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89화
[에다오르의 명령을 듣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반항을 할 때 주의하십시오.]
에다오르의 군세에 강제로 끌려간 플레이어들에게 메시지창이 떴다.
모두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한마디로 술 한 잔 마셨다가 사기 계약에 강제로 당한 상황. 게다가 지금 당장은 피할 방법도 없었다.
“에다오르 만세! 에다오르 만세!”
“크하하핫. 더 떠들어 보거라, 인간이여!”
[에다오르가 당신을 가상하게 여깁니다.]
이다비가 양손을 번쩍 들며 에다오르를 찬양하자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저게 뭐하는 짓?
그렇지만 태현은 감탄했다.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 가장 빨리 머리가 돌아간 것이다.
일단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옳은 방법!
악마의 군세에 들어갔다고 해서 당황해서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냥 술을 마실 거 그랬나?’
태현은 살짝 부러운 마음을 느꼈다. 악마의 군세에 들어가서 퀘스트라니.
분명 속 시원하게 도시를 파괴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는 퀘스트가 나올 게 분명했다.
싫어하는 놈도 패고 악마한테 보상도 받고, 태현한테는 안성맞춤인 퀘스트!
-주인이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나도 들어갈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인가! 화신이 어떻게 악마의 군세에 들어가나!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고. 악마라도 조건이 괜찮으면 들어갈 수도 있지. 잠깐.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주인이여! 주인이여!
에다오르는 발을 구르더니 크게 외쳤다.
“이 투기장에 끓어 넘치는 감정! 내게는 진미와도 같도다! 내 노예들아, 살아있는 놈들의 목숨을 갖고 와라! 놈들의 고통을 갖고 와라!”
<살아 있는 것들을 공격하라–악마의 군세 퀘스트>
에다오르는 당신에게 살아 있는 것들의 목숨을 가져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의 목숨을 가져오십시오.
많이 가져올수록 에다오르가 기뻐합니다.
보상:?
‘정말 부러운데?’
태현이 부러워하는 사이 이다비는 가장 먼저 움직였다.
“에다오르 님! 저한테 부하를 주시면 살아있는 놈들의 목숨을 당장 가지고 올게요!”
“크하핫. 좋다! 김태현 백작. 그대 생각은 어떤가?”
태현은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에다오르는 그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다오르가 태현에게 말을 걸자 모두의 시선이 태현에게 모였다.
지금 투기장에 있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도망가고, 남은 것들은 결승전에 참가했다가 졸지에 술 먹고 에다오르의 군세로 참가하게 된 플레이어들뿐.
그리고 결승전에 참가했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태현한테 당한 게 있었다.
쏟아지는 원한 섞인 눈빛!
‘저 자식부터 죽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저놈 죽이면 에다오르가 뭐라고 하려나? 에다오르가 저놈 좋아하는 거 같았으니…….’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태현과 케인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을.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럽게 강해 보이는 에다오르와 투기장 가운데에서 마계의 문을 열고 나오는 악마 부하들. 그리고 그를 노려보는 다른 플레이어들까지.
지금 필요한 건?
“에다오르 님 충성충성충성!”
“크핫핫! 좋다. 김태현 백작. 하찮은 인간 중에서는 그대가 그나마 낫구나!”
[에다오르를 속이고 그의 군세에 들어갑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에다오르는 절대적인 충성심을 중요시하는 악마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발각될 경우 에다오르가 분노할 것입니다.]
[에다오르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악마와도 친목질을 하는 태현!
옆에서 케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도망가야 할 상황에 지금 뭐하는 거란 말인가?
-야, 안 튀냐? 우린 술도 안 마셨잖아.
-지금 튀면 난 몰라도 넌 확실히 죽을 텐데. 너 지금 너 노려보는 놈들 안 보이냐?
태현이야 미친 회피력을 갖고 있었지만 케인은 아니었다.
도망치는 순간 쏟아질 집중공격!
게다가 이다비도 있었다. 투기장 결승전에서 이상한 스킬로 태현의 발목을 잡은 그녀.
태현도 재수 없으면 그냥 훅 갈 수 있었다.
‘그렇구나!’
케인은 그제야 태현이 뭘 노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지금 가장 안전한 건 에다오르의 부하인 척하는 것! 에다오르는 이상할 정도로 태현을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이다비는 경쟁자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벌써부터 에다오르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태현은 가장 큰 경쟁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투기장에서 했던 것처럼은 안 될 거거든요?”
“하하.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우리 친구잖아? 친구.”
“친구는 무슨! 친구는 뒤통수를 치지 않거든요!?”
“너도 끝까지 갔으면 날 공격했을 거면서.”
“…….”
이다비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건 그랬으니까.
“그리고 나랑 친하게 지내는 게 좋을 텐데.”
“……?”
“쟤네들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
태현은 손가락을 들어 뒤를 가리켰다.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쑤닝, 성기사 이즈 킹, 크라잉 해머 길마들!
투기장 결승전에서 태현과 같이 깽판을 쳤기에 이다비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행동할래? 뒤통수가 좀 많이 따가울 거 같은데.”
“……아뇨! 친구잖아요! 같이 행동하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친구!”
“아하하. 친구! 친구예요!”
이다비와 태현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 * *
“태현아.”
“아. 아저씨.”
“……나한테 뭐 할 말 없니?”
양성규는 태현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다음부터는 좀 더 빨리 행동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이 녀석이 말이나 못 하면……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양성규는 뻔뻔한 태현의 얼굴을 보고 따지는 것을 포기했다.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달고 다니는 녀석이라 이런 걸로는 흠집도 가지 않을 터.
“에다오르가 하라는 대로 해야죠. 안 하면 페널티 있잖아요?”
“끄응…… 그 술이 그런 아이템인 줄은 몰랐는데…….”
“쯧쯧. 아주머니께서 술 끊으라고 하셨을 때 끊으셨어야죠. 술 진작 끊었으면 이런 꼴 안 당했잖습니까.”
“그거랑 이거랑 같냐? 잠깐. 잠깐만.”
양성규는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퍼뜩 당황했다. 그리고 태현의 어깨를 잡고 속삭였다.
“너 이 녀석 술 안 마셨잖아!”
“이런. 기억력도 좋으셔라.”
양성규는 태현이 술을 안 마시고 가방에 몰래 집어넣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뭔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거였구나!
“너, 무슨 생각을 하고 여기 있는 거냐?”
“다짜고짜 튀는 것보단 여기 있는 게 더 이득이니까 여기 있죠.”
“……!”
양성규는 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확실히, 태현은 지금 도망갈 이유가 없었다.
에다오르도 태현을 좋아하는 데다가 그의 술도 안 마셨으니 나중에 명령을 어겨도 페널티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에다오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퀘스트를 가장 먼저 파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뭐겠는가.
에다오르의 군세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놈을 확 고발해 버려?’
양성규는 아직 투기장에서 태현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맞은 것 자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원래 그건 서로 하려고 했었으니까. 양성규가 기분이 나쁜 건 태현이 선수를 쳤다는 사실 때문!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아저씨. 혹시 에다오르한테 가서 고발이라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뭐? 아니야.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는 거니, 이 녀석!”
“하하. 그렇죠? 물론 에다오르한테 가서 말했을 때 에다오르가 누구 말을 들을지 미리 생각을 좀 하셨으면 하네요.”
“…….”
대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협박이었다. 에다오르는 태현과 친해 보였으니, 양성규가 가서 말한다고 하더라도 잘못하면 역으로 당했다.
‘저 녀석은 에다오르 같은 악마하고 어떻게 저렇게 친해진 거야? 성격이 잘 맞아서 그런 건가?’
사실 그게 정답이었다.
* * *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뭐…… 에다오르가 시키는 대로 좀 따라주다가…….”
뒷말은 하지 않아도 됐다.
“뒤통수를 치겠다 이거지?”
“하하. 꼭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그보다 저야 쳐도 되지만 아저씨나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술의 페널티가 어떻게 작용될지 알 수 없었다. 양성규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야…….”
“일단 사람이나 죽이러 가죠.”
마치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는 것 같은 태현!
“……어쩐지 기뻐 보인다?”
“하하.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요.”
“그보다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너무 위험하지 않냐? NPC 다 죽이고 나면 뒷감당하기가 힘들 텐데.”
“전 이 도시가 근거지도 아니고, NPC 죽일 생각도 없는데요.”
“그러면?”
“플레이어 죽이면 되죠.”
“야 이 녀석아! 더 감당이 안 되잖아!”
“왜 안 된다고 생각하시죠? 이 도시 주변에 지금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야 그렇긴 한데…… 멋대로 죽였다가는…….”
NPC야 죽이면 끝이지만, 플레이어는 죽여도 끝이 아니었다. 당연히 보복하러 올 것이다.
“뭐, 죽여도 되는 놈들만 죽이면 되니까요.”
“죽여도 되는 놈들이 있어?”
“보시면 압니다.”
태현은 에다오르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뭔가 장황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껄껄 웃는 에다오르!
다른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러는 거지?
“좋다, 김태현 백작. 내 악마들을 부릴 수 있게 해주지! 살아 있는 목숨을 그만큼 수거해라.”
“하하, 에다오르 님! 충성충성충성!”
“?!”
마계의 문을 열고 나온 악마 중 일부가 태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에다오르의 군세 중 일부를 지휘할 수 있습니다.]
[중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지휘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지휘 가능한 부하들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하급 뿔 악마, 하급 대형 악마, 하급 날개 악마, 하급 흑마법사 마족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중급 악마 전사를 부릴 수 있지만, 지휘할 경우에는 지휘 가능한 숫자가 줄어듭니다.]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저놈은 뭘 했다고 벌써 에다오르한테 부하까지 받냐?!’
이상할 정도로 친한 태현과 에다오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괴현상이었다.
그러나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태현은 다른 플레이어들 앞에 당당하게 걸어갔다.
태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길마들은 당연히 태현을 노려보았다. ‘네가 여기에 오다니 죽고 싶은 거냐’하는 눈빛!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금 위대한 에다오르 님께서 살아있는 하찮은 것들의 목숨을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리셨다.”
“…….”
“어쩌라고? 누가 물어봤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성기사이즈킹>의 길마! 그는 태현에게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군.”
“……?”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내가 싫은 것 같으니, 첫 번째 목표는 <성기사이즈킹> 길드다! 악마들! 전투 준비!”
“?!?!?!!”
<성기사이즈킹> 길마는 태현의 말을 듣고 대경실색했다.
“야, 잠, 잠깐만! 내 말이 그런 게 아니라!”
“성기사들이라니 악마들이 엄청 좋아하겠군. 그렇지 않냐?”
-예, 태현 님!
악마들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벌써부터 죽이 맞는 그들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좀!”
“듣고 있다.”
태현은 거만하게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