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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26화 (226/1,826)

§ 나는 될놈이다 226화

그리고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스미스와 이세연이었다.

[어둠의 스킬이 당신을 간파하는 것을 느낍니다.]

[태양의 힘으로 스킬을 간파해냅니다.]

“……!”

스미스는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스킬을 날렸다. 검기가 뿜어지며 허공에 있던 검은 눈을 쪼갰다. 눈부실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뭡니까?!”

이제까지 태연하게 걷던 스미스가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적? 적이 있어요?”

“어디 있죠?”

“이건 적이 아니라…….”

스미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마법은 어디서 본 적 있었다.

다른 사람이 똑같은 마법을 쓴 걸 수도 있었지만, 스미스의 직감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 던전의 보상이 <잊혀진 망자의 왕관>이라고 했습니까?”

“네.”

“네크로맨서용 아이템이니…… 여러분. 여기에 이세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이세연이라니. 왜 갑자기 이세연?

스미스가 여기 있는 것도 놀라운데 이세연까지 있다니.

랭커들이 부딪히는 경우가 적다는 걸 감안했을 때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길마님. 여기 이세연이 있을 수 있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려 들었다. 검은 바위단 길마는 말했다.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갖고 싶기는 한데, 기껏 부른 스미스를 우리 욕심 때문에 이세연과 싸우라고 할 수는 없지. 물러나.

그러나 그들은 스미스의 성격을 오해하고 있었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말하자 스미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예?”

“이세연 때문에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세연에게 밀리는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아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저희 욕심 때문에 여기 오셨는데 그런 위험을 겪게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런 위험은 언제나 겪는 위험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세연한테 지지 않습니다. 이세연 때문에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스미스는 구성욱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제게는 여러분들이 있잖습니까.”

“……!”

눈부심! 잘생긴 얼굴과 인성!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느꼈다.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좋아요! 스미스가 이세연보다 위라는 걸 보여주자고요!”

검은 바위단의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이세연의 위치를 찾기 위해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검은 오라에 의해 마법이 차단됩니다.]

[데미지를 입습니다.]

“끙…….”

역시 마법으로는 이세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과를 들은 스미스는 고개를 저었다.

“찾을 필요 없습니다.”

“네? 이세연이 우리 위치를 알고 있다면 우리도 파악을 해야…….”

“그럴 필요 없으니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전속력으로 던전의 중앙으로 갑니다. 먼저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찾고, 얻으면 던전을 나갑니다. 도중에 이세연이 나타나면 물리칠 뿐입니다.”

정공법 그 자체.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갑시다!”

* * *

‘조금 더 시간을 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세연은 아쉽다는 듯이 마법을 취소했다. 스미스와 이름은 모르지만 실력은 확실한 플레이어들.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세연은 혼자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녀에게 유리한 점도 있었다. 그녀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

스미스가 어디에 누구와 같이 있는지. 이건 매우 중요했다. 그녀가 원하는 순간에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까.

“저, 저 바보가 뭐하는 거야?!”

쾅! 콰콰쾅!

스미스는 본색을 드러냈다. 이제 벽이 아니라 암반이 나와도 앞에다가 랜스를 박아댔다.

길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이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질색을 했다. 무식했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늦으려나? 안 되겠다. 직접 나서서 발을 묶어야겠어.’

* * *

“전사들입니다!”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기 길을 뚫겠습니다.”

“예!”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충직하게 외치며 진을 짰다. 고대 제국의 전사들과 싸운 경험은 이미 충분했다.

이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았…….

“커헉?!”

고대 제국의 전사가 휘두르라는 칼은 안 휘두르고, 입에서 거대한 가시를 쏘아내자 길드원은 기겁했다.

“……!”

스미스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세연입니다!”

“네?”

구구구궁…….

콰쾅!

-시체 대폭발!

고대 제국의 전사가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안쪽에서부터 터져 나가는 강력한 폭발!

-고대 제국의 방패!

그러나 스미스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앞으로 나서며 스킬을 사용했다.

크게 폭발했는데도 검은 바위단 길드원 중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방,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게 무슨…….”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몇 초도 걸리지 않아서 일어난 수준 높은 공방전!

이세연이 위장시킨 언데드 몬스터를 보내서 자폭을 시키고, 그걸 눈치챈 스미스가 직업 스킬로 완전히 막아낸 것이다.

“이세연, 비겁하지 않습니까!”

“비겁하기는 뭐가 비겁해? 네크로맨서 스킬인데?”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이세연의 위치는 찾을 수 없었다.

“싸우고 싶다면 나오십시오.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뭐래. 정면 승부 하면 너만 좋은 일이잖아.”

맞는 말은 맞는 말! 스미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원래는 볼 수 없는 스미스의 반응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놀라워했다.

이세연에게는 명백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스미스였다.

“잊혀진 망자의 왕관은 나한테 양보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당신이야말로 물러나는 게 좋을 겁니다.”

“판타지 온라인 1때 나한테 털린 게 기억 안 나?”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입니다. 지금 싸웠을 때 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스미스는 울컥해서 말했다. 치사하게 과거의 일을 말하다니.

“‘그때는 그때’라니. 부끄러워서 닉도 바꾸고 완전히 다른 사람인 척하고 있잖아.”

“……싸우고 싶으면 나오십시오! 어디 한 번 붙어봅시다!”

스미스가 크게 외쳤지만 이세연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친절한 성격으로 명성이 높은 스미스였지만, 이세연의 말은 그의 약점을 제대로 찔렀다.

판타지 온라인 1에 있었던 일!

이세연의 랭킹 1위였으니, 그녀한테 진 거 자체는 그렇게까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스미스가 닉을 바꾸고 완전히 다른 사람인 척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성기사를 들고 대장장이한테 깨진 랭커가 바로 그였기 때문!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런데 스미스는 김태현이 판온 1의 김태현일 수도 있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려나?’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움직였다.

그랬다. 이세연이 이렇게 스미스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하나.

시간 끌기!

이세연의 스타일은 여러모로 태현과 닮아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정함!

“이세연! 나오라고 했습니다!”

“뒤에 길드원들 있잖아? 왜 내가 나가야 해?”

“저만 싸우겠습니다. 어디 한 번 나와 보십시오!”

“그 자신감이 대단해서 칭찬해 주고 싶기는 한데…… 내가 이겨. 안 싸워 봐도 알지.”

“어디 말을 함부로 하는 겁니까! 한 번 붙어보자고 했습니다!”

“네 스타일이야 뻔하잖아. 완전 교과서라니까. 판온 1때도 그렇지만 너는 내 손바닥 위에 있어. 그냥 읽히는 수준?”

스미스는 정석 그 자체였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공법은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공포였지만, 이세연처럼 동급의 힘을 가진 플레이어에게는 읽기 쉬울 뿐이었다.

“그러니까 한 번 붙어보자는 겁니다!”

“싫어.”

“왜입니까!”

“이렇게 말하는 사이 나는 벌써 거리를 벌렸으니까.”

“!!”

당했다!

스미스는 얼굴을 다시 붉히고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이세연에게 또다시 당하다니. 스미스는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괜, 괜찮습니다.”

“이 정도 해주시는 것도 저희는 고마운걸요!”

길드원들의 격려가 더 마음에 아프게 와 닿았다.

‘뭐하는 짓이냐! 다시는 이렇게 안 당하기로 결심했는데!’

스미스는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알지 못했다. 이 던전에 그의 트라우마를 만든 플레이어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 * *

이세연은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던전의 중앙으로 들어갔다.

녹인 황금으로 장식된 문이 손짓 한 번에 열렸다.

이세연은 스미스를 상대하는 걸 좋아했다. 강해서 상대하는 맛이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언제나 이겼으니까!

이세연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스미스는 절대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고지식 그 자체야. 자체.’

그런 식으로는 약한 플레이어는 학살을 해도 이세연처럼 유연한 플레이어는 이길 수 없었다.

“자. 그러면…….”

이세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넓은 홀 안을 둘러보았다.

분명 마지막 관문이니 함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보스 몬스터도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것이다.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얻는 순간 보스 몬스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빠르게 얻고 빠르게 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지?’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홀 안을 세세히 훑어보았다.

중앙에 있는 왕좌에는 황제처럼 생긴 사람의 동상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든 동상은 한눈에 봐도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왕관!

투박한 디자인의 왕관이었다. 그렇지만 이세연은 한눈에 알아봤다. 저게 바로 <잊혀진 망자의 왕관>이라는 것을.

‘……바로 집으면 안 될 것 같아.’

이세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여기서는 비슷한 판단을 할 것이다.

어렵고 힘든 던전의 마지막 관문에서, 이렇게 대놓고 아이템을 준다고?

당연히 함정!

집는 순간 뭔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아직 스미스는 오려면 멀었고, 언데드들을 시켜서 왕관을 잡아오게 해야겠다. 일단 주변에 뭐가 있는지 탐지 마법을 걸고, 스크롤을 쓰면…….’

복잡하게 계획을 세우며 준비를 하는 이세연의 귓가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부스럭!

퉁-

“……?”

이세연은 고개를 옆으로 내밀어 왕좌의 뒤를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한 소리가 왕좌 뒤에서 나고 있었다.

“아. 젠장. 너무 좁네, 여기. 스킬이 제대로 가르쳐 준 거 맞아?”

“야! 빨리 올라가! 흙 떨어진다고!”

불평하면서 올라오는 태현!

그 밑에서 태현의 신발이 털어내는 흙을 맞으며 퉤퉤 하는 케인!

거지꼴이 된 태현 일행이 우르르 기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스미스와 이세연이 눈부신 전투를 펼치는 동안 개구멍으로 나 있는 통로를 따라 바로 중앙으로 와버린 일행들이었다.

“던전인데 몬스터도 없고…….”

“난 좀 싸우고 싶었는데 말이야.”

“근데 왜 위에 안 올라가냐?”

“몰라. 네가 물어봐.”

“싫어…… 김태현 무섭단 말이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위의 플레이어들이 안 움직이자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위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채로!

만약 알았다면 바로 후진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김태현?”

“?!”

깜짝 놀란 건 태현과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다니.

“김태현 맞지?”

“그러면 누구겠…… 컥!”

오랫동안 바닥을 긴 덕분에 짜증이 난 케인이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려다가, 태현한테 명치를 맞았다.

그러나 태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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