는 건드릴 수도 없는 비범한 아이템이다.

(추가 옵션)봉인이 되어 있음

“……?”

태현은 아이템의 성능을 보고 경악했다. 옵션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있는 옵션의 성능은 적은 숫자를 충분히 덮고도 남았다.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들!

강력한 마법 하나만 써도 MP가 팍팍 소모되는 마법사들 입장에서 MP 회복력 옵션은 무엇보다 탐나는 옵션이었다.

‘현재 50%까지 올려주는 아이템이 나온 적이 없었지?’

태현도 놀랄 정도의 아이템 성능. 거기에 더 놀라운 건 이 아이템이 봉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세연이 찾는 거 보면 흑마법사 퀘스트로 봉인을 푸는 거 같은데…….’

현재 태현이 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풀지 않아도 이 정도 성능이라니…….

게다가 스킬 <잊혀진 망자의 강림> 같은 경우는 더 충격적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스킬들의 쿨타임을 0으로 만드는 사기 스킬!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아이템이 가능한가?’

이쯤 되자 태현은 오히려 함정이 아닌가 의심스러워졌다. 착용 시 <잊혀진 망자의 저주> 상태 이상에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이 정도로 성능이 좋다면, 저 상태 이상이 정말 끔찍한 상태 이상이 아닐까?

‘아, 이거 어떤 저주인지 궁금한데 알아낼 방법이 없네. 이세연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아이템을 집어넣었다.

태현의 마법 스킬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마음속 한구석이 찜찜한 걸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태현은 꼭 써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일단 묵혀두기로 마음먹었다.

* * *

“으…… 김태현을 지금 쫓는 건 무리겠지…….”

이세연은 아쉬워하며 오스턴 왕국을 떠났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쫓던 아이템을 뺏긴 것에 분노하거나, 집착을 해서 끝까지 매달렸겠지만, 이세연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캐릭터를 성장시킬 방법은 많았고 그녀가 깨야 할 퀘스트는 더 많았으니까.

‘지금 상태로 김태현을 제압하는 건 무리야.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왕관을 뺏을 방법도 없고…… 나중에 기회가 오겠지.’

이세연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차피 태현은 마법사와 거리가 먼 직업, 저 왕관을 제대로 쓰지도 못할 것이다.

나중에 기회를 잡으면 협상할 수 있으리라.

-언니, 어떻게 됐어요?!

-실패했어.

-네?! 왜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설명하면 긴데…….

이세연은 말하려다 멈칫했다. 태현 때문이라는 걸 말하면 얘가 당장 태현을 잡으러 가지 않을까?

‘숨겨야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미스 때문이야.

이럴 때 편리한 건 역시 스미스!

스미스는 영문도 모른 채 이세연의 길드원들에게 욕을 얻어먹었다.

-그 XX가 감히! 제가 가서 죽이고 올게요!

-참아. 너 스미스보다 약하잖아. 그보다 적철 골렘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 좀 준비해 줄래?

-물론이죠!

이세연은 언데드 와이번을 타고 빠르게 오스턴 왕국을 떠났다. 높은 하늘에서는 왕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응? 저기 밑에서 싸우나?’

판타지 온라인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게 싸움. 이세연은 곧 신경을 끄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나 귀를 조금만 더 기울였다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저놈 사디크 교단이다! 저놈 잡아라!”

“으윽! 사디크 님의 신성한 불꽃이 여기에 나타났는데 너희들은 왜 사디크를 믿지 않는 것이냐!”

“절대 놓치지 마라!”

플레이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사디크 교단의 사제들을 쫓았다.

폐허가 된 도시에 들어서서 ‘혹시 사디ㅋ…….’까지 말한 사디크 교단의 사제들은 영문도 모르고 도망부터 쳐야 했다.

* * *

“그러면 아키서스 교단 신전이나 좀 더 짓고 영지로 돌아갈까?”

태현은 지도를 보며 어디 더 뜯어먹을 구석이 없나 고민했다. 이미 길드들이 점령하고 있는 곳에 가서 협박을 했는데도 만족하지 않는 진취적인 태도!

“저, 태현 님. 저 멀리서 이쪽으로 오는 병사들이 있는데요.”

“뭐? 일단 튀자.”

“…….”

하도 짚이는 게 많았기에 태현은 일단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굳이 지금 싸워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설마 내가 사디크의 화염을 평원에 풀어놓았다는 게 들키지는 않았겠지?’

병사들이 오는 반대쪽으로 이동하려고 한 태현 일행이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다그닥 다그닥-

반대쪽에서도 달려오는 병사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역시…….”

“꼬리가 길면 잡히는…….”

“시끄러워, 이것들아.”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가능하면 안 싸우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저쪽에서 덤빈다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오스턴 왕국에서 출입금지 당해도 크게 상관은 없긴 한데…….’

어차피 아키서스 신전을 세워놓은 곳들은 플레이어들의 길드가 점령한 곳이라, 오스턴 왕국이 몰아낼 수가 없었다.

오스턴 왕국이 점령하고 있는 곳은 포기하면 되는 것이고.

먼저 도착한 병사들이 태현을 보더니 물었다.

“이랴! 김태현 백작님 맞으십니까?”

“맞는데.”

“다행입니다. 찾고 있었습니다.”

“네가 누군데?”

“저는 오스턴 왕국 제1왕자님의 경호를 맡고 있는 경비대장 찰스라고 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을 부활시킨 김태현 백작님의 그 고귀하신 이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말을 듣던 케인은 중얼거렸다.

“고귀?”

아무리 생각해도 태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

“1왕자님께서는 김태현 백작님을 한 번 뵙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직접 모시러 온 겁니다. 자, 저와 함께 가시죠!”

태현은 ‘내가 네 왕자가 오라면 네 하고 가야 하냐?’라고 까칠하게 대답하려고 했다.

오크들하고 싸울 때는 도움도 안 주다가 다 끝나니까 보내가지고 오라고 하는 꼴이 얄미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도착한 반대쪽 병사들!

“그런데 왜 둘로 나누어서 온 거지?”

“이놈들! 물러서지 못할까!”

“……같은 패거리가 아니었군.”

반대쪽 병사들이 오자마자 경비대장 찰스한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태현은 이들이 누구인지를 눈치챘다.

“김태현 백작님 맞으십니까?”

“그래. 맞아.”

“다행입니다! 저는 오스턴 왕국 제2왕자님을 모시고 있는…….”

“그래. 그렇겠지.”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 예전부터 서로 왕이 되겠다고 내전을 벌이고 있던 두 왕자!

그들이 각각 병사를 보내서 태현을 데려오라고 한 것이다.

박살이 난 영지에 아키서스 신전을 세우고 영향력을 올렸으니 만나보고 싶은 것은 당연!

1왕자든 2왕자든 얄미워서 상대를 안 하려고 했던 태현이었지만, 이렇게 서로 만나서 으르렁거리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이거 이용할 수 있으려나?’

“김태현 백작님!”

“누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서로 욕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던 두 지휘관은 태현을 보며 물었다.

이대로 계속 떠들어봤자 결판이 안 날 거 같으니 태현에게 결정해 달라고 한 것이다.

“내가 뭔 힘이 있나.”

“……??”

옆에서 듣던 케인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

“둘 중 더 힘이 센 사람을 따라가야지. 안 그래?”

“!!!”

챙!

태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칼을 뽑아 들고 덤비는 찰스!

“이놈! 해보자는 것이냐!”

“어디 같잖은 놈을 모시는 버러지가 1왕자님의 일을 방해하는 거냐!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에에이! 모두 발검해라! 저놈들을 쓸어버려라!”

“물러서지 마라! 1왕자님의 명예가 걸려 있다!”

채채채챙!

순식간에 자리는 난장판이 되었다. 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함께 한 발짝 떨어져서 싸움을 구경했다.

“이야, 잘 싸운다. 그치?”

“…….”

이다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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