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82화
“아저씨?”
아버지 김태산의 절친한 친구이자, 체육관 관장으로 태현의 격투기 솜씨를 갈고닦아준 사람.
양성규를 매우 닮은 오크가 지나가고 있었다.
흠칫!
태현은 ‘아저씨’란 말을 들은 오크의 어깨가 흠칫하는 걸 분명히 보았다.
“아저씨라니. 그게 누구죠?”
“성규 아저씨, 이러지 맙시다. 어깨 올라가는 거 봤거든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날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당황해서 그렇…….”
스르릉!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롱소드를 뽑았다. 양성규는 그걸 보고 질색을 했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진짜 성격 하나는 똑같다니까!’
말 안 통하면 바로 주먹부터 나가는 성격!
“아직도 저 모르세요?”
“잘 기억이…….”
“저 모르면 그냥 여기서 죽일 겁니다.”
태현의 목소리는 매우 진심이었다. 양성규가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하하. 태현아! 오랜만에 보는 바람에 못 알아봤구나, 이 녀석!”
“하하, 아저씨!”
얼핏 보면 감동적인 만남!
* * *
“태현아, 형님과 너하고 싸운다고 해서 꼭 우리가 싸울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않니?”
“물론이죠. 아저씨.”
서로 눈빛으로 마음을 읽어내려고 시도하는 둘!
먼저 공격한 건 칼자루를 쥔 태현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흠흠. 형님은…….”
양성규도 꽤나 능글맞은 성격이었다. 김태산과 같이 놀 때 하는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들을 수 있게 크게 형님, 형님 거리는 것도 다 일부러 한 것!
태현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양성규를 상대할 때에는 방심하지 않았다. 아버지 김태산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게 양성규였다.
“……나도 잘 모르는데.”
“아저씨. 오며 가며 봅시다. 일단 사흘 후에.”
“잠깐, 잠깐! 어허, 태현아! 이러면 안 돼!”
태현이 바로 롱소드부터 꺼내 들자 양성규는 급히 손을 흔들었다.
“형님은 지금 퀘스트 깨느라 바쁘시다고.”
“물어보면 될 텐데요.”
“내가 물어보면 혹시 눈치라도 채실 수 있잖아. 그렇지 않냐?”
“그럴 거 같진 않지만…… 뭐. 알겠습니다.”
“태현아, 난 중립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중립은 무슨…….’
태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양성규가 저렇게 능글맞아 보여도 김태산에 대한 우정은 진짜였다.
만약의 순간이 오면 바로 김태산 편을 들 것이 확실한 게 바로 양성규!
그러나 굳이 지금 벌써 싸울 필요는 없었다.
‘투기장 앞두고 괜히 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하하. 믿어요. 아저씨. 우리가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하하, 그렇지? 체육관에 더 자주 놀러 오렴. 요즘 새로 온 친구도 있고 해서 재밌을 거야.”
“저 스파링 금지 시키셨잖아요. 애들 자신감 사라진다고.”
“아. 상철이는 괜찮아.”
“오. 그렇게 실력이 괜찮아요?”
태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양성규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일까?
“아니, 걔는 좀 크게 얻어맞아야 정신을 차릴 거 같아서 말이야. 또래 애들 사이에서 잘나가니까 너무 콧대가 높아졌어.”
“아저씨 참…… 인성이…….”
“네가 할 소리는 아니거든? 나도 방송 봤다 이 녀석아. 방송사한테 얼마 준 거냐?”
“돈은 제가 받고 있습니다.”
“넌 돈 필요 없잖아. 그 돈 편집하는 사람한테 준 거 아니냐?”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아저씨는 여기 왜 오신 겁니까?”
“나야 투기장 때문에 왔지.”
“아저씨도?”
“이 주변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일단 이 투기장에서 순위권 안에만 들어도 짭짤할 거 같아서 말이야.”
“현질로 사시죠?”
“여기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현금 주고도 사기 힘들 거 같아.”
“하긴…….”
얻으려고 목숨 거는 길드들 보면 순위권 보상은 안 팔 가능성이 높았다.
“너도 투기장 할 생각이냐?”
“물론이죠.”
“오, 그러면 우리 둘이 같은 경기장으로 들어가면 협력하는 거다. 다들 짜고 친다고 해서 걱정이 되던 참이었는데.”
“뭐 그러죠.”
둘의 대화를 듣던 케인은 하품을 하며 생각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러나 둘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다른 놈들 다 해치우고 나면 나중에 뒤통수를 쳐야지.’
‘아저씨부터 죽여야겠군.’
피도 눈물도 없는 건 태현이 한 수 위였다.
* * *
이 주변에 다른 길드원들은 없고, 김태산이 오크 길드원들을 데리고 오크 직업을 갖고 오크 퀘스트를 깨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태현은 양성규와 갈라졌다.
‘오크라…… 어울리긴 하시는데.’
태현은 김태산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분명 직업도 좋은 걸 고르고, 다른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차근차근 왕도를 걷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가 현질도 팍팍 하고 있을 테니…….
‘차라리 아발랍 시로 지금 덤벼오는 게 나으려나? 시간을 더 주면 더 강해질 거 같기도 한데…… 에이. 참자. 투기장 해야 하니까.’
양성규가 김태산에게 태현의 위치를 불면 김태산은 당연히 신이 나서 달려올 것이다.
김태산은 태현을 상대할 때 특히 충동적으로 변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
“휴우…… 태현이 저놈. 진짜 무서운 놈이라니까.”
양성규는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김태산에게 태현의 위치를 말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말하면 김태산이 바로 길드원들을 모아서 달려갈 테니까.
‘태현이를 지금 상대하는 건 좀 무모한 거 같아. 더 기다려야 해.’
양성규는 태현이를 봤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투기장!
* * *
-준비됐냐?
-어.
-좋아. 내가 준 세트 아이템 입고, 나하고 아는 척하지 마라.
-……알겠다고 이 자식아!
드디어 아발랍 시 투기장이 열리는 날이 찾아왔다. 그 사이 태현은 이것저것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투기장 경기장 앞에는 수많은 플레이어들로 북적댔다.
“투기장 참가하기 전에 아이템에 최저가로 버프 걸어 드립니다! 30분도 안 걸려서 끝나요!”
“축복 마법 팝니다! 돈 받고 걸어 드려요! 투기장 참가하려면 필수!”
기회를 노리는 제작 직업들의 홍보. 싸우기 직전 버프를 받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렸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도 경쟁이 생겼다.
“내가 줄 먼저 섰어!”
“웃기시네. 아까 왔잖아!”
“내 친구가 자리 맡아 놨거든?”
“자리는 무슨 자리! 늦게 왔으면 뒤로 와서 서!”
여기서 제작 직업이 을일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작 직업 플레이어가 많이 모였어도 그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소수였던 것이다.
다른 사냥이면 모를까, 투기장처럼 플레이어들과 싸우는 곳에서는 가능한 최고의 버프를 받아야 했다. 당연히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한테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줄이 길어지고 온갖 소란이 벌어졌다.
“야, 저기 요리 먹어봤냐? 다른 요리사들하고 차원이 다르더라. 이건 비밀인데 우리 길드 요리사보다 요리 더 잘하는 거 같아.”
“진짜?”
“그렇다니까. 갈 거면 지금 가서 빨리 줄 서라. 벌써 아는 사람들 모이기 시작했거든. 버프가 거의 1.5배 정도는 나오는 거 같아.”
“지금 가야겠다!”
‘오호. 누구지?’
옆을 지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들은 태현은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태현도 나름 괜찮은 요리 스킬에 행운 버프까지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 요리사 플레이어에 비한다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른 뛰어난 플레이어의 실력을 보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됐다. 태현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다.
“전사 계열 직업은 이쪽 줄로! 마법사 계열 직업은 저쪽 줄로!”
“요리 많습니다! 안 밀치셔도 투기장 시작하기 전에 다 먹을 수 있어요!”
“1골드로 투기장 시작하기 전에 버프를!”
와글와글-
요리사는 한 명이 아니었다. 열 명 넘는 요리사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요리 하나가 아닌, 분야별로 요리를 따로 만들어 줄을 나눠 놓았을 정도로 전문적!
‘대단한데? 이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리사들을 쳐다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이 도시는 왜 이렇게 본 거 같은 얼굴들이 많…… 아!’
<레스토랑>길드! 아탈리 왕궁에서 일어났던 퀘스트에 참가했던 요리사 길드였다.
길드 성격이 분명 친절한 성격은 아니었다. 저번 아탈리 왕궁 퀘스트를 깰 때도 요리 재료들을 닥치는 대로 사모아서 다른 요리사들의 원망을 산 길드였다.
‘그런데 왜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냐?’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이러나 싶었는데 그건 말이 안 됐다, 아니, 돈이 없어도 그렇지 <레스토랑> 정도 되는 길드가 돈을 벌려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돈 벌 가격은 아니었다.
‘뭐냐, 진짜?’
그러는 사이 사람들의 차례가 지나고 태현의 차례가 왔다.
태현의 줄 끝에 서 있던 레스토랑 길드의 요리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릇을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거대 어스웜 고기를 사용한 강장 요리:
어스웜 고기는 몸에 좋은 재료다. 그 겉모습 때문에 드는 거부감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뛰어나고 경험 많은 요리사들이 향신료를 사용해 이 요리를 만들었다.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일시적으로 힘, 민첩, 체력 상승.
복용 시 일시적으로 물리 방어력 상승.
복용 시 일시적으로 HP 회복 속도 상승.
확실히 요리의 옵션은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서 왜 줄을 서는지 알 수 있었다.
[잘 만들어진 요리를 보았습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요리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요리를 꿰뚫어 봅니다.]
[독 제작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
요리를 꿰뚫어 보는 건 좋은데, 왜 독 제작 스킬에 보너스를 받지?
거대 어스웜 고기를 사용한 강장 요리:
어스웜 고기는 몸에 좋은 재료다. 그 겉모습 때문에 드는 거부감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뛰어나고 경험 많은 요리사들이 향신료를 사용해 이 요리를 만들었다.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복용 시 일시적으로 힘, 민첩, 체력 상승.
복용 시 일시적으로 물리 방어력 상승.
복용 시 일시적으로 HP 회복 속도 상승.
(추가 옵션) 루가르 독-섭취 시 일정 시간 후 독 발동함
“?!?!?!”
추가 옵션에 들어가 있는 숨겨진 요소, 독!
레스토랑 길드 요리사들은 독을 넣어서 요리를 팔고 있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야 발동이 되는 독을.
지금 상황에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자식들도 투기장 견제를 하고 있는 거였구나!’
어쩐지 싸고 양심적인 가격에 요리를 팔고 있다 싶었다. 태현은 감탄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니. 나도 꼭 써먹어야지!
싫어하는 놈들이 있는 곳에 몰래 가서 독 섞은 요리를 마구 팔아대면…….
게다가 어지간한 고렙 플레이어들은 이런 요리를 꿰뚫어 볼 만큼 요리 스킬이 없었다.
대담하면서도 영리한 계획!
태현은 요리를 슬쩍 집어넣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레스토랑 길드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레스토랑 길드는 요리사들의 길드. 요리사들이 직접 투기장에 나가서 싸우기는 힘들었다. 그런데도 이런 견제를 한다는 건…….
‘누구와 손을 잡았구나!’
제작 직업 길드는 그 특성상 다른 길드와 친하게 지낼 때가 많았다. <레스토랑> 길드도 친한 길드 몇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상황을 깨달은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레스토랑> 길드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뭔가 아쉬웠다.
그렇다면…….
‘역시 깽판이지.’
남이 차려놓은 밥상을 뒤엎는 건 태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