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224화
타타타타탁-
“들어가! 들어가!”
발을 묶으려고 공격을 해도 전부 다 회피 판정이 떴다.
당황해서 태현한테 쓰려고 했던 남은 스크롤들을 쓰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앞으로 움직여서 길이라도 막으려고 했지만,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스킬은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움직일 때마다 저주!
“으아악!”
“뭐야 이거?!”
그러는 사이 태현 일행은 빠르게 성문 앞에 도착해서 안으로 진입!
“성문 닫아라!”
끼이이익-
콰콰쾅!
“…….”
“…….”
쑤닝 길드원들은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닫힌 성문을 허망하게 올려다보았다.
* * *
사기적인 스킬을 두 개나 써서 탈취해낸 성.
성공적인 결과였다. 다른 방법을 썼다면 쑤닝 길드 상대로 성을 탈취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오크 군대가 이제 곧 들이닥치는데 쿨타임 긴 스킬 두 개를 벌써 써버렸어.’
스킬 효과가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쿨타임도 길었던 것이다.
며칠간은 쓰지 못하는데 아직 가장 큰 적인 오크 군대는 온전하게 남아있는 상황.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태현은 성벽 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스킬을 연달아 쓴 보람이 있는 결과물!
“야 이 XXXXXXXXXXX!”
번역도 안 되는 욕을 해대는 쑤닝 길드원들!
“김태현 이 XX아!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거 같냐? 넌 네 꾀에 네가 빠진 거다!”
쑤닝이 씩씩대며 외쳤다. 김태현이 갑자기 길드원들 사이를 돌파해서 성안에 들어갔을 때에는 당황했지만, 생각해 보니 상황은 그렇게 나쁜 게 아니었다.
“내 꾀에 내가 빠졌다고?”
“그래! 지금 네가 안에 있다고 성이 점령된 거 같냐?!”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영지를 공성전이든 뭐든 점령하려면 안에서 적들을 몰아내고 일정 시간을 있어야 했다.
[성을 점령하기까지 남은 시간-23:59]
영지마다 다르지만, 카달타 성은 24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들어가서 성문을 잠근다고 태현이 성에 대한 권한을 바로 갖게 되는 건 아니었다.
“넌 빈껍데기를 갖게 된 거다! 곧 다른 길드원들이 오면 넌 그냥 포위되는 거고! 스스로 무덤을 판 거지!”
“어…… 음. 그래.”
쑤닝이 기고만장해서 외치는 걸 보자, 태현은 살짝 미안해지는 걸 느꼈다.
‘저러다가 오크들 보면 기절이라도 하는 거 아냐?’
“쑤닝,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성을 갖고 싶어서 이런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거든.”
“헛소리하지 마라!”
“진짜야, 인마. 난 내 영지도 지금 제대로 못 돌보는 상황인데 이런 전쟁 벌어진 곳에 또 영지를 하나 얻겠냐? 미치지 않고서야 당연히 아니지.”
쑤닝은 픽 웃었다. 태현의 말을 못 믿겠다는 태도였다.
“그래. 어디 한번 떠들어 봐라! 이번에는 너도 도망 못 갈 테니까.”
다다다다다다-
멀리서 지축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본 쑤닝이 무릎을 쳤다.
이렇게 크게 소리를 내며 올 놈들은 하나뿐!
“오기 시작하는구나! 김태현, 들리냐? 기사 길드 <파이어 랜스>다! 이름은 들어봤겠지!”
“말발굽 소리치고는 소리가 좀 이상하지 않냐?”
“무슨 헛소리를…… 어?”
쑤닝은 고개를 돌렸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무리.
기사라고 치기에는 뭔가 겉모습이 투박하고 야만스러웠다.
“취이이이익!”
“카자크 님의 원수를 갚아라! 취익!”
정답은 늑대들을 타고 돌진하는 오크 라이더들!
그것도 보통 오크 라이더들이 아니었다. 카라그가 직속으로 부리는 정예 오크 라이더들이었다.
타고 있는 늑대만 해도 두꺼운 가죽에 짙은 검은색 갈기를 갖고 있는 변종 늑대들!
-쿠아아아앙!
[변종 검은 털 늑대가 <짐승의 함성>을 시전했습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 공격 속도가 내려갑니다.]
콰쾅! 콰콰쾅!
오크 라이더들은 돌진하면서 도끼를 집어 던졌다. 푸른 날을 가진 도끼는 빙글빙글 돌며 쑤닝 길드원들 사이로 날아 들어왔다.
콰직!
“으윽!”
방패로 막아낸 탱커가 신음 소리를 냈다.
“저것들 레벨이 몇이야?!”
“90은 가볍게 넘기는 거 같은데…….”
플레이어는 보통 자기보다 레벨이 조금 높은 몬스터까지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 쳐도 저렇게 무리로 달려오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높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놈을 잡아도 바로 다음 놈이 나오는 게 오크들! 지금이야 숫자가 적지만 언제 늘어날지 몰랐다.
“진형 짜라! 여기서 막아야 해!”
“오크 라이더가 여기 있다는 건…… 오크 군대도 주변에 있는 거 아냐?”
“설, 설마…….”
쑤닝 길드원들은 재빨리 성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한 경험이 많았기에 동작은 재빨랐다.
탱커들은 앞으로, 딜러들은 그 뒤로, 힐러나 마법사는 가장 뒤에.
콰콰쾅!
“으으으윽!”
탱커들은 비명을 지르며 방패와 무기를 앞으로 밀어냈다. 오크 라이더들이 전속력으로 돌격하면서 부딪히자,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막대한 충격에 잠시 동안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아, 안 돼!”
쾅!
스턴 상태에 빠진 중갑 전사에게는 가차 없이 공격이 들어왔다. 그러나 전사가 쓰러지지는 않았다.
캉!
오크 라이더의 공격을 재빨리 받아 치는 뒤의 플레이어! 멋진 콤비 플레이어였다.
“친구야……!”
“후후. 방심하지 말라고.”
“하핫. 그래! 고맙…… 커헉?!”
코밑을 훔치던 플레이어는 뒤통수에 화살을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분명 적들은 앞에 있는데 뒤에서 날아오다니?
범인은…….
“휘익~”
성벽 위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했지만 활을 들고 있는 이상 누가 쏜 지는 너무나 명백했다.
쑤닝은 치를 떨며 소리를 질렀다. 정말 먼저 공격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너, 너희들 지금 저기 오크들이 안 보이냐? 우리가 쓰러지면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쑤닝, 내가 아까 너한테 제안을 했잖아.”
“…….”
“그때 그냥 아키서스 신전 좀 지어주고 골드만 줬으면 서로 좋았잖아. 그때 네가 날 못 믿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이제 와서 다시 손을 잡자고 하면 어떡해?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한마디로 거절!
“지옥에 떨어져라!!!!”
“지옥에 떨어지면 악마들 사냥도 하고 좋겠네. 신성 스탯도 올릴 수 있겠고.”
* * *
“오…… 오크들이다!”
비명을 지르는 플레이어들.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의 단꿈을 꾸던 플레이어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대족장 카라그가 거대한 군세를 이끌고 되돌아온 것이다.
“오크들이 성벽 밑에 쫙 깔렸어요!!”
“야, 시선 마주치지 마! 여기로 오면 어쩌려고 그래!”
“김태현 그 자식이 사기 쳤어! 골드 주고 신전 지어주면 이쪽으로는 안 온다며!”
“정확히는 케인을 데리고 떠나주겠다는 거였는데…….”
“너 누구 편이냐?”
“죄송합니다.”
카라그는 거대한 머리를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췩. 그새 요새를 빼앗았나? 인간 놈들도 부지런하군.”
“취익!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되찾지 못하도록 아예 가루를 내버려라! 주마락. 네게 부대를 줄 테니 성을 함락하도록!”
“췩! 영광입니다!”
동시에 성안의 플레이어들에게 뜨는 메시지창!
<오크들을 막아라-공성전 퀘스트>
대족장 카라그는 그가 없는 사이 뺏긴 영지들을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
다행히 카라그는 다른 이유 때문에 공성전을 직접 지휘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충직하고 유능한 부하가 오크들을 이끌고 공성전을 이끌 것이다.
막아내라. 막아내지 못한다면 죽음뿐!
보상:?, ???
“으아악! 성벽도 지금 다 못 고쳤는데!”
“성문! 성문으로 와! 전부 성문으로 와서 뭉쳐!”
오스턴 왕국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카라그가 직접 이끄는 오크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제대로 된 방비를 하지 못한 길드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했고, 몇몇 길드는 눈물을 머금고 영지를 버리거나 전원 로그아웃 당해야 했다.
“으랏차!”
그리고 여기. 아랄타 성.
김태산은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성벽 위로 올라온 오크들을 한 번에 베어냈다.
“취익! 대단하다, 저 오크!”
“적이지만 존경할 만하다! 췩!”
아랄타 성은 김태산의 투자 덕분에 방어도가 다른 성보다 더 높은 편이었다.
덕분에 방어하기도 쉬웠다.
촤라라락-!
오크들이 사다리를 놓고 갈고리 달린 밧줄을 던져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스크롤!”
“예!”
이심전심!
김태산과 길드원들은 같이 움직인 시간만 해도 십 년 단위였다. 눈빛만 봐도 서로가 뭘 원하는지 알았다.
-미끄러운 빙결 바닥!
-미끄러운 빙결 바닥!
-미끄러운 빙결 바닥!
바닥을 얼려서 미끄럽게 만드는, 별로 어려운 마법은 아니었다.
굳이 스크롤 난사를 해서 쓰는 이유는 하나.
성벽 전체에 깔기 위해서는 MP가 무지막지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김태산과 아저씨들에게는 그냥 돈으로 해결하는 게 더 쉬웠다.
콰당탕!
곳곳에서 오크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게 보였다.
“크핫핫! 너희들이 여기 올라오려면 아직 십 년은 이르다! 이놈들아!”
‘대단해……!’
건축가, 제랄드는 뒤에서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을 보며 감탄했다.
처음에는 돈만 많고 작명 센스 이상한 아저씨들인 줄 알았는데, 싸우는 걸 보니 보통 고수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픽!
“?”
김태산은 흰색 깃발이 달린 화살이 날아와 자기 발 앞에 꽂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뭐냐?”
“글쎄요?”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제안이 쓰여 있었다.
<오크 군대에 들어오시겠어요?>
카라그가 이끄는 오크들은 같은 종족인 당신이 보여준 놀라운 강함에 감명을 받았다.
당신이 현재 제안을 받는다면, 당신은 오크 군대 내에서 장군 자리를 받을 수 있다. 갖고 있는 영지는 그대로 보존된다.
보상:?, ???
김태산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원래 이 대륙 퀘스트가 나왔을 때, 오크 군대들에 들어가는 오크 플레이어들은 꽤 있었다.
악한 세력에 가깝지만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었다.
김태산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하나, 괜히 얻는 거 없이 역으로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들어온 제안은 너무 좋았다.
영지도 그냥 주고, 장군 자리를 받으면 오크 전사들도 공짜로 생기는 셈.
‘장군 자리 받고서 이 성에서 먹튀를 해도 상관이 없는 거 아닌가?’
부전자전!
태현의 먹튀 기질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성규야?”
“그냥 받고 입 싹 씻으면 아무리 오크들이라도 어쩌겠어요?”
“그렇지? 좋아! 받자. 그리고 운이 좋으면…….”
“태현이도 잡아서 족칠 수 있겠고요.”
“바로 그거야!”
둘의 생각은 완전히 일치했다.
* * *
“으악! 크악! 카아아악!”
밖에서 들리는 쑤닝 길드원들의 비명 소리.
그러나 태현은 신경 쓰지 않고 성을 탈탈 뒤졌다.
“아니, 이놈들은 돈도 많은 놈들이 왜 창고에 아무것도 안 채워 놓은 거야?”
태현은 뻔뻔하게 불평을 하며 내성 지하를 뒤졌다.
일단 오크들이 이 성으로도 올 것 같으니 기계공학 스킬로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함정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텅텅 빈 창고들!
태현은 입맛을 다시 다셨다. 지금 갖고 있는 폭탄 재료들은 슬슬 바닥이 나고 있었다.
‘이걸 여기서 쓰게 될지도 모르겠군.’
태현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불의 마수의 숨결>. 이름만 들어도 화끈한 폭발 아이템!
태현이 숨겨둔 비장의 수 중 하나였다.
[높은 행운으로 던전의 숨겨진 입구를 발견합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