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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05화 (205/1,826)

§ 나는 될놈이다 205화

자기가 쫓겨날 것 같자 바로 방향을 전환하는 펠마스!

눈치 보는 거 하나만큼은 기막힌 NPC였다.

“후발주자라고 욕심부렸다가는 괜히 피 본다. 강경으로 갔다가는 들어올 놈들도 안 들어오게 돼.”

“하지만 태현 님……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내가 생각해 둔 게 있지.”

“……?”

“우리는 1+1 전략으로 간다.”

“……예?”

“과격도를 최저로 낮추는 거지. 모르냐? 성이나 도시 밖에 보면 제작 직업들이 이러잖아. ‘단검 하나를 사면 단검 하나를 더 드려요’. 아니면 ‘천 옷 하나를 수리 맡기면 다른 천 옷 하나를 추가로 수리해 드려요’도 있고.”

“…….”

물론 펠마스가 1+1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왜 아키서스 교단의 방향을 정하는데 그런 하찮은 단어가 나온단 말인가?

“설, 설마…….”

펠마스는 매우 불안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그 설마야. 다른 교단을 믿고 우리 교단도 믿어라. 혜택이 2배!”

“그게 뭡니까?!”

“좋지 않냐? 내가 생각했지만 꽤 괜찮은 아이디어지?”

“그게 무슨 위엄도 없고 체면도 없고 신성도 없고…….”

“아, 닥쳐. 좀.”

태현은 펠마스를 다시 걷어찼다.

“커헉!”

“내가 어? 교단 부활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세연이나 스미스 같은 놈들은 전설 직업답게 지원 빵빵하게 받더라고. 그런데 나는 내가 다 직접 뛰어서 지원을 받아야 해! 이게 말이나 되냐고!”

“컥! 컥! 태현 님! 뼈 맞았습니다!”

“심지어 난 내가 화신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야! 강제로 된 거라고! 내가 선택한 직업이면 억울하지나 않지! 야, 내가 똥캐를 키우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했을 때의 이야기야!”

“그, 그건 제 잘못이 아닌…….”

펠마스를 공처럼 걷어차고 나자 태현의 화가 풀렸다. 태현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어쨌든 내가 고생해서 세웠으니 내가 정한다. 교단의 전략은 1+1이야.”

“…….”

펠마스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주먹은 가까웠으니까!

“계산을 해보자고. 지금 교단을 믿고 있을 놈들은 다 알아서 믿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아키서스 교단이 부활했습니다! 우리를 믿으세요!’ 이러면 믿겠냐? 이미 다른 교단 믿으면서 혜택을 보고 있는데.”

태현은 판타지 온라인 2의 교단을 일종의 은행이나 통신사처럼 보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교단을 왜 들어가는가?

믿으면 혜택이 빵빵하니까 믿는 것!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아키서스 교단은 많이 불리했다. 세력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상황.

게다가 교단에 들어갈 플레이어들은 다 교단에 발 하나 정도는 담그고 있을 것이다.

‘교단 혜택 받으려면 퀘스트도 깨야 하는데, 그런 거 다 해놓은 상태에서 교단 바꾸는 게 쉽지 않지.’

꼭 성기사나 사제 같은 직업만 교단에 소속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일반 직업도 교단의 신을 믿을 수 있었다.

물론 관련 퀘스트를 깨야 혜택(?)이 더 올라가니 퀘스트를 깰 수밖에 없었고.

그런 퀘스트들은 교단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족쇄가 되었다.

했던 것들이 귀찮고 아까우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만 믿어라!’ 전략은 매우 안 좋은 전략이었다. 누가 들어오겠는가?

‘아무도 안 들어오지.’

사실 태현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꼭 이익만 따지면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

지금 태현의 인기 정도라면 그냥 태현만 보고 아키서스 교단을 들어오는 플레이어들 숫자도 꽤 될 것이다.

딱히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태현이 있어서!

-김태현이 아키서스 교단을 부활시켰다고? 한 번 가봐야지.

-김태현이 아키서스 교단을 부활시켰다고? 어차피 지금 와서 다른 교단 들어가서 퀘스트 깨봤자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진행 속도도 느릴 텐데, 김태현 믿고 아키서스 교단 가볼까?

-김태현이 하는 거면 어떻게 될지 기대해도 되지 않겠냐? 좋을 거 같은데.

아키서스 교단을 개떡처럼 운영해도 어느 정도 따라올 충성층들!

태현은 그런 줄도 모르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꼬시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었다.

“교단 정책이 다른 거 못 믿게 하는 강경한 교단이면 모를까, 좀 온건하고 유들유들한 교단이면 다른 교단 같이 다녀도 뭐라고 안 하잖아.”

“그렇기는 하죠…….”

현재도 복수 교단을 동시에 믿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교단만 잘 고르면.

서로 적대관계가 아니거나, 과격한 교리를 가진 교단만 아니면 적당히 두 개 이상의 교단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퀘스트를 깨고 교단 내에서 위치를 올리는 데 페널티를 받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교단 내에서 일정 위치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그런 건 보통 성기사나 사제 같은 교단 관련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

“우리는 그런 놈들을 노리는 거다. 그런데 펠마스.”

“네?”

“아키서스는 뭐에 좋냐?”

“……잘 못 들었습니다?”

무슨 신의 힘을 ‘어떤 재료가 정력에 좋냐’ 같은 투로 물어보는 태현!

“아니, 데메르 여신은 땅의 여신이잖아. 타이란은 전사 쪽 신이고, 헤넨은 도적. 파이토스는 성기사. 각자 특색이 있는데…….”

“아. 그걸 말씀하신 거군요.”

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서스는 도박꾼에게 좋습니다.”

퍽!

“커헉! 어째서?!”

“내가 그걸 몰라서 물었겠냐? 도박꾼 말고 이 자식아. 좀 많은 사람에게 통할 것 같은 효능! 데메르 여신은 땅의 여신이지만 치유 능력 버프가 좋아서 어지간한 직업은 다 믿잖아! 그런 걸 들고 오라고!”

“아, 아키서스는 그냥…… 다 좋은데요.”

“……?”

“태현 님. 생각해 보십시오. 아키서스는 믿으면 행운 쪽에서 효과를 보는 신입니다. 딱히 어울리는 특정한 직업이 없죠!”

굳이 따지자면 제작 직업 정도? 태현도 펠마스의 말이 무슨 말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완전 잡신이군.”

“……태현 님이 화신이신데…….”

“아, 시꺼. 뭐 차라리 낫다. 어차피 1+1 전략으로 가려고 했으니까. 모두에게 좋으니 설득하기는 좋겠군.”

“…….”

1+1 전략에 매우 토를 달고 싶었지만 펠마스는 입을 다물었다.

“좋아. 그럼 발표를 해볼까.”

[아키서스 교단의 과격도가 최저로 설정됩니다. 타 교단을 믿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교단의 신도가 늘어날수록 화신의 신성 스탯이 늘어납니다.]

[교단의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능한 교단의 건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단 관련 직업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능한 교단의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르륵 뜨는 건물들과 직업의 리스트들!

현재 부여 가능한 직업들의 리스트와 달리, 건물들의 리스트는 초라할 정도로 적었다.

[아키서스 성기사 훈련 양성소-교단의 명성이 부족합니다. 교단의 신도 수가 부족합니다. 설치할 수 없습니다.]

[아키서스 사제를 위한 명상 성소-교단의 명성이 부족합니다. 교단의 신도 수가 부족합니다. 설치할 수 없습니다.]

‘뭐 어쩔 수 없고…… 직업은?’

[아키서스 교단의 정문 문지기-교단의 문을 지키는 직업입니다. 강한 책임감과 성실한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요구 명성 500. 악명 50 이하.]

[아키서스 교단의 청소부-교단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아니, 이딴 거 말고! 누가 잡신 아니랄까 봐…….’

웬 이상한 직업들까지 있었다.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업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산더미같이 많은 직업 목록들!

‘뭔가 이상한데?’

보통 한 교단의 관련된 직업은 정해져 있었다. 그 교단의 특성과 어울리는 직업 몇 개.

그런데 아키서스 교단은 좀 심하게 많았다. 아니, 많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다 있는 것 같았다.

‘아키서스 교단 대장장이, 이건 내가 하고 싶어지네. 아키서스 교단 화가, 내가 뭐 그림은 올려놓은 편이 아니고…… 어?’

무언가 발견한 태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 * *

“……너 나한테 뭐 시키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

뿌리 깊은 불신!

태현이 갑자기 불러서 친절하게 대해주자, 케인은 겁부터 먹었다. 워낙 당한 게 많았던 것이다.

“아니, 내가 친절하게 해줘도 난리네.”

“그, 그런 게 아니라…….”

“됐어. 나 빈정상했어.”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저번에 자폭도 그렇고 고생 많이 해서 좀 친절하게 해주고 그러려고 했는데.”

“아, 아니…… 그게…….”

“봐라. 계약서도 찢어준다.”

“?!”

태현이 계약서 아이템을 파괴하자 케인이 깜짝 놀랐다. 계약을 어기면 강력한 페널티가 들어오는 아이템.

하나하나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걸 그냥 파괴한다고? 그 김태현이?

“네가 나랑 같이 퀘스트도 많이 깨고 고생도 많이 해서 이제 이런 건 필요 없겠다 싶어서 불렀는데…… 됐어.”

태현은 빈정상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라니까. 그냥 평소랑 좀 달라서 내가 당황한 거야!”

“알겠어. 당황한 거 알겠고. 계약서 찢었으니까 가라.”

“…….”

태현이 저렇게 나오자 케인은 매우 불안해졌다. 한 번 원한을 사면 지구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보복을 하는 게 태현 아닌가.

“가라니까?”

“왜, 왜 불렀는데? 계약서만 파괴해 주려고 부른 거였냐?”

“계약서 파괴해 주고 직업 전직 퀘스트 하나 주려고 했는데 됐다. 날 그렇게 못 믿는데 내가 뭐가 좋다고 주냐.”

“뭐? 전직 퀘스트? 직업?”

“그래.”

“설마 아키서스 교단 관련?”

“그래.”

“……!”

케인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지금 판타지 온라인 2 사이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

아키서스 교단 부활!

다른 대륙급 퀘스트처럼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교단 하나가 부활을 선언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냥 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키서스 교단 부활했다는데 한번 가볼까?’ ‘교단 한 번 들어가 볼까?’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판타지 온라인 2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장점은? 앞으로 이걸로 생기게 될 퀘스트는? 다른 교단과의 관계는?

그리고 케인은 나름 그런 폭풍의 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좋았다. 태현의 옆에 있었으니까!

-네이드 길드 길마입니다. 저는 케인 님의 실력과 잠재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우리 길드에 들어와서…….

-개인 방송에 나와 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나오시게 된다면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보수는…….

덕분에 케인의 위치도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레드존 길드가 망할 때와 비교한다면 눈물이 나올 정도!

레드존 길드가 나름(?) 잘나갈 때에도 케인에게 관심을 주지 않던 놈들이 연락을 하고, 신규 방송사한테도 연락이 왔다.

물론 케인도 바보는 아니었다. 당연히 나가면 태현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주야장천 떠들어야 할 테니 방송은 나갈 수 없었다.

‘뒷감당도 무섭고…… 그리고 솔직히 쪽 팔리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레드존 길드가 폭삭 망했지만, 인생은 역시 모르는 법!

그런데 태현이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을 준다고 한다니. 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드디어 태현이 양심에 눈을 떴단 말인가?

그의 희귀 직업, ‘붉은 피의 전사’도 나름 좋은 직업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한계가 있는 직업.

그에 비해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은 아직 얻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미개척지!

‘영웅 직업을 얻을 수 있을지도? 성기사? 전사? 뭐든 간에!’

“줘! 줘!”

“아, 됐거든. 나 기분 상했다니까.”

“아냐! 진짜 열심히 할게! 정말로 열심히 한다고!”

“어떻게 열심히 할 건데?”

“그, 자폭 갑옷도 입을 수 있다!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 줘! 나한테 딱 어울리잖아!”

“너한테 어울리긴 하지.”

케인은 여기서 위험을 느꼈어야 했다. 그러나 탐욕에 어두워진 케인의 감각은 위험에 무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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