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222화 (222/1,826)

§ 나는 될놈이다 222화

“…….”

쑤닝은 태현을 내려다보더니 홱 하고 돌아섰다.

태현이 보내는 수많은 도발과 괴롭힘을 겪은 쑤닝은 정신적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이제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야! 안 나오냐?”

“…….”

묵묵부답!

쑤닝은 대답을 해봤자 태현에게 말려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길드원들은 몸이 근질거렸지만 쑤닝이 말리자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가서 싸우지 마라. 저놈한테 유리한 짓을 해줄 필요가 없지! 유리한 건 우리다!”

“예!”

쑤닝 길드가 의외로 참을성을 보이자, 태현은 살짝 놀랐다.

“안 나오네. 나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할 거냐?”

“그냥 기다리면 되지. 아쉬운 건 지들인데.”

쑤닝 길드는 태현이 나타나자마자 욕설을 퍼붓고 대화를 끊었다.

그렇기에 태현이 뭘 가지고 협상하려는지 알지 못한 상황!

그냥 태현이 어디서 군대를 이끌고 와서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놈들 뭐하냐?”

“왜 공격을 안 하지?”

웅성웅성!

태현이 당장에라도 쳐들어올 줄 알았는데, 성 앞 언덕에 모여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화르륵!

“요리까지?!”

이제는 솥을 놓고 요리를 시작했다. 태현은 느긋하게 국자를 휘휘 저으며 요리를 만들었다.

“……저거 진짜 무슨 생각이냐?”

쑤닝 길드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그 중 몇 명은 알고 있는 다른 길드원에게 연락을 했다.

-어, 그래서 김태현이…… 뭐? 오크 군대가?!

“길, 길마님. 큰일났습니다!”

혹시 알고 있는 게 있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대답을 들은 길드원이 놀라서 외쳤다.

“무슨 일인데?”

“김, 김태현 저놈이 오크 군대를 끌고 온다고 협박을…….”

“뭔 헛소리야? 저놈이 어떻게 끌고 와. 저기 뒤에 있는 오크들? 걱정하지 마라. 저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저놈들 말고요! 대족장이 이끄는 본대 말입니다!”

“뭐? 그걸 어떻게?”

“케인이 여기 있다고 대족장한테 사신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

그제야 쑤닝은 태현이 뭘 노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케인을 미끼로 써서 여기로 대족장의 군대를 부른다는 것 아닌가!

콰지직!

쑤닝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쑤닝의 손이 분노로 벌벌 떨렸다.

“길마님!”

“공격 준비해!”

협상을 하지 않는 이상 태현과 그 사악한 일행을 공격해서 밀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 * *

내일 판타지 온라인 2가 서버 종료를 하더라도 나는 오늘 스킬 레벨을 올리겠다!

그런 각오로 태현은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안절부절못하는 건 이다비나 케인 같은 사람들!

“저, 저기 위에서 우리 노려보고 있는데요…….”

이다비는 케인의 방패를 뺏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태현과 달리 그녀는 쑤닝 길드에 찍히면 매우 곤란해졌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각자 쑤닝 길드의 시선을 피하기 바쁜 상황!

“걱정 마. 저기서 내려오려면 시간 좀 걸릴 거다. 어? 재료가 부족하네. 너 뭐 갖고 있는 거 없냐?”

“예? 뭘요?”

“요리 재료.”

“어…… 없는데요.”

“저희도요.”

“뭐? 그럴 리가 없는데. 사냥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요리 재료가 하나도 없어?”

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주머니를 털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온 재료들은…….

-외눈 괴물의 촉수!

-미약한 마비의 잎새!

-희석시킨 끓어오르는 용암의 정수!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 재료가 아닌 요리 재료들!

물론 요리 재료가 아닌 것들을 넣고도 요리가 가능한 것이 판타지 온라인 2의 자유도였다.

그리고 태현은 그 자유도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건 닥치는 대로 투입!

기존에 갖고 있던 요리 레시피대로 만드는 게 아니었다. 요리 스킬과 행운을 믿고 대충 마음대로 만드는 요리였다.

“양이 부족하네. 더 없냐?”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정말로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군. 요리 다 됐다!”

[실험적인 신성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전투를 앞선 전사들을 위한 강장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너희들도 와서 먹어. 양 많이 해놨으니까.”

“아, 아니, 저희는 괜찮은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질색을 했다. 요리 스킬이 뛰어난 요리사가 해주는 요리는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호사였지만, 요리 스킬이 부족한 요리사의 요리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태현을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재료들을 다 커버할 만큼 요리 스킬이 뛰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현은 냉정했다.

“먹어. 나 스킬 올려야 해.”

“……네.”

길드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리 앞에 섰다.

‘모양은 그럴듯하네.’

‘냄새도 꽤 괜찮고.’

‘맛있는 거 아냐? 요리 스킬 없어도 재료 좋은 거 쓰고 간단하게만 만들면…….’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요리법 복잡해 보이는 요리였는데. 그리고 너 뭐 들어갔는지 봤잖아. 재료 좋다는 말이 나오냐?’

“너희는 눈으로 먹냐? 먹으라고!”

다들 망설이자 태현의 구박이 바로 들어왔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들어오는 건 슬슬 거리를 벌리는 이다비!

“길마님! 어디 가십니까!”

“아, 나는 식욕이 없어서…….”

“식욕이 없다면 더더욱 이걸 드셔야죠!”

“좋은 건 길마님부터! 저희가 먼저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 흉을 봅니다! 저기 길드는 족보도 없다고!”

“우리 길드가 언제부터 족보가 있었어?! 그리고 너희는 평소에 나 챙기지도 않았잖아!”

이다비는 울컥해서 길드원들한테 말했지만, 태현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에서 느껴지는 속마음.

-네가 감히 먹지 않을 생각이냐!

“……먹으면 되잖아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이다비는 눈을 감고 한 숟갈 뜨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밀려오는 맛의 해일!

“이, 이 맛은……!”

길드원 중 한 명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설마 그 재료를 뛰어넘고서 숨겨진 맛을 이끌어냈단 말인가?

“……정말 맛이 없다!”

“구아아악! 구아아아아악!”

물론 아니었다.

아무리 태현의 행운과 요리 스킬이라도 도저히 맛을 살릴 수 없었던 재료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타오르는 혓바닥과 달리, 메시지창은 정반대였다.

[실험적인 신성 요리를 먹고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신성 속성 방어력을 얻습니다.]

[실험적인 신성 요리를 먹고 지혜, 행운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전투를 앞선 전사들을 위한 강장 요리를 먹고 일시적으로 전투력이 오릅니다. 힘, 민첩, 체력이 버프됩니다.]

[전투를 앞선 전사들을 위한 강장 요리를 먹고 힘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요리를 적게 먹었습니다. 더 많이 먹을 시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싶어도 던지지 못하게 만드는 메시지창들!

다른 방법으로 스탯을 이렇게 올리려면 고생 고생을 해야 하는데, 요리만 먹는 것으로 이 정도 효과가 나올 줄이야!

게다가 더 먹으면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심전심!

‘먹는다? 진짜 먹는다?’

‘먹어야지 이 자식아! 한약 먹는다고 생각하고 먹어! 이건 돈 주고도 못 사 먹는 건데!’

허겁지겁!

“잘 먹는 거 보니 맛이 있나 보군.”

“…….”

“수혁아! 오크들도 먹게 해라! 싸우기 전에 버프 받게 해야지.”

“네! 선배님!”

정수혁은 뒤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던 오크들을 불렀다.

“취익! 뭘 주는 거지?”

“췩! 위대한 주술사님께서 주시는 거니 분명 좋은 것일 거다!”

오크들은 우르르 서서 요리를 받아 먹기 시작했다. 먹는 것이라면 오크들은 바위라도 씹어 먹는 종족!

“취익! 이 맛은……!”

“췩! 정말 대단한 맛이다! 더 먹고 싶다!”

“??”

한약을 먹는 기분으로 요리를 먹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경악한 눈빛으로 오크들을 쳐다보았다.

‘이게 맛있다고?’

[당신이 만든 요리들을 오크들이 매우 만족해하며 먹습니다. 칭호:오크의 입맛을 아는 요리사를 얻습니다.]

[당신이 만든 요리들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괴로워하며 먹습니다. 스킬 <괴식 요리>를 얻습니다.]

‘응?’

칭호, 오크의 입맛을 아는 요리사는 흔한 칭호였다. 다른 요리사들도 많이 갖고 있는 칭호.

오크들은 요리만 주면 어지간해서는 다 만족하니까!

그러나 스킬 <괴식 요리>는 대체?

<영웅 직업-괴식 요리사의 위대한 길>

당신은 요리를 할 때, 차가운 머리와 이성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다.

뜨거운 가슴과 감성으로 요리를 해온 당신!

기존의 요리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요리를 만들어 온 당신은 괴식 요리사의 재능이 있다.

괴식 요리는 그냥 못 만든 요리가 아니다. 원래라면 먹을 수 없는 재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효과를 이끌어내는 요리의 정수인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맛을 희생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고!

괴식 요리사의 길을 걷겠는가?

보상:괴식 요리사로 전직.

[아키서스의 화신은 다른 직업으로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괴식 요리사 직업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할 생각도 없었는데.’

태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할 생각이 없어도 이렇게 메시지창으로 ‘너는 아키서스의 화신을 못 떠난다!’라고 말해주는 건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괴식 요리>

먹을 수 없는 재료들을 이용해 재료의 한계를 끌어내는 요리. 선행 스킬에 따라 스킬의 효과가 달라진다.

선행 스킬-<행운의 요리>, <신성 요리>.

스킬 설명을 보니, 태현이 갖고 있는 <행운의 요리> 스킬과 <신성 요리> 스킬, 그리고 이제까지 만든 괴식 덕분에 스킬이 뜬 모양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다들 미식을 즐기는 사이, 쑤닝 길드는 성안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김태혀어어어어어어어언!”

전신에서 줄줄 흘러넘치는 살기!

* * *

-몬스터 조종. 맹독 살포.

-의심암귀.

태현은 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언덕 위.

고지대를 축으로 버틸 생각이었다. 쑤닝 길드는 이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덤비고 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태현이 갖고 있는 스킬들은 짧은 시간만 줘도 주변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었다.

뱀파이어의 권능인 작은 몬스터를 조종하는 걸로 쥐와 참새를 부려 성 앞에 대기.

태현은 그리고 위에서 바로 <맹독 살포> 스킬을 사용했다.

“독이다! 해독 포션 사용해!”

쑤닝 길드원들은 장비나 갖고 있는 소모 아이템이 풍족했다. 독을 뿌린다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현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다음 공격은 태현의 장기인 기계공학!

콰콰콰콰쾅!

[소형 구슬 폭탄이 폭발해서 적을 공격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쥐와 참새들한테 묶어 놓은 작은 폭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기계공학을 배우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폭탄과는 차원이 다른 폭탄!

태현은 폭탄 장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쑤닝 길드원 중 아무도 죽지 않았던 것이다.

다들 타격을 입었지만 눈을 부라리며 버티고 있었다.

“무슨 포션이라도 빨았냐?”

“그래! 이 자식아. 언제까지 네 그 같잖은 기계공학 스킬에 넘어갈 줄 알았냐!”

쑤닝 길드는 당연히 태현에 대한 대비 방법을 고민해 놓은 상태였다.

그중 하나는 바로 기계공학, 폭탄에 대한 대처!

<물리 공격 내성 증가 포션>, <폭발 내성 증가 포션> 등 효과가 있는 포션이란 포션은 다 사용했다.

‘김태현은 마법과 거리가 멀지!’

쑤닝 길드원들은 다시 한번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수혁아.”

“예. 선배님!”

정수혁은 지팡이를 들고 오크 주술사들 앞에 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