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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4화 (184/1,826)

§ 나는 될놈이다 184화

그러는 사이 태현은 흐뭇하게 일어난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완전 난장판!

태현이 일으킨 소란은 순식간에 커다란 바람이 되어 사람들 사이를 뒤집어 놓고 있었다.

[많은 사람 사이를 뚫고 은신하는 데 성공합니다.]

[은신 스킬이 오릅니다.]

초급 은신 스킬도 이제 레벨 9. 1만 올리면 중급 은신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신의 예지와 행운으로 인해 원래라면 실패할 난이도인데도 성공이 가능!

덕분에 스킬 성장 속도가 몇 배는 빨랐다. 태현은 레스토랑 길드원들의 솥에 성공적으로 독을 뿌렸다.

일단 독을 넣는 데 성공했다면 그 뒤부터는 간단.

다른 요리사들이 바람을 잡기 시작하자 플레이어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여기 독 있는 거 맞아?”

“야. 너 요리 스킬 있었지? 이거 확인 좀 해봐.”

“독 있어! 이 미친 자식들! 진짜로 독을 넣었어!”

요리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외치기 시작하자, 독을 넣었다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 자식들이…….”

“그러고 보니 레스토랑 길드는 예전부터 나쁜 짓 많이 하지 않았냐? 이거 완전 나쁜 놈들이네! 분명 다른 놈들한테 돈을 받고 이러는 거겠지!”

태현은 천연덕스럽게 다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섞여 크게 외쳤다.

플레이어들은 그것도 모르고 분노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이 치사한 놈들!”

“레스토랑 길드 너희 죽고 싶냐?!”

“붙잡아! 못 도망치게 해!”

* * *

“어떻게 된 거야?! 절대로 안 들킨다며!”

“들, 들킬 리가 없는데…….”

레스토랑 길마 차오는 길드원 우탄에게 화를 냈다. 우탄은 레스토랑 길드에서 나름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독 요리 전문가!

다른 요리사들이 더 맛있는 요리,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리를 찾아 스킬을 배우고 레벨을 올릴 때 우탄은 더 강력한 독과 더 교묘한 독을 만드는 스킬을 배웠다.

차오는 우탄의 능력이 매우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요리사가 꼭 요리만 해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사람들이 가장 방심할 때가 바로 밥을 먹을 때!

실제로 이번 계획에서 우탄은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많은 플레이어가 신나서 요리를 먹는 동안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

우탄이 가진 독 요리 스킬들 덕분! 먹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스킬까지 있으니 요리사들도 다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야?”

차오는 짜증을 내며 솥에 다가가서 요리를 확인했다. 분명 어지간하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손을 써놨는데…….

“?!?!”

차오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대체 뭔?

“이 독 네가 넣었냐?”

“안 넣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조잡한 독이 들어가 있어? 이거 어떤 놈이 넣었어? 개나 소나 다 알겠다!”

물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태현이 넣었으니까!

차오는 욕설과 함께 침을 뱉었다.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된 이상 수습은 힘들었다.

“저희가 독 넣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럼 이 독은 누가 넣었는데!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너희 돈 받았다며? 돈 받았지?”

솥 주변에서는 레스토랑 길드원들이 플레이어들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길드원 중에 배신한 놈이 있나?’

차오는 설마 어떤 미친놈이 몰래 그들의 솥에 독을 넣고 이 소란을 일으켰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길드원 중 배신자가 있다는 게 더 그럴듯한 추측!

“어쩔 수 없다. 치우고 튀자!”

“네!”

이미 <쑤닝> 길드와 약속한 만큼 요리를 뿌린 상태였다. 여기서 더 있다가는 분노한 플레이어들한테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하필 이 아발랍 시는 총독이 모험가들끼리 PK를 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곳!

* * *

“해독되는 요리 팝니다! 원가만 받아요!”

“정말 원가예요?”

플레이어 한 명이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태현의 연기는 눈빛으로 뚫어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태현은 요리를 늘어놓은 탁자를 쾅 하고 치며 말했다.

“정말 원가입니다! 레스토랑 길드 그 인간들이 해놓은 짓을 보세요. 같은 요리사로서 부끄러워서……! 제가 그래도 해독제 관련 제작 스킬 꽤 됩니다. 드시고 가세요! 해독 요리!”

태현의 모습에서는 진지하게 요리사 직업을 고른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넘쳐흘렀다.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어본 플레이어도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괜히 의심해서. 레스토랑 길드 요리사들이 이상한 짓을 해서…….”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놈들이 나쁜 놈들이죠!”

우르르-

사람들이 몰리자 태현은 재빠르게 요리를 팔았다. 그러는 사이 귓속말이 왔다.

-야. 나도…….

-?

-나도 요리 먹었어…….

케인의 귓속말이었다. 앞을 보니 줄을 선 사람들 뒤에 아주 눈에 띄는 갑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케인이었다.

-투기장 뛰기 전에 해독해야 하니까 빨리! 빨리 줘!

-안 돼. 줄에서 나가.

-야. 너무한 거 아냐?!

케인은 울컥해서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까지 태현 밑에서 구르고 굴렀는데 해독제 하나 주기 싫어서 이러다니.

-이거 해독 요리 아니야.

-……?

-다른 독 요리지.

-……!

케인은 경악했다. 설마…….

‘이런 미친놈!’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6명에게 성공적으로 독을 먹였습니다. 독 제작 스킬이 오릅니다.]

[13명에게 추가적으로 독을 먹이는 데 성공합니다. 독 제작 스킬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태현이 바빠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자선 사업을 할 리 없었다. 이러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요리 스킬, 특히 독 스킬을 올리기 딱 좋은 상황이야.’

사고는 레스토랑 길드가 다 치고 갔으니 여기서 태현이 독 좀 더 먹인다고 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길 리 없었다.

먹은 사람들이 나중에 독에 걸린 걸 알아도 레스토랑 길드 탓을 할 테니까!

케인의 입이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질 수준으로 열렸다.

‘내가 진짜 살다 살다 이런 놈은…….’

-뭐하냐? 줄에서 빠지라니까.

-어…….

* * *

“이거 먹어보고 해독되었다는 메시지 뜨나 봐봐.”

“안 뜨는데?”

“이게 아닌가? 이거 먹어봐.”

“……빙결 데미지가 뜨는데?”

“이것도 아니었군. 그럼 이걸 먹어봐.”

“너 이 자식 일부러 이러는 거지?”

“뭐? 지금 널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나한테 그게 할 소리냐?”

태현이 목소리를 깔자 케인은 깨갱거리며 꼬리를 내렸다.

“아, 아니…… 자꾸 틀리니까…….”

“레스토랑 길드 요리사들이 그냥 요리사냐? 레벨 높은 놈들이잖아. 한 번에 독을 해독하기 힘드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

케인은 조용히 쭈그러들었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아주 알뜰살뜰하게 끝까지 스킬 레벨을 올렸다.

“좋아. 다 됐다. 들어가자고!”

“와아아아!!!”

“이다비다!”

사람들의 함성. 태현은 그걸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명한 플레이어인가? 랭커 같은?”

“아니…… 이다비는…….”

“……?”

“꽤 유명한 플레이어긴 하지. 파워 워리어 길마잖아.”

“?!”

들어보니 함성이 좋은 의미의 함성이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 죽어라!

-이다비 죽어라!

-광고 좀 그만 달아!! 짜증 나 죽겠어!

그러나 이다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태현은 그녀를 보고 깨달았다.

이 여자도 태현 못지않게 얼굴 가죽이 두껍다는 것을!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파워 워리어 길드에 들어오세요!”

“아놔. 안 들어간다고!”

“꼭 그렇게 더티하게 길드 광고를 해야겠어?!”

“지금 들어오시면 잘 만들어진 롱소드와 골드를…….”

“닥쳐! 좀!”

호응과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다비라는 플레이어가 하도 온갖 곳에 광고를 하고 다녀서 그런지 야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의외로 호응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아니었다.

하도 꾸준하게 광고를 하다 보니 그 광고에 중독되어 버린 사람들!

“최강 길드 <파워 워리어>! 가입 시 롱소드 증정!”

“<파워 워리어>에 가입해라! 두 번 가입해라!”

웃기는 건 이들이 길드원들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다비는 반응을 즐기듯이 손을 흔들며 투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투기장 경기장에는 고요함이 맴돌았다.

‘20명? 생각보다 많군.’

각 입구에 나 있는 문으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서로를 확인했다.

원형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기둥과 곳곳에 있는 바위들. 이런 지형을 빨리 파악하는 게 PK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면…… 모험가들이여! 싸움을 시작하도록!”

뿌우우-

나팔 소리가 울렸지만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먼저 공격해야 할까?

이런 식의 투기장에서는 한 번 물리면 끝까지 두들겨 맞게 되어 있었다.

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불리한 건 그였다. 겉모습이 너무 눈에 띄었던 것이다.

‘나 레벨 높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겉모습!

“여러분. 저 사람 공격하죠.”

“……!”

아니나 다를까, 케인을 가리키는 사람이 나왔다. 사냥꾼처럼 생긴 플레이어가 케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딱 봐도 고렙 플레이어 같은데 지금 잡아야 해요. 나중 가면 혼자 깽판을 칠 걸요.”

“맞는 말 같은데? 장비 봐. 진짜 세 보이네.”

‘이 자식……!’

케인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포위되는 걸 각오하고 싸워야 하나?

투기장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워낙 많아 예선으로 갈라지고 갈라진 상태.

결정적인 순간에 케인을 써먹기 위해, 태현은 예선에서 굳이 케인과 같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즉 여기서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생각해라. 생각!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의 케인이었다면 포기하고 먼저 달려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질 거라면 몇 놈은 박살 내고 가겠다!

그러나 케인은 예전과 달랐다.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태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군가 너를 엿 먹이려 한다면 두 배로 엿을 먹여줘라.

케인은 칼자루에서 손을 놓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내 장비가 이런 건 겉모습만 그런 거야. 다른 장비 쓸만한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그리고 내가 고렙 플레이어라니. 나 같은 플레이어 본 적 있는 사람 있냐? 이런 장비 끼고 다니는 사람 본 적 있냐고.”

케인이 입은 장비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고렙이면서 거짓말하지 마! 여러분! 지금 공격받기 싫어서 지어내는 거예요!”

“웃기시네.”

케인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태연하게 굴었지만, 이럴 때 변명만 하는 건 최악의 방법이었다.

공격을 해야 했다!

“지금 시작하자마자 나서서 둘이 날 몰았거든? 뭔가 수상하지 않냐? 너희 둘이 친구지?”

“?!”

“보니까 딱 각이 나오네. 이렇게 한 명씩 몰아서 밟은 다음 적당한 때에 나와서 둘이 이기려고 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경기장 들어오기 전에 너희들 이야기하는 거 봤거든. 아주 친해 보였는데 역시나 같은 팀이었군!”

케인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거짓말을 할 때는 일단 우겨야지. 괜히 멈추거나 하지 말고. 들키면 어떡하냐고? 그건 그때 생각하는 거고.

귓속에서 들리는 것 같은 태현의 목소리!

“이, 이런…….”

“어쩔 수 없어! 공격해!”

“?!”

‘진짜 팀이었냐?!’

둘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자 케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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