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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13화 (213/1,826)

§ 나는 될놈이다 213화

태현이 가장 먼저 한 건 가까운 군대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특히 아농 백작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안전한 에랑스 왕국이 본거지였기에 끌어들이기 더 쉬웠다.

물론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크윽…….”

사라진 골드 주머니를 보고 태현은 신음을 내뱉었다. 친밀도도 높고 존경도도 높은 아농 백작을 끌어들였는데도 이 정도 골드가 나가다니.

그래도 골드를 써서 고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아무리 골드를 써도 귀족들의 군대를 동원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것도 다 연줄이 있고 퀘스트를 깨서 친해져야 가능한 것이다.

‘일단 아농 백작, 마르셀 백작은 끌어들였고…… 어디서 구할 만한 전력 없나? 용병들이라도 고용해야 하나?’

용병은 귀족들의 군대에 비해 고용하기 쉬웠다. 골드만 있으면 됐다.

물론 그만큼 귀족들이 데리고 다니는 군대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고용할 수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

실제로 케인은 레드존 길마 때 빚을 내가면서도 용병들을 고용했었다. 전력이 필요했으니까.

“태현 님, 상단의 호위로 쓰고 있던 용병을 불렀습니다.”

“그래. 잘했어. 오크들이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겠군. 바로는 못 오겠지만…….”

오크들이 케인의 위치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크 군대들이 지나는 곳에 위치한 성이나 영지가 오크 군대들을 보고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가는 곳마다 전투가 일어날 게 분명!

목적이야 아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이렇게 대규모 군대가 일어난 이상 케인이 죽든 말든 오크 군대들은 있는 힘껏 습격을 할 것이다.

‘오크 군대들이 찾아오면 먼저 오스턴 왕국인가.’

현재 내전 상태에 빠진 오스턴 왕국. 태현한테도, 케인한테도 의미가 있는 왕국이었다.

케인이 요새를 점령해서 세금을 걷으려고 했던 곳이 바로 이 오스턴 왕국!

내전 상태로 신경을 쓸 여유가 없으니 그런 짓이 가능했었다.

비교적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었으니, 오크 군대들이 습격해오면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 뻔했다.

‘오스턴 왕국이 오크 군대들을 막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쁜데 오크들을 나서서 막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몇몇 성이나 도시는 오크들과 싸울 수야 있겠지만 대부분의 오크들은 통과할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 그 북쪽으로 가느냐, 남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크게 선택지가 나뉘었다.

북쪽으로 가면 그 타이럼 사냥꾼들이 있는 잘츠 왕국!

남쪽으로 가면 태현이 자리를 잡고 있는 아탈리 왕국.

서쪽으로 가면 에랑스 왕국이었지만 거대한 산맥이 길을 막고 있기에 보통 북쪽이나 남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았다.

‘잘츠 왕국으로 가줬으면 좋겠지만 안 그럴 거 같다.’

오크들도 보는 눈이 있었다.

잘츠 왕국은 험악한 산악 지대에, 약탈할 것도 별로 없었다.

그에 비해 아탈리 왕국은 평야도 많고 가진 거 많은 도시도 많았다.

태현이 오크라도 아탈리 왕국을 고를 것 같았다.

‘하필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위치도 비교적 북쪽이라서…….’

아탈리 왕국의 다른 영지에서 오크 군대들이 막혔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태현의 영지도 공격을 받을 것 같았다.

탕, 탕, 탕-

뚝딱뚝딱!

“……?”

다들 오크 군대들을 대비해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러 갔는데, 영지에서는 여전히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망치를 들고 건물을 짓고 있는 건축가 플레이어들!

경매가 시작하기 전부터 영지에서 진행된 건축 퀘스트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영지에는 남아 있는 플레이어들이 곳곳에 보였다. 건축가 플레이어들이 아닌 일반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왜 여기 있는 거지?”

“뭐? 넌 누군데 왜 시비를…… 헉, 김태현!”

별생각 없이 뒤를 돌아본 플레이어는 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팬, 팬입…….”

“아니, 그건 별로 안 궁금하고.”

“…….”

“지금 오크 군대 몰려오는데 왜 여기 있나 궁금해서.”

“저야 어차피 원래 있던 도시 가봤자 퀘스트 참가하기도 좀 애매해서…… 레벨도 낮고 전투 직업도 아니거든요. 도시 안의 길드에서 뭐 한 것도 없어가지고 가봤자 별거 안 나와요. 그래서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려고…….”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이유였다.

각 도시에서 공성전 퀘스트에 참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제작 직업들은 참가하기가 힘들었고, 전투 직업들도 레벨이 낮으면 불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레벨이 낮거나, 도시에서 쌓아놓은 게 별로 없는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공성전에 참가하려고 도시에 갈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저는 에스파 왕국에서 와서 오크 퀘스트랑은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 여기 남았는데요.”

“나야 죽어도 페널티 신경 안 쓰니까 김태현이 뭐 하는지 보려고 남았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남은 플레이어들!

결국 사정은 달라도 태현에게 기대하는 건 똑같았다.

사실 방금까지 태현은 ‘그냥 튈까’라고 말했었지만…….

탁-

태현은 플레이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리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주 고맙다. 여기에 남아줘서.”

“……!”

뭔가 그럴듯한 장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태현이 말을 건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나도 남았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은 방금 일어난 일을 감동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를 믿고 여기 남아줘서 고맙다’ 같은 느낌으로. 그러나 태현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일손 없는데 사서 고생을 하겠다니 나야 고맙지.’

태현의 눈에는 그냥 굴러들어온 호구로 보일 뿐!

* * *

쾅! 콰콰쾅!

-크오오오오!

공기를 찢는 괴성과 함께,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따라서 퍼져나갔다.

-카라그! 카라그!

-위대한 카라그!

성벽 밑에 모인 오크 군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온갖 종류의 몬스터를 앞에 부리고, 스스로도 강력하게 무장했으며, 오크 주술사들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덤벼들어 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숫자도 끝없이 많아 보였다. 성벽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오크들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야, 이건 좀 너무…….”

“이 정도였어?”

당연히 자기가 속한 도시나 성이 이길 줄 알고 공성전에 참가했던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막대한 오크 군대의 규모에 당황스러워했다.

-크와와와와!

[오크들의 전쟁 함성이 울려 퍼집니다. 오크 군대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공포에 견디지 못합니다. 전체 능력치가 내려갑니다.]

“겁먹지 마라! 저 오크들이 숫자가 많아 보일 수는 있다! 저 오크들이 강해 보일 수는 있다! 저 앞에 선 오크 전사가 두꺼운 중갑옷을 입고 예리하게 갈린 전투도끼를 들고 주술사들의 주술까지 다 받고서 몬스터까지 타고 있기는 하지만…….”

“…….”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성벽에서 고함을 치고 있는 NPC를 쳐다보았다.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장교가 아주 사기 떨어질 소리는 골라서 하고 있었다.

“……우리는 크고 두꺼운 성벽과 깊고 넘어올 수 없는 해자! 그리고 강력한 마법사들도…… 컥!”

“?!”

말을 하던 장교는 비명을 지르며 성벽 밑으로 떨어졌다. 목에는 두꺼운 오크 화살이 박혀 있었다.

“크르르…… 인간! 쏜다! 맞춘다! 죽인다!”

저 먼 거리에서 마법 방벽을 뚫고 맞추는 강력함! 딱 봐도 보통 고렙이 아니었다.

팍! 파팍! 파파팍!

오크 궁수의 공격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름 멀리 떨어진 성벽 위라고 안심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비명을 지르며 엎드려야 했다.

한 대만 맞아도 재수 없으면 사망!

“라솨자그의 솜씨는 여전하군!”

멀리서 라솨자그가 화살을 쏘아서 플레이어들을 떨어뜨리는 걸 보며, 카라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대족장이기는 해도 여기 모인 막대한 규모의 오크들을 전부 다스릴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착각하고 있었지만, 이 오크 군대들은 일종의 연합군!

카라그의 위협과 설득에 넘어간 각 오크 부족장들이 카라그와 힘을 합쳐 대공세를 일으킨 것이다.

지휘권은 카라그에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했다가는 밑의 부족장들이 바로 거부할 게 분명했다.

지금 활을 쏘고 있는 라솨자그도 부족장 중 한 명. 그의 부족은 강력한 오크 궁수대로 이름이 높았다.

퍽! 퍼퍼퍽!

“으아악!”

성벽 위에 화살을 퍼붓고, 오크들은 성문으로 전진했다. 깊게 파놓은 해자도 이 많은 숫자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순식간에 두들겨지는 성벽과 성문!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공포 자체였다.

“……튈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소리!

이런 공성전에서 도중에 도망치면 보통 불이익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망 페널티보다는 나았다.

[공성전에서 탈주합니다. 도시 내 평판이 대하락합니다.]

[한동안 도시 내 NPC들이 당신을 경멸합니다.]

[도시 내 몇몇 기능은 한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탈주!

페널티에도 불가하고 뒤쪽 성문으로 도망치는 플레이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성문 쪽 플레이어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폭탄 깔아놨어! 끌어들여 봐!”

“그거 진짜 믿을 수 있는 거 맞냐?!”

“나만 믿어! 방송에서도 김태현이…….”

콰콰쾅!

[폭탄이 오발해 아군을 공격했습니다. 악명이 올라갑니다.]

[칭호:실수투성이 기계공학자를 얻었습니다.]

“야 이 XX야! 기계공학 쓰지 말라고!”

“기계공학 배우는 놈들은 모조리 손모가지를 분질러야 해!”

성안 플레이어들은 격분해서 외쳤다. 밖의 오크들보다 더 성가신 게 바로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아군!

-취이익!

“!?”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성문 주변에서 일어난 폭발로 오크들의 공격은 더욱 쉬워졌다.

퍽! 퍼퍽!

순식간에 생겨나는 구멍들. 그리고 오크들이 달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김태현은 잘 막던데!”

“아직도 그 소리냐 이 멍청한 놈아!”

친구를 원망하며 플레이어들은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콰쾅!

어둠 속에서 성벽이 점점 박살 나기 시작했다.

끝까지 싸우는 플레이어들, 탈주하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아예 오크 군대로 배신하는 플레이어들도 나왔다.

오크 종족을 고른 플레이어들은 비교적 쉽게 배신이 가능!

“오크 군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취익, 좋다! 가장 하급 전사에서부터 일해라! 공을 세워라!”

다른 종족은 어지간해서는 받아주질 않았다.

그리고 날이 밝자 이넨 성에는 오크들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 * *

[이넨 성 함락! 오크들의 대륙 퀘스트! 앞으로 대륙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넨 성 함락과 그 주변 상황.]

[현재 오크 군대의 진격 방향.]

판타지 온라인 2의 인기는 게임 내 이벤트들이 기사화 될 정도였다.

덕분에 원한 많이 산 태현은 기사들로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오스턴 왕국은 오크 군대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진격로에 있던 성 몇 개가 약탈당했다.

거기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졸지에 날벼락!

-오스턴 왕국을 점령한 오크들은 나뉘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뉘어서?’

태현도 오크 군대의 영상을 봤다. 저 지평선을 까맣게 채우고 있는 무시무시한 숫자!

그만한 숫자가 쳐들어오는 건 솔직히 태현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나뉜다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부는 잘츠 왕국 쪽으로, 일부는 아탈리 왕국 쪽으로, 그리고 탐험가 제폴 플레이어의 제보에 따르면, 산맥을 넘어서 에랑스 왕국으로 가는 오크들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너무 자유분방하지 않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똘똘 뭉쳐서 올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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