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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09화 (209/1,826)

§ 나는 될놈이다 209화

아주 다른 사람들 들으라고 목소리에 강조까지 넣어서 크게 외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물론 그 뒷면에 숨은 사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한 걸 느끼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더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 원래 <잘 만들어진> 수식어 앞에 붙은 아이템 잘 안 나왔는데, 기도 버프 받고 하니까 세 번이나 연속으로 나오더라고.”

“나도 그래. 무기 공속 옵션이 원래 잘 안 붙는데 더 붙더라고.”

웅성웅성-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말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분주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진짜로 저런 효과가 있어?”

“야. 너 아키서스 교단 믿기 시작했다며. 아무거나 좀 만들어봐.”

“알겠어.”

효과고 뭐고 태현의 이름을 따라 아키서스 교단에 먼저 가입한 플레이어들이 실험을 해보기 시작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 중에는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이다.

탕, 탕,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는 아이템들!

다들 기대되고 긴장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과연 효과가 어떨까?

“어, 어때?”

“……정말이다!”

“뭐? 진짜?!”

“나도 만들어본다!”

한 명이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도 허겁지겁 교단에 들어가 기도 버프를 받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사, 화가, 대장장이, 재봉사 등 다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제작에 몰두!

사실 <아키서스의 기도> 버프는 생각보다 그렇게 강력한 게 아니었다.

제작 직업은 뭔가를 만들 때 일정 확률로 현재 실력보다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는데, 그런 확률을 올려주고, 잘 안 나오는 아이템 옵션을 좀 더 나오게 해주는 정도?

애초에 교단에 바로 가입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은 버프였다. 당연히 한계가 있었다. 이런 초급 버프 효과가 더 높다면 그건 사기였다.

그러나 운 좋게도, 처음으로 기도 버프를 받은 몇 명이 바로 잘 안 나오는 아이템 옵션을 제작으로 뽑아냈다.

그러자 자리의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안 나오는데? 난?”

“야, 매번 나오면 그게 버프냐? 사기지! 넌 양심이 없냐?”

“아, 아니. 그냥 안 나온다고 말한 건데…….”

“시끄러! 부정 타니까 입 다물고 있어!”

“맞아! 네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거야!”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제작 스킬을 올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기도 한 방으로 그런 벽을 넘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눈이 뒤집어졌다.

“돌려! 돌려!”

“난 지금 강화 돌린다!”

“뭐? 강화까지? 저 자식 정신 나간 거 아냐?”

“아냐! 될지도 몰라!”

“야, 그런데 지금 버프로 이득을 본 놈이 정확하게 몇 명이나 있는 건데?”

“몰라 이 자식아! 자꾸 옆에서 떠들 거면 저리 가! 네가 그러니까 맨날 제작에서 실패를 하지! 제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야!”

“너 가입 안 하냐? 넌 왜 안 해? 앞으로도 안 할 거야? 그러면 꺼져!”

“가입 안 한 놈은 쫓아내!”

집단 심리란 건 무서운 법.

다들 맹목적으로 좋은 효과가 나온다고 떠들어대자, 실제 효과와는 상관도 없는 효과도 나온다고 소문이 부풀어졌다.

도중에 한두 명씩 실제 효과를 본 사람들은 그 소문을 더 부풀게 할 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노력이 부족했다며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신전 앞의 상황을 보기 위해 몰래 찾아간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기도를 더 해! 더 하라고!

-이미 쿨타임 때문에 못 받아!

-교단 퀘스트 깨서 교단 공적치 받자! 그러면 더 좋은 버프가 나올 거야!

“……?”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렇게 광기 넘치는 광경이 된단 말인가?

“파, 파워 워리어 길드도 생각보다 능력이 있네……?”

그 태현이 말을 더듬을 정도!

물론 놀란 건 이다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알기로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사람들을 저렇게 미치게 만들 수 없었다.

“우, 우리 길드가 이 정도라구요.”

“너는 왜 말을 더듬어?”

“안, 안 더듬었거든요.”

* *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새로 찾아온 사람이 본다면 ‘여기는 대체 왜 이러는 거지?’하고 혼란스러워할 정도의 분위기!

건물을 짓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 그냥 유명한 김태현 구경도 하고 주변에서 사냥도 하려고 온 사람들…….

그리고 제일 광기 넘치는 부류인, 아키서스 교단 소문을 듣고 몰려온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뒤섞인 혼돈이었다.

“크, 크흐흐흐…… 이번에는 분명 뜬다.”

“너 그건 뭐냐?”

“랜덤 하급 보물상자. 여기서 기도 버프 받고 까려고 샀다!”

“그것도 효과가 있어?”

“야, 행운 관련 보너스잖아! 분명 있을 거야!”

“그, 그런가?”

이제는 진짜 효과와 가짜 효과를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

하도 아키서스 교단 관련으로 열기가 뜨겁자, 이런 소리를 하는 플레이어들도 나타났다.

“행운 관련 보너스가 생각보다 좋아 보이는데, 나도 행운 스탯 좀 올려볼까?”

물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냉정!

“미쳤냐?”

“정신 나갔냐?”

“스탯이 썩어 남아도냐?”

“…….”

사방에서 날아 들어오는 구박!

사실 이런 반응도 당연했다. 판타지 온라인 2를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인데, 당연히 행운 스탯을 올리는 실험을 해본 사람도 꽤 있었다.

그러나 실험을 해본 사람 중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태현처럼 행운을 몇백 단위로 올려야 그나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많아 봤자 몇십에서 멈춘 것이다.

스탯은 공짜가 아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힘, 민첩 같은 스탯에 투자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행운에 투자하면 뒤처지게 되어 있었다.

몇십 넘게 투자를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도 계속 행운을 올릴 사람은 없었다.

결국 행운은 공짜로 주면 좋지만, 피 같은 여유 스탯을 투자하기에는 아까운 스탯으로 결정 난 지 오래였다.

“너 안 그래도 체력 스탯 딸려서 고생이라면서? 행운에 찍겠다는 거 보니까 여유 있나 보네.”

“아, 아냐. 여유 없어. 행운 같은 스탯에 찍을 생각 없다고.”

“…….”

옆에서 지나가던 태현이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자기 자신이 욕하는 거면 몰라도 다른 사람이 욕하면 억울한 것이 사람 마음!

‘저 상자나 망했으면 좋겠군!’

사람들은 태현이 눈앞에서 지나가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복장을 바꾸고 가면만 쓰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덕분에 태현을 찾아서 헤매는 암살자 플레이어들도 태현을 못 찾고 있었다.

“김태현 그 XX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신전 건물 앞에 있다고 하지 않았냐?”

“안 보인 지 한참 됐어. 상단 쪽에도 안 보이는데.”

“거기 은신으로 들어가기 빡세. NPC들이 다 고렙이라고.”

“…….”

태현은 영지 으슥한 구석에 모여서 떠드는 암살자 플레이어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뭘 봐?”

“안 꺼져? 확 PK 해버린다.”

태현은 바로 고개를 돌려 떠나버렸다.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눈앞에서 목표물을 놓쳤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태현은 그러면서도 플레이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걸 절대 잊지 않았다.

‘저놈들 얼굴 기억해 놨고…… 그나저나 시킨 건 다 했으려나?’

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맡겨 놓은 걸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여기가 그 김태현이 있는 곳이야?”

“그렇다니까. 게다가 아키서스 신전 버프 효과가 그렇게 좋대. 제작 직업한테 특히 좋다고…….”

“그럼 빨리 신전 가서 기도 올린 다음에 그리러 가자.”

영지에 찾아온 두 플레이어는 화가였다. 아키서스 기도 버프를 받고, 영지가 새로 건설이 되니 화가 퀘스트도 나름 있겠다 싶어서 찾아온 것!

“여러분!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찾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

“장비를 보아하니 화가 직업을 갖고 계신 거 같은데, 맞습니까?”

“맞, 맞긴 한데…… 왜 그러세요?”

처음 보는 플레이어가 갑자기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면 의심하는 것이 상식!

“잘됐네요! 저는 화가들을 찾고 있었는데, 혹시 퀘스트 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네? 퀘스트요?”

언제나 사람 마음을 솔깃하게 하는 단어, 퀘스트!

“어떤 퀘스트인데요?”

“이건 어디 가서 말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

“김태현 님이 직접 진행하시는 퀘스트거든요.”

“?!?!”

화가 플레이어들은 눈을 크게 떴다. 김태현이 진행하는 퀘스트라니!

제작 직업 플레이어 중에서는 카테란드 섬에 참가했던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속아서 끌려갔고 강제 노동을 해야 했지만, 겉에서 보면 멋있고 기회로 가득 차 보였던 것!

게다가 하고 나온 사람들마저 스스로 기억을 왜곡시켰다. 힘든 건 잊어버리고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퀘스트를 했었지’ 하고 떠들고 다닐 정도로.

그 카테란드 섬 퀘스트가 어떻게 시작이 됐는가. 김태현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것 아닌가.

‘우리와 그 사람들 차이가 뭐야?’

‘없어. 그 광장에 있었냐, 없었냐 차이잖아.’

대부분이 비슷하게 생각했다. 실력보다는 운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김태현이 진행하는 퀘스트라니.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어요! 하게 해주세요!”

“쉿. 쉿.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됩니다. 다들 하겠다고 할 테니까요.”

“그, 그렇군요.”

플레이어들은 먼저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들이 뭐가 특별하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비밀로 하면서까지 불렀을까? 처음 봤는데.

그러나 욕심으로 눈이 어두워진 둘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

“자. 모두 다 이해했으면 시작하시죠.”

“아니…… 퀘스트…….”

“이것도 퀘스트잖아요.”

“뭔가 좀 더 멋있고 그런 거…….”

“하기 싫으면 가실래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자리에 모인 화가 플레이어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을 부른 목적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여러분이 해주실 건 가짜 지도를 그려주시는 겁니다.

“저게 다야?”

“우리 혹시 속은 거 아냐?”

무심코 누군가 정답을 말했지만, 아무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 아니야. 분명 이건 거대한 퀘스트의 시작…… 그런…….”

졸지에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한 사람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밖에서 본, 신전 앞에서 광기에 빠진 사람들과 비슷한 증상!

“역시 화가 직업이 잘 그리네.”

태현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러고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언제나 대비를 해야 오래 살지.’

어쩌다가 해적 깃발 재활용을 해서 갈르두를 만나게 됐지만, 불평한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갈르두가 쳐들어오지는 않겠지만 기간이 지난 다음부터는 언제 어디서 갈르두와 싸우게 될지 모르는 것!

그 막강한 함대를 떠올리면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어때, 루포. 내 방법이.”

“저…… 태현 님.”

“?”

“그냥 지도를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가장 간단한 방법!

그러나 태현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루포를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에드안이 쯧쯧거리는 건 덤!

“그냥 지도를 주라니. 넌 상단에서 일하는 놈이 왜 이렇게 순진하냐?”

“맞습니다, 태현 님! 루포가 아직 세상을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루포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에드안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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