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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8화 (178/1,826)

§ 나는 될놈이다 178화

‘제발 폭탄만은!’

케인은 다른 건 다 포기했다. 제발 갑옷 안에 폭탄만 넣지 마라!

아무리 케인이 탱커 계열의 직업에다가 겁이 없더라도 갑옷 안에 폭탄을 넣어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현은 케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애초에 케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아니었던 것!

아주 잘 만들어진 매우 수상한 사람의 갑옷:

내구력 285/285, 방어력 75

스킬 '로켓 발사' 사용 가능, 스킬 ‘칼날 솟아오르기’ 사용 가능, 스킬 ‘강렬한 협박’ 사용 가능.

(추가 옵션) 스킬 ‘자폭’ 사용 가능.

레벨 제한 80. 힘 제한 100. 체력 제한 100.

아주 잘 만들어진 매우 수상한 사람의 투구:

내구력 200/200, 방어력 50

스킬 ‘고블린 식 레이저 포’ 사용 가능, 스킬 ‘회전 칼날 뿔’ 사용 가능.

(추가 옵션) 스킬 ‘자폭’ 사용 가능.

레벨 제한 80. 힘 제한 100. 체력 제한 100.

대장장이 기술 중급, 기계공학 중급을 찍은 태현은 이제 제작에서도 어느 정도 완숙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아이템을 만들 때 원하는 옵션을 노리고 방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강력한 행운까지 업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주변에서 얻은 재료들로 급하게 만든 장비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성능!

“이, 이건…….”

케인은 완성된 장비 세트를 보고 말을 더듬었다. 성능은 괜찮았다. 이걸 이 자리에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

거대한 뿔에, 각진 어깨 부위, 무슨 악역 변신 로봇 같은 겉모습!

<매우 수상한 사람 세트>는 입고 다니기만 해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다 모을 것 같았다.

“왜, 싫어? 다시 만들어주랴?”

“아, 아니야!”

태현의 목소리가 절대로 친절하게 들리지 않았기에, 케인은 손사래를 쳤다.

태현 성격에 다시 만들어준다면 분명 더 괴팍하고 괴상하게 만들 것!

케인은 받은 세트 아이템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스킬은 쓸 만하긴 한데…….’

케인도 태현의 장기가 기계공학 스킬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비 스킬도 기계공학 관련 스킬이 들어가 있었다.

지금 판타지 온라인에서 기계공학을 파는 대장장이가 거의 없었으니, 이건 나름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생기는 욕심!

“흠. 흠흠. 잘 쓰겠다.”

“그렇게 나와야지.”

태현은 씩 웃으며 케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케인은 설마 추가 옵션에 자폭이 달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세트 아이템을 잘 챙겨 넣었다.

“하하!”

“하하하!”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가진 두 남자!

* * *

-주인이여. 주인이여.

“왜 그러냐.”

-아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건가?

“그렇겠지.”

-그러면 나도 그래야 하나?

“그래야 하지 않겠어?”

-말도 안 된다!

용용이는 날개를 퍼덕이며 외쳤다.

-이제 막 힘을 회복해 가고 있는데 숨으라니! 더 이상 숨지 않겠다! 주인의 신수로서 힘과 위엄을 보여주겠다!

“위엄은 예전 덩치 정도로 돌아와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크기를 더 크게 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 모습은 위엄보다는 귀여웠다.

“확실히 네가 어느 정도 힘을 회복했는데 활용하지 않는 건 아쉽긴 해.”

-그렇다!

“그렇다고 쓰면 바로 들킬 테고…… 어떻게 해야 할까…….”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용용이 같은 펫은 흔하지 않았다. 게다가 태현과 같이 다니는 모습이 방송을 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바로 태현을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아. 케인처럼 하면 되겠군.”

-무슨 소리인가?

“하하. 별거 아니야.”

* * *

-읍! 으으으읍! 읍읍읍!

“너 텔레파시로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었냐?”

-읍…… 그렇군! 잠깐! 주인이여! 당장 이걸 풀지 못하겠나!

“왜. 잘 어울리는데.”

태현은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황금빛 귀여운 겉모습이 문제라면 그걸 덮어버리면 된다!

펫 중에는 <작은 강철 강아지>라는 펫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가죽이 강철로 된 작은 강아지 펫이었다.

구하기 쉽고 방어력도 나름 인기 있어서 초보자들도 많이 데리고 다니는 펫!

태현은 대장장이 기술로 강철을 펴서 용용이의 몸 전체를 감싸는 갑옷을 만들었다. 툭 튀어나온 날개는 펫 추가 장비처럼 속였다.

겉에서 보면 그럴듯한 <작은 강철 강아지>!

물론 용용이가 그 방법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

“자. 이제 날지 말고 걸어서 가면 완벽하네.”

-#^&^*#! @#&^@^!

용용이가 항의하거나 말거나 태현은 아주 만족해서 계속 그렇게 걷게 시켰다.

“선배님, 저도 변장할까요?”

“아니. 너희들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태현은 루포나 에드안, 정수혁은 굳이 변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이들은 투기장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적당히 망토로 몸만 가려도 충분했다.

“대신 좀 따로따로 다니자고. 그런데 너 전직도 했는데 직업 퀘스트는 안 떴냐?”

“아. 떴습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이러고 있냐?”

“선배님을 따라다니는 게 더 좋아서…… 억!”

딱!

“이런 멍청한 놈을 봤나. 직업 퀘스트가 떴으면 직업 퀘스트를 하러 가야지!”

“그, 그렇지만 선배님한테 받은 게 있으니 그만큼…….”

딱! 딱!

태현은 다시 한번 정수혁의 머리를 두들겼다. 투구만큼은 아니어도 경쾌한 소리가 났다.

“헛소리하지 말고 퀘스트 깨러 가라. 네가 없어도 난 알아서 잘하거든? 네가 성장을 해야 도움이 되지.”

“그,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퀘스트를 깨러 가겠습니다!”

“근데 무슨 퀘스트냐?”

태현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정수혁의 직업은 태현과 강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무려 직업 이름부터가 <아키서스 교단 마법사>!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 같은 것도 나중에 나오려나?’

“아. 이런 퀘스트입니다.”

정수혁은 태현이 관심을 가져주자 신이 나서 창을 켰다.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아키서스 교단 마법사 직업 퀘스트>

대륙의 왕국들은 수많은 교단들로 꽉 찬 상태다. 새로운 신을 믿게 하는 것도 어렵고, 다른 교단들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답은 미지의 땅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들을 설득하고 다독여 새로운 신, 아키서스를 믿게 만들어라.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 (0/5)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 (0/7)

-옛 땅굴 고블린 부족 (0/4)

보상:?, ??, 신성 획득, 아키서스 교단 명성 상승.

‘뭐 이런 퀘스트가 다 있냐?’

태현도 당황스러운 퀘스트 내용!

일단 퀘스트 이름도 좀 수상했지만 내용이 더 수상했다.

‘게다가 우르크 지역은 거기잖아!’

잘츠 왕국에서 더 동쪽으로 가야 나오는 험준한 땅.

오크 부족들이 우글거리고 오크 대족장(태현이 아들을 죽인)이 이를 갈고 있는 땅!

이름만 들어도 불길했다.

‘잠깐. 우르크 지역에 오크들 말고 다른 놈들도 있었나?’

퀘스트를 자세히 보자 다른 부족들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

우르크 지역에서 넘쳐나는 오크들과 싸워서 살아남은 강력한 인간 부족이다. 그들의 마법은 오크 주술사들도 두려워한다.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

우르크 지역 앞 바다를 주름잡는 다크 엘프 해적들이다. 우르크의 오크들도 그들을 두려워해 붉은 바다로는 나가지 않는다.

옛 땅굴 고블린 부족:

우르크 지하의 땅굴에서 살고 있는 고블린 부족이다. 그들을 노예로 부리려는 오크들에게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다. 고블린식 기계공학에 능숙한 그들은 오크들의 지역에서도 버티고 있다.

‘……!’

우르크 지역은 생각보다 오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들이 태현을 좋아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우르크 지역 원시 인간 부족은 태현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잘 감이 안 왔고, 붉은 바다 무법자 부족은 태현을 싫어할 것 같았다.

카테란드 섬을 날려버리고 해적들을 제압한 게 태현!

그나마 옛 땅굴 고블린 부족이 좀 만만해 보였다. 태현은 고블린, 특히 기계공학 스킬을 잘 아는 고블린을 상대할 때 매우 유리했다.

“그러면 저는 지금 출발해 보겠습니다.”

“……수혁아.”

“예?”

“파이팅!”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현은 정수혁을 말리지 않았다. 퀘스트가 어려워 보여도 그건 하는 건 정수혁이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퀘스트가 떴다는 건 정수혁이 퀘스트를 깰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수혁이가 저기로 가서 우르크 지역 부족들과 친목질을 할 수만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된다.’

태현은 바보가 아니었다. 한 번 저지른 일은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오크 대족장의 아들을 죽였으니 분명 언젠가는 한 번 그에 관련된 사건을 겪게 되리라.

‘에이, 설마 그러겠어?’ 하면서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었다.

오래 살려면 구멍을 여러 개 파둬야 하는 법!

태현은 정수혁을 보내서 우르크 지역을 흔들어볼 생각이었다. 우르크 지역은 현재 다른 플레이어들도 잘 안 가는 곳.

흔들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수혁이 죽을 가능성도 높겠지만…….

* * *

아발랍 시로 가는 길은 편안했다. 판타지 온라인 2가 언제 어디서든 안심을 할 수 없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통 이런 큰길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상대하기 쉬웠다.

정수혁이 빠졌어도 태현 파티의 전투력은 막강한 수준!

“늑대 라이더 오크입니다!”

“잡아.”

“이런, 고블린 주술사하고 오크 전사가 오네요!”

“잡아.”

“저기 오크 전사들이…… 아. 플레이어구나. 몹인 줄 알았네.”

“…….”

에스파 왕국은 에랑스 왕국과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에랑스 왕국은 돌아다니다 보면 녹색 들판과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었지만, 에스파 왕국은 모래바람과 황무지와 바위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야생 오크 부족들이 많고 오크 플레이어들도 많아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진, 진짜 몹인 줄 알고 친 거예요!”

“헛소리하지 마, 이 자식아! PK 해놓고 어디서 모르는 척이야?!”

곳곳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태현은 흐뭇해서 코밑을 훔쳤다.

역시 이래야 재밌지!

멀리 아발랍 시가 보였다. 약간 낮지만 흰색 돌로 된 성벽은 황무지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오크 재봉사가 천 옷 맡아드립니다! 주술사 계열 전문이에요! 한 번 받아보세요!”

“싸우기 전에 특제 거대 지렁이 요리 드시고 가세요! 먹기만 해도 힘이 상승!”

물론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도시 주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

태현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걸어갔다.

“김태현…….”

“?!”

태현은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랐다. 완벽하게 위장했는데 대체 어떻게?!

“……도 쓰는 바로 그 기계공학! 기계공학을 다루는 대장장이가 만든 폭탄! 마법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폭탄 한 방이면 됩니다!”

“…….”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난 또 뭐라고…….’

그런데 태현의 이름을 쓰는 대장장이가 한 명이 아니었다.

“김태현이 사용한 기계식 덫! 이거 깔고 몬스터 몰면 몰이사냥 그대로 됩니다!”

기계공학 꿈나무들!

태현의 영상 덕분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플레이어들이었다. 다들 조잡한 폭탄이나 기계공학 함정을 팔고 있는 걸 보자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어, 어…… 이거 터진다!”

콰쾅!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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