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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08화 (208/1,826)

§ 나는 될놈이다 208화

버포드가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씩씩대면서 노려보는 모습이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모습 그 자체!

‘얘는 뭐 길 가다 넘어지기라도 했나? 왜 이렇게 분노에 차 있지?’

태현은 자기가 한 것도 잊어버리고 뻔뻔하게 ‘저거 왜 저러냐’ 하고 생각했다.

버포드의 웅장하고 거대한 계획이 꼬인 게 바로 태현 때문이었으니까!

사디크 교단의 기사들과 함께 왕궁을 습격해서 국왕을 암살하려고 한 퀘스트?

태현 때문에 실패했다.

야심 차게 사디크 교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걸 밝히고 골짜기 앞에서 불의 마수를 깨워서 토벌군을 박살 내려고 한 퀘스트?

이것도 태현 때문에 실패!

게다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버포드가 그렸던, ‘사디크 교단이 대륙에 나타나고 그것과 동시에 랭커로 나타나 이름을 높인다!’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후퇴를 위해 남아 있던 버포드를 태현이 PK하고, <사디크의 성물 반지>를 갖고 간 것!

굳이 비교한다면, 전 재산을 다 잃은 거지의 남은 쪽박마저 와서 밟아버린 수준!

버포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대체 왜? 어떻게? 어째서?

어쩌다 이 꼴이 되어버린 것인가!

심지어 저 <사디크의 성물 반지>를 뺏겼다는 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단 내에서 중요한 퀘스트 아이템인 만큼 일반적인 수준으로는 절대 드랍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냥 태현은 아무렇지 않게 뺏어갔다.

생각하니 다시 차오르는 분노!

“크아아아아!”

버포드는 분노에 가득 찬 외침을 지르며 에반젤린에게 달려들었다.

사디크 교단 자체가 지금 힘을 많이 잃은 상황인 데다가, 버포드는 그 안에서도 많이 추락한 상황이었다. 성물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사디크 교단이 관대하게 넘어갈 리 없었다.

“죽어! 죽어! 죽으라고!”

“……얘 왜 이래?!”

에반젤린도 귀기 넘치는 버포드의 공격에 살짝 놀란 것 같았다.

그러나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태현한테 털리고 그 이후로 사디크 교단 관련해서 많이 낭비한 버포드.

그에 비해 원래 랭커급의 실력이었는데 태현과 같이 마르덴 후작을 털면서 다시 한번 성장한 에반젤린.

승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직! 콰지직!

“크아악! 사디크 님이시여!”

에반젤린이 데리고 온 강력한 뱀파이어들이 잽싸게 뛰어들어가 사디크 사제들을 쓰러뜨렸다.

버포드가 하고 있는 정도의 저항은 이미 에반젤린이 예상했었다.

이 정도의 저항도 없을 리가 없었으니까.

“둘러싸서 도망치지 못하게 해!”

“죽어! 죽어! 죽어!”

“시끄러워! 너는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에반젤린은 미친 듯이 덤비는 버포드의 공격을 막아내고 바로 역공을 가했다.

콰콰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커헉!”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더니 에반젤린의 검 끝에 모였다.

-블러드 익스플로전!

원래 밀리는 싸움이었는데, 한 번 역공을 허락하자 버포드는 그다음부터 정신없이 몰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에반젤린은 마치 샌드백을 두들겨 패듯이 검을 휘둘러 버포드를 두들겼다. 사디크 성기사인만큼 나름 버텼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안, 안 돼……! 또 죽을 수는……!”

그리고 사망!

그걸 본 태현은 다시 하품을 했다. 너무 뻔한 싸움이라서 긴장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벌렸던 입을 바로 다시 다물어야 했다. 그다음 장면이 태현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응? 이건 뭐지?”

에반젤린은 버포드가 있었던 자리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아하니 버포드가 죽고 드랍한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반지네?”

“?!?!”

동영상에서는 얻은 반지의 스탯 창을 확인시켜주지는 않았지만, 태현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그 반지다!

“…….”

갑자기 버포드에게 다시 치솟는 분노!

‘저 칠칠맞은 XX는 그걸 또 남한테 뺏기고 있어?!’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예술의 경지!

하필 그 반지를 에반젤린이 루팅해서 가져가 버리다니…….

사디크 교단을 견제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꾀에 스스로 당한 셈이었다.

태현은 푹푹 한숨을 쉬며 동영상을 껐다. 동영상 속의 에반젤린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주는 어떻게 받는 거야?”

“글쎄요?”

* * *

속이 쓰리고 쓰려도 해야 할 일은 철저하게 하는 게 태현이었다.

“건물 제대로 짓고 있냐? 주변에 수상한 놈들 없나 확인해라. 괜히 전리품에 탐내는 놈 없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탐을 내는 대담한 도적놈이 있을까요?”

“내가 도적이라면 이런 걸 훔치려고 했을 것 같은데.”

“…….”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루포는 할 말을 잃었다.

“흠흠.”

옆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는 에드안은 덤! 루포는 머리가 아파 온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장관은 장관이었다.

여러 건물이 빠르게 지어지고, 거기에 맞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상단의 직원뿐만 아니라 퀘스트가 뜬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도.

단순히 퀘스트 보상 때문이 아닌, 김태현의 영지에서 뭔가 지어진다는 말을 듣고 온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었다.

“미리 해놓으면 뭐 좋은 게 있지 않을까?”

“너만 믿는다? 이랬는데 나중에 아무것도 없으면…….”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리면서도 꽤나 성실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모인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봤을 때, 이런 마을 기본 건물들을 지으려고 여기까지 올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순전히 태현의 유명세만으로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교단에서는 연락 안 왔고, 이다비. 파워 워리어 길드원 중에 쓸만한 놈들은 다 불렀지?”

“네. 경매 시작하기 전에 올 거예요.”

이제 하루만 지나면 약속한 경매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 전례가 없는, PK로 타 길드원들한테서 약탈한 전리품들을 파는 경매!

이런 짓을 대놓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현의 얼굴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알 수 있었다.

“좋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오면 말해달라고. 내가 지시를 직접 내릴 테니.”

“…….”

이다비는 대체 뭘 하려고 불렀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괜히 발 담가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야. 그런데 진짜 이 인원으로 괜찮을까?”

케인이 불안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아키서스의 노예>로 전직한 케인은 괜히 태현한테 불평을 늘어놓았다가 구박을 잔뜩 들은 이후로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다.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그야 너한테 원한 가진 놈들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리고 이번 경매는…….”

케인은 말끝을 흐렸다. ‘이번 경매는 나 죽이고 싶은 놈들은 여기로 와라! 하는 거랑 똑같지 않냐?’라고 말하려다가 멈칫한 것이다.

“왜 말하다 말아? 끝까지 말해.”

“커허험. 그러니까 네가 평소에는 위치 공개가 바로바로 안 되지만, 이번 경매는 위치랑 시간까지 공개가 되잖아. 너한테 원한 가진 놈들이 덤비지 않겠냐 이거지. 주로 너한테 털린 길드 놈들.”

케인의 걱정은 그럴듯했다.

실제로 경매를 위해 많은 플레이어가 모일 텐데, 거기에 누가 숨어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암살자 계열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숨어들기 완벽한 상황!

태현이 산 원한을 생각해 봤을 때 벌써 현상금이 겹겹이 걸려 있어도 놀랍지 않았다.

“걱정할 필요 없다.”

“…….”

진짜 괜찮은 거 맞나?

태현이 원래 이런 거 가지고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긴 했지만, 케인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가 걱정하는 건 두 가지겠지. 아예 대놓고 병력 이끌고 와서 공격하는 거랑 암살 계열 직업 가진 놈들이 몰래 공격하는 거.”

“그렇지.”

암살도 암살이지만 그냥 대놓고 용병들 고용하고 영지 공격을 해올 수도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비싸겠지만, 케인은 솔직히 태현이 쌓은 원한이라면 그런 습격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전자는 이미 해결을 해놨어.”

“뭐? 어떻게?”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그리고 후자는 상관없어.”

“?”

“암살 시도 해주면 나야 고맙지. 공짜로 아이템 얻는 건데. 암살 계열 직업이면 장비도 PK 위주라서 비싸게 팔릴 텐데 고맙다야.”

“……너 암살 계열 직업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케인이 봤을 때, 이제까지 태현이 상대한 적들은 대부분 정면 승부를 해오는 적들이었다.

그러나 암살 전문으로 캐릭을 성장시킨 플레이어들은 전혀 다른 방식의 싸움을 해왔다.

기다리고, 숨고, 함정을 파고, 독을 사용해서 뒤에서 기습하는 방식의 싸움!

이런 싸움에서 이기려면 단순히 강해서는 안 됐다. 이런 식의 진흙탕 싸움에 익숙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건 한두 번 해서 익숙해질 수 없었다.

그러나 태현은 자신만만했다.

판타지 온라인 1 때부터 밥 먹듯이 해온 PK!

정면승부든 후면승부든 측면승부든 태현에게는 너무 많이 겪어서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암살 계열 직업? 덤비는 순간 자기 목숨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아. 괜찮다니까. 넌 네 목숨이나 걱정해.”

“나, 나는 왜? 너 설마 또 내 갑옷에 폭탄…… 아, 아니지?”

케인은 말까지 더듬어가며 당황했다. 새로 입은 갑옷이 갑자기 두렵게 느껴졌다.

태현은 그걸 보자 조금 미안해졌다. 얼마나 마음에 남았으면 저렇게…….

“그 이야기가 아니라, 네 얼굴 알려진 거 이야기라고. 나랑 같이 다니면서 얼굴 팔린 플레이어 중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가 누구냐?”

“나…… 네?”

“그래. 나 못 노릴 거 같으면 누구를 노리겠냐?”

“!!”

케인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입을 벌렸다. 지금 여유롭게 태현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더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게다가 새로 직업을 얻은 바람에 적응도 아직 덜 끝난 상황.

“뭐, 열심히 해봐라.”

“야! 야! 같이 다니자! 같이 다니자고!”

케인은 허겁지겁 태현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 * *

“그런데 아키서스 교단은 무슨 효과가 있대?”

“글쎄? 일단 믿어서 손해는 안 보잖아.”

“야. 내 교단은 엄격해서 다른 교단 못 믿게 해. 그래서 둘 중 하나 골라야 한다고.”

“믿던 거 믿는 게 낫지 않아? 그래도 깬 퀘스트 아깝잖아.”

“어차피 별로 못 깬 상태라서 갈아타도 상관없어.”

“일단 교단 믿고 기도 올리면 아키서스의 기도 버프가 나와. 행운 관련 보너스가 나온다는데? 행운의 신이라서 그런가 봐.”

“행운…… 행운? 근데 너 행운 스탯 써본 적 있냐?”

“아니, 너는?”

“행운이 어디에 좋은 거지?”

“그러게?”

[아키서스의 기도 버프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신성한 힘으로 하루 동안 행운 관련 보너스를 받습니다.]

신전 건물이 완성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입장을 허락하자, 영지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와 교단에 가입했다.

바로 기도를 올린 플레이어들은 나오는 효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받던 버프들과는 너무 다른 버프!

[12명이 추가로 아키서스 교단을 믿기 시작합니다. 교단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몰려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저게 다 신성 스탯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거대한 다단계 조직을 만들어놓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태현은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걸 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대.단.한.걸? 아.키.서.스.의 기.도. 버.프를 받고 천.옷.을 만.들.었.더.니 원.래 나.오.던.것.보.다 더.잘.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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