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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94화 (194/1,826)

§ 나는 될놈이다 194화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이지?’

양성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다비도 옆에서 물었다.

“왜 저러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워낙 속을 알기 힘든 녀석이라서…… 뭐지? 에다오르 군세를 이끌고 가서 좋을 게 있나?”

양성규의 머리로는 에다오르의 군세를 이끌고 가서 좋을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아발랍 시를 박살을 냈으니, 이제 에스파 왕국에서도 에다오르 토벌 퀘스트가 떴을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도 군대가 동원될 것이고 에스파 왕국 플레이어들한테도 퀘스트가 뜰 상황.

에다오르의 부하를 빌린 건 다른 길드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 길드들이 다 박살 난 지금에는 일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

일을 더 키워봤자 위험해지기만 할 테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에다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다음으로는 어느 도시를 가야 좋겠는가?”

“제 생각에는 바르도 시가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까이는 바다가 있어 주변으로 오가는 황금들이 많고 거기 사는 사람들도 많아 악마들을 주둔시키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

양성규는 놀라서 기겁했다. 바르도 시라면…….

최근 김태산과 최강지존무쌍 길드가 퀘스트를 깨면서 기반을 닦고 있는 도시! 그들은 각종 NPC와 친해지면서 도시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모든 길드가 하는 생각은 비슷했다. 플레이어들을 모으고, 도시 하나를 정해서 그 도시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각종 퀘스트를 깨면서.

그렇지만 그 도시가 갑자기 박살이 난다면?

기껏 해놓은 것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릴 게 분명했다. 양성규는 놀란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알고 한 거냐?’

“태현아. 왜 바르도 시냐?”

“바르도 시가 적당하잖아요?”

“…….”

“아.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어디 계셨죠?”

양성규는 순간 흠칫했다. 태현이 알고서 떠보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물어보는 건가?

“가르타 시에서 퀘스트 깨고 계시지.”

“그러면 바르도 시로 가도 되겠네요.”

“……!”

양성규는 그가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가르타 시에 있다고 말했는데도 태현은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

즉 김태산이 바르도 시에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

‘어떻게 정보를 얻은 거지, 이 녀석?’

고민하던 양성규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딘가 낯익은 얼굴.

“저, 저놈?!”

김태산한테 덤벼들었다가 두들겨 맞은 건방진 애송이, 로이가 뒤에 있었다.

“저놈이 왜 저기 있냐?”

“제 팬이라던데요. 바르도 시를 추천한 것도 저놈이고.”

“야! 저놈은 상습 PK범이야!”

“뭐 아저씨도, 아버지도, 저도 PK 상습적으로 하는 놈인데…… 여기 케인처럼 사람은 변할 수 있잖아요?”

말이야 맞는 말!

양성규는 주먹을 쥐었다. 완전하게 놀아나고 있었다. 태현은 정보를 다 얻고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태산을 확실하게 방해하기 위해 악마 군세를 바르도 시로 돌리다니.

이 무슨 거대한 규모의 엿 먹이기란 말인가.

“너 이 녀석…… 알고 있었구나!”

“그렇죠, 아저씨. 아버지한테 지금이라도 전해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태현은 양성규가 처음부터 김태산의 편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중립인 척을 해도 절대로 속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의 사람!

‘차라리 에다오르의 군세 내에서 자리가 못 올라가게 방해를 했어야 했는데!’

처음에 막지 못한 걸 후회하며, 양성규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형님. 태현이가 바르도 시로 갑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넌 뭐 하고 있었고?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자, 양성규는 빠르게 길드원들을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다 듣자 아저씨들은 탄식하기 시작!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님 잡자고 악마 군세를 여기로 보내? 뭐 그렇게 무식한 놈이 있어?

-그것도 그런데 악마를 설득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그 녀석 재주는 참…….

-지금 태현이 칭찬할 때냐? 방법을 생각해야지!

-오기 전에 막히지 않을까? 에스파 왕국이 무슨 호구도 아니고, 아발랍 시가 박살 난 이상 대응이 나올 텐데.

-올 경우도 생각을 해야지.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냐?

-야. 태현이 놈이 몰고 온대잖아.

-……대비해야겠네!

길드원 아저씨들 모두가 아는 태현의 능력! 김태산은 울컥해서 말했다.

-야, 태현이 칭찬 좀 그만하라니까!

-아니 형님. 이건 칭찬이 아니라 상황 분석이잖아요.

-맞아요.

‘이것들이…….’

-일단 바르도 시 총독한테 말하고, 플레이어들한테도 말해서 방어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우리야 그냥 튀면 되겠지만…….

-튀긴 뭘 튀어! 안 튀어!

-형님. 자존심 세울 때가 아닙니다. 아발랍 시 영상 못 봤어요? 태현이 그놈 아주 살벌하게 패고 다니던데.

-그건 그 자식이 치사하게 속임수를 쓴 거잖아!

-그 속임수 우리한테도 쓸 수 있잖습니까. 게다가 악마 부하들도 있고. 여차하면 튀겠다는 생각도 해야죠.

-으윽…….

김태산은 앓는 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거였다면 작전상 후퇴 정도는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태현이라는 것만으로도 하기 힘들어지는 선택! 아버지로서의 자존심이 발목을 잡았다.

-알겠다! 여차하면 튀자고.

-그래요. 형님. 잘 생각하셨어요.

-태현이 놈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라니깐요. 형님 도발해서 끌어내는 거.

-바르도 시가 박살 나면 쌓아놓은 게 아깝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형님 잡히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태현이한테 넘어가지 말자고요.

* * *

“주변에 없지?”

“네. 없습니다.”

-용용아. 주변에 악마들 있냐?

-없다. 주인이여. 그보다 왜 자꾸 나를 집어 넣…… 읍읍!

“미안해. 미안.”

태현은 용용이를 악마 탐지기로 쓰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악마들을 대놓고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용용이 같은 신수는 눈치가 보였다.

어쨌든 이 주변에 악마가 없다는 건 확인했으니, 드디어…….

‘상자를 깔 시간이다!’

안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서 악마들이 있을 때에는 열지도 못했다. 밤에 이동하기 전 잠시 떨어져서 열 기회를 만든 것이다.

두근두근!

태현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과연 뭐가 나올까?

아발랍 시 투기장 우승자를 위한 보물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요?

‘흠. 처음 봤을 때도 생각한 거지만 아무리 봐도 설명이 뭔가 좀 불길하단 말이지.’

불안해도 어쩔 수 없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으니까. 태현은 바로 상자를 열었다.

파아아아앗!

밝은 빛과 함께 나온 건…….

금색 보물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행운을 믿어보세요.

‘뭐여 XX?’

욕을 안 하는 태현도 순간 어이가 없었다. 기껏 나온 게 뽑기란 말인가?

물론 아니었다. 안에 있던 건 금색 보물상자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성한 단검:

내구력 1/1. 공격력 ?

일정 확률로 즉사 발동. 사용 시 파괴됨.

이건 아키서스가 내려와서 만들고 간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단검이 아니다. 아키서스가 직접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키서스 교단의 해독제(10):

사악한 자들의 음험한 독에 대비하세요!

[아키서스 교단의 신성한 단검을 얻었습니다. 안에 담겨 있던 권능을 얻습니다.]

[권능-<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을 얻었습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막대한 힘을 소모해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영역을 선포합니다. 영역 안에서는 아키서스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이 스킬은 마법 스킬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현재 스킬 레벨 1

“……!”

금색 보물상자는 페이크였다. 진짜 본론은 그다음에 나온 아이템들이었다. 연달아 뜨는 아키서스 관련 아이템과 권능.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은…… 이건 사제한테 어울리는 스킬인데?’

이런 식으로 영역, 속된 말로 장판을 까는 스킬은 사제들이 쓰는 버프 계열 스킬에 많았다.

이제까지 마법과 거리가 먼 스킬을 주로 얻었던 태현에게는 생소한 스킬!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아키서스의 화신은 신성 관련 직업. 사제들이 쓰는 스킬들이 나와도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감이 잘 안 오는데.’

일단 설명만 보면 한 번 쓸 때 쿨타임이 길고 MP가 무지막지하게 들어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영역 안에서는 아키서스의 법칙이 적용된다니.

‘사제들 장판 효과 중에 보통 들어가는 게 뭐가 있더라. 아군 회복, 적 데미지, 스탯이나 스킬 버프?’

이런 효과들은 일반적인 효과들이었고, 이제 각 교단이 믿는 신에 따라 장판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졌다.

전투적인 신을 믿는 교단은 공격력이나 공격 속도에 버프를 받고, 마법 관련된 신을 믿는 교단은 마법 공격력에 버프를 받는 식으로.

그렇다면 아키서스는 어떤 식으로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인가?

‘일단 마법 스킬에 영향을 안 받는다는 건 좋은데…….’

태현의 마법 스킬은 아직도 초급. 상대하는 적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것과 상관없이 효과가 나온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상대방의 마법 스킬에도 영향을 안 받을 것이고…….

‘언제 써봐야 좋으려나.’

한 번 써봐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끝나기 전에, 바로 다음 메시지창이 떴다.

<에다오르를 처치하라-아키서스 교단 직업 퀘스트>

악마 에다오르는 대륙을 파괴하고 악마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사악한 존재다.

아키서스는 그 존재를 예측하고 화신인 당신을 보냈다.

에다오르가 모험가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미끼로 쓴 상자가 에다오르를 찌를 강력한 검이 될 것이니, 화신의 이름으로 그를 처치하라.

보상:?, ??, ???

‘음…….’

태현은 깊게 신음했다. 퀘스트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완전 예상 밖의 퀘스트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신탁이 아발랍 시로 향하고, 여기에서 악마가 튀어나왔는데 눈치 빠른 태현이 아무것도 짐작 못 할 리 없었다.

‘그래. 에다오르 관련 퀘스트가 뜰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었지.’

문제는 태현이 에다오르를 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에다오르는 탐나는 보스 몬스터였다. 보스 몬스터는 언제나 탐이 났다. 한 번 잡기만 해도 온갖 보상이 쏟아지니까.

그러나 태현은 계산을 먼저 하는 사람.

에다오르는 강하고, 지금 에다오르를 같이 토벌할 다른 세력들도 근처에 없고, 게다가 싸우면 근처에 있는 에다오르의 부하들도 몰려올 테니…….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서는 공략!

잡더라도 나중에 에다오르가 에스파 왕국을 돌아다니면서 잔뜩 어그로를 끈 다음 포위당했을 때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 때를 기다리면서 곁에 있는 것보다는 그냥 얻을 것만 챙기고 빠져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고.

그런데 지금,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들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에다오르를 잡으라고.

교단의 해독제는 에다오르가 사용하는 독에 대비하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성한 단검은…….

‘내구도 1/1에 일정 확률로 즉사라니. 진짜 극단적이군.’

정말 에다오르를 잡기 위해 구성된 아이템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남은 건 태현의 결정뿐.

‘잡을 수 있긴 하나? 아니, 잡는다고 치고, 잡는다고 치면 언제 잡지? 역시 왕국군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렇게까지 아이템이 나오니 태현의 마음도 살짝 흔들렸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에다오르 레이드.

그 가능성과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가?

‘지금 에다오르 군세를 아버지 있는 곳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에다오르가 죽으면 곤란하니…… 기다렸다가 뒤통수를 치는 게…… 아니, 근데 왕국군하고 협조가 힘들 텐데.’

사디크 교단과 다른 점.

지금은 태현이 악마의 편에 서 있다는 것!

왕국군이 둘러쌌을 때 ‘같이 잡아요!’ 했다가는 같이 공격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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