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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5화 (185/1,826)

§ 나는 될놈이다 185화

‘별생각 없이 한 말인데…….’

케인은 일단 무기를 들었다. 그 순간 드는 생각!

‘지금 강해 보이면 안 좋지 않을까?’

이 앞에 두 멍청이 말고도 17명이나 더 있었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바로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케인은 바로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태현에게 겪은 시련이 그를 성장시켰다!

“으아아악! 살려줘!”

“?!”

주변을 지켜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케인이 그냥 도망치자 살짝 놀랐다.

‘레벨이 높은 게 아니었나?’

‘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먼저 공격을 받기 시작한 건 케인을 쫓아다니던 둘이었다.

콰콰쾅!

마법사 한 명이 공격을 시작하자 다른 플레이어들도 따라서 공격을 퍼부었다.

한 번 몰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게 투기장!

“잠, 잠깐…… 컥!”

“안 돼!”

둘 다 깔끔하게 로그아웃. 케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음은 누구일까?

“마법사 조지죠.”

“역시 마법사죠!”

“야 이 치사한…… 으아악!”

언제나 마법사들은 견제의 대상!

시간을 많이 주면 마법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몰랐으니 더더욱 위험했다.

마법사 플레이어는 급하게 대항했지만 다들 몰려들어서 치고받으니 어떻게 버틸 수가 없었다.

다음 싸움에도, 그다음 싸움에도 케인은 의외로 정치질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처음 싸울 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던 게 의외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했다.

-저건 그냥 내버려 뒀다가 나중에 처리해도 되겠네.

* * *

어느새 남은 건 다섯 명. 케인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 셋은 왜 서로 쳐다도 안 보지?’

이쯤 되면 다들 서로 쳐다보면서 누굴 먼저 공격할지 눈치를 굴려야 하는데…….

세 명은 케인과 남은 한 명만 쳐다보았다.

“저 성기사 공격하자!”

“……!”

지목을 당한 건 케인 옆에 있던 한 명. 케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저 셋도 한 팀이었군!’

“좋아! 성기사는 빨리 죽여야지!”

셋은 케인의 반응을 보고 씩 웃었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지금 간…… 커헉!”

“?!”

셋은 마음 놓고 성기사 플레이어한테 접근하다가 케인한테 강하게 뒤를 공격당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격!

“뭐, 뭐하는 짓이야? 성기사 공격하자고 했잖아!”

“왜 당황하냐? 너 공격한 것도 아니고 저놈 공격했는데.”

“그, 그건…… 어쨌든 성기사 공격하기로 했는데 왜 이러는 건데?!”

“그야 너희 셋이 한 팀 같으니까. 같은 길드 같단 말이야. 아니냐?”

“…….”

셋은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미 그들을 제외하고는 두 명 남은 상황.

정체를 드러내도 별문제 없었다.

“그래. 같은 길드다, 이 멍청한 자식들아!”

셋은 성기사 플레이어가 아닌 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알아챌 거면 진작 알아챘어야지, 지금 알아채서 뭐하려고? 레벨도 별로 안 높은 놈…… 으헉?!”

케인은 달려드는 놈을 그대로 대검으로 후려친 다음 옆의 놈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연속 스킬 콤보!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그제야 플레이어들은 깨달았다.

이 자식 약한 척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치사한 자식!?”

“치사한 건 이제 나한테 칭찬이다!”

치사하면 뭐 어떠냐, 이기면 그만이지! 케인은 성장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셋을 몰아붙였다. 공격을 받을 뻔한 성기사도 끼어들어서 케인을 도왔다.

“아, 안 돼!”

한 명이 로그아웃되고,

-울부짖는 붉은 파동!

콰콰쾅!

두 명이 로그아웃 당했다. 남은 건 하나! 그러자 케인은 바로 몸을 돌려 성기사를 후려쳤다.

“?!?!”

갑자기 공격을 당한 성기사는 당황해서 케인을 쳐다보았다.

“야! 제대로 맞춰! 내가 아니라 저쪽이야!”

“너 공격하는 거 맞다 이 자식아!”

케인은 성기사를 재빨리 몰아붙였다. 다른 한 명은 이미 많이 두들겨 맞아서 HP가 많이 빠진 상태. 어차피 저놈이 죽으면 이 성기사와 싸워야 했다.

게다가 성기사라면…….

“너 <성기사이즈킹> 길드 소속 아니냐?”

“<성기사 이즈 킹>이다! 헉!”

무심코 반박한 성기사는 깜짝 놀라 입을 가렸다. 하도 잘못 부르는 놈이 많다 보니 자동적으로 나온 반응!

“그래! 거기 길드면 죽어야지!”

콰콰쾅!

* * *

파란만장한 케인과 달리, 태현은 손쉽게 예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태현을 견제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케인과 달리 평범하게 위장한 태현은 정말로 무해해 보였다.

태현은 다른 사람들끼리 싸우는 걸 기다리다가 세 명이 남았을 때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척하면서 그냥 끝내버렸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뭐, 뭐야?!”

당한 플레이어들은 뭐에 당한 건지도 모르고 허무하게 로그아웃!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투기장에 몰려온 사람 중 눈에 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태현은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태현이 오기 전부터 아발랍 시에서 움직이고 있던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투기장의 우승을 진지하게 노리는 고렙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플레이어들이 다 있다 보니 태현은 관심도 받지 못했다.

생각보다 가면과 장비 위장의 효과가 훨씬 컸던 것!

‘케인을 도중에 써먹으려고 했는데, 그냥 결승전까지 가도 될 거 같다?’

한 판 정도 치르고 나면 정체가 들통 날 줄 알았는데, 관심을 못 받은 덕분에 매우 쉽게 진행이 가능했다.

* * *

“크흐흐…… 하찮은 놈들이 하찮게 싸우는 모습이 아주 좋구나!”

아발랍 총독은 투기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부하들은 총독이 악마라는 것도 모르고 고개를 굽신거리며 말했다.

“주인님의 혜안 덕분입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됐다. 너희 같은 놈들의 말을 들어봤자 기쁘지도 않으니.”

“주인님, 1차전이 끝났습니다. 인원이 맞지 않아 한 번 더 걸러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해라. 왜 물어보는 거냐?”

“어떤 식으로 걸러낼까요?”

“음…… 귀찮군. 20명만 남기면 되는 거겠지? 20명이 남을 때까지 1:1로 붙이든 2:2로 붙이든 알아서 해라. 아, 그리고 이렇게 생긴 귀족 놈은 그냥 올려보내라.”

“중요한 사람입니까?”

“중요한 놈은 아니고, 어차피 죽을 놈이지만 하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하찮은 놈들을 다루는 법을 아는 놈이거든!”

악마에게도 호감을 사는 태현!

덕분에 1차전이 끝나고 최종 20명을 정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태현과 케인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세워놓은 계획이 전부 망가지는 일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1:1?! 그리고 저 사람들은 왜 2:2로 합니까?”

“하기 싫으면 나가셔도 됩니다. 입장료 돌려드리겠습니다.”

“……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참가했다. 1:1, 2:2, 그중 가장 압권은 동전 던지기였다.

“이게 뭐야?!”

심지어 동전이 다섯 번 연속으로 뒷면만 나왔다. 힘들게 싸워서 올라온 플레이어는 울상을 지었다.

기껏 <레스토랑> 길드가 뿌린 독 요리를 친절한 요리사가 준 요리로 해독하고 올라왔는데…….

그는 상상치도 못했다. 친절한 요리사가 준 요리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는!

* * *

-야. 우리는 왜 아무도 안 부르는 거냐?

-몇 명은 그냥 결승으로 올라가는 모양인데. 역시 총독이랑 친목질을 하길 잘했군.

-총독이 악마라고 하지 않았냐?

-그랬지.

-…….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악마와 친해지다니 정말 김태현답군!’

-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지?

-?!

-앞으로 할 일 많을 테니 봐준다. 결승에서 잘하라고.

-에이 씨…… 초반에 견제당할 텐데 무슨…….

-아닐걸. 원래 너한테 그런 장비를 입힌 건 결승이 아니라 그 전에 쓰려고 한 거였거든.

-?

-결승에서는 그런 장비 입고 있어도 견제할 놈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네가 먼저 견제당하지는 않을 거다.

이 많은 놈 중에서 걸러내고 걸러냈는데도 20명 안에 뽑혔다는 것 자체가 강하다는 걸 증명했다.

태현은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했다.

‘길드가 많이 참가하긴 했어도 이렇게 운으로 갈라놓으면 다 올라오진 못했을 텐데. 누가 올라왔으려나…… 오히려 혼자 돌아다니는 플레이어가 더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는데.’

결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성기사이즈킹>의 길마, <쑤닝>의 길마, <크라잉 해머>의 길마, 거기에 이상하게 차려입은 오크(태현은 바로 양성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 위의 플레이어들은 워낙 아발랍 시에서 얼굴이 알려져서 바로 결승에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정체를 모르는 플레이어들이 더 많았다.

태현은 결승전에 올라온 정체를 모르는 플레이어 중에서 최소 몇 명은 저 위의 길드원이라고 예상했다.

‘방심할 수가 없겠는데.’

아차 하는 순간 몰려서 그대로 박살 날 수 있었다. 예선과 달리 결승에 올라올 정도라면 최소 고렙 이상이었다.

어떤 스킬이든, 직업이든 간에 숨겨진 능력 한 가지 정도는 갖고 있을 것!

“이 자리까지 올라온 모험가들이여!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부디 끝까지 승리하여 가장 강하다는 걸 증명하라!”

총독의 말과 함께 병사들이 쟁반에 잔을 올려서 갖고 나왔다.

“……?”

“??”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뭐냐는 듯이 쳐다보자 병사들이 공손하게 말했다.

“총독님께서 내리신 잔입니다. 영광으로 알고 받으십시오.”

“…….”

물론 평범하게 잔에 담긴 술이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평범하게 마실 수가 없었다.

투기장이 시작되기 전 나왔던 수많은 음모가 아직 기억에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총독이 술에 독을 타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혹시…… 괜히 마시고 싶지는 않은데…….’

<쑤닝> 길마는 아예 <레스토랑> 길드원 한 명을 불러서 술을 확인시키고 있었다.

아발랍 총독이 내린 술:

아발랍 시의 총독이 투기장의 끝까지 올라온 모험가들을 칭찬하기 위해 따라준 술이다. 마시지 않을 경우 총독이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마실 시 명성 50 상승.

“평범한 술입니다.”

“그래?”

다들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두 명씩 들이키기 시작했다. 확인도 했고 다들 마시는 데다가 총독이 직접 내린 술이니, ‘설마 다른 플레이어가 수작을 부리지는 못했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맹렬하게 울리는 직감!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태현은 알았다. 아발랍 총독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악마가 준 술을 마셔야 해?’

놀랍게도 태현의 요리 스킬로도 술에 숨겨진 옵션은 볼 수 없었다. 정말로 멀쩡한 술이거나, 아니면 무언가 태현의 스킬 레벨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담겨 있는 게 분명했다.

알아내는 방법은 하나.

-신의 예지.

그 순간 하얀색으로 미친 듯이 반짝이는 술! 술잔 위에 전등이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눈부셨다.

“…….”

아무런 옵션이 보이지 않아도 이런 걸 마실 수는 없었다. 태현은 케인한테 귓속말을 보냈다.

-술 마시지 마라.

-뭐? 안 마실 경우 총독이 불쾌하게 여긴다는데?

-하긴. 그렇긴 하네.

-?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술잔 좀 치워야겠다.

-……?

-일단 술잔을 바닥에 던져.

-왜?

-나 못 믿냐? 일단 하라는 대로 해.

쨍그랑! 케인은 술잔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라.

“여기 있는 놈들 다 허접 같아 보이는데! 나 혼자서도 다 쓸어버릴 수 있겠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시선들! ‘네가 뭐하는 놈인데 어디서 건방지게 그딴 말을 하냐’는 눈빛들이었다.

‘하, 하하…….’

케인은 체념했다. 아마 결승에서는 시작하자마자 탈락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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