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91화
-모두 잘 들어라! 다른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보이면 먼저 공격해! 그놈들 전부 다 적이다! 그리고 지금 도시 주변에서 싸울 수 있는 놈들은 모두 다 내 옆으로 와라!
쑤닝이 급하게 전체 길드원들에게 말했지만 태현이 한발 앞섰다.
[악명이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이, 이 XX…… 너 김태현이잖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김태현이 왜 PK를 하는 거야?!”
쑤닝 길드원 한 명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외쳤다. 그걸 본 케인이 대검으로 그를 후려치며 말했다.
“저놈은 원래 저랬어, 이 멍청한 놈아!”
“말, 말도 안 돼…… 이건 분명 음모야!”
현실을 부정하는 플레이어들! 태현한테 당하고 당한 케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야! 눈이 있으면 뜨고 봐라! 저거 보라고!”
케인은 플레이어 한 명을 붙잡고 태현을 가리켰다.
롱소드를 들고 거침없이 플레이어들을 두들겨 패는 악랄한 모습!
“저게 어디 봐서 착하고 선량한 모습이냐! 눈을 떠! 저놈의 본모습을 보라고!”
시끄럽게 떠드는 케인을 본 양성규가 태현한테 물었다.
“저놈은 왜 저러는 거냐?”
“원래 가끔 저러는 놈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방송에서 봤을 때는 저런 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양성규는 그렇게 말하며 쑤닝 길드원 한 명을 쓰러뜨렸다.
‘이 녀석은 악명 오르는 게 신경 안 쓰이나? 아니, 그보다 이 녀석은 방송도 나갈 텐데…….’
이미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태현! 순식간에 거리에 있는 쑤닝 길드원들이 전부 쓰러졌다.
태현 일행이 강한 것도 강한 거지만 데리고 있던 에다오르의 악마들까지 합세하니 평범한 길드원들만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이템 챙겨라. 빨리 털고 다음 곳으로 이동하자.”
탁-
말과 함께 태현은 이다비의 팔을 잡았다. 이다비는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잡은 거거든?”
“그냥 지나가려고 한 거였어요…….”
“잘도 그랬겠다. 손 치워라.”
“제가 아이템 챙기면 더 잘 나오는데, 저한테 맡기시면…….”
“네가 아무리 잘 나와 봤자 나보다 더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자신감이야?”
태현은 행운 스탯 덕분에 누군가를 PK하고 아이템을 털 때에 막강한 보너스를 받았다.
덕분에 사디크 교단이 가져간 반지는 찾지도 못하고 이상한 성물을 갖고 나오게 됐지만.
“제 직업이 뭔지 모르시니까 그러시는 거예요.”
“네 직업이 뭔데.”
“제 직업은…… 잠깐, 이거 공짜로 알려주기는 너무 아까운데. 골드 받고…….”
“그냥 말해줄래 아니면 악마한테 죽을래?”
“죽음의 황금상인! 죽음의 황금상인이에요!”
“뭔 직업 이름이 그래? 상인 계열 직업인가? 전사인 줄 알았는데.”
“성능은 전사랑 비슷해요. 상인 스킬이 몇 개 추가된 거랑…… 버프나 스킬을 쓸 때 골드가 많이 필요한 거만 빼고…….”
“…….”
이다비를 쳐다보는 태현의 눈빛이 갑자기 불쌍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변했다.
스킬을 쓸 때마다 골드를 사용하는 직업이라니.
거의 돈 먹는 하마 수준!
그렇게 광고를 하고 길드를 운영하는데 왜 돈이 안 모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성능은 꽤 괜찮은 거 같은데?’
투기장에서 태현의 발목을 잡은 저주는 상당히 좋은 스킬이었다. 데미지는 없어도 태현의 회피를 무시하고 명중시키는 저주.
전사 계열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 그 정도 저주까지 쓸 수 있는 직업은 흔치 않았다.
“그러니 제가 아이템을 털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나올…… 아앗!”
그러나 태현은 이다비의 말을 무시하고 쓰러진 플레이어들의 아이템을 챙겼다.
“네 직업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넘겨줄 생각은 없다. 나도 너 못지않게 아이템 터는 데에는 특화된 직업이거든.”
태현의 말에 이다비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설마 태현의 직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찬스?
태현이 방송에 나오고 나서부터 태현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태현을 견제하려는 사람, 태현의 직업을 알아내서 직업을 얻어 보려는 사람들까지…….
만약 태현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면,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다.
그 정도로 귀하고 가치 있는 정보!
“무, 무슨 직업인데요? 저는 별 관심 없지만 그냥 궁금해서…….”
그러나 태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악마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떠나버렸다.
“에이 진짜!”
* * *
콰콰쾅! 콰쾅!
태현이 에다오르의 악마들을 이끌고 아이템 좀 있어 보이는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는 동안, 다른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쑤닝 길드를 밟아버려! 이번 기회에 아주 아발랍 시에서 쫓아내는 거다!”
“저딴 놈들한테 절대 지지 마라! 길드원들 더 불러!”
평화롭던 아발랍 시의 거리에서 길드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맞붙고 있었다.
크라잉 해머와 성기사이즈킹 길드의 연합에 불리해지자, 쑤닝은 다른 곳에 있던 길드원들까지 아발랍 시로 급하게 불러댔다.
여기서 잘못 밀리면 길드가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싸움!
사방에서 마법이 날아다니고 화려한 근접 스킬이 작렬했다.
정작 에다오르와 에다오르의 군세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알아서 치열하게 싸워주는 길드들!
“인간들이 이렇게 싸우는 걸 좋아했나?”
“모두 다 주인님의 크나큰 힘 덕분입니다!”
“그런가? 크핫핫핫! 그래. 다 내 덕분이지. 그렇지만 김태현 백작도 아주 쓸 만하군. 이런 인재를 구하다니!”
[에다오르의 친밀도가 증가합니다.]
[더 많은 에다오르의 군세를 부릴 수 있습니다.]
[에다오르의 군세 내에서 위치가 올라갑니다.]
“……?”
쑤닝 길드원을 두들겨 패던 태현은 갑자기 뜨는 메시지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또 올라가지?
‘뭐 좋으니 상관없나?’
태현 덕분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길드들은 아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인간들이 싸우는 걸 바란 에다오르 입장에서는 미친 듯이 즐거운 상황!
칸다타 마탑의 반지:
내구력 45/45, 마법 방어력 25. 속성 방어력 50.
마나 회복 속도 15% 증가. 마법 사용 시 소모된 마나의 2%를 회복.
칸다타 마탑에 큰 공을 세운 마법사들에게 주는 특별한 반지다. 칸다타 마탑과 관련 없는 사람이 쓰고 다닐 경우 칸다타 마탑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마력 응축의 팔찌:
내구력 75/75, 마법 방어력 35, 속성 방어력 15.
마나 회복 속도 8% 증가.
뛰어난 마법 관련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가 만든 팔찌다.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빠르게 회복시켜준다.
휘익-
태현은 휘파람을 불며 아이템을 챙겼다. 랭커급 플레이어들은 없어도 태현의 행운은 플레이어들이 갖고 있는 가장 비싼 아이템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태현은 재주 좋게 마나 회복 옵션이 있는 아이템들을 찾아내서 바로 착용했다.
-대단하십니다. 태현 님.
-당신은 우리를 거느릴 자격이 있는 분이십니다!
에다오르의 악마들은 가차 없이 플레이어들을 베어 버리는 태현의 모습에 감탄했다.
물론 용용이는 매우 못마땅해했지만!
-주인이여! 언제까지 이 냄새 나는 놈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인가?
-일단 여기 있는 다른 길드 놈들 정리할 때까지는 데리고 있어야지.
-그게 무슨 소린가? 이 냄새 나는 놈들을 그때까지 데리고 있겠다니!
-그래. 그래. 그런데 너무 쓸모가 있단 말이야.
태현은 용용이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날개 악마를 불렀다.
“그놈들 아직도 싸우고 있냐?”
-쑤닝 길드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래? 잘됐네. 슬슬 가봐야겠다.”
태현과 부하 악마의 대화를 옆에서 들은 양성규가 물었다.
“뭘 가봐야겠다는 거냐?”
“크라잉 해머하고 성기사이즈킹 길드도 슬슬 힘 빠졌을 테니까 마저 공격하려고요.”
“!!”
정말 뒤통수를 치는데 1초의 고민도 없는 칼 같은 냉정함! 옆에서 태현의 말을 들은 이다비는 감동으로 전율했다.
돈을 벌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투기장에 참가했던 길드들 대충 다 갈아버리면 앞으로 귀찮게 할 놈들은 없겠지.’
미래에 적이 될 놈들을 미리 갈아버리고, 동시에 아이템과 경험치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방법.
다른 플레이어들은 차마 하지 못하고 망설일 방법은 태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 * *
“쑤닝 길드가 도망칩니다!”
“좋았어!”
“놈들이 아발랍 시 서쪽 성문으로 모입니다! 쫓아서 포위하겠습니다!”
“좋았어!”
“뒤에서 공격! 뒤에서 공격!”
“좋았…… 뭐? 어떤 놈이 뒤에서 우리를 공격해?”
“에다오르가 부리는 악마입니다!”
“그 악마 놈이 미쳤나?!”
크라잉 해머 길마는 기가 막혀서 소리쳤다. 일단은 술을 마셨기에 그도 에다오르의 군세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길드를 공격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김태현이 악마를 데리고 우리를 공격합니다!”
“길마님! 김태현이 뒤에서 난리를 치고 있어요! 파워 워리어 길마하고 오크 전사 놈도 데리고 있어요! 어떻게 합니까?!”
“이, 이 개자식이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싸움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로 뒤를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악명이 오릅니다.]
[에다오르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더 많은 군세를 지휘할 수 있습니다.]
[<에다오르의 천인장> 자리를 받았습니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찾아서 공격하고, 그 대가로 공적치 포인트를 받는다. 위치가 올라가면 그걸로 더 많은 악마를 불러서 다시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친다.
이미 중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는 태현이기에 할 수 있는 전략!
“피해가 너무 큽니다! 아델 파티도 전멸했어요!”
“일, 일단 성기사이즈킹 길마한테 연락해봐! 그리고 쑤닝 길마한테도…….”
“쑤닝 길마한테도 연락하라고요?”
“저 미친놈 막으려면 한둘로는 힘들잖아! 쑤닝도 머리가 있으면 알아듣겠지!”
물론 이성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원래 세상일이란 게 이성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법!
이미 피를 본 상황에서 쑤닝 길드가 손을 잡을 리 없었다.
“죽으면 죽었지 너희들하고 손잡는 일은 없다!”
“이 멍청한 자식들이 진짜…… 상황을 볼 줄 그렇게 모르나! 성기사 놈들은? 그놈들은 지금 상황 알겠지?”
“그, 그게…….”
“왜 그래?”
“그놈들도 우리를 공격하는데요?”
“뭐?!?!”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태현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 것이다. ‘크라잉 해머를 밟아버리면 아발랍 시에서 너희 길드를 당할 놈들은 없다’는 말에 그대로 넘어가 버린 것!
크라잉 해머 길마는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이 멍청한 자식이 진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냐! 그다음은 너희라고!”
그러나 욕심에 눈이 먼 사람은 귀가 어두워지는 법이었다.
그 결과…….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아발랍 시의 학살자를 얻었습니다.]
[<에다오르의 왼팔> 자리를 받았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내가 좀 너무 나갔나?”
태현은 산더미처럼 쌓인 길드 플레이어들의 시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서 있던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룻밤 사이에 아발랍 시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길드들이 전부 박살이 난 것이다.
싸움을 붙이고, 대충 상대방이 박살 났다 싶으면 다시 뒤통수를 치고, 남은 놈들이 몰려오면 다시 싸우고……
잡을 때마다 아이템이 쏟아지고 경험치가 쏟아지자 태현은 신이 나서 다른 길드원들을 찾아서 쓰러뜨렸다.
3천을 넘어가는 행운 덕분에 레벨 업 난이도가 미친 듯이 올라간 상황에서 PK로만 레벨 업을 했으니, 태현이 얼마나 잡아댔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