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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31화 (231/1,826)

§ 나는 될놈이다 231화

-어떤 놈이냐!!!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받은 카라그는 분노해서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주변의 오크들도 휘청거렸다.

“나다, 이 자식아!”

-?! 김태산, 이놈! 내가 널 좋게 보고 오크들을 하사해 줬거늘! 감히 배신하는 거냐!

“배신은 무슨! 애초에 널 따를 생각도 없었다!”

카라그를 공격한 건 김태산이었다. 김태산의 전신은 온갖 화려한 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얼마나 버프를 받은 건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

-어리석구나, 김태산! 지금 배신할 이유가 있느냐? 날 쓰러뜨리면 여기 오크들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김태산은 망치를 들고 카라그를 향해 겨눴다.

-그게 아니라고? 그러면 왜 배신을 한 거냐!

“……내 아들은 패도 내가 팬다!”

-?!

그렇다. 카라그를 공격한 이유는 단순한 하나였다.

다른 놈이 태현을 패는 건 더 이상 못 봐주겠다!

오크 군세를 얻거나 대족장의 자리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 *

처음에 태현이 올라와서 두들겨 맞기 시작할 때, 김태산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 당황한 거 봐라! 봤지?”

“태현이 저놈도 당황하네요! 크핫핫핫!”

오크 아저씨들은 껄껄대며 웃었다. 뒤에서 오크 전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수군거렸다.

“취익, 함정에 빠진 적을 보고 저렇게 비웃다니. 보통 사악한 게 아니다.”

“췩, 절대 거스르지 말아야겠다.”

[오크 전사들의 복종도가 오릅니다.]

“응?”

김태산은 갑자기 복종도가 오르자 의아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지금 중요한 건 태현이 당하는 걸 보는 것!

“팝콘 어딨냐! 오늘을 위해 준비를 해놨지!”

오크 아저씨들은 일제히 <뛰어난 손맛을 가진 요리사가 만든 단맛 팝콘>을 꺼내 들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아이템!

그렇게 태현이 두들겨 맞다가 도망치는 꼴을 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저 던전 출구에서 스미스가 나온 것!

“?!”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세연까지 나와서 언데드들을 소환하기 시작!

“쟤 아까 우리가 들여보내 준 마법사 아니냐?”

“맞, 맞는 거 같은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세 보이지……?”

아저씨 중 한 명이 급하게 이세연의 정체를 검색했다.

“네크로맨서 랭커라는데요?!”

“뭐?!”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빠져나가야 하는 태현은 스미스와 싸우더니 오크들의 주문 폭격을 맞고 발이 묶였다.

거기에 대족장까지 덤벼들기 시작!

이쯤 되자 슬슬 김태산이 몸이 달았다. 도망칠 줄 알았던 태현이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저놈 왜 안 튀는 거야?!”

“글, 글쎄요.”

태현의 스킬들은 대부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도망칠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태현의 스킬들을 전부 다 알지는 못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태현은 무슨 이유라도 있는지 도망치지 않고 계속 자리에 남아 있었다.

대족장이 기회를 줬는데도 싸우려는 모습!

“끄으응…….”

김태산이 고뇌로 가득 찬 앓는 소리를 냈다. 그걸 본 양성규가 손짓했다.

“야. 버프 좀 걸어드리자.”

-내달리는 발걸음.

-고대 정령의 여섯 빛 가호.

-몰아치는 팔.

순식간에 김태산에게 걸리는 버프들! 주술사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가 건 버프도 있고, 스크롤을 쓴 버프도 있었다.

“뭐하냐?”

“형님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걸어드렸습니다.”

“…….”

김태산은 머뭇거리며 양성규를 쳐다보았다. 이미 김태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양성규였다.

둘이 같이 보낸 시간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하면 후회하지 않겠냐?”

“안 하셔도 후회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형님이 자주 하는 말이…….”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면 하고 후회해라 이거였지. 그래! 나 저놈 도우러 간다!”

김태산은 망치를 들었다. 오크 아저씨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 아들을 건드려도 되는 건 나밖에 없다, 카라그 이 자식아!”

그렇게 외치며 김태산은 전력을 다해 카라그에게 돌격했다.

* * *

-그렇게 죽고 싶다면 같이 죽어라, 김태산!

카라그는 거대한 무기를 가볍게 휘둘렀다. 마치 풍차처럼, 대검이 연속으로 들어왔다.

캉! 카캉! 카카카캉!

[무지막지한 괴력이 담긴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기의 내구도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팔이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몰아치는 팔 주문으로 인해 저항에 성공합니다.]

“이 자식 힘이 뭐 이렇게 좋냐? 얘들아!”

버프를 잔뜩 받아서 견딜 수는 있었지만, 오래 갈 수 없다는 건 김태산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온 건 카라그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르르-

김태산의 말이 떨어지자 바로 돌격을 시작하는 오크 아저씨들!

콰콰쾅!

“취, 취익! 배신자들!”

“배신은 무슨! 종족이 오크라고 다 친하게 지낼 줄 알았냐 이 순진한 놈들아!”

주변에 있던 오크 정예 전사들은 오크 아저씨들의 공격을 받자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손도끼나 대검을 휘두르며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는 오크 아저씨들!

현질로 비싼 장비들을 덕지덕지 장착하고, 싸우기 전에는 스크롤로 버프까지 중첩하고 싸우는 이들의 전투력은 무시무시했다.

“야 인마! 뭐하고 있는 거야! 안 튀고!”

“아, 아버지?”

천하의 태현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설마 갑자기 김태산이 달려와서 도와줄 줄이야!

“튀어 인마! 이딴 오크한테 죽을 생각이냐?”

-뭐라고?

김태산의 도발(?)을 들은 카라그의 넓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대족장의 살격!

콰지직!

“크아악!”

김태산은 발이 땅 깊숙이 파묻히는 걸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버프로 인해 HP는 90% 이상 남아 있었지만,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케인! 너부터 튀어라!”

혼란스러웠지만 태현은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움직였다.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이 도와주러 온 이상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

-이다비, 있는 놈들 다 데리고 최대한 멀리 튀어! 못 튀면 자기 목숨은 알아서 챙겨야 할 거다!

-네? 네? 그게 뭔…….

-빨리 튀라고!

-알, 알겠어요!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 덕분에 정수혁, 이다비 일행은 오크들의 공격을 좀 덜 받게 되었다. 그 틈을 타 그들은 포위망에 구멍을 내고 도주를 시작했다.

“췩! 대족장님! 저놈들이 도망을 칩니다!”

-킁! 내버려 둬라! 어차피 잔챙이 같은 놈들이니!

카라그는 오만하게 외쳤다. 실제로 그렇게 말할만했다. 김태산은 저릿저릿해 오는 손을 쥐었다 펴며 생각했다.

‘이놈은 대체 레벨이 몇이야?’

김태산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최강지존무쌍 길드원들은 전원이 레벨 100 안팎이었다.

이름만 이상하게 안 알려졌지, 전력만 따지고 보면 정말 강력한 실력파 길드 중 하나!

게다가 싸우기 전에 온갖 버프로 전투력을 뻥튀기하고 들어온 상태.

그렇게 카라그를 공격했는데도 카라그는 피가 제대로 깎이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마르덴 후작보다 더 고렙인가? 그러면 레벨이 250은 넘기겠고, 재수 없으면 300도 넘길 수 있는데…….’

김태산은 태현이 빠지면 같이 빠질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가 이끌던 오크 전사들이 있어서, 그들을 동원하면 도망칠 길은 만들 수 있었다.

‘이 자식 어디까지 튀었나?’

김태산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태현이 멀리 갔으면 그도 슬슬 빠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퍼퍼퍼퍼퍽!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큭, 이놈이!

“야! 인마! 튀라니까!”

튀라니까 튀지는 않고 오히려 대족장에게 달려드는 태현! 김태산은 순간 목덜미가 뻐근하게 당겨오는 걸 느꼈다.

“아버지 먼저 튀시죠!”

“이 자식이 살려줬더니 뻔뻔하게 뭐? 인마? 나 먼저 튀라고? 너 진짜 이러기냐?”

“아니, 저는 살 방법 있으니까 아버지 먼저 튀시라고요!”

“이 자식아! 나도 살 방법 있으니까 너 먼저 튀라고!”

-…….

카라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 이게 뭔…….

“빈틈!”

-신의 예지, 그림자 잠수, 그림자 도약, 치명타 폭발!

-크아아악!

카라그의 긴장이 살짝 풀어지는 것 같자 바로 들어가는 태현의 매콤한 일격!

절대로 태현 앞에서는 방심하면 안 됐다.

“크하하! 멍청한 놈! 내 아들 앞에서 방심을 하다니! 맛이 어떠냐! 뒤통수가 얼얼하지?”

“아니, 아버지. 지금 적 도발할 때가 아닌데…….”

태현한테 폭딜을 맞았어도 카라그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살짝 긴장을 풀었던 눈이 크게 부릅떠지며 바로 반격이 들어왔다.

-대족장의 분노!

콰콰콰콰콰콰쾅!

[대족장의 분노에 당했습니다. 회피에 실패했습니다. HP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카라그를 중심으로 터져나가는 충격파! 태현과 김태산은 뒤로 밀려 나가다가 자세를 잡았다.

‘젠장. 이 디버프 언제 풀려?’

오크 주술사들이 저주 폭격을 날린 것 때문에 회피에도 실패한 것 같았다.

“야, 넌 근데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했냐?”

“아버지는요?”

“나는 내가 받은 오크 전사들 앞에 세우고 길 막은 다음 우리 길드원들 데리고 나가려고 했지.”

“저는 제가 데리고 온 사람들 먼저 뺀 다음에…….”

“뺀 다음에?”

“여기 주변을 날려버리려고 했는데요.”

“……뭐?”

김태산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여기 주변을 날려버리려고 했다고요.”

“어떻게?”

“기계공학하고 폭탄 아이템으로요.”

“잠깐만. 그러면 너도 죽잖아?”

“전 한 번 안 죽을 수 있는 스킬 있어요.”

‘이 자식이 언제 그런 스킬까지 얻은 거야?’

김태산은 속으로 혀를 찼다. 태현의 말을 들어보니 너무 성급하게 도와주러 온 것 같았다.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했을 텐데!

“어쨌든 아버지, 말했으니까 먼저 튀시죠.”

“뭐? 싫어, 인마! 너 먼저 튀라니까?”

“아니, 이상한 고집 부리시네! 왜 이런 상황에 이래요? 그냥 터뜨릴까요?”

부자간의 쓸데없는 경쟁심이 하필 이럴 때에 발동됐다.

“……알겠다, 이 자식아!”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은 동작 한 번에 일사불란하게 퇴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라그가 김태산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그걸 두고 볼 태현이 아니었다.

파파파팍-

-이 날파리 같은 놈!!

빠르게 흩어지면서 카라그를 공격하는 태현!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지금 주변에는 다른 적도 없고, 태현은 오로지 카라그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대일만큼 태현의 컨트롤이 발휘되는 상황도 없었다.

카라그의 팔이 휘둘러지면서 뻗어지는 대검의 끝. 엄청나게 빠르고 위협적이었지만 태현은 끝까지 눈을 뜨고 궤적을 파악했다.

냉정하게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낼 뿐.

태현의 행운을 묶고 회피력을 가둬도 공격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반격의 원!

-크아악!

또 한 대 카운터를 맞은 카라그! 카라그는 분통을 터뜨리며 발을 굴렀다.

‘슬슬 터뜨려볼까?’

툭-

카라그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끌던 태현은, 뒷걸음질 치다가 뭔가 부딪혔다는 걸 깨달았다.

“?”

“헉, 헉…….”

“……넌 왜 여기 있어 멍청한 놈아!”

“내가 튀고 싶어서 튄 줄 아냐!”

울컥해서 받아치는 케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도망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돌아온 케인이었다.

“돌발 퀘스트가 떴다고……!”

“뭐?”

<주인을 보호해라-아키서스의 노예 돌발 퀘스트>

아키서스의 노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자기가 죽더라도 주인을 보호하려는 강직한 충성심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주인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먼저 빠져나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짓이다. 곁으로 돌아가서 주인을 보호해라.

-퀘스트 실패 시 페널티.

보상:?, ???

‘……뭐 이딴 직업이 있냐?’

직업을 준 태현도 어이가 없는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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