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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30화 (230/1,826)

§ 나는 될놈이다 230화

“저희 아이템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욕부터 했을 텐데, 스미스는 아직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빛나는 인성!

“그게 왜 너희 아이템인데?”

“저희가 먼저 퀘스트를 깨고 얻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여기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한 지 아십니까?”

“나도 이거 얻으려고 선행 퀘스트 많이 깼거든? 난 혼자여서 더 힘들었다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1초 만에 튀어나오는 거짓말! 그러나 스미스는 움찔했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스미스 님! 거짓말입니다, 저거! 김태현이 저 왕관 관련 퀘스트를 어떻게 얻습니까! 네크로맨서랑은 거리가 먼 놈인데!”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뒤에서 가슴을 치며 외쳤다.

“왜, 나도 얻을 수 있지.”

“김태현 씨……! 저는 김태현 씨를 좋게 생각했는데, 저를 속이신 겁니까?”

“아냐. 진짜야. 선행 퀘스트 깨서 온 거라고. 안 그러면 여기 어떻게 왔겠어?”

“……뭐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검은 바위단을 도와줘야 합니다! 왕관을 내놓지 않으면 공격하겠습니다!”

스미스는 말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태현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림자 잠수, 그림자 도약,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치명타 폭발!

‘공격은 하고 말하는 거지.’

폭발적인 데미지 콤보! 태현은 아무리 스미스가 단단한 탱커 계열의 기사 직업이라도, 이런 공격을 맞고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이 스미스를 보호합니다.]

콰콰콰쾅!

굉음을 내며, 태현의 공격이 스미스의 등에 작렬했지만…….

데미지가 들어간 느낌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이 자식…… 나하고 상성이 안 좋다!’

태현은 혀를 차며 물러섰다.

멀쩡하게 서 있는 스미스! 기습공격을 당했어도 상관이 없었다. 스미스의 스킬은 그런 류의 컨트롤이 필요 없는 강력한 스킬이었던 것이다.

그냥 발동하면 전신에 작용!

슈우우우-

스미스의 전신에서 연기가 흩어져 나왔다. 스미스는 투구 사이 보이는 눈으로 태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그렇게 나오시다니, 알겠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판온 1 생각나는군.’

태현은 판온 1 때 상대했던 성기사 랭커가 떠올랐다. 워낙 단단해서 패고 패고 패고 패서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패야 했던…….

지금 스미스가 그런 느낌이었다.

저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이 어떤 스킬인지는 몰라도, 데미지를 몇백분의 일로 내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태현의 공격을 맞고 저렇게 멀쩡할 수가 없었으니까!

‘저거 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태현은 차라리 이세연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연 상대로는 태현이 유리했지만, 스미스를 상대로는 그 반대였다.

변칙적인 방법과 스킬 콤보로 폭딜을 넣는 게 태현의 주무기인데, 그게 막히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이다. 공격 방법이 확 줄어버리는 상황.

“나랑 손잡을래?”

멀리서 이세연이 목소리를 마법으로 키워서 외쳤다.

“싫어, 인마!”

“진짜?”

“진짜로 싫다고!”

“진짜로 진짜?”

“아, 좀 저리 가라!”

“그러다 나중에 후회한다?”

이세연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스미스뿐만 아니라 오크 정예 전사들도 도끼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다른 사람이었다면 예전에 굴복했을 것이다. 스미스에게 왕관을 넘기거나, 아니면 이세연에게 왕관을 넘기거나…….

하여튼 방법은 다양했다. 무릎만 꿇으면 됐다.

그러나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일수록 고개를 드는 타고난 반골 기질!

“거절한다!”

“김태현 씨! 후회하실 겁니다!”

스미스는 그렇게 외치며 돌격했다. 그 뒤를 따르는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

공격이 시작되자 마법과 함께 각종 원거리 스킬들이 날아왔다. 태현은 대부분을 피하고 몇 개는 몸으로 막아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태현의 공격을 스미스는 대부분 흡수해버렸다. 그러나 태현도 만만치 않았다. 스미스의 공격이나 검은 바위단의 공격을 모조리 회피해 버리는 무지막지한 행운!

이세연과 달리 대 김태현 준비를 덜 한 스미스와 검은 바위단은 태현에게 데미지를 넣을 방법이 적었다.

-영원히 회전하는 창날!

“그걸 내가 맞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스미스가 위협적인 스킬을 쓰면서 달려들었지만, 태현은 바로 눈치를 채고 피함과 동시에 공격을 틀어냈다.

-반격의 원!

스미스야 어차피 때려봤자 단단해서 의미가 없고, 검은 바위단 길드원에게 돌려준다!

“크아악!”

검은 바위단 길드원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자, 스미스가 움찔했다.

태현이야 무섭지 않지만 그의 공격을 저렇게 튕겨내 버리면 피해를 보는 건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

태현이 스미스를 까다로워하는 것처럼, 스미스도 속으로 태현을 까다롭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회피해 버리고, 데미지를 넣으려면 특정한 스킬을 써야 하는데, 태현은 그런 스킬을 쓰면 기막히게 알아채고 피했다.

단순히 행운 스탯만이 태현의 장점은 아니었다.

원래 태현은 판온 1에서 뛰어난 컨트롤로 이름이 높았던 플레이어!

수십 개의 공격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어떤 공격을 피하고 어떤 공격을 막아낼지 판단을 내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

태현과 스미스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빈틈을 찾기 위한 탐색.

그러나 서로의 상황은 달랐다.

스미스는 뒤에 검은 바위단을 끼고 있었지만, 태현은 케인을 죽이기 위해 몰려오는 오크 정예 전사들까지 추가로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크와와와와!

정예 전사들이 전투 함성을 지르며 태현과 케인이 있는 쪽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치겠군.”

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기를 들었다. 일단 오크들을 처리하고 다시 스미스와 싸워야 하나?

“……피하십시오!”

갑자기 스미스가 크게 외치더니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을 데리고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저거 왜 저래?”

케인이 그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태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뭔가 위험하다!

그렇지 않으면 스미스가 갑자기 저럴 이유가 없었다.

‘대체 뭐가……?’

스미스가 뒤로 빠진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케인이 있는 곳 위로, 대족장 휘하의 오크 정예 주술사들의 마법 폭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케인은 가능한 스킬을 전부 다 쓰고 포션을 빨며 버티기 시작했다.

태현은 바위가 터져 나가고 화염의 채찍이 몸을 후려치는 걸 전부 다 회피로 피하며 버텼다.

-저놈, 묘한 기술을 갖고 있다. 피하지 못하게 만들어라!

[쇠락해지는 기운 저주를 당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는 저주입니다. 전체적인 능력치가 내려갑니다.]

[쇠락해지는 기운 저주를 당했습니다. 회피할 수 없는 저주입니다. 전체적인 능력치가 내려갑니다.]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무시하고 싸울 수 있는 저주였다.

그러나 그런 저주들을 고렙 오크 주술사들이 중첩시켜 가며 퍼붓자 보통 성가신 게 아니었다.

[회피에 실패했습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신성 권능>스킬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보통 마법도 데미지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태현은 슬슬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계속 버티는 건 죽여 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포위망을 뚫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목을 잡고 있던 스미스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오크들의 대공세 때문에 뒤로 빠진 것!

-용용아, 가능한 마법은 전부 주술사들 있는 쪽에 갈겨라! 수혁! 데리고 있는 놈들 시켜서 마법을 전부 주술사들 쪽으로 퍼부어!

“케인, 따라와! 스킬은 쓸 수 있으면 전부 사용해라!”

“오케이! 지금 쓴…….”

그 순간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림자가 진 것이다. 케인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하늘에 뭔가 거대한 게 떠 있었다.

“……?”

콰콰콰쾅!

그 정체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오크 대족장 카라그가 몸을 날려 뛰어든 것이다.

[대족장 카라그의 <대지의 격노>에 당했습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태현은 가볍게 회피에 성공했지만, 케인은 카라그에게 그대로 마비를 당해버렸다.

-저놈이냐?

-취익, 맞습니다!

뒤에는 수많은 오크 전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대기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오크 정예 전사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뛰어든 대족장 카라그!

보통 오크보다 몇 배는 커다란 덩치였다. 거인족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덩치.

카라그는 뒤에 오크 하나를 달고 온 상태였다. 태현은 그 오크를 어디서 본 것 같았다.

‘어디서 봤더라?’

-저놈은?

-췩! 저놈은 아닙니다. 저놈은 오히려 범인을 말해준 놈입니다!

-그래?

“……!”

태현은 카라그와 오크의 대화를 듣고, 카라그가 데리고 온 오크가 누군지 깨달았다.

‘내가 사기 친 오크잖아?!’

태현이 ‘케인 저놈이 카자크를 죽였어! 저놈이 범인이야!’ 했을 때 그걸 본 오크!

그래서 그런지, 오크는 케인은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태현은 그렇게 노려보지 않았다.

카라그는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건방진 인간 놈. 원래라면 여기서 같이 죽였겠지만, 카자크를 죽인 범인을 알려줬다고 하니 한 번 기회를 주마. 꺼져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대족장 카라그가 당신의 목숨을 보장합니다. 혼자서 이 전장을 떠날 수 있습니다.]

케인은 그걸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귓속말을 보냈다.

-야. 그냥 너라도 가라.

-뭐 잘못 먹었냐?

-……이 자식이……! 기껏 배려를 해줘도!

기껏 큰마음을 먹고 말했는데 태현이 이렇게 나오자 케인은 울컥했다.

-그럼 같이 죽어야겠냐!

-네가 이러니까 이상해서 그렇지.

-네가 죽으면 나한테 페널티가 들어온다고!

-아. 그거면 이해가 가네.

-…….

케인이 이렇게 배려심을 보이는 이유는 하나.

<아키서스의 노예> 패시브 스킬 중에는 교단의 교황이 쓰러질 경우 강력하게 페널티가 들어가는 스킬이 있었던 것!

여기서 둘이 죽으면 케인은 페널티를 두 배로 받아야 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희생을……!

케인은 모르고 있었다. 이 모습이 나중에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충신 그 자체!

-근데 안 되겠다.

-뭐? 왜? 미쳤냐?

-이렇게 튈 수 있을 줄 알았으면 수혁이를 가만히 있게 하는 건데…….

태현이 떠나지 않자 대족장이 거칠게 외쳤다.

-떠나지 않는 것이냐! 기회를 줬는데도! 그렇다면 같이 죽어라!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혼자 빠져나가는 건 손해가 너무 컸다.

케인이야 뭐 죽는다 쳐도, 정수혁과 그가 데리고 있는 오크 주술사들은 당연히 다 잃어야 하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부터 시작해서 태현을 따르는 아키서스 교단의 NPC들까지 전원 다 잃어버리는 상황!

‘잃을 게 너무 많아서 그냥 튈 수도 없고…… 젠장. 써야 하나?’

태현은 <불의 마수의 숨결>을 만지작거렸다. 사디크 교단과 싸우고 나서 얻은 강력한 아이템.

일회용이지만 태현처럼 기계공학에 능숙한 플레이어가 쓰면 이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아키서스의 축복도 이미 써버렸고, 신성 영역도 이미 써버렸다. 게다가 지금 나도 저주를 많이 맞은 상태고. 터뜨렸다가 아군도 다 죽으면 자살행위인데…….’

태현은 괜찮았다. 믿고 있는 게 하나 더 있었으니까. 교단을 세우고 나서 얻은 <부활> 스킬. 그걸로 한 번은 페널티 없이 살아날 수 있었다.

‘과연 나 말고 다른 놈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걸 폭발시키면 어느 정도로 난리가 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태현은 머리를 굴렸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나? 시간을 끌어서 다들 대피를 시킬 방법이…….

콰콰콰쾅!

그 순간, 대족장 카라그가 옆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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