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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90화 (190/1,826)

§ 나는 될놈이다 190화

악마들 사이에서 거만하게 자세를 잡는 게, 누가 보면 십 년 넘게 악마들과 같이 지낸 것 같은 익숙한 모습!

“왜 내 길드원들을 공격하려는 건데?!”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어떻게든 태현을 말리려고 들었다. 지금 아발랍 시에는 그의 길드원들이 많았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악마 군세의 습격을 받으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어허. 위대한 에다오르 님께서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을 갖고 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못 들었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을,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우리 성기사이즈킹 길마가 예전 버릇을 아직 못 버린 모양인데, 아주 안 좋은 모습이야. 관대한 에다오르 님께서 넘어가 주시지만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앞잡이 짓을 완벽하게 하는 태현을 보고 에다오르가 껄껄 웃었다.

“크핫핫. 김태현 백작! 그대를 내 군세로 넣은 게 벌써부터 만족스러워지는군.”

“과찬이십니다, 에다오르 님!”

“크핫핫핫!”

“…….”

어이가 없어 하는 다른 플레이어들!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나섰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지금 그는 가만히 있다가는 혼자 당하게 되는 것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아니, 아발랍 시에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우리 길드원이냐고. 다른 사람들도 많잖아!”

“그쪽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서.”

간단하지만 강력한 이유!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냐! 싫어하지 않는다고! 왜 그런 오해를 하고 그래?”

“정말로 안 싫어해?”

“물론이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어떻게든 표정을 유지하는 길마! 괜히 길드의 마스터가 아니었다.

길드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아까 나 욕하지 않았나?”

“내가 언제! 다른 놈들이 한 거야!”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필사적으로 변명하며 다른 길마들을 가리켰다.

“?!”

“뭐 이 자식아?”

성기사이즈킹 길드가 태현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걸 즐겁게 보던 다른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성기사이즈킹 길마를 쳐다보았다.

‘저 자식 왜 저래?’

‘물귀신이냐?’

“흠…… 그래? 내 욕을 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군.”

“그래! 난 욕을 한 적이 없어!”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자존심을 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자존심이 아니었다.

다른 길드 놈들은 내버려 두고 혼자 독박을 쓸 수 없다!

“그러면 투기장에서 있었던 일에도 별 감정이 안 남았나?”

“물론이지! 투기장에서 있었던 일을 갖고 질질 끄는 찌질한 놈이 어디 있겠어! 그건 정정당당한 승부였지!”

옆에서 듣던 케인은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전) 길드 마스터로서 남 일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난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고 졌지. 저게 추하게 뭐냐.’

오십보백보였지만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성기사이즈킹 길드는 내버려 두고…….”

“……!”

태현의 시선이 돌려지자 다른 길마들이 흠칫했다.

‘설, 설마…….’

“어느 쪽이 좋을까? 야. 네가 골라봐.”

태현은 성기사이즈킹 길마에게 말을 걸었다.

“어? 나?”

“왜. 싫어? 네 길드 칠까?”

“아냐! 고르고 싶지!”

옆에서 보던 양성규는 속으로 감탄했다.

‘저런 악마 같은 녀석!’

아까까지 태현에 대한 증오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길마들이 순식간에 갈라서고 있었다.

혓바닥만으로 서로 찢어놓고 칼날을 겨누게 만든 것이다. 예전의 김태산보다 더 대단한 이간질이었다.

“어…… 그러니까…….”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멈칫했다. 그래도 방금까지 태현을 상대하자고 나름 손을 잡았던 사이였는데, 바로 공격을 해도 되나?

“5초 안에 안 고르면 네 길드 친다.”

“……쑤닝 길드! 쑤닝 길드 치자고!”

“너 미쳤냐?!”

쑤닝은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표정으로 성기사이즈킹 길마에게 따졌다.

“방금까지 같이 김태현을 상대하자고 한 놈이 어째고 저째? 너 이 자식. 이렇게 뒤통수를 치고서 무사할 것 같냐?”

쑤닝이 강하게 따지자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살짝 망설였다. 확실히 맞는 말!

그걸 본 옆에서 태현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는 악마의 혓바닥!

“야. 저놈 믿지 마라. 저놈이 시작하기 전에 뭐 했는지 아냐? 레스토랑 길드랑 짜고 독 섞인 요리 풀었어. 너희 길드원 중에 그거 먹고 탈락한 놈 몇 명 있을걸?”

사실 <성기사이즈킹> 길드원들이 탈락한 데에는 태현의 탓이 더 컸다.

케인이 몇 명 탈락시키고, 결승전에 가기 전 태현이 만든 독 요리를 먹고 행운에 타격을 입은 몇 명이 또 탈락된 것이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이유 없이 상대를 공격하는 것과 적당한 이유를 갖고 상대를 공격하는 건 전혀 달랐다.

명분이 중요한 이유!

성기사이즈킹 길마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쑤닝은 급하게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야, 저 자식 말 듣지 마! 그냥 우리가 힘만 합쳐도 저놈은 뭘 할 수 없다고!”

“그렇겠지. 내 뒤에는 에다오르도 있고 악마 군세도 있는데 뭐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겠지.”

태현은 옆에서 빈정거렸다. 쑤닝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아주 얄미운 짓을 하는 데에는 도가 튼 태현이었다.

쑤닝이 이를 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태현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난 상관없어. 뭐, 쑤닝이 다른 길드랑 짜고 투기장에 독을 풀고 온갖 수작질을 했지만 같이 손을 잡아도 상관없지. 그냥 다 같이 치면 되니까. 에다오르가 좋아하겠네.”

“저 자식 말 듣지 마!”

“그리고 너희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너희 지금 에다오르 술 마셔서 에다오르한테 제대로 저항도 못 하잖아?”

“……!”

“쑤닝이랑 손잡고 내가 악마들 지휘하는 걸 방해할래, 아니면 나하고 손잡고 쑤닝 길드를 칠래?”

악마 그 자체!

태현이 갑자기 나와서 서로 뭉친 거였지, 원래 여기 길드들은 다 경쟁자였다.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거기에다가 경쟁자인 쑤닝 길드까지 타격을 입는다면 일석이조!

“쑤닝 길드를 친다!”

“너하고 함께 하겠어!”

크라잉 해머 길마까지 나서자 쑤닝은 경악했다.

이렇게 되면 쑤닝의 편은 아무도 없게 되는 상황!

“너, 너희들…… 후회할 거다! 절대로 후회할 거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쑤닝. 우리가 언제부터 친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맞아. 그리고 솔직히 김태현이 너보다 훨씬 더 믿을 만한 놈이지. 넌 투기장에 독을 풀었잖아.”

옆에서 듣던 케인이 켁켁 대며 기침을 했다.

‘뭐? 김태현이 쑤닝보다 더 믿을 만한 놈이라고? 정신 나간 거 아냐? 내가 자폭한 건 보지도 못했냐!?’

방송 때문에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

길드를 이끌고 온갖 거친 짓은 다 한 쑤닝보다 태현의 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실을 아는 케인에게는 기가 막힌 말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

쑤닝은 벌컥 화를 낸 다음 먼저 떠나버렸다. 크라잉 해머,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태현을 보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쑤닝 길드 치는 거 맞지?”

“물론이지. 가서 치라고. 길드원들도 시켜.”

“길드원들도 시키라고?”

“당연하지. 쑤닝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길드원들 불러서 선공부터 할걸. 가만히 있다가는 너희 길드원들 영문도 모르고 당한다.”

“그, 그렇군! 지금 당장 불러야겠어!”

허겁지겁 움직이는 길마들을 보며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그를 노려보던 길드들은 공중분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쿡쿡-

“……?”

이다비가 태현을 살며시 찌르고 있었다.

“……우리 친구죠?”

“뭐? 그랬었나?”

“…….”

* * *

“진짜 파워 워리어는 안 건드리는 거죠? 그렇죠?”

“계속 그렇게 옆에서 떠들어대면 파워 워리어부터 먼저 친다. 거기 너, 날개 달린 놈. 나 데리고 탈 수 있나?”

“물론입니다. 백작님.”

날개 달린 악마는 태현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아키서스 믿는 것보다 더 푸짐하게 베풀어주는 것 같은 에다오르!

‘이런 부하들을 빌려주다니. 친절한 놈!’

태현은 날개 달린 악마를 붙잡고 그 위에 탔다. 케인, 양성규도 따라서 날개 달린 악마 위에 탔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파워 워리어 길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

파워 워리어는 숫자만 많지 정작 강한 플레이어는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신경 써야 하는 건 쑤닝이나 크라잉 해머 같은 길드들이었다. 그런 길드들은 강한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탄탄한 길드들이었다.

그리고 태현은 투기장 때문에 그들과 원수를 진 상황!

지금이야 혓바닥으로 서로 싸우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에다오르 퀘스트가 끝나고 나면 저 길드들은 다시 태현을 적대할 것이다.

원래 아이템을 뺏어간 원한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그냥 다 같이 박살 내는 게 편하겠군.’

태현은 슬슬 그의 적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태현의 적과 판타지 온라인 1을 했던 잠재적인 적까지 합한다면 그야말로 줄을 세워도 될 수준.

이제 적은 그만 만들고 즉시 박살을 내자!

태현은 에다오르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그와 적대한 길드들을 박살 내고, 기회를 봐서 에다오르를 배신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가진 태현은 에다오르와 끝까지 갈 수 없었으니까.

‘문제는 에다오르를 잡느냐, 그냥 도망치느냐인데…….’

사실 이미 상자를 챙긴 이상 도망쳐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여는 건 무리일 거 같고.’

주변에 에다오르가 부리는 악마들이 많은데 상자를 열어서 권능이라도 흡수했다가는 괜히 들킬 수 있었다.

“태현아. 에다오르가 뭘 하려는 거 같냐?”

“악마가 하려는 거야 뻔하죠. 사람 많은 도시에 나와서 감정 흡수하고 자기 군대 불러서 쓸어버리는 거.”

가끔씩 마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악마들. 하나하나가 보스 몬스터 급의 강력함에 대규모 퀘스트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었다.

판타지 온라인 1 때부터 잔뼈가 굵은 태현은 이런 악마들에게도 익숙했다.

‘총독으로 위장하고 투기장을 연 건 사람들 모아서 감정 흡수하고 부하들 만들 생각이었던 거 같군.’

사람들이 뿜어내는 감정들을 흡수하고, 거기에 투기장 결승전까지 올라올 정도의 강한 플레이어들을 부하로 만들 수 있는 기회까지.

에다오르는 아주 남는 장사를 한 셈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주변을 휩쓸면서 점점 더 강력해질 게 분명.

원래 이런 보스 몬스터는 초반 대응이 가장 중요했다. 마르덴 후작을 태현이 빠르게 처리한 덕분에 그 주변 지역이 멀쩡하게 끝난 것처럼.

만약 태현이 아니었다면 최소한 그 주변 도시나 성 몇 개는 마르덴 후작한테 박살이 났을 것이다. 거기 있던 플레이어들도 당연히 휩쓸렸을 것이고.

이번 에다오르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지만…….

“가자! 에다오르 님을 위해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을 가지러!”

-크와아아앙!

태현은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에다오르에게 악마를 빌려 다른 플레이어들을 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거 쑤닝 길드원이다!”

“좋아. 가자!”

조금 덩치 큰 길드는 길드 전용 장비나 표식 같은 것을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쑤닝 길드도 그랬다.

덕분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황!

“뭐야?!”

“이것들 왜 이래?!”

[에다오르의 이름으로 살아 있는 생명을 쓰러뜨렸습니다. 에다오르 군세 내의 공적치가 오릅니다.]

[에다오르가 기뻐합니다.]

콰콰쾅!

굉음과 함께 에다오르의 악마들이 쑤닝 길드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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