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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97화 (197/1,826)

§ 나는 될놈이다 197화

에다오르의 직속 악마들은 하나하나가 인던 보스 몬스터 정도는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괜히 태현이 에다오르를 그냥 치지 않고 부하들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은 게 아니었다.

태현의 신성 영역 안에 있느라 기본적으로 데미지를 입고 있지만, 그래도 그 강함은 어디 가지 않았다.

‘망했어!’

이다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원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실수!

콰콰쾅!

“?!”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에서 행운 굴림에 실패합니다.]

[저주를 받습니다.]

이다비를 향해 날아온 공격은 기묘하게 방향이 뒤틀리더니, 다른 동료 악마에게 향해 작렬했다.

-뭐하는 짓이냐!

-이, 이런. 일부러 한 게 아니다!

‘아하. 이런 식이군.’

태현은 그걸 보고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에서 일어나는 법칙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행운으로 버티지 못하면 받는 저주!

-크아아악! 이게 뭐냐!

갑자기 걷다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자, 에다오르의 직속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신성 영역 안에서 공격을 받은지라 그 충격은 몇 배!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악마는 방어도 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아, 일단 할 건 다 해야지.’

태현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눈앞에 에다오르가 있어도 일단 다른 적들은 해치우고 가는 게 초심!

“야! 저놈이 배신자다!”

-?!

“저놈이 다른 모험가들과 협력했어!”

[중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에다오르의 군세 내에서 위치가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이이제이 스킬에 성공합니다. 적들이 서로 싸웁니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적들은 이간질하고 가는 성실한 모습!

이다비는 그걸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내가 배신자라니! 무슨 소리냐!

-닥쳐라, 이 배신자! 에다오르 님을 배신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러거나 말거나, 직속 악마들이 혼란에 빠진 상태를 틈타 태현은 에다오르에게 달려갔다.

에다오르는 발목이 묶여 있었지만, 케인을 신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쾅! 쾅! 쾅!

“으아악! 야! 살려줘! 왜 다들 지켜만 보고 있는 거야!”

케인은 급하게 장비를 갖춰 입었지만, 도망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에다오르가 마법을 쓰자 케인은 바로 끌려 들어온 것이다. 아키서스의 축복도 끝나자 케인은 믿을 게 방어밖에 없었다.

“으, 으윽! 붉은 오라의 방패! 되돌려 치는 일격!”

정신없이 두들겨 맞으며 케인은 비명을 질렀다. 물론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나설 수가 없었다.

“힘내라!”

“지지 마!”

“야, 이 자식들아! 도와달라고!”

-오크의 서리 피부!

대답 대신 돌아온 건 버프였다. 양성규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미안하다. 저 에다오르는 나도 좀 무섭다.’

“버프만 걸지 말고!”

“참으로 끈질긴 벌레로다! 죽어라!”

그러는 사이 태현이 도착했다. 태현을 본 에다오르는 반색했다.

“왔군, 김태현 백작! 이 주변의 벌레들을 처리해라!”

“예! 에다오르 님!”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가 혼자 처리할 수 있다, 이 정도 벌레쯤은!”

두들겨 맞던 케인은 속으로 에다오르를 욕했다. 저 악마 놈은 대체 머리를 폼으로 달고 있는 건지, 아직도 태현을 믿고 있었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야 하지 않나?

“……그 단검은 뭐지?”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설마…… 크아아아아악!”

하늘이 찢어질 정도로 커다란 비명!

[즉사 스킬이 발동됩니다.]

[아키서스의 신성한 단검이 파괴됩니다.]

태현이 에다오르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동안, 에다오르는 의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다.

그걸 본 케인이 외쳤다.

“너 악마 맞냐! 앞으로 악마라고 하고 다니지도 마라! 이 멍청한 자식아!”

“말, 말도 안 되는…….”

태현은 가면을 해제하고 용용이를 불러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신성력!

그제야 에다오르는 이 주변에 펼쳐진 신성 영역 스킬을 누가 썼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 함정을 판 게 누구였는지도!

“어떻게…… 신을 믿는 놈이었다고?”

케인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속은 놈이 바보 아니냐?”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신을 믿는 놈이…….”

에다오르는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곧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렇게 악마를 이끌고 다닐 수 있단 말이냐!”

“…….”

확실히 맞는 말! 케인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에다오르도 태현을 믿을 이유가 있었다.

설마 신을 믿는 놈이 악마를 데리고 다니면서 도시를 박살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러나 태현은 당당했다.

“신 믿으면서 악마도 데리고 다닐 수 있지. 그거 고정관념이라고. 안 그래?”

“두고 보자, 김태현 백작! 나는 반드시 마계에서 다시 돌아온다! 그때……!”

“아. 시꺼.”

태현은 더 이상 듣지 않고 에다오르를 걷어찼다. 그러자 에다오르는 회색빛으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투기장의 악마, 에다오르를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한 번에 레벨이 4 올랐다고?!’

다른 플레이어들이었다면 레벨이 한 번에 4가 오른 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강력한 보스 몬스터 상대로 레이드에 참가했다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에게는 레벨이 한 번에 4가 오른 건 정말…….

감격스럽고 드문 일!

드디어 마의 60을 찍었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레벨 60은 별것 아닌 단계였지만, 태현에게는 아니었다.

‘내가 원래 이런 걸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나오네.’

새삼스럽게 에다오르에게 고마운 마음이 샘솟았다. 정면 승부로 했다면 어림도 없는 상대였다.

끝까지 태현을 믿어준 호구였기에 가능했던 반칙성 레이드!

조마조마했던 악명도 명성이 다시 훌쩍 뛰어서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러면 아이템 확인을…….’

그러나 메시지창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에다오르가 쓰러졌습니다. 에다오르의 군세 중 일부를 물려받습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태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노리고 에다오르를 지금 친 것 아닌가.

[현재 전술 스킬로는 에다오르의 군세를 전부 지휘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응?’

[지휘 가능한 군세를 제외하고 나머지 군세들은 따로 나눠집니다.]

[악마들 중 자격을 갖춘 악마들이 승급합니다.]

[철퇴와 도끼의 악마, 칸타차가 군세를 이끕니다.]

[포효와 함성의 악마, 바르카가 군세를 이끕니다.]

계속해서 연달아 뜨는 메시지창.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러니까 지금…… 악마들이 나뉘는 건가?’

태현의 전술 스킬로 지휘하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서, 악마들이 알아서 나뉘고 있었다.

그리고 각자 나눠진 군세 사이에서 지휘를 하는 악마들이 새로 승급해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

“야. 긴꼬리 1.”

“예. 주인님.”

남은 악마들이 자기들끼리 우르르 몰려서 삼삼오오 무리를 짓는 걸 본 태현은 긴꼬리 1을 불러 물었다.

“지금 저놈들이 뭐하고 있는 거냐?”

긴꼬리 1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마 날 노리는 건가?”

태현은 찔려서 물었다. 악마들이 충성심이 그렇게 높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에다오르를 쳤지만, 사실 에다오르에게 엄청나게 충성을 바치는 놈들이었다면?

지금 저렇게 수습해서 바로 공격을 해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주인님.”

“그럼 무슨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건데?”

“에다오르가 마지막에 내렸던 명령이 바르도 시였으니, 다들 바르도 시로 가려고 하는 겁니다.”

“……!”

태현은 그제야 저 악마들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태현이 부릴 수 있는 악마들이야 가만히 있었지만, 다른 악마들은 명령을 내릴 놈들이 사라지자 알아서 대장을 정한 다음 움직이려고 하는 것!

태현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악마들은 에다오르가 마지막에 내린 명령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고 있었다.

“바르도 시로 간다고? 그러면 잘됐네!”

적의 적은 친구. 태현은 신이 나서 악마 군세 중 한 무리에게 다가갔다.

철퇴와 도끼의 악마 칸타차. 새로 악마 무리의 대장으로 승급된 악마였다.

“저리 꺼져라!”

“…….”

태현이 오자마자 보이는 격한 반응!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에다오르를 죽였으니 친절하게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거겠지. 같은 악마라고 의리를 지키는 건가?”

“주인님, 그게 아닙니다.”

“……?”

긴꼬리 1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칸타차는 태현을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

“저리 꺼져라! 나한테 무슨 속임수를 쓸 생각이겠지! 에다오르한테 한 것처럼!”

[에다오르를 속인 것으로, 악마들의 군세 사이에서 당신의 악명이 최대치에 달합니다.]

[악마들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더 이상 다른 악마들이 당신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악마들조차 ‘저놈은 못 믿겠다’ 하고 두려워하는 태현!

“……그, 그래. 미안하다.”

태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물러섰다. 다른 악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나한테 뭘 뜯어갈 생각이냐! 저리 꺼지지 못해!

-다가왔다가는 내 부하들 전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저리 가라!

짜기라도 한 것 같은 격렬한 반응들!

악마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빠르게 태현 곁을 떠났다. 마치 겁내서 도망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현아, 저 악마들 왜 떠나는 거냐? 네가 시킨 거냐?”

“제 스킬이 부족해서 알아서 나뉘었는데요.”

“뭐? 그러면 어디로 가는데?”

“바르도 시요.”

“?!”

양성규는 깜짝 놀랐다. 바르도 시로 가는 걸 막으려고 에다오르를 잡았는데, 남은 군세들이 다 바르도 시로 간다니!

“막아야지!”

“네. 아저씨를요.”

“뭐라고? 너 이 녀석 설마 또……!”

양성규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직감에 바로 무기를 뽑으려고 들었다.

그러나 태현이 빨랐다.

콰콰쾅!

“애들아! 아저씨 잘 모셔드려라!”

-예, 주인님!

악마들은 새로 모시게 된 주인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다.

-방금까지 같이 싸웠던 동료를 바로 공격하라고 하다니. 우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악함이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사람이야!

수군거리는 건 덤!

“너 이 녀석 진짜 두고 보자!”

“하하, 아저씨. 아버지한테 안부나 전해주시죠!”

태현은 양성규의 저주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으로 목을 그었다. 악마들의 합공에 양성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투기장 탈락과는 다른, 정말로 PK 당한 것! 3일 동안 들어오지 못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애초에 해독제에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었다. 에다오르를 쓰러뜨리고 나면 양성규 혼자 남는데,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힉!”

혼자 남은 이다비는 태현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떨었다.

“왜 놀라고 그래, 친구잖아.”

“친, 친구죠! 친구예요!”

케인은 둘의 대화를 보고 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진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야, 우리 친구지? 친구지?’ 이랬던 기억!

“우리도 이제 바르도 시로 갈 건데, 같이 갈 거지?”

“…….”

이다비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 옳은 선택은 무엇일까?

“뭐, 싫으면 말고. 바르도 시에서 나오는 건 혼자 가져야겠군.”

“……같이 갈게요! 같이 가게 해주세요!”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친구잖아요! 뭐든지 같이 해야죠!”

“하하. 그렇지?”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나중에 꼬이면 책임 씌우고 도망쳐야겠군.’

‘기회가 생기면 전리품 갖고 튀어야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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