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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16화 (216/1,826)

§ 나는 될놈이다 216화

기초적인 마법은 정수혁의 장기였다.

다른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강력하고 희귀한 마법을 찾기 위해 온갖 짓을 하는 동안, 정수혁은 마탑에서 주는 마법만을 계속 다뤄왔었으니까.

-질주하는 바람!

정수혁은 오크 한 명을 상대로 이동 속도 증가 마법을 걸었다.

[<아키서스의 마법> 효과가 발동합니다.]

[오크들에게 <격분, 분노, 각성, 끓어오르는 혼> 마법이 시전됩니다.]

“취이이이이이이익!”

“취익! 몸이 뜨겁다!”

“?!”

정수혁은 당황해서 오크들을 쳐다보았다. 이 주변 오크 전사들에게 전체로 걸린 것 같았다.

‘진짜 왜 하필 이럴 때만 이러냐!’

<아키서스의 마법> 패시브 스킬은 설명만 보면 엄청나게 이상해 보였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이상한 스킬은 아니었다.

마법을 쓸 때마다 랜덤으로 다른 마법이 하나 추가되는 스킬.

평소에는 마법을 써도 거의 상관이 없는 다른 마법이 나왔다. 화염구 마법을 쓰면 하급 치유 마법이 나온다거나, 단거리 텔레포트 마법을 쓰면 공격 속도 증가 마법이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데 꼭 중요할 때마다 이렇게 대규모, 대형 마법이 추가로 튀어나와서 사람을 괴롭혔다.

“쿠와아아악!”

“?!”

갑자기 몸이 붉어져서 날뛰기 시작하는 오크 전사들!

쾅! 콰쾅! 콰콰쾅!

“취익! 힘이 끓어오른다!”

“췩! 덤벼라! 내가 너보다 강하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이상 그것을 쓰는 게 오크!

오크 전사들은 눈에 보이는 게 사라졌는지, 동료 오크 전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췩! 이놈들 미쳤다!”

“인간! 어떻게 된 일이냐!

“으아아! 저도 모르는 일이라고요!”

정수혁은 일단 거리를 벌렸다. 정수혁에게 마법을 시켰던 오크 지휘관도 정수혁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아수라장!

콰쾅! 콰콰쾅!

정수혁에게 마법을 받은 오크들은 붉게 달아올라서 주변 오크 전사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저, 저러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

정수혁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법사 직업인 만큼, 마법의 특성에 대해서는 꽤 알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전투 능력을 엄청나게 올려주고, 게다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럿한테까지 걸 수 있는 마법은 보통…….

흑마법, 그것도 부작용 강한 흑마법!

물론 그냥 부작용 없는, 강력하고 좋은 마법일 수도 있었지만 정수혁은 왠지 모르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크르릉…… 크릉!”

“크르륵!”

“크륵? 췩,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날뛰던 오크 전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어리둥절했다. 정수혁은 긴장했다.

‘제발 죽지만 마라! 제발 죽지만 마라!’

오크 전사들은 죽지 않았다. 붉게 달아오른 상태로, 정수혁에게 다가가 외쳤다.

“취익! 충성!”

“취익! 위대한 마법사! 우리의 주인이다!”

“???”

[<격분, 분노, 각성, 끓어오르는 혼>으로 인해 오크들이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흑마법이잖아 이거!!’

정수혁은 속으로 절규했다. 무슨 마법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강하게 만들고 동시에 충성을 맹세하게 만드는 마법이라니.

아무리 봐도 사악한 마법!

오크 지휘관을 보니 입을 크게 벌리고 정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그게…….”

“췩! 대단하군, 인간 마법사! 바마어가 괜히 보낸 게 아니야!”

“…….”

“계속 그렇게 하도록! 그렇게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다!”

오크 지휘관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나갔다.

그 이후에도 정수혁의 행운은 계속되었다.

마법이 필요할 때, 정수혁의 마법은 필요한 마법 말고도 다른 마법을 불러냈고…….

그 결과, 정수혁의 위치는 자꾸자꾸 올라갔다.

-췩, 그 인간 마법사가 꽤 괜찮다더군.

-취익, 그 대단한 인간 마법사가 지팡이만 휘두르면 허약한 약골 놈도 무지막지한 전사가 된다더군!

-취이익! 정수혁 님이 눈빛만 줘도 우리 오크들은 위대해지질 수 있다!

[오크들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오크 주술사들 사이에서 당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 퍼집니다. 이름난 오크 주술사 NPC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당신의 오크 전사들을 부하로 부릴 수 있습니다. 이 오크 전사들은 당신의 명령만을 듣습니다.]

[오크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영향력이 퍼져나갑니다. 오크들은 아키서스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좋다고 생각하고 믿습니다.]

“…….”

거의 작은 오크 군대를 몰고 다닐 수 있게 되자, 그제야 정수혁은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 * *

“…….”

“…….”

케인과 태현은 드물게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할 말을 잃은 것!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 건데…….”

“아, 아니. 잘했어. 잘했다.”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의 상태창을 켰다.

라솨자그 오크 부족 : 미약하게 믿기 시작.

카라그 오크 부족 : 미약하게 믿기 시작.

정수혁 오크 부족:확고하게 믿음.

…….

“…….”

설득하라고 보낸 다른 부족들은 설득 못 시키고 오크들을 개종시키고 돌아온 정수혁!

오크 부족들 사이에서 아키서스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정수혁 오크 부족은 뭐야!?’

정수혁이 이끌게 된 오크 무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태현은 고개를 들어 밖에 있는 오크들을 훑어보았다.

오크들이 원래 패션 센스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들 중에서도 특히 독특하고 괴랄하게 생긴 놈들만 골라 모은 것 같았다.

게다가 색깔도 붉고, 푸르고, 검고…….

‘뭔 마법을 맞았길래 저렇게 된 거지?’

그것 말고도 오크 주술사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쨌든 좋은 거 아냐?”

충격에서 벗어난 케인이 입을 열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상대해야 할 오크가 줄고, 부릴 수 있는 오크 군대가 공짜로 생긴 것이다.

좋긴 한데 뭔가 기분이 묘한 상황!

마치 공짜로 음식을 선물 받았는데 이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건지 걱정되는 상황!

“이걸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자고.”

* * *

[오스턴 왕국 성에서 오크 군대와 공성전! 쑤닝 길드 참전!]

[오크 군대 중 일부는 잘츠 왕국 타이럼 시로 진격 중. 타이럼 시 플레이어들에게 오크 군대 요격 퀘스트 발생.]

[랭커 요한손. 오스턴 왕국에서 오크들 상대로 대승리!]

[랭커 크로포드, 아탈리 왕국의 제노마 시 공성전 참가.]

대륙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퀘스트를 깨고 있었다.

다들 신이 나서 오크들과 싸우려고 덤벼드는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된 태현 일행이었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금 아탈리 왕국으로 오는 놈들은 그래도 좀 많이 줄어든 편이지?”

정수혁이 이끌고 온 오크 선봉대는 태현이 꿀꺽 삼켰고, 다른 오크 군대는 제노마 시를 먼저 공격하려고 하고 있었다.

“네. 많이 줄었어요. 지금 대족장 카라그가 이끌고 있는 오크 군대는 오스턴 왕국의 경계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대요. 어디로 갈지 결정을 아직 못 내렸나 봐요.”

“그래? 잠깐, 이다비 넌 그걸 어떻게 아냐?”

“저희 길드원 중에서 오크 군대에 들어간 길드원들이 있어서…….”

이다비는 민망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길드 일은 길드 일! 자기 이익은 자기 이익!

길드의 단합심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길드 <파워 워리어>였다.

‘일부는 잘츠 왕국으로 가고, 일부는 아탈리 왕국으로 내려오고, 대족장이 이끌고 있는 오크 본대는 아직 오스턴 왕국에서 머무르고 있고…… 이거 의외로 내 영지는 안 털릴 수도 있겠는데?’

처음에는 대족장이 케인을 찾아서 바로 이 영지까지 치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명목은 명목이고, 전쟁은 전쟁!

오크들은 가장 탐나고 약탈할 게 많은 곳을 먼저 치게 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태현의 영지는…….

거의 불량식품 수준!

-태현 씨. 태현 씨.

태현한테 들어온 귓속말.

MBS PD 배장욱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하.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대륙 퀘스트가 나왔잖습니까. 그래서 태현 씨도 당연히 뭔가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돌려서 말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크들한테 원한을 산 케인이 어디 있다? 태현과 같이 있다!

당연히 태현 주변에서 뭔가 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태현은 언제나 흥미로운 사건을 만드는 플레이어였다.

-그래서 만약 뭔가 하고 계신다면, 저희한테 미리 말씀을 해주시면 더 빠르게 방송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네. 뭐 생기면 말씀드리죠.

태현은 오크 군대 하나를 얻었다고 말하려다가 귀찮아져서 말았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오스턴 왕국에는 왜 사람들이 몰린 거죠? 랭커들하고 대형 길드들이 오크들하고 싸우던데.

에랑스 왕국이나 아탈리 왕국, 심지어 잘츠 왕국까지. 거기서 싸우는 건 이해가 갔다.

밀리면 잃을 게 많았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오크들한테 털린 오스턴 왕국에 가서 싸울 이유가 있을까?

-아, 오스턴 왕국이요? 태현 씨도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옆에 있는 케인 씨가 한 것과 비슷한 생각이죠.

-?

-혼란을 틈타서 성이나 도시를 얻는 거죠.

그렇다.

아직 사람들은 영지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힘 좀 쓴다는 길드나 랭커들은 다 영지를 얻기 위해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진도가 너무 느렸다.

왕국들은 퀘스트 몇 번 깼다고 피와 같은 영지를 줄 만큼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진도가 느려서 답답한 상황에, 오크들의 대공세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바로 오스턴 왕국의 성이나 도시를 점령하는 것!

오스턴 왕국은 두 왕족이 서로 왕이라고 다투면서 싸우는, 내전 상태였다.

그때 케인은 요새 하나를 점령하고 나름 확장해 보겠다고 꿈을 꿨었지만 그건 무모한 생각이었다.

태현한테 털렸지만, 태현한테 털리지 않았어도 나중에는 오스턴 왕국군한테 털렸을 거라는 게 플레이어들의 의견!

내전 상태여도 웬 같잖은 놈이 나대면 밟아줄 힘 정도는 충분히 있는 게 오스턴 왕국이었다.

그렇지만 오스턴 왕국은 이번에 오크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성 몇 개와 도시 몇 개가 박살이 나고 몇몇 왕국군 부대가 패배하자, 플레이어들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지금 저 성이나 도시를 점령하고 수비를 굳히면, 완전히 먹을 수 있는 거 아냐?’

그 주변에 있는 오크들과 나중에 있을 오스턴 왕국군과의 싸움이 있겠지만…….

충분히 걸어볼 만한 도박!

승리하면 왕국의 도시나 성이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태현의 영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영지가 아니라.

-영지가 뭐가 좋다고…… 그거 가져봤자 고생만 하는데.

-…….

태현의 불평에 배장욱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가 부른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이 누군가!

VIP중의 VIP!

배장욱은 태현이 ‘나는 왜 이렇게 잘생겼죠’라고 말해도 웃으면서 수긍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쨌든 지금 오스턴 왕국이 가장 뜨겁다고 보시면 됩니다. 힘 좀 쓴다는 길드하고 랭커들이 다…… 심지어 이세연 씨도 오스턴 왕국에 가 있는데…… 아차.

배장욱은 말을 멈췄다. 저번에 김태현이 이세연을 만나기 싫어한다는 걸 떠올린 것이다.

‘질투하나? 무슨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나? 어쨌든 넘어가야지.’

-예? 이세연이요? 이세연은 왜요?

-어…… 그건 저희도 잘…… 이세연 씨는 뭘 하실 때 다 하신 다음에 영상을 주시거든요. 미리 설명을 하지는 않으세요.

-그렇군요.

태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방금 계획 하나가 생각났는데, 하필 이세연이라니.

-혹시 괜찮으시면 이세연 씨하고 방송 같이 나오실 생각…….

-헉! 오크 암살자가! 이만 귓속말 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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