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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17화 (217/1,826)

§ 나는 될놈이다 217화

태현이 다른 사람에게 워낙 관심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는 몇몇 사람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세연!

이세연이나 스미스 같은 최상위 랭커들은 어디에 있는지 의외로 알기 쉬웠다.

물론 정확하게 언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건 어려웠지만, 대략적으로 알기는 쉬웠다.

워낙 유명하기에 소문이 들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세연은 남쪽 대륙, 프리카 대륙에서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보통 대륙이라고 하면 중앙 대륙인 유러 대륙을 가리켰다. 플레이어들의 시작 지점은 다 유러 대륙에만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유러 대륙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유러 대륙은 넓고 있는 게 많았다.

그러나 대륙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에스파 왕국의 남쪽 끝에서 배를 타고 가면 바로 나오는 대륙이 프리카 대륙.

그리고 우르크 지역을 지나 더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게 동쪽 대륙, 아세아 대륙이었다.

중앙 대륙은 대부분의 왕국이 플레이어들에게 친절했다. 물론 악명이 높으면 이야기가 달랐지만, 어지간해서는 처음 보는 플레이어는 반겨주고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그에 비해 남쪽이나 동쪽 대륙은 그런 친절은 없는 곳!

거기서 뭔가를 하려면 더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했다.

중앙 대륙에도 할 게 넘쳐났으니 당연히 사람들은 굳이 다른 대륙에 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랭커나 모험심 가득한 길드들은 먼저 진출해서 퀘스트를 깨고 있었다.

-언젠가 다른 대륙 붐이 오면 미리 선점한 우리가 승리자가 될 거다!

그중 하나가 이세연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세연이 남쪽 대륙에서 영지를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왕국이 다 나눠 갖고 있는 중앙 대륙과 달리, 남쪽 대륙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세연이 다시 돌아와서 이 오크 퀘스트에 참가했다니.

태현에게는 매우 불길한 징조였다.

‘아니, 꼭 나 때문은 아니잖아. 이세연도 영지를 원해서 온 걸 수도 있고.’

그러나 옆에서 케인이 초를 쳤다. 태현이 대화하는 동안 심심해서 사이트를 보던 케인은 화들짝 놀라며 혼자 말했다.

“이세연이 오스턴 왕국에 왔네?!”

“…….”

“이상하다? 이세연은 남쪽 대륙에 가 있던 거 아니었나? 거기서 영지 얻으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왜 오스턴 왕국까지 왔지? 이제 와서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 얻으려는 건 아니겠고.”

“…….”

“혹시 다른 길드들이 도와달라고 했나? 아니면 죽일 놈이라도 있나?”

태현은 케인을 걷어찼다. 아주 옆에서 불길한 소리만 줄줄 하고 있었다.

퍽!

“어째서?!”

“넌 닥치고 있어.”

갑자기 얻어맞은 케인은 투덜거렸다. 케인을 걷어찬 태현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나 때문은 아니겠지. 뭔 이유가 있었겠지.’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지는 법이었다.

* * *

“계획을 세웠다.”

“뭐에요? 무슨 계획이에요?”

“일단 영지는 아농 백작한테 맡기자. 지금 보니까 여기까지는 오크 군대들이 안 올 거 같아. 오더라도 선봉대 정도겠지. 그 정도면 백작이 알아서 막을 거야.”

루포가 손을 들었다.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래도 만약의 하나라는 게 있는데…….”

“그래서 준비했지. 못 막겠다 싶으면 신전 위에 이걸 씌워.”

“?”

루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받았다. 이게 뭐길래?

오크의 신 모고크를 위한 장식물:

오크의 신 모고크를 기리는 장식물이다. 모고크 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오크의 신 모고크를 기리는 동상:

오크의 신 모고크를 기리는 동상이다. 모고크 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이걸 위에 씌워놓으면 오크들이 자기네들 신전인 줄 알겠지.”

“태현 님!!!”

루포는 어이가 없어서 외쳤다. 교단 최고 권력자가 교단 신전을 다른 신을 모시는 신전으로 위장하려고 하다니!

“아니, 부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이거 씌울 일 없을 거니까 상관없어.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해서라고. 꼭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여러 신전 버전으로 다 준비해놨지.”

옆에서 에드안과 펠마스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루포는 그 둘의 명치를 쳐서 닥치게 만들었다.

“컥!”

“억!”

“태현 님! 그걸 어떻게 보장하십니까? 지금 오크 군대들이 다른 곳을 공격하고 있다지만 대족장이 이끄는 군대는 아직 쌩쌩하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아. 그놈은 곧 다른 곳으로 갈 테니까.”

“……?”

“생각해 보니까 내가 멍청했어. 괜히 겁을 먹고 수동적으로 굴었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는데.”

태현은 케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케인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놈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내 영지를 지키겠다고 여기서 궁상맞게 뭘 하는 것보다, 직접 적을 공격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어. 왜냐하면 여기…… 오크 대족장의 원수가 있잖아.”

“?!”

“다른 놈들과 달리 나는 케인이란 미끼가 있지. 이놈을 움직이면 오크 군대는 알아서 쫓아오게 되어 있어. 다른 오크 놈들은 몰라도 대족장은 확실히 오겠지.”

“야! 이 자식아! 안 버린다며!”

케인은 울컥해서 태현한테 달려들려고 했다.

“누가 버린다고 했냐?”

“그게 버린다는 거지!”

“넌 나하고 함께 오스턴 왕국으로 간다.”

“???”

케인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다비는 달랐다. 이다비는 이해했는지 경악했다.

“설, 설마…… 아니죠?”

“거기 있는 길드들은 전력이 넘쳐나겠지. 놈들이 있는 영지에 케인을 데리고 가는 거야!”

“!!!!!”

한 마디로, 케인이라는 미끼를 이용해서 오크 군대를 오스턴 왕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태현의 영지도 안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스턴 왕국에서 힘을 쓰고 있는 대형 길드들을 강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오스턴 왕국에서 남은 오크 전사들을 치워가며 단꿈에 젖은 길드들이 들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계획이었다.

* * *

“김태현 그 XX 진짜 죽인다! 두 번 죽인다!”

“야, 야. 진정해라. 지금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냐. 그리고 그놈은 어차피 오크들한테 털리게 되어 있어.”

오스턴 왕국의 작은 성 하나를 점령한 쑤닝 길드!

일은 성공적으로 풀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현한테 당한 사기가 잊혀지는 건 아니었다.

PK당해서 아이템을 뺏긴 다음 그걸 자기 돈 주고 사 온 것도 억울한데, 그게 심지어 가짜!

세상에 이런 X놈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더 억울한 건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멀쩡한 아이템들을 가져간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경매를 퍼주는 경매라고 칭송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들이 온갖 퀘스트로 모았던 희귀한 아이템들을 그냥 골드만 주고 퍼갔으니…….

빠드득! 빠드득!

김태현 이름만 나오면 이를 가는 길드원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길드원들은 분노 조절에 성공했다. 오크 군대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에게 정보를 얻은 것이다.

-오크 대족장 카라그는 원한을 잊지 않았다. 놈의 군대가 잠시 멈춘 건 케인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다.

-오크 주술사들이 강력한 마법으로 케인의 위치를 점치고 있다. 아마 곧 드러날 거다.

듣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소식들!

다른 오크들이 이곳저곳으로 나뉘어서 움직여도, 오크 대족장은 일단 케인을 먼저 죽이려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

‘두 놈이 아주 같이 죽었으면 좋겠네!’

대족장이 노리는 건 케인이었지만, 케인은 김태현의 충성스러운 부하였고, 김태현은 자기 부하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분명 같이 죽을 것이다.

* * *

“펠마스가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잘 못 해도 상관없다며?”

“그렇지. 뭐 펠마스 없다고 해서 무슨 일 생기겠어?”

“근데 오크들이 우리 말을 믿을까?”

“안 믿으면 오스턴 왕국에서 난리 치면 되지.”

태현과 케인, 정수혁은 날개 악마들 위에 오크들을 태우고 오스턴 왕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태현과 케인은 용용이 위!

그들은 오크 대족장이 케인을 찾기 위해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오스턴 왕국으로 날아갔다.

* * *

“형님.”

“…….”

“길, 길마님.”

“그래. 좀 외워라, 이 자식아!”

“오크 군대 퀘스트에는 참가할 생각 없으십니까? 꽤나 재미있어 보이는데…….”

“그런 퀘스트에는 끼는 게 아니다. 괜히 손해만 볼 수 있어.”

김태산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으아악! 항복! 항복입니다!”

“그래. 항복해야지. 꺼져라!”

[아랄타 성에서 오스턴 왕국의 남은 병사들이 도망칩니다.]

[오스턴 왕국과 적대 관계가 됩니다.]

[추후 오스턴 왕국이 성을 되찾기 위해 공격을 해올 수 있습니다.]

우락부락한 오크들의 공격에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지금 <최강지존무쌍> 길드가 있는 곳은 오스턴 왕국의 아랄타 성.

다른 길드들처럼, 김태산과 아저씨들도 이번 오크들의 진격을 기회로 보았다.

태현이처럼 영지 하나를 얻을 기회!

“태현이가 영지 갖고 있는 걸 직접 보니까 샘이 나신 게 분명해.”

“그렇지? 원래 영지에 저렇게까지 집착을 안 했던 것 같은데…….”

소근소근!

오크 아저씨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경매에 다녀온 아저씨들의 보고를 듣자 김태산은 다시 한번 뒷목을 잡았다.

사기를 당한 것도 모자라 자비를 받다니!

쑤닝 길드와는 방향이 달랐지만 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잘 갚았다고 소문이 날까?’

김태산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랄타 성을 접수했다.

아랄타 성은 한 번 오크들이 약탈을 하고 떠나서 그런지 완전히 폐허에 가까웠다.

시설은 박살 났고 성의 주민들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떠난 상황.

[아랄타 성의 주민들의 불만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불만도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반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고급 물레나무 방앗간 시설이 파괴된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불만도가 오릅니다.]

[현재 중앙 분수대가 파괴된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불만도가 오릅니다.]

[주민들의 불만도가…….]

수없이 뜨는 메시지창들! 대부분 다 ‘주민들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해주는 메시지창들이었다.

“내가 부순 것도 아닌데…… 쯧. 그래. 성질 많이 죽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방법이야 간단하지. 골드 좀 풀어라. 세금은 한동안 안 걷고.”

김태산은 간단하게 정리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크들이 한 번 약탈하고 떠난 곳을 다시 오스턴 왕국 부대가 와서 잠깐 점령하고 있던 곳을 다시 김태산과 길드원들이 공격해서 뺏은 상태.

손댈 곳이 산더미였다.

‘일단 방어부터 올려야겠군.’

부서진 성벽과 성문이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오크들뿐만 아니라 오스턴 왕국 병사들과도 싸울 수 있는 상황. 방어가 최우선이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무너진 방어,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 위험한 적들이라는 삼중고 때문에 포기하거나 좌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산은 달랐다.

그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마법이 있었으니까.

골드!

골드로 안 되면?

더 많은 골드!

-요새 건축가 제랄드 맞나?

-예? 누구신지?

-동영상 보니까 방어 시설 짓는 데 특화된 직업 같던데. 의뢰받나?

-물론이죠. 골드만 주시면…… 그런데 어디십니까?

-오스턴 왕국.

-……오스턴 왕국은 좀…….

제랄드는 곤란스러운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오스턴 왕국은 제작 직업 플레이어에게는 지금 너무 위험한 곳!

-따블!

-……예?

-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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