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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03화 (203/1,826)

§ 나는 될놈이다 203화

세상에서 중요한 건 돈!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더 많은 돈!

그게 이다비의 신조였다. 그리고 태현은 그걸 완전하게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애들아, 우리는 김태현하고 갈 거야!

-네? 어디를요?

-길마님 우리 버리고 가는 거예요? 골드를 얼마나 받았길래…….

-……내가 우리라고 했잖아?

신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길드원들의 반응.

-김태현은 왜요?

-김태현이 영지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 게다가 김태현 정도면 탄탄하잖아?

-김태현 같은 랭커면 탄탄하긴 한데…… 우리 그냥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낫지 않습니까?

-맞아요. 괜히 분수에 안 맞게 놀다가…….

길드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대부분 랭커나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다들 소심해 가지고 왜 그래?

-그야 랭커들 싸움이 장난 아닌 거 아니까 그렇죠. 대형 길드도 그렇고. 김태현이 뭐가 좋다고 우리랑 손을 잡아요? 나중에 뒤통수 맞으면 어떡하려고.

-다른 길드가 손 내밀면 바로 잡을 걸요. 괜히 남 좋은 짓만 해주는 거 아니에요?

반박할 수 없는 말들!

길드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태현의 인성이 사악하다고 말은 해도, 태현 정도면 꽤나 선량한 편이었다.

다른 랭커들이나 대형 길드 중에서는 정말 악독하고 속이 배배 꼬인 놈들도 많았으니까.

태현의 인기 중 절반은 저런 플레이어들을 박살 내면서 생긴 인기였다.

-그렇지만…… 너무 좋은 기회야. 나나 우리 길드나 이런 기회를 다시 잡지는 못할 거라고. 너희가 랭커 구해올 수 있어?

-…….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겁먹고 사양하기는 했지만 태현 같은 플레이어와 같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였다.

-나는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해. 매번 적자에 허덕이는 게 아니라 탄탄하게 규모를 갖추고 돌아가는 길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

-그러면 하죠.

-네. 길마님이 하자면야…….

-?!

길드원들이 너무 순순하게 수긍하자 이다비는 당황했다.

-왜, 왜 그래?

-아뇨. 길마님이 정하신 거면 솔직히 어련히 알아서 잘하셨을까 싶어서…… 돈 관련된 건 귀신보다 철저하잖아요.

-맞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계산하셨겠죠. 믿어요. 돈 관련된 일인데.

-…….

칭찬은 칭찬인데 뭔가 기분이 나쁜 칭찬!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이다비에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특히 돈에 관해서는.

-길마님께서 저렇게 말하시는 거 보니 김태현은 믿을 수 있는 사람 같아.

-그렇지? 요즘 김태현 욕하는 글 좀 올라오던데 당한 놈들이 쓴 글인가 봐.

-어…….

이다비는 잠깐 멈춰서 생각했다.

태현이 믿을 수 있는 사람 맞나?

약점을 잡으면 아주 뼛속까지 부려먹고, 적이 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착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편이 된다면 먼저 배신하지는 않을 것 같아.’

이다비는 케인을 떠올렸다. 그 레드존 길마로 온갖 깽판을 치고 다녔지만 태현은 아직도 케인을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물론 이다비는 케인이 태현 밑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

-그래. 괜찮을 거야!

-그러면 하죠!

* * *

“태현 님, 이제 결정을 내리셔야 할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드디어 대륙에, 세상에 우리들의 이름을!”

“넌 뭘 했다고 건방지게 그러는 거야!”

“아, 태현 님을 모시고 온 게 누군데!”

옆에서 떠드는 말을 들으며 태현은 눈을 감았다.

현재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이름과 맞지 않게 매우 활발하고 시끄러웠다.

한쪽에는 에스파 왕국에서 박박 긁어온 골드와 전리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에는 맥크레니 상단이 부른 사람들이 요란하게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었다.

“우와. 진짜 영지 개발하는 거 같은데?”

“내가 먼저 와서 미리 자리 잡아놓자고 했잖아. 이런 영지를 누가 버려두겠어?”

소문은 소문을 불러 다른 플레이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왔다.

대도시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시설이었지만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영지 개발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호기심을 산 것이다.

그리고 지금, 태현은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정식으로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세우고, 아키서스 교단의 부활을 알리는 겁니다!”

아키서스 교단이 부활했다고 알리는 것. 그건 쉽게 선택할 만한 게 아니었다.

일단 교단이 부활했다고 선언을 하면, 태현은 교단의 최고 권력자로 여러 가지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성기사, 사제부터 시작해서 각종 교단 건물들까지.

물론 다 골드가 들어갔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교단과 관련된 온갖 이벤트가 다 가능했다. 화신이라는 전설 직업의 힘은 이런 세력 지원에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태현은 전설 직업의 세력 지원을 많이 못 받은 편이었다.

이세연은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라는 전설 직업을 얻고 강력한 리치들과 흑마법사들의 비밀결사를 손에 넣었다.

스미스는 <고대 제국의 백기사>라는 전설 직업을 얻고 고대 제국을 섬기는 기사단을 손에 넣었다.

딱히 뭘 해서가 아니라, 그냥 전직만 했다고 얻은 것!

그에 비해 태현은…….

태현은 펠마스와 에드안을 쳐다보았다. 물론 쓸만한 NPC들이기는 했지만, 방송에 나오는 전설 직업 플레이어들과 비교한다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태현 님?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교단의 부활을 선포하는 걸 망설이는 이유는 그 반대 여파 때문이었다.

일단 다른 교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가장 걱정됐다. 최악의 경우 바로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내 직업이 간접적으로 알려지겠지.’

아키서스 교단 부활을 외치는 순간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다는 걸 공개하는 셈이었다.

다는 아니어도 정보가 중요한 판타지 온라인 2에서 태현은 중요한 수 하나를 잃는 것!

‘그렇지만…… 할 가치가 있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현재 영지의 개발 정도는 높지 않았다. 태현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었다.

이렇게 관심이 뜨거울 때 발표를 하고, 그 관심을 아키서스 교단에 대한 관심으로 돌린다!

그러려면 지금이 바로 최적의 기회였다.

“좋아!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여기 영지 중앙에 세우고, 교단의 부활을 발표한다!”

“와아아아!”

* * *

“태현 님, 예전에 사디크 교단 신전 건물 잔해가 좀 있는데, 신전 건물을 지을 때 재활용할까요?”

“뒈지고 싶냐?”

“헉. 죄송합니다!”

깃발 재활용 때문에 갈르두를 만난 태현한테 또 재활용을 하자는 상단 직원의 말은 ‘내 목을 쳐 주세요’라고 밖에 들리지 않았다.

신전 건물은 빠르게 지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영지의 간소한 건물들과는 겉모습부터 달랐다.

힘 있고 웅장한 겉모습!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리며 모이기 시작했다. 태현이 뭔가 발표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김태현이 발표한다던데?”

“발표할 게 있나? 아직 경매 열려면 한참 남았잖아.”

“세, 세금 아냐? 세금 올리는 발표…….”

“이제까지 세금이 너무 싸긴 했지…….”

“아닐 거야! 김태현이 그럴 리 없어!”

“야, 김태현도 사람이야 사람! 욕심이 안 생기겠냐?”

“나 세금 올리면 여기 나간다. 여기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뚝-

태현이 신전 앞에 나타나자 떠들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그냥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태현이 이제까지 했던 업적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여러분!”

“……?”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좋은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키서스 교단의 사람으로서, 저는 오늘 교단의 부활을 선언하려고 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부활을 선언했습니다!]

[칭호:교단의 부활을 가져온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교단 최고 권력자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대륙의 교단들이 당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아차립니다. 그들은 신탁을 받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최고 권력자로서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생깁니다.]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단의 세력과 명성, 해당 직업에 따라 숫자가 제한됩니다.]

“?!?!?!?!?!!?!?!”

플레이어들은 순간 태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

“교…… 교단 부활?”

“뭔 소리야?”

“무슨 소리인지 설명해 주세요! 아키서스가 누구예요?”

자리에는 아키서스가 누구인지 아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아키서스면 행운의 신이잖아?”

“도박의 신 아니었어? 대도시 카지노 가면 아키서스 아키서스 거리던 폐인 NPC들 있던데.”

“일단 행운의 신일걸? 그보다 김태현이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었어?”

“아키서스 성기사? 아키서스 사제?”

“아냐. 교단 부활을 발표할 정도면 교단 내에서도 대단한 직업일 게 분명하지! 성기사단장이나 대주교 같은…….”

“이건…… 대박인데?”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태현의 충격 발표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대번에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 정보는 바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김태현이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이었다고? 교단 부활 발표를 했다고?

-뭐야, 영웅이나 희귀 직업 아니라고 했으면서.

-위장이지. 위장. 영웅 직업 예상해본다.

-야. 잠깐만. 영웅이나 희귀 직업 아니면…… 전설 직업 아니냐?

-……설마…….

-전설 직업이라고?

-누가 김태현한테 ‘전설 직업이에요?’라고 물어본 적 없잖아. 가능성 있는 거 아냐?

말이야 맞는 말!

태현은 ‘영웅이나 희귀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뿐, 전설 직업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들 알아서 오해한 것이지.

-아니, 아니지. 그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맞아. 전설 직업은 진짜 아니지. 그게 말이 돼?

다들 영웅 직업이면 몰라도 전설 직업이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전설 직업!

온갖 복잡한 직업 퀘스트와 과정을 거치고,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줘야 얻을 수 있는 최고 직업 아니겠는가.

이세연이나 스미스의 퀘스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설마 전설 직업을 아무 공개도 하지 않고 혼자서 몰래 깬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말이 나오자 궁금증은 더 커져 갈 뿐!

-김태현이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김태현 그거 완전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놈이거든?

-아, 저놈 또 왔네. 저거 맨날 김태현 욕하는 놈이야.

-분명 김태현한테 털린 놈이 분명해. 저번에는 케인이 김태현한테 협박당해서 자폭했다고 하더라고. 그게 말이 돼?

* * *

“이야…… 드디어 발표를 했구나.”

최명성 팀장은 태현의 발표 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해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좋으세요?”

“흠흠. 그냥 언제 발표하나 궁금했던 거지.”

윤주환은 최명성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태현의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최명성만큼 이 안에서 격렬하게 반응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아아니, 저놈들은 눈깔이 없나? 김태현을 한참 모르네!

-저, 저 리플 단 놈 저거저거. 김태현이 그것도 생각 안 하고 했겠냐? 저 멍청한 놈! 이래서 뉴비들은!

누가 보면 스토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꼬장꼬장한 팬이었다. ‘내가 가장 오래 팬을 했다’라고 전신에서 나오는 자부심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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