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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33화 (233/1,826)

§ 나는 될놈이다 233화

“으아악! 나 죽는다! 나 죽어!”

“아, 시끄러워, 이 자식아. 안 죽으니까 조용히 하고 포션이나 빨아.”

태현은 케인을 들고 달리고 있었다. 케인한테 화염 공격이 들어오면 태현이 막아주기 위해서였다.

온갖 디버프를 가져간 덕분에 케인은 거의 죽기 직전 상태!

간신히 포션만 빨고 있는 상태였다.

“어, 저기 스미스다.”

“뭐?! 스미스?!”

“괜찮아. 자식아. 저쪽도 우리하고 싸울 여유가 없을걸.”

실제로 그랬다. 스미스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필사의 탈출을 찍고 있었으니까.

* * *

“김태현하고 엮이면 되는 게 없어!!!”

구성욱은 그렇게 외치며 달렸다. 뒤에서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태현이 대족장하고 싸울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한 번에 뒤집힌단 말인가!

태현 일행을 포위한 오크 대군세. 그들이 노리는 게 태현 일행인 이상 태현은 빠져나갈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평원은 난리가 났고 그 많던 오크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미친 듯이 덮쳐오는 화염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도 각종 버프를 걸고 달리는 중!

-크아아아!

[사디크가 불러낸 화염 악령이 덤벼듭니다!]

“바빠 죽겠는데 진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말 위에 탄 스미스가 번개처럼 화염 악령을 꿰뚫었다. 그러자 화염 악령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폭발하듯이 터져나갔다.

단순히 화염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사디크가 불러낸 각종 화염 재앙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곳!

오스턴 왕국의 평범했던 평원은 완전히 변해가고 있었다.

* * *

“으아아! 진짜 뭐야?!”

이세연도 황급하게 말을 달리고 있었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은 스미스와 달리, 이세연은 혼자였기에 한결 더 나았다.

게다가 이동 계열 스킬도 많았고, 거리를 좀 더 벌려놓은 것도 있었기에 그녀는 크게 손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평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와, 완전히 난리가 났네…….”

이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태현을 무시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완전 생지옥!

평원에서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뿜던 오크 대군세는 완전히 혼란에 빠져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대족장 카라그가 상태 이상에 빠진 것 때문에 명령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 상황!

덕분에 오크 부족들은 각자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카라그가 데리고 온 오크들은 우르크 지역에 있던 오크 부족들을 전부 연합해서 데리고 온 것이었으니까.

“취익! 대족장은?”

“췩!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취…… 대족장이란 놈이 쓰러지다니! 대족장의 자격이 없다! 우리는 우리끼리 행동한다!”

각 부족장들은 오크들을 데리고 헐레벌떡 평원을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크들의 숫자는 많이 줄어 있었다. 절반 넘게 평원에서 화염에 휩쓸려 사라진 것이다.

*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칭호:오크 대군세를 막아낸 영웅을 얻었습니다.]

케인을 들고 간신히 빠져나온 태현을 맞이해 준 건 기분 좋은 메시지창이었다.

이 평원을 불태워버리고 오크 전사들을 학살한 것으로 얻은 경험치!

거기에다가 칭호:오크 대군세를 막아낸 영웅까지 덤으로 들어왔다. 오크들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를 받는 칭호.

어쩌다 보니 태현은 대(對) 오크 능력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제 겨우 63인가?’

이름 : 김태현

레벨 : 63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13,750

MP : 13,090

힘 : 380(+35)

민첩 : 396(+35)

체력 : 430(+35)

지혜 : 402(+35)

행운 : 3,579(+35)

보너스 스탯: 0

새삼스럽게 어마어마한 스탯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스탯 합만 보면, 심지어 행운 스탯을 제외해도 랭커에게 밀리는 스탯은 절대 아니었다.

‘중구난방 올라간 게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

<아키서스의 화신>직업 효과로 얻은 막대한 보너스 스탯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HP와 MP가 올라가기에, 그 부분의 약점을 제외한다면 태현은 의외로 균형 잡힌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패시브 스킬 때문에 강제로 그렇게 된 거였지만…….

‘추가 스탯 확인.’

공포 : 1,010

명성 : 7,960

악명 : 6,620

신성 : 2,633

“…….”

태현은 순간 멈칫했다. 공포 스탯, 악명 스탯이 너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언제나 태현이 보이는 반응은 똑같았다.

-나는 하늘 아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물론 게임 시스템은 태현이 떳떳하더라도 넘어가지 않고 냉정하게 체크를 했다.

신성 스탯과 명성 스탯이 커버를 하고 있지만, 언제 경비병이 ‘이런 살인마! 우리 도시에 들어오려고 하다니! 꺼지지 못할까!’ 하고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악명이었다.

‘아,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할 걸 안 할 수도 없고…….’

태현은 살짝 고민에 잠겼다. 악명 스탯을 관리하려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아야 했다.

예를 들자면, 다른 길드원들을 공격하거나, 다른 길드원들의 주머니를 털거나, 길드원들의 성을 뺏거나…….

‘흠. 그냥 악명 오르고 말지 뭐.’

잠시 고민하고 나서 쿨하게 포기한 태현!

가는 도시마다 욕을 먹고 쫓겨나더라도 태현은 하고 싶은 짓은 할 생각이었다.

“헉, 헉…… 나 살아 있냐?”

“그래. 살아있다.”

“으으……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야지…….”

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도 디버프를 많이 받아서 걷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웠다.

[아키서스의 화신을 성공적으로 보호했습니다.]

[당신의 살신성인적인 행동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칭호:걸어 다니는 고기 방패를 얻습니다.]

‘…….’

순간 울컥한 케인!

“지금 장난하…….”

[퀘스트 특별 보상이 추가로 들어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키서스의 노예 패시브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더욱더 빠르게 회복합니다.]

“……충성충성충성!”

분노는 빠르게 사라졌다. 케인은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 한 고생이 싹 잊힐 정도의 보상!

아니, 오히려 이런 보상이 주어진다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인은 태현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 또 위험해질 일 없나?’

“……뭔가 안 좋은 기분이 드는데. 너 설마 내 욕했냐?”

“……!”

그리고 이런 속마음은 귀신같이 눈치채는 태현이었다.

* * *

“그래도 다들 용케 잘 살아나왔다.”

태현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절반쯤 혼이 빠져나간 얼굴이었다.

“흑흑…… 왜 우리 길마님은 김태현을 따라다닌다고 해가지고…….”

“가늘고 길게 산 다면서요, 흑흑…… 이게 뭐야…….”

별생각 없이 ‘신난다~’ 하고 태현을 따라왔다가 목숨을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쑤닝 길드와 싸우고, 쑤닝 길드의 성을 뺏고, 지하로 들어갔더니 랭커 스미스와 싸우고, 이세연과도 싸우고…….

정말 가는 곳마다 싸움을 만드는 태현!

마치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 같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울먹이며 징징거렸지만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오크들이 나눠지고 대족장은 크게 다쳤으니까 한동안 오크 공세는 없을 거 아니야?”

“저…… 그러면 대족장이 부상에서 나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이다비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러자 태현은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신호!

이다비는 순진하게 가까이 다가갔다.

탁!

“읍읍!”

태현은 이다비의 손을 억지로 쥐더니 스스로의 입을 막게 했다.

“지금 위험을 피했으면 됐지, 나중 일까지 생각하면서 슬퍼해야 해? 응?”

“읍! 읍읍읍!”

“사람이 그렇게 부정적이면 안 된다고. 긍정적으로 봐야지. 자, 이제 긍정적으로 보이지?”

끄덕끄덕-

“좋아.”

“헉헉. 아니, 전 그냥 상황을 예측했을 뿐인데요…….”

이다비는 거리를 벌리며 태현에게 말했다.

“너희 길드원들이 더 겁먹을 거 아냐. 귀찮게 좀 만들지 마. 할 일도 많은데.”

이다비의 입을 다물게는 했지만, 태현은 이다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오크 군대가 흩어져서 후퇴했고, 대족장이 크게 다쳤지만, 결국 회복하면 다시 반복될 일!

‘그나마 이렇게 대공세는 못 벌이겠지.’

오크들이 절반 넘게 죽고 부족들이 나뉘어서 도망쳤는데 다시 쉽게 뭉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생각이에요?”

“일단 여기 있을 생각인데. 그리고 너희 길드원들 좀 불러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숫자 많잖아.”

“네? 뭐하시려고요?”

“평원에 남은 아이템들 챙기려고.”

“…….”

저 불바다를 보고 남은 아이템을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다비는 감탄했다.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파워 워리어 길드로 들어왔어야 하는 사람이야.’

태현이 들었다면 화를 냈을 속마음! 이다비는 속마음을 숨기고 말했다.

“그런데 불이 언제 꺼지죠?”

“몰라. 곧 꺼지겠지.”

그렇게 그들은 기다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원을 활활 태우고 있던 화염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점점……?

“……불이 안 꺼지는데요?”

“아니, 그보다…… 여기로 오는 거 같은데?”

더 넓어지고 있는 화염! 속도가 느려서 분명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에이, 아닐 거야. 야. 누가 물이나 좀 뿌려봐.”

“취익. 내가 해보겠다.”

오크 주술사 중 한 명이 지팡이를 들더니 물로 만들어진 화살을 연달아 쏘아 보냈다.

파파팍!

[사디크의 힘이 담긴 화염은 보통 물로는 꺼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뭘 해야 꺼지는데?”

태현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뜨는 퀘스트창!

<오스턴 왕국에 나타난 사디크의 영원한 화염-오스턴 왕국 퀘스트>

누군가가 오스턴 왕국 평원에 사디크의 화염을 풀어놓았다.

사디크의 정수가 담긴 화염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넓어질 것이다.

평원에 풀린 화염이 오스턴 왕국을 집어삼키기 전에, 사디크 교단을 조사해 평원의 화염을 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상:?, ??, 오스턴 왕국 1왕자와 2왕자를 만날 수 있음.

“…….”

태현한테만 뜬 퀘스트창이 아니었다.

현재 오스턴 왕국에 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모두 동시에 뜬 퀘스트창!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빤히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명백했다.

-이거 이제 어쩔 겁니까!

“뭐…… 어차피 내 영지는 오스턴 왕국에 있는 거 아니잖아?”

다른 플레이어들이 들었다면 멱살을 잡으려고 했을 소리였다.

“아니, 진짜 괜찮은 거예요?!”

“튀면 되지 않나? 어차피 오크들도 이제 나뉘어져서 자기 살길 고민할 거 같은데.”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렇게 일 벌여놓고 가면 그 멋있던 김태현 이미지가 뭐가 돼요?”

“그런 게 있었나? 난 별로 신경 안 쓰는데.”

확실히 그랬다. 태현은 이미지에 신경을 안 썼으니까. 남이 욕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게 태현!

태현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이걸 내가 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 수가 있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태현 일행은 제외하고, 이세연과 스미스 일행이 있었다.

이세연과 스미스는 둘 다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였다. 방송국과 손을 잡고 하는 방송과 개인 방송을 같이 하는 플레이어.

‘자기들이 얻으려는 왕관 뺏긴 걸 굳이 공개할 것 같지는 않은데? 괜히 경쟁자만 늘리는 짓이잖아.’

태현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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