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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10화 (210/1,826)

§ 나는 될놈이다 210화

“내가 어떤 고생을 해서 이 지도를 얻었는데 그걸 그냥 줘?”

“그렇긴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갈르두가 알게 된다면…….”

“괜찮아. 나중에 지도를 바쳐야 할 일이 생기면 펠마스를 시키자. 들키면 알아서 하겠지.”

1초도 고민하지 않는 냉정함!

옆에서 듣던 에드안이 말했다.

“아니, 태현 님! 펠마스한테 너무…….”

“네가 할래?”

“……잘 대해주시는군요!”

“이렇게 된 김에 <아키서스 교단 사신> 자리를 펠마스한테 줘야겠군. 감투 좋아하니까 좋아할 거야.”

자리에 없다는 죄로, 펠마스는 가장 위험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 지도들이 완성되었다.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똑같지 않았으므로, 지도들의 완성도는 모두 다 달랐다.

어떤 건 허접하고 어떤 건 그럴듯했다. 태현은 가장 좋은 걸 뽑아 곱게 포장을 마쳤다.

“어때. 이 정도면 속겠지?”

“감쪽같습니다! 태현 님! 멍청해 보이는 갈르두 놈이 보면 아주 잘 속을 겁니다!”

에드안은 양손을 비비면서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방금 펠마스가 가장 위험한 자리를 맡게 된 걸 보자 생존본능이 발동된 것이다.

“그나저나 에드안.”

“예?”

“네가 대도적이잖아. 그렇지?”

“……저 대도적 아닙니다!”

생존본능이 발동된 에드안은 바로 눈치를 챘다. 지금 태현은 뭔가 어렵고 위험한 걸 시키려고 하고 있다!

“맨날 대도적이라고 하고 다니지 않았나?”

“전(前) 대도적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팔도 잘려서 완전히 퇴물이고!”

“팔 새로 달았잖아. 괜찮아. 네 실력을 믿는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감동스러운 말이었겠지만, 태현이 말하자 무섭게밖에 들리지 않았다.

“흑흑흑…….”

“…….”

에드안이 울기 시작하자 태현과 루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드안.”

“크흑흑흑!”

“에드안.”

태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자 루포는 태현이 봐주려는 건가 싶었다.

물론 아니었다.

“가짜 울음은 좀 더 연습을 해야겠다.”

“…….”

에드안은 고개를 들었다. 눈물 한 방울 없는 깨끗한 얼굴!

“지금 시키겠다는 건 아니고, 나중 일이야.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튀다 걸리면 죽는다.”

“무, 무슨 소리를. 제가 왜 도망치겠습니까? 이 아키서스 교단이 제 집이고…….”

속마음을 들킨 에드안은 말을 더듬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쫓아가서 죽일 거니까 튀지 마라.”

“…….”

에드안이 우울한 얼굴로 물러서자 루포가 물었다.

“그런데 태현 님, 가짜 지도는 하나만 있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화가 플레이어들이 만든 가짜 지도들은 한 개가 아니었다. 태현은 그 모두를 챙긴 상태였다.

“뭐, 한 개보다는 여러 개가 낫겠지.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대체 어디에 쓸 일이…….”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고, 루포. 나 좀 따라와라. 케인도 불러오고.”

“뭐하시려고요?”

“경매에 팔 물건 좀 더 만들려고.”

“?”

루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경매에 팔 전리품들은 다 모아서 정리를 해놓은 상태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아이템들과 금은보화들. 이거 말고 더 팔 게 있나?

* * *

“저놈 또 저기서 얼쩡거리네.”

“야! 꺼지라고 했잖아!”

태현을 습격하기 위해서 영지 구석에서 계획을 짜고 있던 암살자들은 아까 봤던 플레이어가 다시 주변에서 얼쩡거리자 짜증을 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별 같잖은 플레이어가 거슬리게 하다니!

“?”

그런데 아까 본 그 플레이어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

“헉!”

“왜 그래?”

“저거 케인이잖아!”

“뭐? 김태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다는 그 케인?”

“…….”

케인은 들고 있던 무기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울컥해서 달려들었다.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는 거냐!”

“들켰다! 튀자!”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기겁해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들이 노리던 건 어디까지나 태현을 뒤에서 기습하는 것이었지, 정면 승부가 아니었다.

태현을 정면 승부로 이길 수 있었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

“노예의 쇠사슬!”

“?!”

뭔가 이상한 스킬 이름을 들은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움찔했다. 뭐? 노예의 쇠사슬?

촤르륵!

허공에서 빛나는 쇠사슬이 튀어나오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암살자 플레이어와 케인을 묶었다.

콰지직!

그리고 잡아당기기!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붉은 피의 전사에 이런 스킬은 없었을 텐데!?”

“……새로 얻은 스킬이야 이 자식들아!”

암살자들의 말을 듣고, 케인은 새삼스럽게 놀랐다.

‘이 자식들…… 정말로 내 뒷조사를 다 했구나!’

케인의 직업, <붉은 피의 전사>는 나름 많이 알려진 편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태현의 직업과 달리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찾아오는 놈들 모두가 케인의 스킬 목록을 다 알고 있다니.

‘김태현 그 자식이 한 말이 정말로 맞았잖아……!’

태현도 태현이지만 케인을 노리는 공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되자 직업을 바꾼 게 정말 좋은 선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인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직업 이름이 <아키서스의 노예>였으니까!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직업 이름!

-노예의 충성!

“저거 붉은 피의 전사 맞냐?!”

“케인 아닌 거 아냐?!”

혼란에 빠진 암살자들은 동료도 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은 암살자의 은신!

-표적 후퇴의 은신!

연속으로 사용되는 은신 스킬들. 그러나 그 은신은 의미가 없었다.

[간파의 눈이 작동합니다.]

[은신 스킬이 실패했습니다. 모습이 드러납니다.]

“뭐라고?!”

크르릉-

사납게 울부짖는 악마들!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 돌 갑옷을 입고 있어서 더 성질이 사나워진 상태였다.

긴꼬리 1이 갖고 있는 간파의 눈에 은신이 풀리자, 플레이어들은 혼란에 빠져서 외쳤다.

“가고일?! 뭐야, 어떤 놈이 소환한 거야?”

“해치워!”

파지지지직!

그러나 자리에 있는 건 악마들만이 아니었다. 아키서스 교단이 정식으로 부활하고 나서 더 힘이 강력해진 용용이도 있었다.

악마들을 이끌고 다니는 신수라는 기묘한 조합!

“크아아악!”

[감전 상태에 빠집니다.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합니다.]

-감히 어디서! 크와아앙!

“이, 이것들…… 아키서스 교단에서 소환한 거다!”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플레이어 한 명이 적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렇다! 내가 바로…….

“이 가고일들! 아키서스 교단에서 불러낸 가고일이야!”

-…….

용용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자 그 주변에 있던 날개 악마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용용이의 시선을 피했다.

-너희들은 눈이 없냐! 이 잡스러운 놈들하고! 내가! 같은…….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용용이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는 상황!

“내가 스크롤 쓴다! 그사이에 튀자!”

-신성 봉인 스크롤!

신성을 가진 적의 힘을 약화시키는 스크롤. 암살자 중 한 명이 갖고 있던 스크롤이었다.

대인전을 많이 하는 암살자 직업이다 보니 PVP용 아이템을 다양하게 갖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스크롤을 악마들한테 썼다는 것.

푸콰아악!

검은색 낙인이 돌갑옷을 입고 있는 악마들 위로 날아 들어갔다. 용용이는 그새 잽싸게 위로 날아올라 스크롤 공격을 피했다.

“가자!”

날개 악마들이 가만히 있자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손을 흔들며 외쳤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

퍽!

“커헉?!”

날개 악마들은 가만히 있다가 플레이어들이 앞에 다가오자 강하게 후려갈겼다.

* * *

“근데 왜 안 죽이냐?”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포로로 잡힌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뭐?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쉽게 죽이라고 할 수 있냐?”

“…….”

“농담이야. 다 써먹을 곳이 있어서 이러는 거지.”

“아. 인질로 쓰려는 거군!”

케인은 알았다는 듯이 태현을 가리켰다.

여기서 태현을 습격하려고 한 플레이어 중에서는 분명 길드 소속 플레이어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를 고용해서 태현을 습격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 플레이어들을 붙잡는다면 인질로 쓸 수 있었다.

“어? 뭔 인질?”

“……아니었냐?”

“애초에 이 영지에서 날 공격하기는 힘들걸.”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 너한테 원한을 가진 놈이 얼마나 많은데…….”

“아. 왔군.”

“?”

“저기 저 멀리. 지평선 쪽. 뭐가 보이냐?”

“군대……? 뭐야. 누가 이끌고 오는 거야?”

“마르셀 백작하고 아농 백작.”

“?!”

태현도 당연히 경매 도중에 있을 유혈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습격이면 모를까 아예 작정을 하고 대규모 전투를 유도할 놈들도 분명히 있을 것!

꼭 태현을 죽이지 못하더라도, 이 영지에 데미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런 걸 막으려면 보통 방법으로는 안 됐다.

태현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인맥이었다. 귀족들과의 인맥!

태현은 이번 기회에서 그걸 완전하게 동원했다.

태현한테 진 신세가 있는 마르셀 백작과 아농 백작은 각자 기사단을 이끌고 경매를 구경하러 참석하러 왔다.

‘마르셀 백작 공적치 포인트는 이걸로 다 써버렸군. 아농 백작까지 같이 데리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상관없었다. 경매에서 좋은 아이템을 선물해주면 또 공적치는 올라갈 테니까!

멀리서 질서정연하게 다가오는 기사단을 본 플레이어들의 표정은 모두 달랐다.

그들 중 몇 명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

당연히 태현을 공격하기 위해 먼저 와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거 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원한을 못 잊을까.”

태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

* * *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쩔 건데?”

“난리를 피우고 도망치죠! 최소한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라도 파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태현 그 XX! XXX! XXXXXX!”

말하다 보니 뒷말은 거의 욕!

그만큼 여기 있는 길드원들은 태현한테 원한이 많았다. 바로 쑤닝 길드원들이었다.

“제가 <울부짖는 쇠사슬 창>을 어떻게 구한 건지 아시잖습니까! 연계 퀘스트만 6개를 깼습니다! 근데 그놈은 그걸 그냥 슥삭 하고 가져갔다고요!”

“다섯 번째 듣고 있으니까 좀 그만해.”

“그만 못 합니다! 죽인다! 김태현! 부숴버린다! 김태현!”

흥분에 빠진 길드원은 내버려 두고, 나머지 길드원들은 상의에 들어갔다.

“길마님, 치는 건 물 건너간 거 같습니다. NPC들이 너무 많아요. 레벨도 높아 보이고.”

지금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는 건물도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에 두 백작이 끌고 온 기사단과 병사들이 오니 어지간해서는 부술 틈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건물만 부수고 튈 수는 없나? 어떻게든 방해를 하고 싶은데.”

쑤닝은 포기하지 못하고 말했다. 사실 원한이 깊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현 때문에 입은 손해가 대체 얼마였던가.

강한 길드원들이 대거 죽고, 아이템은 드랍되고, 투자했던 퀘스트는 망가지고…….

게다가 많은 걸 쏟았던 아발랍 시는 박살!

길드 창고가 넉넉해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다면 바로 길드가 공중분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타격이었다.

실제로 그때 당했던 길드 중 <크라잉 해머> 길드는 내분이 일어나서 분해되었다고 들었다.

“다른 놈들이랑 연합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연합?”

“여기에 김태현을 공격하려고 온 놈들이 저희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긴 하지.”

모두가 인정하는 것.

그건 바로 태현이 원한을 쌓은 적의 숫자!

여기에 태현의 적이 그들밖에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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