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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23화 (223/1,826)

§ 나는 될놈이다 223화

“취이이이익! 위대한 주술사님께서 힘을 보여주신다!”

“모두 경배해라! 취익!”

오크 주술사들은 환호하며 정수혁 뒤에 섰다. 그걸 본 쑤닝 길드원들은 멈칫했다.

“뭐야, 마법사 있었어? 김태현은 마법 안 쓰는 줄 알고 대비했잖아.”

“걱정 마라. 어차피 그래 봤자 별거 아닐 거다.”

“저기 오크들도 있는데. 지팡이 들고 있잖아…… 주술사 아닌가?”

“야. 저기 있는 오크들이 다 주술사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흔하게 굴러다니는 오크 전사들과 달리, 오크 주술사들은 나름 귀한 존재!

-분노한 정령의 폭풍!

-굴러가는 바위의 외침!

-벼락 정령의 강림!

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

언덕 위에 있던 오크들이 닥치는 대로 마법을 쏴 갈기기 시작하자 쑤닝 길드원들은 기겁을 했다.

“보호막! 보호막!”

“야 이 XX아! 주술사 아니라며!”

“아, 아니. 저게 솔직히 다 주술사라는 게 말이 되냐?! 너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냐!”

그러는 와중에도 오크들의 마법은 작렬하고 있었다. 쑤닝 길드원 중에서 마법사들이 재빨리 스크롤을 찢고 방어막을 깔기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데…….”

“김태현만 잡아서 될 게 아닌 거 같다. 위험해.”

언덕 밑에서 잠시 멈춘 쑤닝 길드원들은 이를 갈았다.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손해를 보는 건 그들이었다.

포션부터 시작해서 장비, 버프까지 대(對) 김태현으로 바꾼 상태.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김태현을 잡고 성으로 빠질 생각이었는데…….

상대방이 생각보다 훨씬 더 발목을 강하게 잡았다.

“탱커들이 앞에서 버텨! 도적들은 옆으로 은신해서 들어갈 준비 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무조건 김태현만 노린다! 스크롤은 다 갖고 있겠지?”

“예!”

“놈은 어지간한 공격은 다 회피하니까 명중 못 시킬 만한 공격은 아예 시도도 하지 마라! 절대 명중할 수 있는 스크롤이나 스킬만 써!”

밑에서 쑤닝 길드원들이 독하게 버티는 걸 본 케인이 중얼거렸다.

“너 저렇게 원한을 사고도 잘 때 두렵지 않냐?”

“어차피 또 죽일 놈들인데 뭘 그리 두렵다고. 이다비. 황금 상인 스킬 쓸 준비 됐지?”

“네!”

“쑤닝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저놈 발부터 묶어. 가까이 붙으면 골치 아플 테니까. 루포. 넌 여기서 정수혁 지키고.”

태현의 말에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인의 직업은 탱커형 직업. 정수혁을 보호하려면 그가 낫지 않나?

“나는?”

“넌 내 옆에 붙어 있어. 죽으면 안 되니까.”

“……!”

케인은 순간 감동할 뻔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이 자식이 날 챙겨줄 리가 없는데?’

“왜, 왜?”

“뭐가 왜야? 생각을 해봐. 저놈들이 날 못 잡으면 다음으로 누구를 노리겠냐. 너만 잡으면 오크들이 일단 여기는 안 올 테니까 죽여서 로그아웃시키려고 하겠지.”

“!!!”

“넌 죽으면 부활하고 나서 나한테 다시 죽을 줄 알아라.”

“그, 그런…….”

불합리한 말을 들은 케인은 매우 억울해했다.

-저~ 사악한~ 김태현의~ 목을…….

“……?”

밑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탱커 뒤에서 음유시인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확한 음정과 풍부한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원한 섞인 노래!

[상급 명곡 <김태현을 저주하는 노래>를 듣습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디버프를 받습니다.]

태현을 만나면 쓰기 위해서, 아예 작곡까지 해 놓은 쑤닝 길드! 정말 끈질긴 원한이었다.

물론 태현의 자업자득이기는 했지만…….

“상급 명곡 정도면 만드는데 비용도 꽤 들었을 텐데, 진짜 원한을 많이 샀나 보네요.”

“남 일처럼 이야기할 때가 아닌데.”

“……?”

“이제 너도 같이 찍히게 될걸.”

케인의 말에 이다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생각해 보니, 쑤닝 길드가 이다비와 파워 워리어 길드를 태현과 따로 생각해 줄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묶어서 한 세트로 취급하겠지!

그러는 사이에 노래는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음산하고 한이 서린 저주 노래!

-이~원한을~절대로~

“아, 작작 좀 해라!”

노래를 듣던 태현은 짜증이 나서 들고 있던 폭탄 하나를 밑으로 집어 던졌다.

워낙 방어가 단단해서 이런 걸로 흠집 하나 나지 않겠지만…….

“막아!”

콰콰쾅!

“야! 제대로 막아야지!”

“제, 제대로 막았는데?!”

폭탄이 방패 위로 떨어져서 폭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파편이 튀어서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음유시인 플레이어에게 작렬!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다.

덕분에 노래는 끊겼다. 그러나 마법을 쏟아붓느라 오크 주술사들도 지친 상태였다.

“돌격! 돌격! 저놈들을 전부 죽여 버려라!”

“와 봐라. 쑤닝! 어차피 넌 쑤닝밖에 안 되는 놈이다!”

‘케인 같은 놈’에 이어서 ‘쑤닝 같은 놈’이라는 표현을 새로 만들어내는 태현이었다.

태현은 자신이 있었다.

쑤닝 길드가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어도, 태현도 그만큼 많은 패를 갖고 있었다.

혹시나 쑤닝이 정말 숨겨진 패로 그의 허점을 찔렀다 쳐도, 여기서 빠져나갈 자신도 있었다.

“취익! 주술사님을 보호해라!”

“위대한 주술사님을 위해! 췩! 오크 주술사의 신 아키서스를 위해!”

“……누구의 신?”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정수혁은 시선을 피하며 오크들을 격려했다.

콰콰쾅!

언덕 위에서 두 세력은 격돌했다. 탱커 역할을 맡은 쑤닝 길드원들과 오크 전사들과 악마들의 격돌!

묵직한 중장갑을 입은 전사들이 두꺼운 무기들을 휘두르고, 덩치 큰 악마들이 발톱을 내려찍으며 저주 섞인 침을 뱉었다.

“비켜라! 이 자식들아!”

“오크들 주제에 어디서! 근데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피부색은 왜 이렇고!?”

“취익! 주술사님을 위해! 내 도끼를 바친다!”

절대로 밀릴 수 없는 싸움!

그 뒤로 딜러 역할을 맡은 쑤닝 길드원들은 나뉘어졌다.

절반은 탱커들 뒤에서 딜을 넣고, 나머지 절반은 옆으로 돌아서 언덕 위를 올라가 오크 주술사들을 공격하려고 했다.

거기에는 쑤닝도 포함!

-녹인 황금의 저주!

“?!”

자신만만하게 돌격하던 쑤닝은 생각지도 못한 저주에 당황했다. 그가 입고 있는 장비는 어지간한 마법과 저주는 다 막아내는 장비였다.

게다가 포션과 스크롤까지 일시적으로 쓴 상태인데 어떻게?!

‘무슨 저주야?!’

[녹인 황금의 저주에 당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런 XX……!”

다행히 저주 효과치고는 약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저주였다. 여기서 움직일 수 없다니.

“너냐! 네가 했냐!”

“저, 저 아니에요! 얘가 했어요!”

이다비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쑤닝은 이미 확신을 갖고 있었다.

“저번 투기장에서 네가 쓴 거 봤다, 이다비! 파워 워리어 길마!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왜 그런 걸 기억하고 그래요!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가지고!”

“김태현 영지에서도 같이 있는 걸 봐서 설마 했는데, 역시 손을 잡은 게 맞았군.”

“저, 저희 파워 워리어는 아무와도 손을 잡지 않았…….”

“닥쳐! 너도 이제 우리 길드의 피와 같은 복수를 커헉헉헉!”

쑤닝은 비장하게 말하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나타난 것은 은신한 상태에서 기습을 가한 태현!

“와. 이 자식 단단한 거 봐라. 대체 뭘 얼마나 껴입은 거냐?”

물리 공격 내성에, 치명타 공격 데미지를 반감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았다. 온갖 버프란 버프는 덕지덕지 다 바른 상황이었음에도, 쑤닝은 안심하지 못했다.

그만큼 막강한 태현의 공격력!

제대로 한 방 맞으니 HP가 쭉쭉 깎였다.

“놈을 막아!”

길마가 발목이 묶이자 다른 길드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좋아하지 마라, 김태현! 넌 오늘 여기서 죽어서 나갈 테니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물론 네 머릿속에서만 말이야.”

“흥. 태연한 척하는군. 이건 어떠냐. 곧 여기로 우리와 동맹을 맺은 길드들이 달려올 거다!”

“……!”

그랬다.

쑤닝이 숨겨둔 한 수는 바로 동맹을 맺은 길드들!

동맹을 맺어도 보통 서로 돕는 건 보기 힘든 일이었는데, 태현 하나 잡자고 플레이어들이 몰려오고 있다니.

‘뭐 얼마나 골드를 뿌렸길래 동맹을 맺은 놈들이 금세 달려오는 거지?’

태현은 무리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지금은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나한테 공격을 가할 방법 정도는 갖고 왔겠지.’

“가라! 푸른 혈관의 저주 스크롤!”

-푸른 혈관의 저주!

스크롤을 찢자 푸른 연기가 한 바퀴 돌더니 태현에게 작렬했다.

[푸른 혈관의 저주에 당했습니다. 저항할 수 없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HP가 감소합니다.]

태현이 저주에 당하는 걸 본 이다비가 비명을 질렀다.

“푸른 혈관의 저주?! 그건!”

“난 괜찮은데. 걱정해 줄 필요는…….”

“그건 저번 주 경매에서 820만 원에 팔린 저주인데!”

“……그래. 설명 고맙다.”

이다비의 비명은 다른 의미의 비명이었다.

-락타샤의 화살 세례!

“그건 1,250만 원짜리!”

-칼날 이빨 광견 소환!

“말도 안 돼! 790만 원짜리를!”

“…….”

신나서 스크롤을 찢던 쑤닝 길드원들은 질린 표정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1원 차이도 없이 가격을 다 맞힐 수가 있지?

듣던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림자 잠수 스킬을 이용해서 이다비와 파워 워리어 길드원 뒤로 이동했다.

“어라?”

“응?”

퍽!

그리고 그들을 앞으로 밀어버렸다. 순식간에 쑤닝 길드원들과 마주하게 된 그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너희들도 좀 싸워, 이 잉여들아!”

-주인이여, 주인이여!

그러는 사이 용용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우기 전부터 태현은 용용이를 높은 곳에서 대기를 시켜놓고 있었다.

숨겨놓은 패 중 하나!

만약의 순간에 강력한 딜을 넣을 수도 있고, 기습을 넣을 수도 있으며, 여차할 때는 도주도 가능했다.

-왜 불러?

-오크들이 오고 있다!

-뭐? 얼마나?

-일단 저 지평선 쪽에 보이는 것만 해도 주인이 이끄는 오크들보다 많은 것 같다!

‘벌써 왔나?’

태현은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빠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한 것 아니었는가.

‘어떻게 한다…….’

현재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언덕 밑에는 쑤닝 길드원들이 단단히 진을 치고서 몰아붙이고 있었고, 저 멀리서는 오크 군대들이 도착한 상황.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응?’

태현은 성문을 쳐다보았다. 쑤닝 길드원들이 나오고 나서, 성문은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을 대비해 성안으로 도망치기 위한 수단!

“……모두 돌격 준비!”

“??”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두 강력한 스킬을 동시에 사용! MP를 막대하게 잡아먹는 만큼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워낙 뺏어서 입은 아이템들이 많아서 아직 견딜만했다.

“돌격!”

“어, 어디로요?”

“성문 안으로! 성안에 들어가자!”

“????!?!?!?!”

그 시끄럽던 싸움판이 순간 조용해졌다.

“막아! 막으라고!”

“절대 들어가게 해서는 안 돼!”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언덕 밑에 잔뜩 깔린 쑤닝 길드원들을 뚫고 성문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쑤닝 길드원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사실을 떠올리고 침착해졌다.

그냥 버티기만 해도 적들이 알아서 자멸할 상황!

그러나 전설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의 전용 스킬들은 절대 만만한 스킬들이 아니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

[행운 저항에 실패합니다. 저주를 받습니다.]

언덕 밑에 있는 쑤닝 길드원들을 밀치고, 태현 일행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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