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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0화 (180/1,826)

§ 나는 될놈이다 180화

케인은 순간 울컥했다. 물론 그가 태현에 비해서 머리가 나쁘기는 했다.

특히 사악한 일에서는 더더욱!

나름 사악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 케인이었지만 태현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내가 해온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내가 내 이름 몰라서 물었겠냐?”

“그…… 그러네.”

“기껏 얻은 백작 자리, 이럴 때 써먹어야지.”

태현의 말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작위는 이럴 때 좋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투기장 경기장 밖에서 치고받고 하는 동안 태현은 작위를 업고서 이 도시의 주인인 총독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지름길이자 치트!

“가자.”

“오오, 역시 태현 님! 저는 언제나 믿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에드안이 손바닥을 비비며 아부를 했다. 루포는 그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아발랍 시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 * *

“뭐? 백작? 아탈리 왕국 백작이면 아탈리 왕국에 가야지 왜 여기 와서 난리야?”

“…….”

대굴욕!

총독의 건물 앞의 호위병은 태현이 가진 백작의 증거를 보여주자 거만하게 외쳤다.

태현은 일단 주변부터 확인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이 호위병은 죽은 목숨!

그러나 총독이 머무르는 건물답게 건물은 크고 위풍당당했으며 당연히 병사들도 많았다.

“태현 님, 참으십시오!”

루포는 태현의 손을 잡았다. 태현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게 매우 불길했던 것!

“하하. 걱정 안 해도 괜찮은데. 나 조금도 화 안 났어.”

“……매우 화나신 거 같습니다.”

루포는 태현의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기계공학은 싫어하는 놈한테 폭탄 몇 개 던지고 도망치기 매우 좋은 스킬!

품격 있는 아키서스의 화신이 에스파 왕국의 범죄자로 찍힐 수는 없었다.

태현은 분노를 조절하고 호위병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총독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좋아. 나중에 총독을 만나면 오늘 일을 꼭 전하도록 하겠다.”

“?!”

호위병도 놀라고, 태현 일행의 다른 사람도 놀랐다.

“태현 님. 여기 총독과 아는 사이셨습니까?”

“물론 아니지.”

“…….”

침도 안 바르고 바로 거짓말을 하는 태현! 루포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중급 화술로 거짓말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백작 작위를 갖고 있습니다. 거짓말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기 스킬이 오릅니다.]

[사기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초급 사기 스킬이 중급 사기 스킬로 변합니다.]

드디어 중급에 도달한 사기 스킬!

중급 화술 스킬에, 중급 사기 스킬. 거기에 백작 작위까지 갖고 있는 태현의 말은 어지간한 거짓말도 통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었다.

“으윽…… 죄송합니다. 명령을 받은 게 있어서…….”

결국 굴복한 호위병!

“죄송하면 병사 생활 끝나냐?”

“그, 다른 모험가들이 워낙 많이 찾아와서…… 총독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받았다고 하면 병사 생활 끝나냐?”

“…….”

뒤끝 작렬! 루포가 옆에서 속삭였다.

“이쯤 하시죠.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러자고.”

태현은 호위병을 밀치고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지나가던 모험가들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누가 총독 관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어?”

“무슨 헛소리야. 거기 못 들어가는 거 알면서.”

투기장 관련으로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고 총독과 접촉해서 친밀도나 공적치 포인트를 올리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것 덕분에 총독은 모험가들의 접근을 차단한 상태!

* * *

“아탈리 왕국의 백작이라고? 아탈리 왕국의 백작이 왜 여기까지 온 거지?”

“그 소리 이미 들었는데.”

총독은 태현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밖에 있는 놈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하는군.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내가 백작이라고 하니까 병사들이 다들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길을 비켜주던데.”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총독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백작. 그대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기는 에스파 왕국이고 나는 그대에게 어떤 것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군.”

칼 같은 태도. 총독은 V자 콧수염을 매만지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태현은 굴하지 않았다. 판타지 온라인 1 때부터 수없이 많은 NPC들을 상대한 태현이었다. 까다로운 NPC 때문에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하. 왜 이러나. 나라는 달라도 우리는 다 같은 푸른 피를 가진 귀족 아니겠어? 저 밖에서 돌아다니는 미천한 모험가와는 신분부터가 다르지!”

“흐음. 맞는 말이긴 해…….”

[대화에 성공합니다. 총독의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화술과 친밀도 관련 버프를 잔뜩 업고 있는 태현에게 있어서 이 정도는 손쉬운 일!

그때 문밖에서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뭐야?”

총독이 짜증을 내자 부하가 급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는 케인이 민망한 표정으로 용용이를 껴안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주인이 이야기하는데 가만히 있지도 못하나? 이래서 모험가들이란…….”

총독이 혀를 차며 말하자 태현도 거기에 호응했다.

“맞아. 이 멍청한 케인 놈! 불쌍해서 데리고 다녔더니 아주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구나!”

울컥!

케인은 억울함이 사무쳤다. 그가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루포나 에드안과 같이 옆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용용이가 나가더니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급히 달려가 붙잡았는데…….

‘저 총독 놈보다 김태현 저놈이 더 얄미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케인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과 총독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태현의 행동 덕분에 추가로 올라간 친밀도!

“그대도 힘들겠군. 밑의 놈들이란 게으르고 천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하지도 못하지. 관리하는 게 보통 고된 게 아니라니까.”

“알지. 알아. 나도 밑의 놈들 관리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저기 있는 저놈은 내가 안 거뒀으면 사람 구실도 못 했을 거야.”

‘네가 언제 거둬줬냐 이 자식아!’

대화를 나누는 사이, 케인한테 안긴 용용이가 태현한테 텔레파시를 보냈다.

-주인이여. 주인이여.

-왜 그래. 지금 친목질하느라 바쁜데.

-저놈에게서 안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뭐? 케인에게서? 역시 케인 저놈은 믿으면 안 됐어. 지금 당장 처리할까?

-……케인 말고…… 저 총독 말이다.

이제 용용이한테서도 동정을 사는 케인!

그러나 용용이가 지목한 건 총독이었다.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흠. 원래 귀족한테서는 좀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법이지. 총독이 저렇게 보여도 의외로 나하고 잘 맞을 수도…….

-주인이여!

-농담이야.

-그런 사악한 기운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저놈은 악마의 기운을 갖고 있다!

“……!”

태현은 아발랍 총독과 웃으면서 대화를 하다가 멈칫했다. 악마의 기운이라고?

-악마의 기운을 갖고 있다는 게 무슨 소리야?

-악마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라면, 악마 소환술을 아주 강력하게 다루는 마법사거나…… 변신한 악마일 가능성이 있다. 나는 놈이 변신한 악마 같다!

언제나 잊기 쉬운 사실이었지만, 용용이는 신수였다. 비록 지금 강아지처럼 위장하고서 땅 위를 걸어 다니고 있기는 했지만 신수로서의 능력이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 만큼 부정하고 타락한 것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총독이 변신한 악마라고? 에이. 물론 총독이 도시 안에서 하라는 통치는 안 하고 투기장을 크게 키우고 사람들을 모은 다음 안에서 모험가들끼리 서로 죽여도 아무런 간섭을 안 하기는 했지만…….

-…….

-생각해 보니 악마 같군.

왜 이제야 알아차렸는지 모를 정도! 약간 미친 것 같은 총독의 행동도 악마가 변신한 것이라면 이해가 갔다.

‘악마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

딱 봐도 퀘스트가 뜰 것 같은 정보였지만, 태현은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건 역시 아키서스의 권능!

그게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싸워도 늦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악마라면 분명 약하지는 않을 테니까.

‘게다가 여기는 놈의 소굴이고…….’

총독이 악마라고 해봤자 믿어주지도 않을 테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태현은 꼼짝없이 당해야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표정 관리!

태현은 더욱더 친밀한 태도로 총독의 손을 붙잡았다. 악마든 뭐든 친해지면 그만 아닌가!

-생각해 보니까 지금 사이좋은데 이렇게 친해진 다음에 권능 담긴 물건만 찾아서 나가면 안 되나?

-주인이여! 그게 화신으로서 할 소리인가!

-아니, 나도 사람이야 사람! 매번 내가 대륙의 위기를 구해야 해? 악마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서로 방해 안 되면 그냥 내버려 둬도 되지 않겠어?

태현은 마르덴 후작 퀘스트 이후로 살짝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몬스터도 많이 괴롭히고 괴롭히면 발끈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일단 싸우는 건 권능을 찾고 나서도 늦지 않았다.

-주인이여. 악마라면 위험하다. 권능이 가진 아이템을 저 악마가 갖고 있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한데?

-악마가 신의 힘이 담긴 물건을 좋아할 리 없지 않은가. 파괴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신탁이 여기로 나온 이유는…….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놈도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이 있는지는 모르나 본데?

-그럴 수도 있…… 그런데 주인이여.

-왜 그러냐.

-주인은 여기에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아이템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는 것인가?

-신의 힘으로 봤다.

-그러면 됐다. 확실하게 권능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에이, 설마 신이 나한테 사기를 치겠……어?

갑자기 태현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생각해 보니 화신인 그도 사기 많이 치고 다녔는데…….

-잠깐. 이놈은 악마 주제에 내가 신성력을 갖고 있는 걸 모르나?

-주인이 쓰고 있는 가면이 주인의 능력을 가려주고 있는 것 같다.

-마르덴 후작은 정말 훌륭한 뱀파이어였어. 뱀파이어의 귀감이라고 해도 모자랄 거 같은데.

마르덴 후작의 아이템 덕분에 태현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성력을 느낀 총독이 바로 여기서 공격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정의를 위하여-악마를 퇴치하라>

아발랍 시의 총독이 악마라는 사실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키서스의 화신인 당신은 그 두 눈으로 총독이 악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악마가 아발랍 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가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대륙을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악마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를 처치하라.

보상:?

‘미쳤니?’

태현은 눈앞에 뜬 퀘스트창을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권능이 담긴 아이템이지 정의와 대륙이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서 권능을 얻고 나갈 수만 있다면 이 악마가 아발랍 시를 불태워도 별로 상관하지 않을 수 있었다!

-모험가들끼리 서로 죽이게 하는 것만 빼면 나름 잘 통치하는 총독이잖아. 악마라고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고.

-주인이여, 그게 사악한 게 아니면 뭐가 사악한 것이란 말인가!

-시끄러. 총독하고 협상해야 하니까 옆에서 조용히 하고 있어.

태현은 용용이를 다물게 하고 다시 총독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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